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작품번호 K.314가 붙여진 곡은 원래 두 개였다. 오보에 협주곡과 플루트 협주곡이 어쩌다 같은 번호를 나눠 가지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왜 두 곡이 같은 쾨헬번호를 나눠 가졌을까
모차르트의 작품에는 K 또는 KV(Köchel Verzeichnis)라는 표기가 붙는데, 모차르트의 작품을 정리한 오스트리아의 음악학자 루트비히 폰 쾨헬(Ludwig von Köchel, 1800~1877)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데 모차르트의 작품목록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곡에 같은 쾨헬번호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 바로 K.314다. 쾨헬이 착각한 것일까. 물론 쾨헬의 초기 목록에는 여러 결점이 있었지만, 이 경우는 쾨헬의 실수 때문이 아니라 두 곡의 진짜 관계가 20세기에 들어서야 밝혀진 사정과 관련이 있다.
본래 두 곡은 모두 K.314라는 번호 하나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1920년, 음악학자 베른하르트 파움가르트너가 잘츠부르크에서 잃어버린 것으로 여겨졌던 오보에 협주곡 원곡의 자필 파트보를 재발견하면서 두 곡의 선후관계가 명확해졌다. 이후 개정된 쾨헬목록에서는 먼저 작곡된 오보에 협주곡 원곡을 K.271k로, 나중에 편곡된 플루트 협주곡 D장조를 지금도 통용되는 K.314로 정리했다. 즉 오늘날 우리가 K.314라 부르는 곡은 정확히는 플루트 협주곡 쪽을 가리키며, 오보에 협주곡의 정식 번호는 K.271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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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차르트 (출처 : hoffmanacademy.com) |
오보에 협주곡, 페를렌디스를 위해 썼지만
오보에 협주곡 다장조는 1777년 봄에서 여름 사이, 잘츠부르크에서 작곡되었다. 이 곡을 위촉한 사람은 그해 잘츠부르크 궁정악단의 오보이스트로 새로 임명된 이탈리아 베르가모 출신의 주세페 페를렌디스(Giuseppe Ferlendis, 1755~1802)였다. 페를렌디스의 연봉은 540굴덴으로, 당시 모차르트 자신의 급여보다도 40굴덴이나 많았다.
그런데 정작 페를렌디스는 이 곡을 연주하지 못했다. 곡이 완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그해 9월, 그는 뮌헨에 더 나은 자리를 얻어 잘츠부르크를 떠나 버렸기 때문이다. 그가 이 협주곡을 실제로 연주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대신 이 곡에 새로운 생명을 준 것은 훗날 만하임에서 만난 또 다른 오보이스트 프리드리히 람이었다. 모차르트는 이 협주곡의 악보를 람에게 선물했고, 람은 크게 기뻐하며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이 곡을 열심히 알렸다고 전해진다.
만하임에서 만난 사람들
21세가 되던 1777년,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 대주교와의 불화 끝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 흔히 이때부터 1779년 빈에 정착하기 전까지를 만하임과 파리 여행기라 부르는데, 모차르트에게 마냥 즐거운 여정은 아니었다. 독일의 뮌헨과 만하임을 거쳐 프랑스 파리까지 오가며 연주 활동을 이어 갔지만 원하던 자리를 얻지 못했고, 여행 중에 어머니를 여의는 슬픔까지 겪었다.
하지만 이 여행에서 얻은 것도 있었다. 만하임에서 특별한 음악가들과 인연을 맺은 것이다. 먼저 만난 사람은 만하임 궁정악단의 수석 플루티스트였던 요한 밥티스트 벤틀링(Johann Baptist Wendling, 1723년 세례~1797년)이었다. 그리고 벤틀링의 소개로 페르디난트 드 장(Ferdinand Dejean, 1731~1797)을 알게 되었다. 드 장은 단순한 부유한 애호가가 아니었다. 그는 본에서 태어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외과의사로 아시아에서 십 년 가까이 일한 뒤 유럽으로 돌아와 라이덴에서 의학과 화학을 공부한 인물이었다. 아시아에서 얻은 재산 덕분에 이후로는 예술과 학문을 즐기는 삶을 살 수 있었고, 아마추어 플루티스트로서 플루트와 관련 작품을 수집하는 것이 그의 취미였다. 모차르트는 편지에서 그를 우리의 인도인, 혹은 부유한 네덜란드인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곤 했다.
드 장의 위촉과 미완성으로 끝난 약속
드 장은 모차르트에게 연주하기 쉬운 플루트 협주곡 세 곡과 플루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위한 4중주 몇 곡을 작곡해 달라고 요청했다. 작곡료로는 200굴덴, 지금 가치로 어림잡아 한화 수백만 원 대에 해당하는 금액을 약속했다.
그러나 드 장이 1778년 2월 15일 파리로 떠날 무렵까지 모차르트가 실제로 건넨 것은 약속한 분량에 미치지 못했다. 협주곡은 세 곡이 아니라 두 곡만 완성되었고, 그중 한 곡마저 새로 작곡한 곡이 아니라 기존에 써 두었던 오보에 협주곡을 옮긴 것이었다. 4중주는 세 곡을 전달했지만, 첫 곡만 온전한 3악장 구성이었고 나머지 두 곡은 2악장짜리 미완성 상태였다. 결국 드 장은 약속한 200굴덴 가운데 96굴덴만 지불했다. 이는 드 장이 인색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받은 작품이 애초에 약속한 분량과 완성도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이다.
여기에는 모차르트 나름의 사정도 있었다. 그는 플루트라는 악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당시의 플루트는 지금처럼 정교하게 개량되지 않아 음정이 고르지 않고 매끄러운 소리를 내기 어려운 악기였다. 이런 악기를 위해 새로운 곡을 여러 편 써야 하는 상황에서, 성격이 급했던 모차르트는 마감을 맞추기 위해 이미 써 둔 오보에 협주곡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왜 오보에 협주곡이 플루트 협주곡이 되었을까
드 장을 위해 오보에 협주곡을 플루트용으로 옮기는 작업은 1778년, 만하임에 머무는 동안 이루어졌다. 두 곡은 독주 성부를 뺀 나머지 부분이 사실상 같다. 다만 모차르트는 플루트가 오보에와 주법이나 음향적 특징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플루트 독주 성부에 장식음을 훨씬 풍성하게 넣어 오보에 협주곡보다 조금 더 유려하고 화려하게 들리도록 손을 보았다. 원곡을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라 악기의 성격에 맞추어 다시 다듬은 셈이다.
감상 추천
오보에 협주곡은 오보이스트 미셸 피게가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지휘하는 고대음악원(The Academy of Ancient Music)과 함께한 데카(DECCA) 음반을, 플루트 협주곡은 플루티스트 엠마누엘 파후드가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한 워너 클래식(WARNER CLASSICS) 음반을 추천한다. 아래 영상은 각각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가 지휘하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과 오보이스트 프랑수아 를뢰의 오보에 협주곡 연주, 그리고 정치용이 지휘하는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플루티스트 한여진의 플루트 협주곡 연주다.
오보에 협주곡 : Andrés Orozco Estrada 지휘, François Leleux 오보에, Frankfurt Radio Symphony
플루트 협주곡 : 정치용 지휘, 한여진 플루트,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
자주 묻는 질문
Q. 모차르트의 오보에 협주곡과 플루트 협주곡은 왜 같은 쾨헬번호를 가졌나?
원래 두 곡 모두 K.314라는 하나의 번호로 알려져 있었으나, 1920년 잃어버렸던 오보에 협주곡 원곡의 자필 파트보가 잘츠부르크에서 재발견되면서 두 곡의 선후관계가 명확해졌습니다. 이후 개정된 쾨헬목록에서 1777년에 먼저 쓰인 오보에 협주곡 원곡은 K.271k로, 1778년에 편곡된 플루트 협주곡 D장조는 지금 쓰이는 K.314로 정리되었습니다.
Q. 오보에 협주곡은 누구를 위해 작곡되었나?
1777년 잘츠부르크 궁정악단의 오보이스트로 임명된 주세페 페를렌디스를 위해 작곡되었습니다. 그러나 페를렌디스는 그해 9월 뮌헨의 자리를 얻어 잘츠부르크를 떠났고, 이 곡을 실제로 연주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Q. 드 장은 모차르트에게 무엇을 위촉했나?
쉽고 짧은 플루트 협주곡 세 곡과 플루트 4중주 몇 곡을 200굴덴에 위촉했습니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협주곡을 두 곡만 완성했고, 그중 한 곡은 기존 오보에 협주곡을 옮긴 것이었습니다. 4중주도 세 곡을 전달했지만 그중 두 곡은 미완성인 두 악장짜리였습니다.
Q. 드 장은 왜 약속한 금액을 다 지불하지 않았나?
위촉한 분량을 다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요청한 협주곡 세 곡 가운데 두 곡만 받았고, 그 두 곡 중 한 곡도 새로 쓴 곡이 아니라 기존 오보에 협주곡을 옮긴 것이었습니다. 결국 드 장은 약속한 200굴덴 가운데 96굴덴만 지불했습니다.
Q. 오보에 협주곡과 플루트 협주곡은 어떻게 다른가?
독주 성부를 뺀 나머지는 사실상 같은 곡입니다. 다만 모차르트는 플루트가 오보에와 주법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플루트 독주 성부에 장식음을 더 풍부하게 넣어 조금 더 유려하고 화려하게 들리도록 다듬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