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그너 〈로엔그린〉 혼례의 합창 · 결혼식 입장곡이 된 그 노래는 신방으로 들어가라고 말한다
예식장에서 그 선율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오르간이거나 현악 몇 대이고, 사람 목소리는 대개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선율뿐입니다. 그런데 이 곡은 원래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입니다. 남자들과 여자들이 네 성부로 나뉘어 함께 부르고, 그 노래에는 가사가 붙어 있습니다. 악보를 펼치면 그 가사 위에 무대지시가…
-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작곡가가 간주 속에 자기 얼굴이 보인다고 적은 피아노 모음곡
무소르그스키가 1874년 6월에 쓴 피아노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에는 곡과 곡 사이에 같은 선율이 자꾸 돌아옵니다. 악보에 프롬나드라고 적혀 있는 대목입니다. 흔히 전시장에서 다음 그림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라고 설명하는 자리인데, 작곡가 자신은 그것을 조금 다르게 불렀습니다. 곡을 쓰던 그 여름에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간주 속에 자기…
-
엘가 〈위풍당당 행진곡〉 1번 · 졸업식 곡이 된 것은 1905년 미국에서였다
1901년 10월 22일, 런던 퀸스 홀의 프롬스 연주회에서 헨리 우드가 새 행진곡 두 곡을 지휘했습니다. 그날 저녁을 우드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그중 한 곡이 끝나자 청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질렀습니다. 우드는 같은 곡을 다시 연주했지만 결과는 같았고, 청중은 다음 순서로 넘어가는 것 자체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
헨델 〈보아라 정복의 용사 오신다〉, 이 합창은 그 승리의 자리에 없었다
1750년 3월, 런던 코번트 가든에서 〈유다스 마카베우스〉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극장에서는 대본책을 팔았습니다. 그 책에는 「추가곡」이라는 별지가 한 장 끼워져 있었습니다. 그 무대에서 추가로 불린 대목의 가사를 담은 종이입니다. 거기 실린 곡 가운데 하나가 지금 우리가 헨델의 승전 합창으로 아는 “보아라, 용사 돌아온다”입니다. 이 오라토리오는…
-
드뷔시 〈포도주의 문〉과 당글베르의 프렐류드, 악보에 적힌 것과 적지 않은 것의 사정
1689년 파리에서 나온 어느 클라브생 악보집의 표제면은 맨 아래 두 줄이 다른 책과 다릅니다. 서점 이름이 없습니다. 대신 「파리, 저자의 집에서, 생트안 거리, 생로슈 근처」라고 적혀 있습니다. 원문은 「Chez l’Autheur Rüe S.te Anne près S.t Roch」입니다. 1689년 안에 발행 상태가 둘이고, 나중 것은 주소를 생토노레…
-
[클래식 잡학사전] 도레미는 누가 만들었을까 — 귀도 다레초와 세례 요한 찬가
노래를 가르치는 일이 지금과 아주 달랐던 때가 있습니다. 당시 널리 쓰이던 기보 가운데 상당수는 선율이 오르내리는 윤곽만 보여 주었고, 어느 음에서 어느 음으로 가는지를 종이만 보고 확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수도원의 성가대원은 결국 누군가 불러 주는 것을 듣고 외웠습니다. 11세기 이탈리아 아레초의 한 수도사가 이 문제에…
-
비발디 글로리아 RV 589 — 영화 샤인에 실린 그 곡과 1926년 토리노
영화 〈샤인〉의 사운드트랙 음반에는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이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그 옆에 트럼펫과 합창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2분 26초짜리 트랙이 하나 끼어 있습니다. 비발디의 〈글로리아〉, 그중 첫 곡 「높은 곳에 하느님께 영광」입니다. 이 곡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1939년까지 아무도 이 곡을 연주한 적이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
바흐 마태수난곡, 초연이 언제였는지는 종잇조각 하나가 말한다
바흐의 마태수난곡(BWV 244)은 합창단도 둘, 관현악도 둘로 짜인 곡입니다. 두 개의 합창단, 두 개의 오케스트라, 그리고 합창단마다 따로 배정된 독창 성부가 마태복음 26~27장의 수난 이야기를 약 3시간에 걸쳐 펼쳐냅니다. 독창 성부는 합창단마다 넷씩 모두 여덟인데, 그것이 곧 독창자가 여덟 명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늘날 흔히 그렇게…
-
장난감 교향곡은 누가 썼나, 하이든 목록에는 없는 곡
연주하려면 악기점이 아니라 장난감 가게에 들러야 하는 곡이 하나 있습니다. 흔히 〈장난감 교향곡〉이라 부르는 다장조의 짧은 곡입니다. 이름에 교향곡이 붙어 있지만 원형은 현악 세 성부에 장난감 악기를 얹은 짧은 실내악입니다. 악보의 편성표에 현악기와 나란히, 뻐꾸기 우는 소리를 내는 피리와 메추라기 피리, 작은 트럼펫, 작은 북,…
-
거울 속의 거울과 왕벌의 비행, 클래식의 빠르기는 어디에서 정해지는가
바다에서 왕벌 한 마리가 날아오르고, 16분음표가 쉬지 않고 구르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왕벌의 비행〉이라고 부르는 그 소리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의 옛 악보를 펼쳐 보면 곡 제목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 적혀 있는 것은 빠르기 표시와 성악보에 실린 지시문입니다. 생기 있게 빠르게라는 뜻의 비바체(Vivace)와 4분음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