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환상 즉흥곡 특징과 박자, 쇼팽의 자필에는 없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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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이 쉬지 않고 쏟아져 내리고, 왼손은 그 아래에서 물결처럼 오르내립니다. 그러다 갑자기 속도가 풀리고, 느리고 넓은 노래가 한동안 이어집니다. 쇼팽의 〈환상 즉흥곡〉은 피아노를 배워 본 적이 없는 분도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 본 곡입니다.

그런데 이 익숙한 이름은 쇼팽이 남긴 악보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쇼팽의 손으로 쓴 악보에는 제목이 아예 없고, 「환상 즉흥곡」이라는 이름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 나온 악보에서 처음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를 먼저 짚고, 그 이름을 걷어 낸 뒤에 귀에 남는 세 가지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환상 즉흥곡 한눈에 보기
• 원어: Fantaisie-Impromptu, 올림다단조, Op.66
• 작곡: 1834년 무렵(초판 악보에 인쇄된 연도), 남아 있는 쇼팽의 자필 악보 날짜는 1835년
• 출판: 쇼팽이 세상을 떠난 뒤인 1855년, 파리와 베를린에서 함께
• 박자와 빠르기: 2/2박자, 알레그로 아지타토(빠르고 격하게)
• 길이: 138마디(1855년 베를린 초판 기준)
• 구성: 빠른 부분, 느린 노래, 다시 빠른 부분

쇼팽의 자필에는 없는 이름

이 곡의 쇼팽 자필 악보는 지금 바르샤바의 쇼팽 박물관에 있습니다. 쇼팽이 에스테 남작부인의 앨범에 직접 적어 준 악보입니다. 오른쪽 위에는 「에스테 남작부인을 위해 작곡」이라는 헌정 문구가, 끝에는 「파리, 금요일, 1835년」이라는 날짜가 쇼팽의 손글씨로 남아 있습니다. 이 악보는 한때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이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필 악보에는 곡의 제목이 없습니다. 첫 줄 위에 「알레그로 아지타토」라는 빠르기말만 적혀 있습니다. 쇼팽의 친구이자 첼리스트였던 오귀스트 프랑숌이 베껴 둔 사본에는 「즉흥곡」이라고만 쓰여 있습니다. 「환상 즉흥곡(Fantaisie-Impromptu)」이라는 이름이 처음 보이는 것은 1855년 7월 파리와 베를린에서 함께 나온 초판 악보입니다. 쇼팽이 1849년 10월에 세상을 떠나고 여섯 해 가까이 지난 때입니다.

턱을 살짝 들고 옆을 바라보는 젊은 쇼팽의 얼굴과 어깨를 거친 붓질로 어둡게 그린 유화 초상
외젠 들라크루아, 〈프레데리크 쇼팽의 초상〉, 1838년, 캔버스에 유채, 파리 루브르 박물관, RF 1717. 〈환상 즉흥곡〉의 자필 악보가 쓰이고 몇 해 뒤의 쇼팽이다.

이 초판을 준비한 사람은 쇼팽의 오랜 친구 율리안 폰타나입니다. 폰타나는 쇼팽이 남긴 미발표 원고를 모아 유작집을 냈고, 이 곡은 그 첫째 권에 실렸습니다. 이 곡을 새로 펴낸 독일 헨레 출판사의 편집자는 자필에는 빠르기말만, 사본에는 「즉흥곡」만 있다는 점을 들어 「환상」이라는 말도 폰타나가 붙였을 것으로 봅니다.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추정입니다.

작품번호 66도 같은 사정입니다. 파리 초판에는 작품번호가 없었고, 베를린 초판이 유작들에 66번부터 차례로 번호를 매겼습니다. 쇼팽은 생전에 이 곡을 출판하지 않았고, 왜 내지 않았는지에 대해 쇼팽이 남긴 설명은 없습니다.

대머리에 덥수룩한 턱수염을 기른 중년 남성이 긴 외투 차림으로 커튼 옆 받침대에 한 손을 얹고 서 있는 흑백 전신 사진
〈율리안 폰타나〉, 1860년 무렵, 사진. 쇼팽이 세상을 떠난 뒤 미발표 원고를 모아 유작집을 낸 친구이고, 〈환상 즉흥곡〉은 그 첫째 권에 실렸다.

그러니 「환상」이라는 말에서 곡의 내용을 읽어 내려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름을 걷어 내고 소리만 들으면, 이 곡에서 먼저 귀에 들어오는 것은 두 손이 서로 다른 박으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환상 즉흥곡 박자와 리듬, 오른손 넷 왼손 셋

악보 첫머리의 박자표는 2/2박자, 한 마디를 크게 두 박으로 세는 박자입니다. 처음 두 마디는 왼손 혼자 낮은 음을 세게 울리고 끌어 줍니다. 이어 왼손이 펼침화음(화음의 음을 하나씩 차례로 짚는 것)으로 물결을 만들고, 그 위로 오른손이 여리게 들어와 빠른 음을 쉼 없이 이어 갑니다.

이때 두 손은 박을 나누는 수가 다릅니다. 같은 길이의 시간 동안 오른손은 음을 넷 치고, 왼손은 셋 칩니다. 악보에는 한 박인 반 마디마다 오른손 16분음표 여덟 개와 왼손 6잇단(여섯 개를 한 묶음으로 고르게 나눈 음표)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이것을 4분음표 길이로 다시 쪼개 보면 넷 대 셋이 됩니다. 폴란드 국립 쇼팽 연구소의 해설은 이것을 두고 쇼팽이 오른손에는 짝수를, 왼손에는 홀수를 맡겼다고 설명하고, 그래서 바깥 부분이 거의 연습곡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Fantaisie-Impromptu라는 제목 아래 유작, 1834년 무렵, 폰타나 펴냄이라는 프랑스어 문구가 있고, 오선 위에 오른손의 빽빽한 빠른 음표와 왼손의 물결 모양 음표 묶음이 겹쳐 있는 피아노 악보 첫머리
프레데리크 쇼팽, 〈환상 즉흥곡〉 악보 첫머리, 인쇄 악보(판본 미상). 제목 아래 「유작, 1834년 무렵」과 「J. 폰타나 펴냄」이 인쇄돼 있고, 위 칸의 오른손 음표 넷이 아래 칸의 왼손 음표 셋과 같은 시간을 나눠 쓴다.

귀로 따라가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처음에는 오른손을 잊고 왼손의 셋만 들어 보십시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으로 일정하게 흔들리는 물결이 들립니다. 그 물결이 귀에 자리 잡으면 그 위에 오른손의 넷을 얹어 듣습니다. 두 흐름이 4분음표마다 한 번씩만 만나고 그 사이에서는 서로 어긋나기 때문에, 음악이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 앞으로 쏠리는 느낌이 납니다. 곡의 첫인상인 들끓는 듯한 기운은 이 어긋남에서 옵니다.

가운데 부분, 내림라장조의 노래

빠른 부분이 한동안 들끓다가 속도를 늦추면, 41~42마디에서 「라르고, 무겁게」라는 지시 아래 양손이 느리고 묵직한 화음을 짚으며 가운데 부분으로 넘어갑니다. 숨을 고르는 자리입니다. 이 사이에 조가 바뀌고, 43마디에서 「모데라토 칸타빌레」, 곧 보통 빠르기로 노래하듯 치라는 부분이 시작됩니다. 「목소리를 낮추어」라는 지시도 함께 붙어 있습니다.

여기서 오른손은 더 이상 쏟아지지 않습니다. 길게 끄는 음으로 내림라장조의 선율을 노래하고, 왼손은 그 아래에서 셋씩 묶인 펼침화음을 고르게 이어 갑니다. 앞부분의 어두운 올림다단조가 밝은 장조로 옮겨 오고 빠르기도 느려져서, 같은 곡 안에서 공기가 바뀐 것처럼 들립니다. 쇼팽 연구소의 해설은 이 선율이 출구를 찾지 못하는 미로처럼 몇 번이고 되돌아온다고 표현합니다. 실제로 들어 보면 노래가 한 번 끝날 듯하다가 다시 처음 선율로 돌아가기를 되풀이합니다.

같은 해설은 이 곡의 꼴을 녹턴(밤의 분위기를 담은 서정적인 피아노 소품)을 뒤집은 것으로 설명합니다. 녹턴은 흔히 조용한 노래 사이에 격한 부분을 끼워 넣는데, 이 곡은 격한 부분 사이에 녹턴 같은 노래를 끼워 넣었다는 것입니다. 쇼팽의 녹턴이 어떤 노래인지는 쇼팽 녹턴 Op.9 No.2 해설에서 들어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 잦아드는 소리 아래 왼손의 노래

노래가 끝나면 처음의 빠른 음악이 돌아옵니다. 1855년 초판에는 이 자리에 처음과 같은 「알레그로 아지타토」가 아니라 「프레스토」, 곧 아주 빠르게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첫 부분을 거의 그대로 다시 지나간 뒤 음악은 가장 센 소리까지 올라가고, 그다음부터 오른손이 계속 흐르는 가운데 소리가 조금씩 잦아듭니다.

이 곡에서 가장 놓치기 쉬운 대목이 여기 있습니다. 소리가 아주 여려진 뒤, 129마디부터 왼손의 긴 음표에 「노래를 또렷하게(il canto marcato)」라는 지시가 붙습니다. 오른손의 빠른 음형이 안개처럼 흐르는 동안, 그 아래 낮은 음역에서 왼손이 느린 선율을 짚어 갑니다. 그리고 곡은 아주 여린 펼침화음 두 개로 끝납니다.

환상 즉흥곡과 환상곡, 이름이 비슷한 두 곡

쇼팽에게는 이름이 비슷한 피아노곡이 하나 더 있습니다. 〈환상곡〉 f단조 Op.49입니다. 두 곡은 이름에 같은 말이 들어 있지만, 그 말이 붙은 경위가 다릅니다.

구분 〈환상 즉흥곡〉 Op.66 〈환상곡〉 Op.49
작곡 1834년 무렵(초판 표기), 자필 날짜 1835년 1841년, 10월 20일 편지에서 완성을 알림
출판 쇼팽 사후 1855년, 폰타나가 펴냄 쇼팽 생전 1841년부터
「환상」이라는 이름 자필에는 없고 1855년 초판에서 처음 보임 쇼팽이 편지에서 직접 「환상곡」이라 부름

〈환상곡〉 Op.49는 쇼팽이 완성한 날 폰타나에게 보낸 편지에 「오늘 환상곡을 끝냈다」고 직접 적은 곡입니다. 같은 폰타나가 한쪽에서는 쇼팽의 편지를 받는 사람이었고, 다른 쪽에서는 쇼팽이 떠난 뒤 이름을 달아 악보를 낸 사람이었던 셈입니다. 〈환상곡〉 Op.49의 이야기는 이틀 뒤 이어지는 글에서 따로 다룹니다.

참고로 쇼팽의 즉흥곡은 모두 네 곡입니다. Op.29, Op.36, Op.51, 그리고 이 Op.66입니다. 번호로는 마지막이지만, 쇼팽 연구소는 이 곡을 연대상 가장 먼저 쓴 즉흥곡으로 봅니다.

환상 즉흥곡 자주 묻는 질문

즉흥 환상곡과 환상 즉흥곡은 같은 곡인가요

「즉흥 환상곡」은 이 곡 이름에서 두 낱말의 순서를 바꾼 말입니다. 폴란드 국립 쇼팽 연구소의 쇼팽 작품 목록에는 「즉흥 환상곡」이라는 이름의 곡이 없습니다. 원어 Fantaisie-Impromptu를 옮기면 「환상 즉흥곡」입니다.

작품번호가 66인데 왜 일찍 쓴 곡인가요

작품번호를 쇼팽이 매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쇼팽이 생전에 출판한 곡들에 번호가 먼저 붙었고, 이 곡은 쇼팽이 세상을 떠난 뒤 1855년 베를린 초판에서 유작으로 66번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번호는 늦고 작곡은 이릅니다.

대중가요에 이 곡의 선율이 쓰였나요

1918년 미국에서 나온 노래 〈I’m Always Chasing Rainbows〉가 이 곡의 선율을 가져다 썼다고 미국 예일대 음악도서관의 전시 해설 등이 소개합니다. 이 노래는 그해 뮤지컬 코미디 〈Oh, Look!〉에서 불렸습니다. 다만 1918년에 나온 악보에는 작곡자로 해리 캐럴만 적혀 있고 쇼팽의 이름은 없습니다.

다시 들을 때 귀 기울일 곳

이 곡은 쇼팽이 이름을 붙이지 않은 채 남겨 둔 곡입니다. 그래서 다음에 들으실 때는 제목보다 소리를 먼저 따라가 보시기를 권합니다. 처음에는 왼손의 셋을 세고 그 위에 오른손의 넷을 얹어 들어 보십시오. 가운데에서는 속도가 풀린 뒤 몇 번이고 처음으로 돌아가는 노래를 따라가 보십시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에 귀를 두어 보십시오. 소리가 거의 사라질 무렵 낮은 음역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왼손의 노래가 있습니다. 그 노래가 어떻게 들리는지는 직접 확인하실 몫입니다. 쇼팽의 다른 곡들과 생애는 쇼팽의 생애와 작품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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