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배의 노래」는 잔을 들고 하나, 둘, 셋 하고 흔들리는 왈츠 박자에 맞춰 부르는 노래입니다. 축제나 행사에서 축하의 노래로 자주 불려서, 곡 이름은 몰라도 어디선가 들어 본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원래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1막에서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 나오는 노래이고, 이탈리아어 첫 구절을 따 「리비아모(Libiamo ne’ lieti calici)」라고도 부릅니다. 모두가 함께 잔을 드는 흥겨운 노래로 알려져 있지만, 가사를 한 줄씩 따라가 보면 두 사람이 같은 잔을 들고 서로 다른 대답을 하는 노래입니다. 이 글은 가사 원문과 우리말 뜻, 한국어 발음, 그리고 이 노래가 끝나자마자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을 차례로 짚습니다.
라 트라비아타 축배의 노래가 나오는 장면
파리 사교계의 이름난 여인 비올레타의 집에서 파티가 열리고 있습니다. 가스토네 자작이 남작에게 건배사를 한마디 해 달라고 청하지만 남작은 고개를 젓습니다. 그러자 가스토네는 함께 온 친구 알프레도에게 차례를 넘기고, 모두가 「그래, 건배의 노래를!」 하고 외칩니다. 알프레도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한 번 사양합니다. 그러다 비올레타에게 「듣고 싶으신가요?」 하고 묻고, 그녀가 「네」라고 답하자 그제야 일어나 노래를 시작합니다.
이탈리아어로 이런 노래를 「브린디시(brindisi)」라고 합니다. 이탈리아어 사전은 이 말이 「당신께 (잔을) 드립니다」라는 독일어 표현에서 스페인어를 거쳐 들어왔다고 풀이합니다. 누군가의 건강을 빌며 잔을 드는 일, 그때 하는 말, 그리고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지어 부르는 짧고 경쾌한 시를 모두 가리킵니다. 극중에서 알프레도는 사람들 앞에서 즉석 건배시를 지어 부르라는 청을 받은 셈입니다. 그 시가 처음부터 비올레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 가사에서 드러납니다.
| 1853년 밀라노 리코르디에서 인쇄한 〈라 트라비아타〉 대본의 축배의 노래 부분이다. 인물표 아래에 1853년 베네치아 초연 가수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
축배의 노래 가사 원문과 번역
아래 가사는 1853년 밀라노 리코르디가 인쇄한 대본(초연 가수들의 이름이 적힌 판)을 따랐고, 우리말 뜻은 원문을 직접 옮긴 것입니다. 노래에서는 「Libiamo, libiamo」처럼 낱말을 되풀이해 부르는 곳이 많고, 대본의 「Libiam」도 노래에서는 「Libiamo」로 부릅니다. 같은 해 베네치아에서 인쇄된 초연 대본에는 「s’inebbrii」가 「s’inebrii」로 적혀 있는 등 판마다 철자가 조금씩 다릅니다. 누가 어느 줄을 부르는지는 대본과 악보가 조금씩 다릅니다. 악보에서는 「Libiamo, amor fra i calici」를 알프레도가 먼저 이어 부르고, 「Godiam, c’invita un fervido」 두 줄은 비올레타가 연을 마무리하며 부릅니다.
| 부르는 사람 | 이탈리아어 가사 | 우리말 뜻 |
|---|---|---|
| 알프레도 | Libiam ne’ lieti calici / che la bellezza infiora, / e la fuggevol ora / s’inebbrii a voluttà. | 마시자, 아름다움이 꽃처럼 꾸며 놓은 즐거운 잔으로. 덧없이 지나가는 이 시간이 기쁨에 흠뻑 취하도록. |
| 알프레도 | Libiam ne’ dolci fremiti / che suscita l’amore, / poiché quell’occhio al core / onnipotente va. | 마시자, 사랑이 일으키는 달콤한 떨림 속에서. (비올레타를 가리키며) 저 눈길이 내 마음에 거역할 수 없이 와닿으니. |
| 알프레도와 모두 | Libiamo, amor fra i calici / più caldi baci avrà. | 마시자, 잔과 잔 사이에서 사랑은 더 뜨거운 입맞춤을 얻으리니. |
| 비올레타 | Tra voi saprò dividere / il tempo mio giocondo; / tutto è follia nel mondo / ciò che non è piacer. | 여러분과 함께 나의 즐거운 시간을 나눌게요. 세상에서 즐거움이 아닌 것은 모두 어리석은 일이에요. |
| 비올레타 | Godiam, fugace e rapido / è il gaudio dell’amore; / è fior che nasce e muore, / né più si può goder. | 즐겨요. 사랑의 기쁨은 덧없고 빠르게 지나가요. 피었다가 지는 꽃이어서 다시는 누릴 수 없어요. |
| 비올레타(대본에는 모두) | Godiam, c’invita un fervido / accento lusinghier. | 즐겨요, 뜨겁고 달콤한 목소리가 우리를 부르네요. |
| 모두 | Godiam, la tazza e il cantico / le notti abbella e il riso; / in questo paradiso / ne scopra il nuovo dì. | 즐기자, 잔과 노래와 웃음이 밤을 빛내니. 이 낙원에서 새날을 맞자. |
| 비올레타 | La vita è nel tripudio. | 인생은 흥겨운 잔치 속에 있어요. |
| 알프레도 | Quando non s’ami ancora. | 아직 사랑을 모를 때나 그렇지요. |
| 비올레타 | Nol dite a chi lo ignora. | 그걸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
| 알프레도 | È il mio destin così. | 그것이 내 운명이오. |
| 모두 | Godiam, la tazza e il cantico / le notti abbella e il riso; / in questo paradiso / ne scopra il nuovo dì. | 즐기자, 잔과 노래와 웃음이 밤을 빛내니. 이 낙원에서 새날을 맞자. |
축배의 노래 뜻과 해석, 사랑과 덧없음
두 사람의 첫 마디부터 다릅니다. 알프레도는 「마시자」로 시작해 「사랑이 일으키는 달콤한 떨림」을 말하고, 대본에는 이 대목에서 비올레타를 가리키라는 지시가 붙어 있습니다. 즉석 건배시가 사실은 비올레타에게 건네는 고백인 셈입니다. 같은 선율을 이어받은 비올레타는 「즐거운 시간을 나누겠다」고 하면서도, 사랑의 기쁨은 「피었다가 지는 꽃」이라고 받습니다. 알프레도에게 사랑은 마음을 거스를 수 없이 사로잡는 힘이고, 비올레타에게 사랑은 금방 지나가니 지금 즐겨야 하는 것입니다.
이 차이가 노래 끝에서 짧은 말다툼으로 드러납니다. 비올레타가 「인생은 흥겨운 잔치 속에 있다」고 하자 알프레도는 「아직 사랑을 모를 때나 그렇다」고 받고, 비올레타가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하자 알프레도는 「그것이 내 운명」이라고 답합니다. 손님들의 합창 사이에 끼어든 이 네 줄은 건배가 아니라 두 사람만의 대화입니다. 이 대화는 같은 1막 안에서 곧 이어집니다. 손님들이 옆방으로 간 뒤 알프레도는 1년 전부터 그녀를 사랑해 왔다고 고백하고, 혼자 남은 비올레타는 그 말을 곱씹으며 「아, 그이였던가」와 「언제나 자유롭게」를 부릅니다.
가사에 담긴 쾌락의 말은 다른 도시에서 바뀌기도 했습니다. 1865년 나폴리에서 인쇄된 대본에서는 알프레도의 이름이 리돌포로 바뀌어 있고, 「이 시간이 기쁨에 취하도록」은 「우정 속에 즐기자」로, 「즐거움이 아닌 것은 모두 어리석다」는 「세상의 어리석은 일 가운데 즐거움은 어리석지 않다」로 바뀌어 있습니다. 검열 때문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대본 자체에는 고친 이유가 적혀 있지 않습니다.
축배의 노래 한글 발음과 한국어 발음
아래 발음은 국립국어원의 이탈리아어 표기 원칙을 바탕으로 노래 음절에 맞춰 적은 근사치입니다. 이탈리아어 노래 발음을 한글로 적는 공식 지침은 따로 없으니, 녹음을 들으며 맞춰 보는 데 참고하십시오. 노래에서는 첫 줄을 「리비아모, 리비아모 네 리에티 칼리치」처럼 되풀이해 부릅니다.
| 가사 | 한글 발음 |
|---|---|
| Libiam ne’ lieti calici / che la bellezza infiora, / e la fuggevol ora / s’inebbrii a voluttà. | 리비암 네 리에티 칼리치 / 케 라 벨레차 인피오라 / 에 라 푸제볼 오라 / 시네브리이 아 볼루타 |
| Libiam ne’ dolci fremiti / che suscita l’amore, / poiché quell’occhio al core / onnipotente va. | 리비암 네 돌치 프레미티 / 케 수시타 라모레 / 포이케 퀠로키오 알 코레 / 온니포텐테 바 |
| Libiamo, amor fra i calici / più caldi baci avrà. | 리비아모 아모르 프라 이 칼리치 / 피우 칼디 바치 아브라 |
| Tra voi saprò dividere / il tempo mio giocondo; / tutto è follia nel mondo / ciò che non è piacer. | 트라 보이 사프로 디비데레 / 일 템포 미오 조콘도 / 투토 에 폴리아 넬 몬도 / 초 케 논 에 피아체르 |
| Godiam, fugace e rapido / è il gaudio dell’amore; / è fior che nasce e muore, / né più si può goder. | 고디암 푸가체 에 라피도 / 에 일 가우디오 델라모레 / 에 피오르 케 나셰 에 무오레 / 네 피우 시 푸오 고데르 |
| Godiam, c’invita un fervido / accento lusinghier. | 고디암 친비타 운 페르비도 / 아첸토 루신기에르 |
| Godiam, la tazza e il cantico / le notti abbella e il riso; / in questo paradiso / ne scopra il nuovo dì. | 고디암 라 타차 에 일 칸티코 / 레 노티 아벨라 에 일 리소 / 인 퀘스토 파라디소 / 네 스코프라 일 누오보 디 |
| La vita è nel tripudio. / Quando non s’ami ancora. / Nol dite a chi lo ignora. / È il mio destin così. | 라 비타 에 넬 트리푸디오 / 콴도 논 사미 안코라 / 놀 디테 아 키 로 이뇨라 / 에 일 미오 데스틴 코시 |
축배의 노래 감상 포인트와 추천 연주
노래 직전에는 손님들이 「자, 노래하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자」를 크게 외치며 길게 끕니다. 그 외침이 끝나면 분위기가 확 바뀌어 오케스트라가 가볍게 춤추는 세 박자를 시작합니다. 악보는 알프레도의 첫 소절에 「우아하게」, 「아주 가볍게」라는 지시를 달아 두었습니다. 큰 소리로 외치는 건배가 아니라 잔을 살짝 부딪치듯 시작하는 노래라는 뜻입니다. 1853년 3월 6일 초연에서 이 노래를 처음 부른 사람은 알프레도 역의 로도비코 그라치아니와 비올레타 역의 파니 살비니 도나텔리였습니다. 같은 선율을 알프레도가 한 번, 비올레타가 한 번 부르고 그때마다 손님들의 합창이 받으니, 두 사람의 목소리를 견주어 듣기 좋습니다. 마지막에는 두 사람이 한 줄씩 주고받는 짧은 대목이 있고, 합창이 다시 크게 마무리합니다. 노래는 3분 남짓입니다.
노래가 끝나면 곧바로 옆방에서 다른 왈츠가 흘러나옵니다. 비올레타가 「이제 춤을 추지 않으시겠어요?」 하고 권해 모두 문 쪽으로 향하는 순간, 그녀는 「아!」 하고 갑자기 창백해져 주저앉습니다. 흥겨운 건배 바로 뒤에 병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축배의 노래를 오페라 속에서 들을 때는 노래가 끝난 뒤 이 몇 마디까지 함께 들어 보십시오.
| 파리 에스퀴디에 판 〈라 트라비아타〉 성악보의 축배의 노래 첫 쪽이다. 세 박자 왈츠로 시작하고, 알프레도의 첫 소절에 「우아하게」라는 지시가 붙어 있다. |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 일레아나 코트루바스, 플라시도 도밍고(DG, 1976~77년 뮌헨 녹음). 오페라 전곡 녹음 속 장면으로, 이 노래의 트랙 길이는 2분 56초입니다. 소프라노 코트루바스가 비올레타의 연을, 도밍고가 알프레도의 연을 부릅니다.
리처드 보닝 지휘, 조안 서덜랜드, 루치아노 파바로티(데카, 1979년 런던 녹음). 역시 전곡 녹음 속 장면이고 트랙 길이는 2분 52초입니다. 이 녹음은 2021년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의 사운드트랙 음반에도 실렸습니다.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 주빈 메타 지휘(텔덱, 〈1994년 쓰리 테너 콘서트〉). 오페라 장면이 아니라 음악회의 앙코르로 부른 연주입니다. 소프라노가 없어 비올레타의 연까지 테너들이 나눠 부르고, 트랙 길이도 3분 20초로 조금 깁니다. 1990년 첫 쓰리 테너 음반에는 이 노래가 실려 있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축배의 노래 작곡가는 누구이고 어느 오페라에 나오나요?
주세페 베르디가 작곡했고, 1853년 베네치아에서 처음 공연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1막에 나옵니다. 대본은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가 썼습니다.
Q. 누가 부르나요?
테너 알프레도가 먼저 부르고, 소프라노 비올레타가 같은 선율로 이어 부르며, 파티 손님들의 합창이 사이사이 받습니다.
Q. 가사는 무슨 뜻인가요?
「즐거운 잔으로 마시자」로 시작하는 건배의 노래입니다. 알프레도는 사랑을 위해 마시자고 하고, 비올레타는 사랑의 기쁨은 피었다 지는 꽃이니 지금을 즐기자고 답합니다.
Q. 브린디시는 무슨 뜻인가요?
이탈리아어로 건배, 건배할 때 하는 말, 그리고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짓는 짧고 경쾌한 시를 뜻합니다. 축배의 노래가 바로 오페라 속 브린디시입니다.
Q.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에서 연주되나요?
2026년 10월 1일 빈 필하모닉 공식 공연 아카이브를 조회한 기준으로, 신년음악회에서 이 노래를 연주한 기록은 찾을 수 없습니다. 아카이브에서 확인되는 연주는 2025년 5월 11일 파리 팔레 가르니에 공연입니다.
Q. 노래방에도 있나요?
금영 노래방에 「Libiamo Ne’Lieti Calici (La Traviata)」가 94816번으로 들어 있습니다. 금영의 98158번 「축배의 노래」는 같은 제목의 다른 우리 가요입니다.
다음에 이 노래를 들을 때는 마지막에 두 사람이 한 줄씩 주고받는 대목을 찾아 보십시오. 「아직 사랑을 모를 때나 그렇지요」라는 알프레도의 한마디가 지나가면, 몇 분 뒤 무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미 들리기 시작합니다. 〈라 트라비아타〉 전체의 줄거리와 아리아는 짝 글인 라 트라비아타 뜻과 줄거리·아리아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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