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 속의 거울과 왕벌의 비행, 클래식의 빠르기는 어디에서 정해지는가
바다에서 왕벌 한 마리가 날아오르고, 16분음표가 쉬지 않고 구르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왕벌의 비행〉이라고 부르는 그 소리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의 옛 악보를 펼쳐 보면 곡 제목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 적혀 있는 것은 빠르기 표시와 무대 지시입니다. 빠르게라는 뜻의 비바체(Vivace), 그리고 이런 문장입니다. 바다에서 왕벌이…
-
봄의 제전 초연의 소동, 그날 비평가들이 화낸 것은 리듬이 아니었다
1913년 5월 29일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의 발레 〈봄의 제전〉이 초연됐고, 그날 저녁 객석은 조용하지 않았다. 소동은 실제로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었던 두 비평가가 며칠 뒤 지면에 남긴 문장을 읽어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 어긋나는 대목이 나온다. 앙리 키타르는 5월 31일 르…
-
스트라빈스키의 지갑 사정, 저작권 제도와 한 작곡가의 수입
목차 그가 죽고 2년 뒤에야 저작권 관계가 생겼다 국제 저작권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로열티가 끊긴 뒤 그는 무엇으로 살았나 수입 구조가 악보에 남긴 흔적 저작권 때문에 고쳤다는 말은 어디까지 확인되나 두 판본을 견주며 무엇을 들을 것인가 자주 묻는 질문 1971년 4월 6일,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가…
-
브란덴부르크 3번과 비창 4악장, 현악기가 주고받는 소리와 하나로 들리는 소리
악보 한 장에 줄이 열 개 그어져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바이올린 1, 바이올린 2, 바이올린 3, 비올라 1, 비올라 2, 비올라 3, 첼로 1, 첼로 2, 첼로 3, 그리고 맨 아래 한 줄.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을 옮겨 적은 옛 사본의 첫 장입니다. 반대쪽에 차이콥스키 〈교향곡…
-
바로크 장식음, 악보에 없는 음은 어디까지 연주자의 것인가
목차 1710년 암스테르담, 악보에 없던 음이 인쇄되다 장식은 연주자의 자유였을까, 지켜야 할 의무였을까 다 카포 아리아는 왜 장식을 요구하는 구조인가 장식음이 화성적 긴장을 만든다는 말의 뜻 어디까지가 코렐리이고 어디부터 후대의 창작인가 바로크 연주에서 무엇을 들어야 하는가 자주 묻는 질문 바로크 음악을 듣다 보면 이상한 순간이…
-
모차르트는 왜 협주곡을 출판하지 않았나
청구서 한 장에 적힌 숫자 모차르트는 자기 악보를 두 종류로 나눠 두었습니다 왜 협주곡만 그런 대접을 받았나 그는 고정 수입을 제안했고, 그 제안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그 선택이 악보 자체에 남긴 자국 필사본 유통은 그 시대의 관행 아니었나 무엇을 들으면 이 이야기가 들리나 자주 묻는 질문…
-
베토벤 자필 유서, 원고 뒷면이 말해주는 진짜 전달 경위
문서 한눈에 보기 · 문서명: 하일리겐슈타트 유서(Heiligenstädter Testament) · 작성: 1802년 10월 6일(+10일 추신), 하일리겐슈타트 · 자필 원고: 함부르크 주립·대학도서관 ND VI 4281 · 저본: Hedwig M. von Asow 전사(1957), de.wikisource 공개 전재 · 발견: 1827년 사후, 원고 뒷면에 같은 해 11월 수령 기록 남아…
-
피아노는 왜 하프시코드를 밀어냈나, 1711년 기록은 정반대를 말한다
하프시코드가 못 하던 일은 딱 하나였습니다 망치는 현을 때린 즉시 떨어져야 했습니다 같은 기사가 이 악기를 교회와 오케스트라용이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초기 피아노의 소리에 붙은 반론 바흐가 짚은 두 가지, 질버만이 수십 년 고친 것 하프시코드의 자리를 어떻게 설명할까 현대 피아노로 그 음악을 치면 무엇이…
-
바흐 하프시코드 협주곡 5번 BWV 1056: 그 유명한 라르고는 원래 이 곡의 악장이 아니었습니다
이 협주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틀어 보면 가운데에서 무언가 어긋납니다. 1악장은 총주가 한 덩어리를 내놓고 하프시코드가 받는 교대가 금방금방 돌아오고, 3악장 프레스토에서는 그 회전이 한층 더 조여집니다. 짧은 마디들이 잘게 이어 붙는 짜임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놓인 2악장 라르고만 긴 선율 하나를 조용히 끌고…
-
헨델 〈왕궁의 불꽃놀이〉 HWV 351, 왜 녹음마다 소리가 다를까: 남아 있는 두 편성
〈왕궁의 불꽃놀이〉를 음반으로 두 장쯤 들어 보면 금세 이상한 데가 눈에 띕니다. 어떤 녹음에서는 바이올린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데, 어떤 녹음에서는 관악기와 타악기만 울립니다. 연주자가 취향대로 고른 결과가 아닙니다. 이 곡에는 서로 다른 편성이 둘 남아 있고, 오늘 나와 있는 음반은 그 둘로 갈립니다. 곡 한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