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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Carnival of the Animals 완벽 가이드 (14곡 해설 및 감상 포인트)

다시채의 클래식 카페 0

  "클래식은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다면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 1835-1921)의 대표작 <동물의 사육제>를 만나볼 만하다. 재치와 유머, 그리고 뛰어난 음악적 묘사로 가득한 이 곡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클래식 입문곡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토록 유쾌한 작품을 정작 작곡가 자신은 연주를 금지하고 숨기려 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여기서는 <동물의 사육제>에 얽힌 작곡 배경과, 음악으로 그린 14마리(혹은 그 이상!)의 동물들을 살펴본다.

 

음악가이자 과학자, 박학다식했던 작곡가 생상스

  작곡가 생상스(Camille Saint-Saëns, 1835-1921)은 피아니스트, 오르가니스트, 지휘자로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어려서부터 지질학, 고고학, 식물학에 흥미를 느껴 깊이 공부했으며, 수학, , 그림, 과학과 철학, 천문학, 음향학 등에도 조예가 깊었다. 자연과학 분야에도 조예가 깊었던 생상스는 <동물의 사육제>에서 뛰어난 관찰력으로 동물들의 주요 특징을 선택하여 섬세하게 음악으로 묘사하고 있다. 부제 동물원의 대환상곡이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여러 동물의 음악적 이미지에 비유하여 축제 기분을 나타내는 한편의 세속이나 딱딱한 비평가들을 풍자하는 해학적 분위기가 가득한 기발한 랩소디풍의 모음곡이다.

  

'사육제'를 위한 유쾌한 선물, 그 탄생의 비밀

  <동물의 사육제, Carnival of the Animals>는 생상스가 원숙기에 있었던 51세 때인 18862월에 작곡되었다. 그는 오스트리아의 크루딤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열린 사육제를 보내면서 친구인 첼리스트 샤를 르부크(Charles Lebouc, 1822-1893)가 주최하는 마르디 그라(Mardi Gras, 프랑스어로 기름진 화요일인데, 사육제의 마지막 날이자 재의 수요일 하루 전날을 의미)의 음악회를 위해 작곡한 곡이다. 조그마한 도시에서의 연주회이기에 대규모 편성이 아닌, 소수의 인원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작곡하였다.

 

 

생상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미지입니다.
생상스 (출처 : classicfm.com)

  사육제(Carnaval, 謝肉祭 한자로는 고기에 안녕을 고하는 축제)란 명칭을 붙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순절 기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여 절제와 금욕적인 생활을 한다. 이런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사람들은 미리 고리를 많이 먹어두려는 것이 사육제이다. 사육제 기간 동안에는 맛있는 음식과 고기와 술을 많이 먹고 유쾌한 축제 분위기를 가진다. 시기와 지역에 따라 행사의 내용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일상에서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 자유분방함과 탈선이 상당한 수준까지 허용된다는 점은 언제나 같다. 그렇다면 사육제를 지배하는 정신은 일체의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라 할 수 있다.

 

  아마 생상스가 사육제라는 제목을 통해서, 그리고 이 곡 자체에서 드러내고자 한 것 또한 엄격한 구성이나 형식미와는 무관하게 그저 웃고 즐길 수 있는 소탈한 자유분방함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곡을 감상할 때 감동을 기대하기 보다는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듣는 것이 오히려 작품과 작곡가의 작곡 의도에 알맞은 반응일지도 모른다.

  

진지한 작곡가의 '일탈', 출판을 금지한 이유

  이러한 해석은 생상스가 <동물의 사육제>중에서 백조이 외에는 출판을 허락하지 않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자신을 진지한 작곡가로 여겨지길 바라는 생상스는 이 곡을 사적인 유흥거리로 여겼으며,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풍자적인 성격이 논란거리가 되는 것을 꺼렸다. 당시 생상스는 유럽 유명한 작곡가들과 친구 아니면 적이었다. 리스트나 포레와는 친구였지만, 프랑크, 마스네는 경멸했다고 한다. 특히 드뷔시의 음악을 매우 싫어했다. 드뷔시 역시도 생상스를 무척 싫어했다고 한다. 생상스는 스트라빈스키의 공연 도중에 연주가 마음에 안들어서 뛰쳐나갈 정도였다고 하니, 음악적인 견해가 맞지 않으면 확실히 싫어하는 성향이었다. 이런 비평가들을 풍자하는 작품이었기에 출판을 꺼렸던 것으로 보인다.

 

음악으로 그린 동물원: 14곡 전곡 감상 포인트

 <동물의 사육제>는 총 14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곡이 어떤 악기로 어떻게 동물을 묘사하는지 포인트를 짚어보며 감상해 보자.


제1곡: 서주와 사자왕의 행진 (피아노, 현악 5부) 두 대의 피아노가 웅장한 트레몰로를 연주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면, 현악기들이 위풍당당한 행진곡을 시작한다. 동물의 왕 사자의 장엄한 등장을 알리는 서곡이다.


제2곡: 암탉과 수탉 (피아노, 클라리넷, 현악 3부) 클라리넷과 피아노, 바이올린이 번갈아 "꼬꼬댁!"하고 우는 암탉과 수탉의 모습을 재미있게 그려낸다.


제3곡: 당나귀 (2대의 피아노) 피아노 두 대가 쉴 새 없이 빠르게 상행하고 하행하며, 길들여지지 않고 빠르게 달리는 야생 당나귀의 모습을 표현한다.


제4곡: 거북이 (피아노, 현악 5부) 오펜바흐의 경쾌한 '캉캉' 춤곡을 현악기가 아주 느리고 무겁게 연주한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거북이의 모습을 풍자한, 재치 넘치는 곡이다.


제5곡: 코끼리 (피아노, 더블베이스) 가장 낮은 소리를 내는 더블베이스가 육중한 코끼리가 우아하게 왈츠를 추는 모습을 그려낸다.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과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선율을 익살스럽게 변형했다.


제6곡: 캥거루 (2대의 피아노) 피아노의 스타카토(짧게 끊어 연주) 주법이 높이 뛰었다가 잠시 멈추는 캥거루의 움직임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제7곡: 수족관 (피아노, 플루트, 글라스 하모니카, 현악 4부) 피아노의 반짝이는 아르페지오 위로 플루트와 첼레스타(또는 글라스 하모니카)가 신비로운 선율을 연주하며,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과 물방울의 영롱한 빛을 환상적으로 묘사한다.


제8곡: 귀가 긴 등장인물 (바이올린 2대) 두 대의 바이올린이 "히힝~"하는 당나귀(혹은 노새)의 길고 신경질적인 울음소리를 흉내 낸다. 이는 당시 생상스가 싫어했던 '음악 평론가'들을 풍자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제9곡: 숲속의 뻐꾸기 (피아노, 클라리넷) 피아노가 고요하고 평화로운 숲의 화음을 연주하는 가운데, 무대 뒤에 숨은 클라리넷이 "뻐꾹, 뻐꾹"하고 울음소리를 들려준다.


제10곡: 새 (피아노, 플루트, 현악 5부) 플루트가 주인공이 되어 현악기들의 반주 위에서 지저귀며 빠르게 날갯짓 하는 새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제11곡: 피아니스트 (피아노, 현악 5부) 동물이 아닌 사람이 등장하는 유일한 곡이다. 피아니스트들이 서툴게 스케일(음계) 연습을 하는 모습을 묘사했는데, 이는 기계적인 연습만 반복하는 학생들을 동물원의 동물에 빗대어 풍자한 것이다.


제12곡: 화석 (피아노, 클라리넷, 실로폰, 현악 5부) 실로폰의 마른 뼈 부딪치는 소리가 인상적인 곡이다. 자신의 곡 '죽음의 무도'를 비롯해 '반짝반짝 작은 별', 로시니의 오페라 아리아 등 유명한 옛 곡들의 선율을 인용하여 '음악의 화석'을 표현했다.


제13곡: 백조 (피아노, 첼로) 생상스가 유일하게 생전에 출판을 허락한, 이 모음곡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다. 피아노의 잔잔한 물결 위로 첼로가 우아하고 서정적인 선율을 연주하며,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백조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린다.


제14곡: 피날레 (전체 악기) 지금까지 등장했던 동물들이 모두 다시 나와 신나는 축제를 벌이며 화려하게 막을 내린다. 떠들썩한 사육제의 마지막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13번째 곡인 "백조"이다. 빼어난 선율미 때문에 다른 악기로 편곡하여 연주하는 경우도 많다.

 

 

 🎶 감상하기

 

   Seattle Youth Symphony의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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