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 (조용히 하라, 수다 떨지 말라!)
해설자의 이 엄숙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첫마디를 들으면, 성 토마스 교회의 제단보다는 잔이 부딪히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18세기 라이프치히의 커피하우스를 상상하게 됩니다. 실제 연주회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뒤에서 따로 보겠습니다. 무대에는 커피를 끊으라고 투덜거리는 아버지 슐렌드리안(Schlendrian)과, 남편은 없어도 커피 없이는 하루도 못 산다고 버티는 딸 리스헨(Liesgen)이 섭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S. Bach)의 바흐 커피 칸타타(BWV 211)입니다.
‘커피 칸타타’는 후대에 붙은 이름입니다. 바흐의 자필 총보 첫머리에는 ‘소프라노와 베이스, 여러 악기를 위한 칸타타’라는 표제만 있습니다. 「슐렌드리안과 그의 딸 리스헨(Schlendrian mit seiner Tochter Ließgen)」이라는 제목은 아들 C.P.E. 바흐가 총보 겉표지와 연주용 파트보 겉표지에 적었고, 총보 겉표지에는 ‘희극 칸타타(Eine comische Cantate)’, 파트보 겉표지에는 ‘음악극(Drama per Musica)’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버지의 이름부터가 농담입니다. 독일어 ‘슐렌드리안’은 게으르고 무성의하게 늘 하던 대로 일을 처리하는 버릇, 곧 타성을 뜻하는 말이고, 그런 버릇에 빠진 사람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이름표를 다는 순간 이 아버지가 어떤 인물인지 관객이 알아채도록 만들어 둔 셈입니다.
이 곡은 커피를 소재로 한 가벼운 농담이면서, 아버지와 딸이 말로 밀고 당기는 장면을 음악이 그대로 연기하는 작은 음악극입니다. 이 곡을 이해하려면 먼저 커피가 그 시대에 어떤 의미였는지부터 보아야 합니다.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작품명: 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
옛 제목: Schlendrian mit seiner Tochter Ließgen (아들 C.P.E. 바흐가 겉표지에 적음 · 총보 겉표지에 희극 칸타타, 파트보 겉표지에 음악극)
통칭: 커피 칸타타 (Coffee Cantata, Kaffeekantate). 후대에 붙은 이름이다
작품번호: BWV 211
장르: 세속 칸타타
대본: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헨리치, 필명 피칸더 (Picander). 단 9~10곡의 작사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성립 시기: 1734년 무렵 (대본 인쇄는 1732년)
초연 추정 장소: 라이프치히 짐머만 커피하우스 또는 커피정원 (정확한 장소는 연구마다 다르다)
등장인물: 리스헨(소프라노), 슐렌드리안(베이스), 해설자(테너)
편성: 트라베르소(가로 부는 나무 플루트), 바이올린 2·비올라의 현악, 쳄발로를 포함한 통주저음, 세 명의 독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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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치히 카타리넨가에 새로 지은 집 여러 채를 그린 18세기 판화다. 짐머만 커피하우스는 그중 그림 아래 설명에 2번으로 적힌 셸하퍼 집(Das Schellhaferische)에 있었다. |
바흐 커피 칸타타, 왜 하필 커피였을까요
오늘의 감각으로 보면 커피는 너무 평범한 음료입니다. 그러나 18세기 초 유럽에서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커피는 새롭고 세련된 취향의 상징이었고, 동시에 낯설고 논쟁적인 기호품이기도 했습니다. 라이프치히에는 여러 커피하우스가 생겨났고, 그곳은 사람들이 모이는 사교 공간이 되었습니다.
바흐는 1729년부터 대학생이 주축인 연주 단체 Collegium Musicum(콜레기움 무지쿰)을 맡았습니다. 1737년부터 1739년 사이 한때 손을 놓았다가 다시 맡았습니다. 이 단체는 고트프리트 짐머만의 커피하우스에서 정기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1736년 라이프치히의 기록을 보면 여름에는 수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정원에서, 겨울에는 금요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카타리넨가의 커피하우스 실내에서 연주했고, 박람회 철에는 더 자주 열었습니다. 다만 1734년 여름에 그 정원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연구마다 다릅니다. 연주회가 커피 영업과는 따로 열린 행사였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커피 칸타타는 1734년 무렵 이 연주회에서 처음 불렸을 것으로 봅니다. 교회 밖에서 벌인 이 연주 활동은 바흐 통장으로 본 음악 경제학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이 커피하우스가 누구에게나 열린 곳은 아니었습니다. 짐머만이 1717년과 1721년에 받은 영업허가에는 가게에 여자를 두거나 여자의 출입을 허락하지 말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여성이 커피를 마시는 일 자체를 금지한 기록은 아닙니다. 연주회에 여성 청중이 왔는지는 연구자 사이에 의견이 갈리고, 리스헨 역을 누가 불렀는지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딸과 그것을 말리는 아버지의 실랑이는 이런 시대를 배경에 두고 들으면 더 잘 보입니다.
커피 칸타타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작품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아주 쉽습니다. 아버지 슐렌드리안은 딸 리스헨이 커피에 너무 빠져 있다고 걱정합니다. 그는 외출, 장식, 옷, 사교를 하나씩 빼앗겠다고 윽박지르며 커피를 끊으라고 압박합니다. 그러나 리스헨은 물러서지 않습니다. 하루 세 번 커피를 마시지 못하면 바싹 말라붙은 염소구이(verdorrtes Ziegenbrätchen)처럼 될 것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꺼낸 카드는 결혼입니다. 커피를 끊지 않으면 신랑도 없다는 말에 리스헨은 곧바로 커피를 끊겠다고 약속하고, 8곡에서 오늘 당장 신랑을 데려와 달라고 노래합니다. 대본을 쓴 피칸더는 1732년 자신의 시집 〈Ernst-Schertzhaffte und Satyrische Gedichte〉 제3부에 이 대본을 「Über den Caffe(커피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실었는데, 그 인쇄본은 여기, 8곡에서 끝납니다. 딸이 아버지 말을 따르는 데서 이야기가 닫히는 셈입니다.
바흐의 악보에는 두 곡이 더 있습니다. 9곡에서 해설자가 리스헨의 속셈을 밝힙니다. 리스헨은 원할 때마다 커피를 끓이게 해 주겠다고 혼인 계약서에 약속하는 남자만 집에 들이겠다는 조건을 몰래 퍼뜨려 두었습니다. 10곡에서는 세 사람이 함께, 고양이가 쥐잡기를 그만두지 못하듯 딸들도 커피를 끊지 못한다고 노래하며 끝납니다. 이 두 곡이 붙으면서 아버지의 승리가 딸의 승리로 뒤집힙니다. 9~10곡의 가사를 누가 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바흐가 덧붙였다는 추정과 피칸더 자신이 썼다는 추정이 모두 있습니다.
바흐가 자기 딸과 실제로 벌인 일을 옮긴 곡이라는 이야기도 돌지만 근거는 없습니다. 인물과 줄거리는 피칸더의 대본에서 온 것입니다.
악곡 구조를 알면 훨씬 재미있어집니다
| 번호 | 형식 | 핵심 내용 | 감상 포인트 |
|---|---|---|---|
| 1 | 레치타티보 (해설자) | 관객을 조용히 시키며 이야기를 엽니다. 〈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 | 이야기꾼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대목입니다. |
| 2 | 베이스 아리아 (슐렌드리안) | 아버지의 푸념. 〈Hat man nicht mit seinen Kindern〉 | 권위보다 과장된 불평이 먼저 들립니다. |
| 3 | 대화 레치타티보 | 커피를 치우라는 아버지와 버티는 딸. 〈Du böses Kind〉 | 말의 리듬이 연기를 대신합니다. |
| 4 | 소프라노 아리아 (리스헨) | 커피 찬가. 〈Ei! wie schmeckt der Coffee süße〉 | 플루트 선율이 노래와 나란히 갑니다. |
| 5~7 | 레치타티보+아리아 (5 대화 레치타티보 / 6 베이스 아리아 / 7 대화 레치타티보) |
금지와 협상. 6곡 〈Mädchen, die von harten Sinnen〉, 7곡에서 아버지가 신랑을 약속합니다. | 밀고 당기는 대화의 리듬을 따라가 보십시오. |
| 8 | 소프라노 아리아 (리스헨) | 신랑을 조르는 노래. 〈Heute noch, lieber Vater〉 | 겉으로는 순순히 따르는 장면입니다. |
| 9 | 레치타티보 (해설자) | 리스헨의 속셈이 드러납니다. 〈Nun geht und sucht der alte Schlendrian〉 | 짧지만 이야기의 방향이 바뀝니다. |
| 10 | 종결부 (세 사람의 3중창) | 〈Die Katze läßt das Mausen nicht〉 고양이가 쥐잡기를 그만두지 못하듯. | 훈계보다 웃으며 체념하는 결말입니다. |
4곡 아리아, 리스헨의 커피 찬가
“Ei! wie schmeckt der Coffee süße, / lieblicher als tausend Küsse, / milder als Muskatenwein.” 「아, 커피는 얼마나 달콤한가, 천 번의 키스보다 사랑스럽고, 머스캣 와인보다 부드럽다.」 커피를 키스와 와인에 견주는, 일부러 과장한 가사입니다.
이 아리아에서 플루트는 노래 뒤에 깔리는 반주에 머물지 않고 목소리와 나란히 자기 선율을 연주합니다. 가사보다 먼저 플루트를 따라가 보면, 리스헨이 커피를 말할 때의 들뜬 기분이 악기에서 먼저 들립니다. 춤곡처럼 걷는 3박자 노래라, 바로크 시대 사교 모임의 우아한 몸짓이 희극 속으로 들어온 듯 들립니다. 트라베르소가 주역으로 나서는 바흐의 다른 곡을 찾는다면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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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흐 커피 칸타타 BWV 211 악보 |
이 작품을 ‘미니 오페라’라고 불러도 될까요
정식 장르는 세속 칸타타입니다. 하지만 아들 C.P.E. 바흐는 연주용 파트보 겉표지에 이 곡을 ‘음악극(Drama per Musica)’이라고 적었습니다. 해설자가 이야기를 열고, 인물들이 대화와 독창을 주고받고, 마지막에 세 사람이 함께 마무리하는 방식은 무대 위의 짧은 희극에 가깝습니다. 칸타타와 오페라, 오라토리오의 경계가 헷갈린다면 오페라 용어 정리를 함께 보셔도 좋습니다.
바흐는 정식 오페라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여기서는 교회 칸타타를 쓰던 그 바흐가 관객의 웃음 타이밍을 계산하고, 인물의 성격을 리듬과 선율로 그려 냅니다.
커피 칸타타 BWV 211, 처음 듣는 분은 어떻게 접근할까요
첫째, 1곡의 해설자부터 집중해 보십시오. 여기서 이야기의 무대가 열립니다. 둘째, 2곡의 아버지 아리아를 들을 때는 권위보다 조금 우스꽝스러운 불평이 더 크게 들리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셋째, 5~8곡은 줄거리 전달보다 협상과 밀당의 리듬으로 들으면 훨씬 생생합니다. 마지막으로 10곡은 도덕 교훈이라기보다, 사람 취향이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유쾌한 관찰로 받아들이는 편이 더 잘 맞습니다.
오늘의 연주에서는 크게 두 흐름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시대악기와 소규모 편성으로 말맛과 투명함을 살리는 역사주의적 접근이고, 다른 하나는 작품의 무대감과 코미디를 조금 더 전면으로 끌어올리는 연극적 접근입니다. 어느 쪽이 더 옳다기보다, 같은 작품의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고 이해하면 좋습니다.
바흐 커피 칸타타가 지금도 살아남는 이유
이 곡은 라이프치히에서 한 번 불리고 끝나지 않았습니다. 바흐 작품 기록에는 아들 C.P.E. 바흐가 프랑크푸르트(오더) 대학 시절인 1734~38년 사이에 이 곡을 다시 연주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다만 이는 남아 있는 연주용 파트보를 근거로 한 추정이고, 정확한 해는 알 수 없습니다. 1739년에는 프랑크푸르트(마인)의 신문에 「슐렌드리안과 딸 리스헨」 공연 광고가 실렸는데, 같은 대본에 다른 작곡가가 붙인 곡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음에 이 곡을 들을 때는 8곡이 끝나는 자리에서 잠깐 멈춰 보십시오. 피칸더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고, 그 뒤 두 곡이 있어서 이 칸타타는 아버지의 훈계가 아니라 딸의 웃음으로 끝납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들으면, 리스헨의 아리아가 시작되는 순간 300년 가까이 전의 라이프치히의 저녁이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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