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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왕 베르디를 유명하게 만든 첫번째 작품 <나부코 Nabcco>

  오페라의 왕으로 알려진 베르디. 그에게 첫번째로 명성을 안겨준 오페라가 바로 <나부코>였다. 나부코는 베르디 당시 북이탈리아의 시대적인 상황과 맞물려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1813-1901)는 스칼라 극장과 3편의 오페라 계약을 맺었지만 그의 두 번째 오페라 <하루만의 임금님(Un giorno di regno)>의 완전한 실패로 실의에 빠져 있었다. 가정적으로도 불행이 찾아와 결혼한 지 불과 4년 만에 딸과 아들을 잃고 아내인 마르게리타도 뇌수막염으로 쓰러져 사망하였다. 


  베르디가 깊은 절망에 빠져 삶에 대한 의욕조차 잃어가고 있을 때 밀라노 스칼라 극장의 지배인 메렐리(Bartolomeo Merelli, 1794-1879)는 대본가 테미스토클레 솔레라(Temistocle Solera, 1815-1878)의 작품을 들고 베르디를 찾아갔다. 그는 이 대본에 강렬한 애착을 느끼고 있었다. 솔레라의 대본에는 히브리 민족이 고통과 환난 속에서도 민족의식과 신앙을 잃지 않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강인한 의지가 묘사된 장면이 있었고 이는 베르디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바로 이러한 계기로 인하여 베르디는 솔라레의 대본으로 오페라 <나부코>를 창작하게 되었다.


훗날 베르디는 솔레라의 대본을 읽은 것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 대본을 받아들고 가는 길에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서글픔이 엄습해 왔다. 너무나 괴로워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성급하게 대본을 넘겨보다가 “날아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의 날개를 타고”에 이르자 가슴 속에서 벅찬 감동이 차올랐다.


나부코 DVD 앞면의 이미지입니다.
나부코 DVD 앞면


  <나부코  Nabcco>는 구약성경을 바탕으로 네부카드네자르(Nebuchadnezzar)가 유대인들을 노예로 삼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부코는 '네부카드네자르'를 이탈리아식으로 줄인 말이다. 한국어 성경에는 느부갓네살로 표기되어 있으며 BC 605-562에 생존한 왕으로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히브리인들을 바벨론으로 강제 이주시킨 인물이다.


  <나부코>가 1842년 3월 9일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되었을 때 관객들은 전율했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제3막에서 부르는 '노예들의 합창'은 단번에 북 이탈리아 국민들을 사로잡는 명곡이 되었다. 초연이후 8회 공연이 예정되었는데 무려 67회나 연장 공연이 되었다. 스칼라 극장에서는 베르디에게 매 시즌 오페라 한 편씩을 써줄 것을 부탁했다.


  <나부코>의 성공 비결은 애국심이었다. 19세기 중반까지도 통일 국가를 이루지 못했던 이탈리아의 국민은 바빌론으로 끌려간 히브리인들에게 고스란히 자신들의 처지를 투영했다. 이탈리아인들이 히브리 노예라면, 당시 이탈리아 북부를 점령하고 있던 오스트리아는 바빌론 왕국이었던 셈이다. 초연 당일부터 관객들이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에 열광하는 바람에, 오스트리아 당국의 금지 조치에도 앙코르로 이 합창을 다시 연주했다고 한다. ‘베르디 만세(Viva Verdi)’라는 구호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이탈리아 국왕(Vittorio Emanuele Re D’Italia) 만세’의 약자로 해석되었다. 베르디는 이탈리아 통일 운동을 의미하는 ‘리소르지멘토(Risorgimento)’의 음악적 상징이 된 것이다. 지금도 이탈리아에서 <나부코>를 공연하면 이 합창은 앙코르를 포함해 두 번씩 연주하는 것이 관례로 정착했다.


  정치적 상황 이외도 <나부코>는 음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 있었다. 이 오페라는 당시 유행하던 벨칸토 오페라와는 결이 달랐다. 로시니, 도니체티, 벨리니 등이 만들어낸 달콤하고도 애절한 선율과 가수들의 현란한 기교를 앞세운 세련된 스타일의 오페라가 아니었다. 열정의 노래와 폭발적인 합창을 내세웠기에 투박하고 거칠었으나, 피를 들끓게 만드는 남성적인 박력과 직설적인 힘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그 당시에는 군대음악 같다는 혹평도 들었지만 관객들은 베르디의 음악에 환호성을 보냈다. 


   또한 작품의 전체적인 무게 중심이 바리톤의 나부코와 베이스의 자카리아가 맡고 있는 것도 특이하였다.


  <나부코>에서 아비가일 역을 맡았던 소프라노 주세피나 스트레포니(1815-1897)의 완벽한 가창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베르디와 인생을 함께하는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은 베르디의 또다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와 연결된다. <라 트라비아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원하면 아래의 링크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마지막으로 오페라 <나부코>의 줄거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작품의 배경은 BC 586년부터 7년간, 예루살렘과 바빌로니아의 왕궁이다.


  1부는 예루살렘에서 바빌론의 왕 나부코가 침략해 온다는 사실에 히브리인들이 두려워하면서 시작된다. 히브리의 대제사장 자카리아는 백성들에게 희망을 노래하지만 나부코의 첫째딸 아비가일레는 바빌론 군대를 이끌고 예루살렘을 공격한다. 히브리인들 무리 속에서 이즈마일레를 발견한 아비가일레는 그가 자신의 동생인 페네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마음을 전하지만 거절당한다.


  2부에서 페네나는 자신을 향한 이즈마엘레의 사랑을 확인하고 히브리교로 개종한 반면, 아비가일레는 자신의 태생이 노예라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 나부코를 배신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계획을 실천하기도 전에 나부코는 스스로 자신이 유일신임을 외치다가 벼락을 맞고 쓰러진다. 나부코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아비가일레는 그의 머리에서 떨어진 왕관을 쓰고는 스스로 왕위에 오른다.


  3부에서 아비가일레의 즉위식 중에 나부코가 비틀거리며 등장하는데 아비가일레는 나부코에게 히브리인들의 처형을 승인하는 서명을 요구한다. 나부코는 자신의 친딸인 페네나가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줄 모른 채 서명을 하게 되고 출생의 비밀을 발설하며 아비가일레에게 왕위를 포기할 것을 협박하지만 실패한다.


  4부에서 감옥에 갇혀 있던 나부코는 신에 대한 자신의 무모함을 반성하고 신께 사죄한다. 벼락을 맞았던 나부코는 온전한 정신으로 다시 돌아오고 자신의 부하였던 압달로와 함께 아비가일레를 폐위시키고 페네나를 구하러 간다. 나부코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용서를 빌며 우상을 파괴하고 유일신인 히브리 신을 찬양한다. 아비가일레는 자신의 파멸을 알자 독약을 마시고 등장하여 지난날에 대한 용서와 자비를 구하며 숨을 거둔다.



🔊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감상하기

  제임스 레바인이 지휘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실황 영상이다. 합창단들이 어떻게 히브리 노예들의 상황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시면 감상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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