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은 특이하게도 피아노곡 장르에만 몰두하였다. 협주곡처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도 있지만, 대다수가 피아노 독주곡이고 자신이 연주하기 위한 곡이었다. 쇼팽은 피아노곡으로 위대한 작곡가가 되었는데, 탁월한 피아니스트였을 뿐 아니라 피아노 양식을 확립한 사람이다.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쇼팽(Fréderic François Chopin, 1810-1849)은 프랑스 태생의 아버지와 폴란드 태생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쇼팽은 어릴 때부터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7살 때는 폴로네이즈, 변주곡, 행진곡을 작곡했다. 1829년 바르샤바 음악원을 출업한 쇼팽은 빈으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연주회를 열어 천재라는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바르샤바에서 시민봉기가 발발하자 당시 오스트리아와 러시아는 우호관계에 있던 까닭에 빈 사람들은 러시아에 반기를 든 폴란드 출신 쇼팽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쇼팽은 빈을 떠나 1831년 가을 결국 파리에 정착했다. 파리에서 첫 연주회는 호평을 받았고 바르샤바에서 망명 온 폴란드 귀족들의 도움으로 사교계에 진출했다. 쇼팽의 아름답고 섬세한 음악은 파리의 상류층 부인들을 사로잡았다. 당시 파리 사교계에서는 유명 피아니스트에게 레슨을 받는 것이 유행했는데, 쇼팽은 귀족 살롱에서 연주하거나 귀족 딸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상당한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 |
상드와 쇼팽의 모습 (출처 : culturacolectiva.com) |
그러던 어느 날 쇼팽은 프린츠 리스트의 소개로 남장 여류 작가 조르주 상드(1804-1876)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쇼팽보다 여섯 살 연상으로 전남편 사이에 1남 1녀를 둔 이혼녀었다. 그녀의 남성 편력은 파리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었는데, 보수적인 쇼팽이 그런 파격적인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 그후 쇼팽은 눈부신 걸작들을 탄생시켰다. 평소 몸이 약했던 쇼팽이 결핵에 걸리기도 했지만 그의 예술혼을 막을 수는 없었다. 1846년 쇼팽과 상드는 파국을 맞이한 이후 쇼팽은 이렇다 할 작품을 쓰지 않았고, 39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쇼팽의 작품을 보면 첫째, 62개의 마주르카가 있다. 마주르카는 왈츠, 폴로네에즈와 같은 4분의 3박자 춤곡이지만 반드시 2번째에 악센트가 들어가서 왈츠와는 다른 리듬을 갖고 있다. 폴란드의 리듬, 선율, 화성이 마주르카에 나타나며, 5번은 대표적인 마주르카 리듬을 갖고 있고 우리에게 익숙한 곡이다.
둘째, 21개의 녹턴(Nocturne)이 있다. 녹턴은 밤에 부르는 노래 즉, 야상곡이라 불린다. 중세의 기사들이 귀부인이나 공주의 창가에서 부르던 세레나데, 즉 세레나타 노트르노가 시간이 흘러 녹턴으로 발전된 것이다. 그래서 잔잔하고 편안한 느낌을 갖고 있고, 사람에게 사랑의 에로스 보다는 휴식이나 안식을 주는 타나토스에 가까운 음악이기도 하다. 피아노 녹턴을 처음 작곡한 사람은 존 필드였는데, 쇼팽은 존 필드의 분위기를 계승해서 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녹턴을 만들었고, 그 결과 오늘날 녹턴하면 쇼팽을 떠올리게 되었다. 가장 쇼팽스러운 음악인 녹턴은 꾸밈음을 박자에 넣지 않고 자유스럽게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셋째, 27개의 연습곡이 있다. 에튀드는 op.10과 op.12가 있는데 승리, 흑건, 겨울바람, 하프, 대양, 혁명 등으로 불리며 우리에게 친숙하다.
넷째, 24개의 프렐류드(Prelude)가 있다. 4번은 서정적, 슬픔이 묻어나며, 7번은 가장 짧고, 10번은 테크니컬하고 기교적으로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다섯째, 3개의 소나타(Sonata)가 있다. 소나타 2번은 장송교향곡이 들어있는 소나타로 단순한 멜로디와 반주 패턴을 갖고 있지만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서정성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여섯째, 4개의 발라드(Ballad)가 있으며, 1번은 쇼팽의 음악에서만 나오는 독특한 써틴 코드(솔시파미)를 사용하고 있다.
일곱째는 14곡의 왈츠(Waltz)로 그 중에서 1번은 그랜드 왈츠가 잘 알려져 있다.
여덟째로 16곡의 폴로네에즈(polonaise)가 있다. 폴로네에즈는 폴란드 민속춤이 아니라 차분하고 장중한 궁정의 예식 무곡으로 군대 폴로네에즈, 영웅 폴로네에즈가 유명하다.
아홉째로 4곡의 스케르초(scherzo, 본래 농담, 해학이라는 뜻)가 있는데, 곡의 제목답게 빠르고 경쾌한 곡이다.
쇼팽은 다양하고 많은 형태의 피아노곡을 작곡했는데, 쇼팽 피아니즘의 가장 큰 특징은 페달이다. 쇼팽의 음악에서 페달을 잘못 사용하면 지저분해서 못 들어주므로 뎀퍼 페달 사용이 가장 중요하다. 뎀퍼 페달은 음색에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쇼팽은 이 페달을 섬세하게 쓰는 방법을 제시한 최초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쇼팽은 육체적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터치, 음색의 미묘한 차이에 신경을 써서 섬세하게 처리했다. 형식이나 리듬보다는 하모니를 중요시했던, 쇼팽은 뉴 피아니즘(New Pianism)을 개척한 작곡가이다.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