현악기들이 한꺼번에 세게 같은 음형을 긋고 들어옵니다. 누가 선율이고 누가 반주인지 가를 틈도 없이, 모든 악기가 한 몸처럼 크게 건너뛰는 음 몇 개를 던집니다. 악보를 펴 보면 첫 마디에서 네 줄의 보표가 모두 같은 모양을 세게 연주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그렇게 시작합니다.
이 곡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은 제목의 뜻입니다. 그리고 그 제목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사실에 닿습니다. 모차르트가 이 곡을 기록해 둔 자리에는 악장이 다섯 개 적혀 있는데, 우리가 듣는 것은 넷입니다.
이 글이 따라가는 것은 하나입니다. 우리가 듣는 네 악장은 모차르트가 직접 적어 둔 다섯 악장 가운데 넷이고, 사라진 하나는 느린 악장인 로망스 바로 앞에 있던 첫 번째 미뉴에트입니다.
작은 밤 음악, 제목의 뜻
제목은 독일어 세 낱말입니다. 아이네(Eine)는 하나의, 클라이네(kleine)는 작은, 나흐트무지크(Nachtmusik)는 밤 음악이라는 뜻입니다. 이어 붙이면 작은 밤 음악 한 곡, 줄여서 작은 밤 음악이 됩니다.
이 이름을 적은 사람은 모차르트 자신입니다. 모차르트는 1784년부터 새 곡의 날짜와 제목, 악기 편성, 첫 소절을 적어 두는 공책을 썼습니다. 스스로 붙인 이름은 나의 모든 작품 목록입니다. 1787년 8월 10일, 빈에서 이 공책에 적어 넣은 곡이 바로 작은 밤 음악입니다. 〈돈 조반니〉를 쓰던 무렵의 여름이었습니다.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자필 작품목록 〈나의 모든 작품 목록〉 표지, 1784년부터 기록, 대영도서관 소장, Zweig MS 63. 표지에 1784년 2월부터 적기 시작했다는 문구가 있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이 공책 안쪽, 1787년 8월 10일 자리에 적혀 있다. |
그런데 모차르트가 직접 쓴 악보에는 제목이 없습니다. 이 이름은 목록에만 남아 있습니다.
밤 음악이라는 말은 곡의 분위기가 아니라 쓰임새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저녁이나 밤에 연주하려고 만드는 음악이라는 뜻이고, 당시에는 친구의 명명일(자기 이름과 같은 성인의 축일)을 축하하거나 누군가의 주문을 받아 쓰는 일이 흔했습니다.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테움 재단이 이렇게 설명합니다. 다만 이 곡을 누구를 위해, 무슨 계기로 썼는지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 곡을 흔히 세레나데, 번호를 붙여 세레나데 13번이라고도 부르지만 그 이름은 모차르트가 붙인 것이 아닙니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뒤 이 곡을 처음 인쇄한 출판사가 표지에 세레나데라고 적었습니다. 모차르테움 재단은 이 곡을 디베르티멘토로 봅니다. 세레나데가 여러 사람이 한 성부를 함께 켜는 관현악 쪽 장르라면, 디베르티멘토는 한 성부를 한 사람이 맡는 실내악 쪽 장르라는 것이 재단의 구분입니다.
작다는 말이 붙은 까닭은 모차르트가 밝혀 두지 않았습니다. 악장마다 길이가 짧아서 그렇게 불렀다고 풀이하는 해설도 있습니다. 제목이 닮은 곡이 2024년에 하나 더 알려졌습니다. 그해 9월 독일 라이프치히 시립도서관의 소장 악보에서 모차르트가 10대 무렵 쓴 현악 삼중주가 확인됐고, 〈아주 작은 밤 음악〉(Ganz kleine Nachtmusik) K.648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습니다.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테움 재단이 새 쾨헬 목록을 만들며 찾아낸 곡입니다. 모차르트의 생애 전체는 모차르트의 생애와 작품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목록의 다섯 악장, 악보의 네 악장
모차르트가 목록에 적은 문구를 우리말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작은 밤 음악, 알레그로, 미뉴에트와 트리오, 로망스, 미뉴에트와 트리오, 그리고 피날레로 이루어짐. 악장이 다섯입니다.
오늘 우리가 듣는 곡은 알레그로, 로망스, 미뉴에트와 트리오, 론도로 넷입니다. 목록과 나란히 놓으면 빈자리가 어디인지 바로 보입니다. 첫 악장과 로망스 사이, 둘째 자리에 있어야 할 첫 번째 미뉴에트와 트리오가 없습니다. 미뉴에트는 세 박자로 된 궁정 춤곡이고, 트리오는 미뉴에트 가운데 끼어드는 다른 성격의 짧은 부분입니다. 모차르트는 느린 로망스를 춤곡 두 개 사이에 끼워 두었던 셈입니다.
이 악장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두 기관의 설명이 다릅니다.
모차르테움 재단은 모차르트 자신의 손에서 일이 시작됐다고 설명합니다. 모차르트는 처음에 느린 악장을 다른 곡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라르게토(조금 느리게)라고 적은 다장조 초고인데, 16마디까지 쓰고 멈춘 것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재단의 설명으로는 모차르트가 이 초고를 줄로 지우지 않고 종이째 찢어 냈고, 그 바람에 같은 종이에 이어져 있던 첫 미뉴에트의 장이 느슨해져 나중에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모차르트가 살아 있을 때 이미 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입니다.
새 모차르트 전집의 편집진은 조금 다르게 적었습니다. 모차르트 악보에서 그 장은 오래전에 무리하게 떼어졌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설명에서는 누가 뗐는지 말하지 않습니다. 두 설명 가운데 어느 쪽이 맞는지는 이 글에서 가리지 않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모차르트가 다섯 악장을 적었고 악보에는 넷이 남았다는 사실입니다.
자필 악보 자체도 오랫동안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1860년 이후 자취를 감춰 19세기 말에 나온 모차르트 전집도 이 악보를 보지 못했습니다. 20세기에 다시 발견된 뒤, 1955년에 나온 판이 1860년 이후 처음으로 이 자필 악보를 직접 대조해 만든 것이었습니다.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K.525 자필 총보 첫 면, 1787년, 바젤 파울 자허 재단 도서관 소장, 빌헬름 컬렉션. 첫머리 어디에도 곡 제목이 없다는 것을 보라. 보표 네 줄이 한 묶음이고, 맨 아래 한 줄을 첼로와 베이스가 함께 쓴다. |
다섯 대의 합주와 오케스트라 사이
목록에 적은 악기는 바이올린 둘, 비올라, 그리고 베이스입니다. 목록에서 베이스는 복수형으로 적혀 있습니다. 악보 맨 아래 한 줄을 저음 악기 여럿이 함께 연주한다는 표기입니다. 새 모차르트 전집의 편집진은 첼로만으로는 모자라고 그 아래를 받쳐 줄 콘트라베이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한 성부를 한 사람씩 맡는 다섯 명의 합주인지, 여러 사람이 한 성부를 함께 켜는 오케스트라인지는 확정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1955년 판을 만든 편집자는 집에서 현악4중주로 연주해도 된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은 지금도 두 가지 모습으로 연주됩니다. 어느 쪽이 원래 모습이라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두 모습을 모두 들어 볼 수 있도록 아래 녹음도 양쪽에서 골랐습니다.
네 악장의 큰 흐름
첫 악장은 알레그로(빠르게)입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모든 악기가 같은 음형을 세게 긋고 시작합니다. 이 첫 소리가 곡의 얼굴입니다. 몇 음만 들어도 이 곡인 줄 알게 되는 것은 가락보다 이 한 덩어리의 도약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처음 듣는 분이라면 이 첫 몇 초부터 귀에 담아 두시기를 권합니다.
둘째로 들리는 것은 로망스입니다. 빠르기말은 안단테(걷는 빠르기로)입니다. 첫 악장의 힘을 내려놓고 느린 걸음으로 노래합니다. 가운데 부분에서는 단조의 빛이 한 번 돌아 소리가 잠시 어두워집니다. 검색창에 2악장을 치는 분들이 찾는 곡이 대개 이 로망스입니다. 다만 모차르트의 목록에서는 이 악장이 셋째 자리였습니다.
이어서 미뉴에트가 알레그레토(조금 빠르게)로 나옵니다. 세 박자로 발을 딛는 춤곡이고, 가운데에 트리오가 들어 있습니다. 마지막 론도는 다시 알레그로입니다. 론도(처음 가락이 여러 번 되돌아오는 형식)라는 이름대로 첫 가락이 거듭 돌아오며 곡을 마무리합니다.
정리하면 빠르게, 느리게, 춤곡, 다시 빠르게입니다. 모차르트가 적어 둔 순서대로라면 빠르게, 춤곡, 느리게, 춤곡, 빠르게가 되어 느린 악장이 가운데에 놓입니다.
추천 녹음, 오케스트라와 다섯 대
브루노 발터 지휘, 컬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CBS에서 1958년에 녹음했고 지금은 소니 클래시컬에서 나옵니다. 여러 사람이 한 성부를 함께 켜는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들을 수 있는 녹음입니다.
하겐 4중주단과 콘트라베이스 알로이스 포슈.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1994년 4월에 녹음했습니다. 한 성부를 한 사람이 맡은 다섯 명의 연주이고, 오늘날의 악기로 연주합니다.
살로몬 4중주단과 콘트라베이스 배리 가이. 루아조리르 레이블로 1983년 10월 런던에서 녹음했습니다. 모차르트 시대의 방식으로 만든 옛 악기를 쓰는 다섯 명의 연주입니다. 이 음반에는 첫 번째 미뉴에트와 트리오라는 트랙이 들어 있어 목록대로 다섯 악장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음반 표기로는 이 미뉴에트를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재구성했습니다. 모차르트가 쓴 악보가 남아 있지 않으니, 그 자리를 채운 음악은 모차르트의 원래 미뉴에트가 아닙니다.
늦게 온 인기
지금은 모차르트 하면 먼저 떠오르는 곡 가운데 하나이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고 수십 년 뒤에야 처음 인쇄됐습니다. 세레나데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이때입니다.
인쇄된 뒤에도 오랫동안 이 곡은 〈음악의 농담〉에 한참 뒤처졌다고 모차르테움 재단은 적습니다. 〈음악의 농담〉은 모차르트가 불과 두 달 앞서 목록에 적은 곡입니다. 이 곡이 세계로 퍼져 나간 것은 20세기 들어 라디오와 음반을 통해서였다고 재단은 설명합니다. 1954년 성탄 무렵에 서문을 쓴 전집 편집자는 이 곡을 두고, 오늘날 모차르트의 모든 기악곡 가운데 가장 사랑받고 대중의 취향에 가장 가까운 곡이라고 적었습니다.
| 도라 슈토크, 〈모차르트 초상〉, 1789년, 은필 소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목록에 적고 두 해 뒤의 모습이다. |
1984년 영화 〈아마데우스〉의 각본에는 이 곡이 얼마나 널리 알려졌는지를 보여 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늙은 살리에리가 찾아온 신부에게 자기가 쓴 곡을 두 곡 들려주지만 신부는 알아듣지 못합니다. 살리에리가 셋째로 이 곡의 첫 소절을 치자 신부는 웃으며 따라 흥얼거립니다. 이 곡은 안다고, 당신이 쓴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 신부에게 살리에리가 답합니다. 내가 쓴 게 아니오, 모차르트요. 신부가 알아들은 것도 앞에서 말한 그 첫 소리였습니다. 실제 살리에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생애와 작품에 적어 두었습니다.
다음에 이 곡을 트실 때는 첫 악장이 끝나고 로망스가 시작되는 사이에 잠깐 귀를 멈춰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 자리에 모차르트가 적어 둔 미뉴에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빠른 첫 악장에서 곧장 느린 노래로 넘어가는 지금의 순서와, 춤곡을 한 번 거쳐 느린 노래로 들어가는 모차르트의 순서는 같은 곡이라도 숨 쉬는 자리가 다릅니다. 살로몬 4중주단의 음반처럼 그 자리를 채운 연주를 한 번 나란히 들어 보면, 네 악장에 익숙한 귀에 무엇이 새로 걸리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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