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는 바흐(Bach), 베토벤(Beethoven)과 함께 '독일 음악의 3B'로 불리는 위대한 작곡가이다. 그는 낭만주의 시대의 격정 속에서도 고전주의의 굳건한 형식을 계승하며, 오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장르에서 불멸의 작품을 남겼다. 이 글에서는 베토벤의 후계자이자 고독한 낭만주의자였던 브람스의 생애와 깊이 있는 그의 음악 세계를 소개한다.
1. 브람스의 생애: 가난한 음악가에서 거장으로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는 1833년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였던 아버지에게 여러 악기를 배우며 음악을 시작했다. 7세 때 코셀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10세 때 공개 연주회를 가졌다. 12세 때 마르크젠에게서 작곡과 음악이론을 배우게 된 것은 그에게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튼튼한 형식을 갖춘 음악을 추구하게 하였다.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피아노 연주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던 중 당시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힘을 통해 슈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슈만으로부터 ‘베토벤의 후계자’라는 극찬을 받고, 이를 계기로 브람스는 슈만 부부와 평생 인연을 맺게 된다. 슈만이 죽은 후 브람스는 그의 가족을 돌보아주었고, 슈만의 부인인 클라라 슈만과도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였다. 브람스의 민요 동요곡집은 슈만의 자녀를 위하여 작곡된 것이다. 1857년부터 2년 간은 대체로 함부르크에서 창작뿐만 아니라 궁정의 음악 선생, 피아니스트, 합창 지휘를 하면서 지냈다. 1862년부터는 빈에 정착했고, 1892년경부터 클라라를 비롯해 그의 몇몇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자 실의에 빠져 고독한 생활을 하다 1897년 간암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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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람스의 모습 (출처: classical-music.com) |
2. 브람스의 음악 세계: 보수적인 혁신가
브람스는 새벽에 기상하여 블랙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 다음 바흐의 푸가를 연주하거나 대위법 연습을 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아침 내내 작곡하는 습관이 있었다. 브람스의 음악은 보수적이었지만 그는 과거의 전통적인 형식을 자신만의 음악어법으로 잘 녹여낸 선구자였다. 브람스의 위대한 능력은 그가 오페라를 제외한 클래식 음악의 모든 장르에서 훌륭한 작품들을 남겼다는 점이다. 그는 부드럽고 열정적인 피아노 독주곡, 우아한 교향곡, 수많은 현악 4중주, 합창곡과 레퀴엠도 작곡했다.
3. 주요 작품 분석
교향곡: 베토벤의 그림자를 넘어
브람스의 4개의 교향곡은 베토벤 이후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브람스는 표제음악을 거부하고 있으며 4개의 교향곡 역시 모두 표제를 갖고 있지 않다. 낭만주의의 서정성을 갖고 있지만 고전주의의 절대음악에 기초하고 있다. 브람스는 그의 교향곡에 베토벤의 동기 발전 기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넓게 보면 바그너가 즐겨 사용한 라이트모티프와도 비교된다. 교향곡 1번은 **'베토벤 교향곡 10번'**이라고 불릴 정도로 베토벤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베토벤을 뛰어넘기 위해 교향곡을 작곡하는데 15년이라는 각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교향곡 4번은 4개의 교향곡 중에서 적은 수의 압축된 주제와 동기를 사용한 가장 짧은 교향곡이다. 이 곡은 2악장에서 프리지아 선법을 사용하고 4악장에서는 **파사칼리아**의 변주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에서 발견되듯 브람스는 과거의 기법이나 양식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이러한 고전적 기법을 작품에 적용했다.
실내악: 낭만주의 실내악의 정수
또한 브람스는 낭만시대의 다른 작곡가들보다 많은 실내악을 작곡했고, 음악적으로도 이 시대를 대표하는 실내악 작곡가이기도 했다. 24곡에 이르는 실내악은 바로크의 대위법과 4악장 구조의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법과 양식은 언제나 낭만주의적인 감성과 융합되어진다. 전체적으로 브람스의 실내악은 베토벤에게서 영향을 받고 있다. 실내악 처음 작품은 1854년에 작곡한 피아노 3중주 B장조이고, 1860년대에 와서는 2개의 현악 6중주를 작곡했다. 1850년대 말에 작곡한 피아노 4중주는 그의 실내악 가운데 자주 연주되는 유명한 작품이다. 브람스 실내악의 완숙한 경지를 보여주는 피아노 5중주는 처음에는 2개의 첼로를 도입한 현악 5중주로 작곡되었다가 1864년에 현재처럼 악기를 재편성했다. 그 밖의 말기 작품으로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3곡, 첼로를 위한 소나타 2곡, 클라리넷을 위한 소나타 2곡 등이 있다.
피아노 작품: 소나타, 변주곡, 그리고 내면의 독백
피아노 작품으로는 전체적으로 그가 몰두했던 작품 연대순으로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 소나타 (초기): 작품번호 1, 2, 5번으로, 그가 20살이 되기 전인 초기의 작품으로 젊음이 넘치고 정열이 가득 차 있으며, 그가 젊은 시절 심취했던 문학에의 열정이 반영되어 있다.
- 변주곡 (중기): 변주 형식은 기존 형식 중에서 브람스의 음악적 사고를 표현하는데 특히 적당한 양식이었다. 슈만, 파가니니, 헨델 등의 주제를 활용하여 제한된 형식 속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펼쳤다.
- 성격소품 (후기): 브람스는 말년에 성격소품(Character piece)을 썼다. 작품으로는 발라드, 랩소디, 카프리치오, **인터메초** 등이 있고 브람스 성격소품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18곡이나 되는 인터메초이다. 문학과의 연결 없이 순수하게 음악만으로 고독과 회상 같은 깊은 내면을 표현한 걸작들이다.
브람스 입문자를 위한 추천곡
브람스의 음악을 처음 접한다면 다음 곡들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 헝가리 무곡 5번: 경쾌하고 강렬한 선율로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브람스의 대표곡이다.
- 교향곡 3번 3악장 '포코 알레그레토': 영화와 광고에 자주 삽입된, 가을의 쓸쓸함과 낭만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선율이다.
- 자장가 Op. 49, No. 4: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자장가로, 그의 따뜻한 서정성을 느낄 수 있다.
- 인터메초 Op. 118, No. 2: 말년의 고독과 깊은 사색이 담긴 피아노 소품의 정수로, 늦가을에 어울리는 명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