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작품번호 K314가 붙여진 곡은 2개가 있다. 오보에 협주곡과 플루트협주곡이 모두 같은 번호가 붙여진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모차르트의 작품은 K나 KV(Köchel-Verzeichnis)를 붙이는데, 모차르트의 작품을 정리한 오스트리아의 음악학자 쾨헬(Ludwig von Köchel, 1800-1877)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모차르트의 작품목록에서 두 작품에 같은 쾨헬 넘버가 붙여 있는데, ‘K314’이다. 쾨헬이 착각한 것이기 때문일까? 물론 쾨헬의 목록에 여러 결점이 있긴 하지만 같은 번호가 붙은 데는 쾨헬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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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출처 : hoffmanacademy.com) |
당시 모차르트는 연주 여행을 통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되는 슬픔도 있었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었는데 그것은 특별한 음악가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었다. 바로 프랑스 출신 플루티스트 요한 밥티스 트 벤틀링(Joham Bapist wendling,1720-1797)과 벤틀링의 소개로 알게 된 페르디난트 드 장(Pedimand Nikolaus Dionisius De Jen,1731-1797)이다. 특히 페르디난트 드 장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웠을 뿐만 아니라 학식을 갖춘 네덜란드의 플루티스트였다. 그의 취미는 플루트와 작품을 수집하는 것이었다. 이런 페르디난트 드 장이 모차르트를 만나게 되어 작곡을 의뢰하게 된다. 그는 연주하기 쉬운 플루트 협주곡 3곡과 플루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위한 4중주곡 3곡을 작곡해 달라고 요청했다. 작곡료는 200플로린이었는데, 지금 가치의 한화로 약 80만원 정도를 을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작곡을 완성한 후에 모차르트가 페르디난트 드 장에게 받은 작곡료는 약속한 액수의 절반도 되지 않은 금액뿐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페르디난트 드 장이 돈이 아까워서 약속한 돈을 지불하지 않은 것일까? 곡의 완성도나 분량도 살펴보아야 정확한 작곡료를 산정할 수 있겠지만, 모차르트에게 지불된 작곡료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금액이었다.
모차르트는 약속된 작품 총 6곡을 페르디난트 드 장을 위해 만들어 그에게 전달했는데, 문제는 플루트 협주곡이었다. 모차르트는 플루트라는 악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 당시 플루트는 지금처럼 정교하게 완성된 악기가 아니었기에 매끄러운 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러한 악기로 작곡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성격 급한 모차르트가 주문한 날짜를 맞추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 기존에 작곡한 다른 악기의 협주곡을 이용하여 플루트 협주곡으로 만든 것이다. 그 곡은 바로 페르디난트 드 장을 만나기 전 모차르트가 1777년에 작곡한 오보에 협주곡 C장조였다.
그렇기 때문에 오보에 협주곡과 플루트 협주곡은 거의 동일하고 독주 파트 부분만 약간 다를 뿐이다. 플루트가 오보에 주법과 특징이 다른 것을 감안하여 오보에 협주곡 보다 조금 더 유려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자 많은 장식음을 사용한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페르디난트 드 장은 오보에 협주곡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에 모차르트에게 약속한 금액의 절반도 안되는 금액을 지불했던 것이다.
🎵 비교감상
오보에 협주곡 : Andrés Orozco-Estrada 지휘, François Leleux 오보에, Frankfurt Radio Symphony
플루트 협주곡 : 정치용 지휘, 한여진 플루트,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