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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노는 왜 하프시코드를 밀어냈나, 1711년 기록은 정반대를 말한다

    1711년, 베네치아에서 나오던 학술지 〈이탈리아 문인 저널〉 다섯 번째 권에 조금 이상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제목은 ‘피아노와 포르테가 되는 그라베쳄발로의 새로운 발명’. 피렌체의 메디치 궁정에서 일하던 악기 장인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가 만든 새 건반악기를 소개하는 글이었습니다. 필자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문인 시피오네 마페이였습니다.

    크리스토포리가 어떤 사람이었고 발명 연대가 왜 1700년 무렵으로 잡히는지는 다시채의 피아노는 누가 만들었나 글에서 다루었습니다. 여기서는 그 뒤의 이야기, 그러니까 이 악기가 실제로 무엇을 대신했고 무엇을 대신하지 못했는지를 봅니다.

    이 기사는 1711년의 피아노를 설명하는 중요한 기록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오늘날 흔히 도는 이야기와 정면으로 어긋나는 문장이 몇 개 들어 있습니다. 새 악기가 더 크고 힘차서 하프시코드를 이겼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기사를 쓴 사람은 그 반대를 적어 두었습니다.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가 1720년에 만든 피아노포르테, 박물관 전시 상태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 피아노포르테, 1720년. 마페이가 1711년에 소개한 그 악기의 계열입니다.

    하프시코드가 못 하던 일은 딱 하나였습니다

    하프시코드의 한계는 소리가 작아서도, 음역이 좁아서도 아니었습니다. 손가락에 힘을 더 준다고 소리가 커지지 않는다는 것, 그 한 가지였습니다. 마페이는 이 결핍을 분명하게 적었습니다. 소리의 층이 변하고 깎여 내려가는 능력에서는 활로 켜는 악기들이 특히 뛰어난데, 하프시코드에는 그것이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소리를 내는 방식에 있습니다. 하프시코드는 건반을 누르면 잭이라는 나무 막대가 올라가고 그 끝에 달린 깃대가 현을 뜯습니다. 뜯는 동작은 건반을 살살 누르든 세게 누르든 거의 같은 힘으로 일어납니다. 연주자가 힘을 조절해도 그 힘이 현까지 전달될 통로가 없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페이가 새 악기에서 무엇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는가입니다. 건반을 누르는 힘을 조절하면 여리고 센 소리뿐 아니라 첼로에서 나올 법한 목소리의 층과 변화까지 듣게 된다고 썼습니다. 이 설명은 음량만이 아니라 셈여림의 변화를 함께 가리킵니다.

    하프시코드 내부에서 현 위에 두 줄로 늘어선 잭들
    하프시코드 내부. 현 위에 잭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건반을 세게 눌러도 깃대가 현을 뜯는 힘은 거의 같습니다.

    망치는 현을 때린 즉시 떨어져야 했습니다

    크리스토포리가 바꾼 것은 뜯기를 때리기로 옮긴 것입니다. 마페이의 설명은 구체적입니다. 깃대로 소리를 내던 잭들이 있던 자리에 작은 망치들을 한 줄로 놓았고 이 망치들이 아래에서 현을 때리며, 때리는 머리 부분은 사슴가죽으로 감쌌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때리기로 바꾸는 순간 새 문제가 생깁니다. 망치가 현에 붙어 있으면 현이 울리지 못합니다. 마페이는 이 조건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망치는 현을 때린 뒤 곧바로 떨어져 나와야 했고 연주자가 아직 건반을 놓지 않았더라도 그래야 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이 장치를 이스케이프먼트라고 부릅니다. 건반과 망치를 끝까지 붙여 놓지 않고 마지막 순간에 연결을 끊어 주는 구조입니다. 이 대목은 다시채의 피아노 작동 원리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두 번째로 필요해진 것이 댐퍼입니다. 뜯은 현은 금방 잦아들지만 때린 현은 계속 울려서 다음 음과 뒤섞입니다. 마페이는 각 지렛대 끝에 꼬리를 달고 그 위에 천을 붙인 막대를 얹는 장치를 설명합니다. 건반을 누르면 이 막대가 내려가 현을 놓아주고 건반을 놓으면 다시 올라와 소리를 멈춥니다.

    몸통도 함께 바뀌었습니다. 현은 보통 하프시코드보다 굵어졌고 현을 감는 핀을 박는 나무 판은 현 아래가 아니라 위로 올라갔습니다. 이 변화는 건반 기계의 변화와 함께 악기 내부를 새로 구성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같은 기사가 이 악기를 교회와 오케스트라용이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여기 있습니다. 마페이는 새 악기를 한껏 칭찬한 바로 그 기사에서, 이것은 본래 실내악기이며 따라서 교회 음악이나 큰 오케스트라에는 맞지 않는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는 그것이 이 악기의 주된 의도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 악기의 본래 의도는 류트나 하프처럼 혼자 연주되는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1711년의 소개 글은 이 악기를 하프시코드가 실제로 하던 일에서 빼 놓았습니다. 그 일이 통주저음입니다. 바로크 시대 악보에는 맨 아래 저음 선율과 그 위에 붙은 숫자만 적혀 있고 건반 연주자가 그 숫자를 보고 화음을 즉석에서 채워 넣었습니다. 이 방식은 교회와 극장을 포함한 바로크 합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바로크 합주에서 하프시코드가 실제로 어떤 자리에 있었는지는 다시채의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초기 피아노의 소리에 붙은 반론

    마페이의 기사에는 당시 연주자들이 이 악기에 제기한 반론도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이 악기는 큰 소리를 내지 못하며 다른 하프시코드들이 가진 만큼의 센 소리를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마페이의 반박은 방어적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소리가 크다고 했습니다. 다만 건반을 힘 있게 누를 줄 알아야 그 소리가 나온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이 악기는 조금 떨어져서 들으면 더 부드럽게 들린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소리가 넉넉한 악기를 설명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흥미로운 것은 57년 뒤 독일에서 나온 기록도 같은 말을 한다는 점입니다. 1768년 베를린에서 출간된 오르간과 건반악기 개론서는 이 악기에 대해 떨어져서 들으면 더 듣기 좋게 들린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소리를 여리게 낼지 세게 낼지는 오로지 연주자가 건반을 누르는 압력의 차이에 달려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피아노가 더 커서 하프시코드를 이겼다는 설명은, 적어도 이 기록들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 기록은 음량만이 아니라 음량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함께 보여 줍니다.

    바흐가 짚은 두 가지, 질버만이 수십 년 고친 것

    같은 1768년 개론서에는 바흐가 이 악기를 어떻게 평가했는지가 남아 있습니다. 기록을 남긴 사람은 바흐의 제자였던 궁정 작곡가 요한 프리드리히 아그리콜라입니다.

    독일에서 이 악기를 만들던 고트프리트 질버만의 초기 악기 중 한 대를 바흐가 보고 쳐 보았습니다. 아그리콜라의 기록에 따르면 바흐는 그 소리를 칭찬했고 감탄하기까지 했습니다. 다만 고음이 너무 약하게 울리고 치기가 너무 무겁다고 흠을 잡았습니다.

    이어지는 대목이 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질버만은 이 말을 몹시 언짢게 받아들였고 오랫동안 바흐에게 화를 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양심은 바흐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 악기를 더 내놓지 않기로 하고 바흐가 지적한 결함을 고치는 데 여러 해를 매달렸습니다. 아그리콜라는 이 사정을 질버만 본인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적었습니다. 마침내 질버만은 특히 타건 쪽에서 많은 개선을 찾아냈고 나중에 새로 만든 악기를 바흐에게 보여 검토받아 완전한 승인을 얻어 냈습니다.

    고음이 약했던 이유도 같은 책에 적혀 있습니다. 질버만의 악기는 모든 건반에 현이 두 줄씩만 걸려 있어서 사물의 이치상 높은 음이 낮은 음만큼 강하게 울릴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크리스토프 고틀리프 슈뢰터는 낮은 음역에는 두 줄, 중간에는 세 줄, 높은 음역에는 네 줄을 거는 식으로 고음 쪽 현 수를 늘리자고 제안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피아노는 나오자마자 완성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크리스토포리가 만든 뒤 반세기가 지난 기록에서도 고음의 균형과 타건은 여전히 손보는 중이었고, 그 손봄에 바흐의 지적이 관여했습니다.

    하프시코드의 자리를 어떻게 설명할까

    그렇다면 교체는 왜 일어났을까요. 설명이 두 가지 있고 둘은 예측이 다릅니다.

    첫 번째는 성능 경쟁으로 보는 설명입니다. 더 좋은 악기가 나와서 낡은 악기를 밀어냈다는 것입니다. 이 설명은 앞에서 본 기록과 부딪힙니다. 소개 글은 이 악기가 다른 하프시코드만큼 세지 않다는 반론을 기록했고, 고음 약함과 무거운 타건도 뒤의 기록에 남아 있으며, 소개 글 자체가 합주와 교회를 용도에서 제외했습니다.

    두 번째는 직무의 변화로 보는 설명입니다. 이 설명에 따르면 하프시코드가 합주단 한가운데 앉아 있던 까닭은 통주저음이라는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주 성부가 악보에 더 많이 기입되면서 화음을 즉석에서 채워 넣는 역할이 줄어들었다는 흐름과 함께, 그 자리에 앉던 악기의 변화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직접 확인한 초기 기록은 새 악기의 성능만으로 곧바로 교체를 설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통주저음이라는 역할의 변화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통주저음이 가장 늦게까지 남은 자리는 오페라의 세코 레치타티보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노래를 멈추고 대사처럼 빠르게 주고받는 대목으로, 여기서는 오케스트라가 쉬고 건반과 저음 악기만 화음을 짚어 줍니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초연된 1786년에도 이 방식은 그대로 살아 있었습니다. 다만 그때 그 건반이 하프시코드였는지 포르테피아노였는지는 극장과 시기에 따라 달랐고 하나로 단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현대 피아노로 그 음악을 치면 무엇이 달라지나

    지금 우리가 듣는 피아노는 크리스토포리의 악기와 다른 물건입니다. 메디치 궁정 목록에 관한 2차 정리에 따르면 초기 악기는 음역이 네 옥타브 남짓이었고 한 음에 현이 두 줄이었으며 망치 머리는 사슴가죽이었습니다. 현대 피아노는 주철 프레임에 훨씬 높은 장력으로 현을 걸고 펠트 망치를 쓰며 건반이 88개입니다. 무엇보다 소리가 훨씬 오래 남습니다.

    이 차이는 세 군데에서 드러납니다.

    첫째는 성부의 분리입니다. 마페이는 이 악기에 어울리는 연주로 짜임새를 잘게 쪼개고 성부들을 걸어 다니게 만드는 방식을 꼽았습니다. 두 악기를 비교해 들을 때에는 저음의 여운이 다음 화음까지 남는지, 그 여운이 다른 성부와 어떻게 겹치는지에 귀를 기울여 볼 수 있습니다.

    둘째는 셈여림의 폭입니다. 1732년 피렌체에서 나온 로도비코 주스티니의 소나타 열두 곡은 이 악기를 위해 쓰인 가장 이른 곡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목부터 여리고 센 소리가 나는, 흔히 망치가 달렸다고 부르는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입니다. 그 악보에 적힌 여림과 셈을 현대 피아노로 연주할 때에는 대비의 폭보다 대비 자체가 어떻게 들리는지에 귀를 두는 편이 좋습니다.

    셋째는 반주에서의 균형입니다. 통주저음 자리에 현대 피아노를 앉힐 때에는 짚은 화음의 여운이 성악가의 대사와 어떻게 만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프시코드에서는 화음의 감쇠와 박의 머리에 오는 어택을 함께 들어 보십시오. 실제 균형은 악기와 편성, 연주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무엇을 들으면 이 차이가 들리나

    첫 번째는 세코 레치타티보입니다. 〈피가로의 결혼〉처럼 인물들이 노래를 멈추고 말하듯 주고받는 대목에서, 건반과 저음 악기가 화음을 어떻게 받치는지 살펴보십시오. 이번 조사에서는 특정 막·장면·마디를 검증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재현 가능한 악보 좌표가 아니라 통주저음의 기능을 비교해 보는 질문으로 남깁니다.

    두 번째는 주스티니의 소나타입니다. 악보에 적힌 여리고 셈의 대비를 따라가며, 대비의 폭보다 대비가 있다는 사실 자체에 귀를 두어 보십시오. 이 글은 아직 특정 소나타·악장·마디를 검증하지 않았으므로, 이 또한 출발점이 되는 비교 질문입니다.

    세 번째는 같은 곡을 두 악기로 듣는 것입니다. 바흐의 건반 작품을 골라 하프시코드 연주와 현대 피아노 연주를 이어서 들어 보십시오. 취향의 우열을 가르기보다, 저음의 여운과 오른손 선율이 서로 어떤 자리를 만드는지 비교해 보는 방식입니다.

    네 번째는 바로크 합주에서 하프시코드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현악기들이 함께 울릴 때 건반의 어택이 박의 머리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들어 보십시오. 이 역시 특정 악보 좌표를 검증한 지시가 아니라, 합주 안에서 건반의 역할을 가늠해 보는 질문입니다.

    피아노와 하프시코드의 관계를 승패로만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1711년의 기사를 쓴 사람은 새 악기를 소개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을 대신할 수 없는지 적어 두었습니다. 초기 기록과 통주저음이라는 역할의 변화를 함께 보면, 두 악기의 관계를 다른 각도에서 읽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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