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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신년음악회 해설: 역사,일정,비화,티켓,앙코르,꽃장식 뒷이야기

  어느 해부터인지 빈 신년음악회(Neujahrskonzert der Wiener Philharmoniker)의 동영상을 매년 찾아보게 될 정도로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점에 듣는 클래식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다른 연주회와는 다르게 관객들과 밝은 모습으로 함께 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빈 신년음악회는 필자에게 '가장 참석해보고 싶은 음악회'가 되었다. 하지만 이 공연 티켓을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고, 연초에 빈을 방문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 대신, 이 음악회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1. 세계 최고의 음향, 무지크페라인 황금홀

  1870년 건설된 무지크페라인(Musikverein) 극장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정기 연주회가 열리는 주요 무대다(오케스트라는 빈 국립오페라단 소속 단원들로 구성되어 독립 운영됨). 여러 홀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고전적인 황금홀(Goldener Saal)에서 신년음악회가 열린다.

  음악회가 열리는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악기라 불린다. 건축가 테오필 한센이 고대 그리스 건축 원리를 음향학적으로 적용하여 설계했으며, 나무로 만들어진 공간과 정교한 구조 덕분에 세계 최고의 음향을 자랑한다.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열리는 빈 신년음악회
무지크페라인 황금홀 (출처 : 빈 필하모닉)

  화려한 황금홀에 화려한 꽃장식이 더해진 가운데 펼쳐지는 공연은 상상만 해도 황홀하다. 이 음악회는 세계 90여 개국 이상에 실황 중계가 된다.

2. 음악회 역사와 프로그램

  1939년 12월 31일 처음 열린 빈 신년음악회는, 빈이 낳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를 비롯한 슈트라우스 가문의 경쾌한 춤곡을 묶어 연주하던 콘서트였다. 수익금 전액을 당시 오스트리아를 지배하던 국가사회주의 정당의 겨울원조(Kriegswinterhilfswerk)에 기부하는 정치 행사로 시작되어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정례적인 1월 1일 신년 연주는 1941년부터 이어졌고, 전통적으로 오전 11시 15분에 시작한다. 새해의 희망찬 분위기에 빠른 폴카와 느린 왈츠, 행진곡 등으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었기에 신년음악회로 완벽히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3. 티켓 가격과 예매 정보

  1940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1월 1일 오전 11시 15분에 시작하여 약 두 시간 동안 연주회를 한다. 인기가 워낙 많아 12월 30일과 31일에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공연이 이루어진다(12/30 오전 11:00, 12/31 오후 7:30).

  • 티켓 가격 (공식 공지 기준)
    • 12월 30일 (프리뷰) : 20 ~ 495 유로
    • 12월 31일 (송년 콘서트) : 25 ~ 860 유로
    • 1월 1일 (신년 콘서트) : 35 ~ 1,200 유로
    ※ 시즌·좌석등급에 따라 변동 가능
  • 예매 방법
    • 신청 기간: 매년 2월 1일부터 2월 28일(또는 29일)까지
    • 신청 사이트: 빈 필하모닉 공식 홈페이지 

    • 신년(1/1)은 1인당 최대 2장, 프리뷰·송년은 1인당 최대 4장까지 신청 가능

    • 당첨 발표: 3월 중순, 이메일로 당첨 여부 통보

4. 지휘자 그리고 약속된 앙코르

  입단이 가장 까다롭다는 빈 필하모닉은 오케스트라의 독립성을 위해 상임지휘자를 두지 않고, 매년 세계 최고의 객원 지휘자를 초청하는 전통이 있다. 그래서 해마다 어떤 거장이 지휘봉을 잡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매우 크다.

  신년음악회의 프로그램은 해마다 다르지만,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춤곡은 거의 빠지지 않는다. 또한 프로그램에 없는 앙코르곡이 연주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그중에서도 아래 두 곡은 거의 빠지지 않고 연주된다.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요한 슈트라우스 2세)
  • 라데츠키 행진곡 (요한 슈트라우스 1세)

[라데츠키 행진곡]의 특별한 순간
  특히 '라데츠키 행진곡'이 시작되면 지휘자가 관객을 보며 지휘를 하고, 관객들은 손뼉을 치며 호응하는 따뜻한 모습을 연출한다. 원래 클래식 공연에서는 악장 사이나 연주 도중에 박수를 치면 안 되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와 관객이 모두 하나가 되는 이 순간은 신년음악회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자리매김했다.

5. 알아두면 더 재미있는 TMI

  • 화려한 꽃 장식의 비밀: 1980년부터 2013년까지는 이탈리아 '산레모'시가 꽃을 선물했지만, 관계가 틀어지면서 2014년부터는 빈 시립 정원 관리청이 오스트리아의 꽃으로 직접 장식한다. 약 3만 송이의 꽃이 사용되며,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에게 기념으로 나누어주기도 한다.
  • 발레는 어디서 출까?: TV 중계에 나오는 아름다운 발레 장면은 황금홀이 아닌, 쇤브룬 궁전, 벨베데레 궁전 등 비엔나의 유서 깊은 장소에서 사전 녹화된 영상이다.
  • 추천 명반: 매년 신년음악회 실황 음반이 발매된다. 어떤 음반을 들어야 할지 고민된다면,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한 1989년과 1992년 음반을 추천한다. 역사에 남을 명반으로 꼽힌다.


6. 2026년 프리뷰

  2026년의 지휘자는 이탈리아의 살아있는 전설, 리카르도 무티(Riccardo Muti)로 결정되었다. 이는 무려 일곱 번째 신년음악회 지휘로, 그의 깊이 있는 해석과 카리스마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가 2021년 지휘한 음악회는 무관중으로 진행되어 더욱 연주에 집중할 수 있었던 특별한 공연이었다.

마치며

  최고의 음향을 만들어내는 아름답고 화려한 공간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 있는 시간에, 최고의 실력파 연주자들이 선사하는 밝고 경쾌한 음악을 듣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준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음악회로 자리매김한 빈 신년음악회의 인기는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직접 현장에서 박수를 치며 라데츠키 행진곡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