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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농담〉 현악 사중주, 마지막 30초는 농담인가 설계인가

연주가 끝났는데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는 순간이 있습니다. 하이든의 현악 사중주 〈농담〉 마지막 악장이 그렇습니다. 곡이 분명히 멈췄는데 객석은 서로 눈치를 봅니다. 이 글은 그 마지막 30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농담인지 설계인지를 따져 봅니다. 곡 한눈에 보기 • 작곡가: 요제프 하이든(1732~1809) • 작품번호·조성: 현악 사중주 Op.33 No.2, 내림마장조(Hob.III:38) • 작곡: 1781년 여름부터 가을 • 헌정: 러시아의 파벨 대공 • 구성: 4악장(알레그로 모데라토, 스케르초, 라르고 소스테…

루바토란 무엇인가, 쇼팽이 말한 루바토와 지금 우리가 듣는 루바토

루바토(rubato)는 이탈리아어로 훔쳤다는 뜻입니다. 시간을 훔친다는 말입니다. 어디선가 시간을 조금 당겨 쓰고 다른 데서 갚는 연주, 그것이 루바토입니다. 그런데 무엇에서 훔쳐 어디에 갚느냐를 두고 쇼팽의 시대와 지금이 서로 다른 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1849년의 쇼팽. 이 글에 나오는 증언들은 대부분 이 사진이 찍힌 뒤, 그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 적힌 것입니다. 목차 루바토란 무엇인가 쇼팽 이전의 루바토, 흔들린 것은 오른손뿐이었다 왼손은 지휘자다, 이 문장은 누가 언제 적었나 쇼팽 자신의 …

[지휘자 시리즈] 클라우디오 아바도, 침묵으로 이끈 지휘자

루체른 페스티벌의 리허설장. 위암 투병 이후 눈에 띄게 야윈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가 지휘봉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눈빛과 손짓만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습니다. 아바도의 리허설을 지켜본 이들의 증언에는 한 가지 특징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그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카네기홀 전 총감독 클라이브 길린슨은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그는 리허설에서 사실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너무 수줍어서 아주 조용히 말한다. 하지만 효과가 있다. 모두가 그의 연주가 얼마나 훌륭한지 …

[지휘자 시리즈] 게오르크 솔티, 오페라하우스와 오케스트라, 녹음실을 잇다

게오르크 솔티(Georg Solti)는 어떻게 오페라극장, 교향악단, 녹음실을 한 경력 안에서 이었을까요? 연도만 보면 재직과 녹음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깊이 보면 다릅니다. 극장의 무대 감각, 오케스트라의 리허설, 녹음실의 책임감은 솔티에게 분리된 일이 아니었습니다. 1969년의 솔티는 코벤트가든(1961~1971)을 맡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시카고 심포니(1969~1991)도 이끌고 있었습니다. Decca 〈니벨룽의 반지〉 녹음(1958~1965)도 프랑크푸르트·코벤트가든 재임기에 걸쳐 있습니다. 시카고 재임 중에는 …

모차르트 레퀴엠, 어디까지가 모차르트인가

곡 한눈에 보기 •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작품번호·조성: K.626, d단조 • 작곡: 1791년, 미완성으로 남음 • 위촉: 프란츠 안톤 폰 발제크 슈투파흐 백작, 보수 50두카트 • 자필 악보: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 소장, 납품 악보와 작업 악보 두 권 • 통용 완성본: 프란츠 크사버 쥐스마이어, 1792년 완성. 초판은 1800년 라이프치히 목차 위촉자에게 건네진 악보에는 1792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모차르트가 남긴 것은 노래와 베이스, 그리고 밑그림입니다 …

[지휘자 시리즈] 세르지우 첼리비다케 — 같은 연주는 두 번 없다고 믿은 지휘자

인물 한눈에 보기 • 한 줄 정의: 녹음을 거부하고 오직 실황의 순간만을 믿은 지휘자 • 생몰: 1912년 6월 28일 ~ 1996년 8월 14일 • 국적·주 활동지: 루마니아 출생, 독일(베를린·뮌헨) 중심 활동 • 핵심 자리: 전후 베를린필하모닉 지휘 1945~1952, 뮌헨필하모닉 음악총감독 1979~1996 • 대표 실황: 브루크너 교향곡 7번(베를린필, 1992년 복귀 공연), 브람스 교향곡 전곡(뮌헨필) 첼리비다케 시작하기 좋은  • 처음이라면: 뮌헨필하모닉과 남긴 브루크너 교향곡 7번 실황 목차 …

바흐가 불면증 백작을 위해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썼다는 이야기, 사실일까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BWV 988)에는 잘 알려진 사연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밤마다 불면에 시달리던 카이절링 백작을 위해, 바흐가 이 곡을 썼다는 이야기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게 확정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통째로 지어낸 것으로 보기에는, 세 사람이 실제로 서로를 알고 있었습니다. 재판에 오른 통설 포르켈은 이렇게 전합니다. 러시아 대사 카이절링 백작(Hermann Carl von Keyserlingk)이 불면증을 달래기 위해, 전속 연주자였던 소년 골드베르크에게 연주시킬 곡을 바흐에게 위촉했다. 곡을 받은 백작은 크게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