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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의 역사와 지휘자의 역할

  오늘날 지휘봉 사용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지휘자의 위상 정립과 지휘봉의 사용은 인류 역사 속에서 보면 비교적 최근에 해당한다. 19세기 이전 지휘자의 역할은 여럿이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시작을 알린다거나 박자를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에서 시작된 키로노미 지휘법(손으로 선율의 움직임을 지시)은 중세 그레고리오 성가 지휘로 이어졌는데, 악보도 박자 체계도 없었던 시기에 손으로 음의 고저와 발음상의 뉘앙스를 표현하였다.

 

  17세기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장 바티스트 륄리는 안탑깝게도 지휘 도중에 일어난 사고 때문에 사망했다. 당시 바이올린 연주자 겸 작곡가로 활동하던 륄리는 종종 지휘대에 섰다. 당시의 지휘봉은 커다란 지팡이 같았는데, 지휘자는 이것을 바닥에 쿵쿵 내려쳐 박자를 맞추었다. 륄리는 지휘 도중 지팡이로 자신의 발을 찍었는에 이 상처에 세균이 감염되어 결국 죽게 되었다. 이런 지팡이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성가대라는 '양 떼'를 인도하는 목자임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사용되었다고 한다.

 

  18세기에 들어와 화성음악이 시작되고 오페라가 발달하며 오케스트라의 구성이 확대되어 더 이상 연주와 지휘를 동시에 감당하기가 어려워지게 되자 지휘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작곡가들은 직접 연주에 동참하던 것에서 벗어나 오케스트라 정면이나 측면에서 연주의 시작이나 빠르기, 리듬의 통일, 강약 등을 지시하는 역할, 즉 지휘를 하였다. 이런 형태의 지휘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Orfeo ed Euridice>의 작곡가 글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글룩은 오페라의 내용을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를 연습시키는 한편 효과적인 연주를 위하여 지휘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지팡이 대신 지휘봉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베버, 멘델스존, 슈포어다. 1817년 베버는 종이를 둘둘 말아 한가운데를 쥐고 지휘했고, 같은 해 슈포어는 프랑크푸르트에서, 1835년에 멘델스존은 라이프치히에서 지휘봉을 사용했다. 멘델스존은 자신의 작품을 지휘하던 형태에서 벗어나 곡의 해석을 지휘의 역할에 포함시킨 최초의 지휘자였다.

 

카라얀의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미지
카라얀의 지휘 모습(출처 : pristineclassical.com)


  그 이후 베를리오즈와 바그너에 의해 근대 지휘법 체계가 확립되었다. 한스 폰 뷜로가 베를린 필 상임지휘를 맡게 되면서 최초의 직업적 지휘자가 생겨났다. 지휘자는 아무런 악기를 연주를 하지도 않고 노래도 부르지 않고 오로지 지휘라는 행위만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휘자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휘자가 하는 역할이 거의 없다는 글을 읽으며 충격을 받은 적도 있다. 불성실하고 무능력한 지휘자가 있을지는 있지는 모르지만 지휘자의 역할은 중요한 것 같다.

 

  지휘계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의 토스카니니와 독일의 푸르트벵글가 지휘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왜 6분 정도의 시간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지휘자들이 같은 악보를 사용하지만 악상 기호, 음표와 쉼표들의 길이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연주시간 뿐만 아니라 곡에 대한 해석도 지휘자에 따라 달라진다. 푸르트벵글러는 직관적인 성격으로 때와 장소에 따라 곡 해석을 달리하며 새로운 음악의 창조를 주장했지만, 토스카니니는 주관적 해석을 철저하게 배제하며 절대적으로 작곡가의 의도를 재현하고자 악보에 충실했다. 흥미롭게도 두 지휘자는 서로를 매우 싫어했고 만나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로가 추구하는 음악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지휘에 사용된 다양한 지휘봉들을 보여주는 이미지

다양한 지휘봉들(출처 metmuseum.org)



  일반적으로 지휘자는 오른손으로 박자를 맞추고, 왼손으로는 강세나 구체적인 표현을 지시한다. 지휘자의 표정 또한 음악의 내용과 흐름을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러한 지휘를 통해 여러 연주자들로부터 합일된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이다.

 

  개인적으로 지휘자가 곡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궁금하여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여 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지휘자는 전체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물론이고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등 각 악기 그룹의 음향까지 조화롭게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오케스트라의 안내자이며 오케스트라에 관한 모든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또한 곡에 대한 해석할 수 있는 권한도 지휘자가 가진다.

 

  보통 대규모의 교향곡을 지휘하기 위해서는 3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지휘자가 역할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총보에서 갖가지 정보를 읽어내어 동시에 해석해야 하며, 자신이 원하는 음악적인 표현을 연주가에게 전달하고,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에서 나오는 음향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지휘자마다 지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일본의 오자와 세이지는 맨손으로 지휘를 하지만, 러시아의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이쑤시개 정도 되는 길이의 지휘봉을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 나리의 정명훈은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지휘봉을 사용한다.

 

  지휘자는 크게 상임 지휘자와 객원 지휘자로 구분한다. 상임 지휘자는 일정한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으며 오케스트라 단원 채용 등 행정 운영 전반을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반면 객원 지휘자는 상임 지휘자가 출장을 갈 때 등 특별한 경우 일회성으로 초청하는 지휘자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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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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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악 전문 블로그이시군요. 오늘 처음 블로그 스팟에 작성에 도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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