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환상곡 f단조 Op.49 해설, 폴란드 봉기의 노래가 숨어 있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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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환상곡 f단조 작품 49는 별명이 붙지 않은 곡입니다. 쇼팽의 자필 표지에는 「Fantasie pour le piano forté」(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프랑스 초판 표지에는 「Fantaisie pour Piano」라고만 적혀 있고, 쇼팽 연구소 목록의 제목도 「환상곡 f단조」뿐입니다. 환상즉흥곡 작품 66이나 폴로네즈-환상곡 작품 61과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데, 이 글에서 다루는 곡은 1841년에 쓴 작품 49입니다.

별명 대신 이야기가 따라붙은 곡입니다. 하나는 이 곡 속에 폴란드 봉기의 노래가 숨어 있다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다투었던 조르주 상드가 쇼팽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이야기가 누구의 입에서 언제 나왔는지 따라가 보면, 이 곡에서 귀를 어디에 둘지도 보입니다.

노앙에서 끝낸 환상곡

쇼팽은 1841년 여름과 가을을 상드의 저택이 있는 노앙에서 보냈습니다. 쇼팽 연대기는 그해 6월부터 10월까지 노앙에서 작품 43번부터 49번까지가 쓰였다고 적습니다. 발라드 3번(작품 47)과 녹턴 두 곡(작품 48)이 같은 무렵의 곡이고, 환상곡은 그 마지막 번호입니다.

완성한 날의 편지가 남아 있습니다. 쇼팽은 파리의 친구 폰타나에게 이렇게 썼다고 쇼팽 연구소 해설은 곡 소개의 첫머리에 옮겨 놓았습니다. 「오늘 환상곡을 끝냈다. 하늘은 곱고 마음은 슬프다. 그래도 괜찮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 존재가 누구에게도 쓸모없었을지 모르니.」 편지 날짜는 1841년 10월 20일로 적힙니다.

같은 해 폰타나에게 보낸 다른 편지에는 값 이야기가 있습니다. 쇼팽은 이 환상곡에 500프랑을 요구하고, 파리에는 이 다섯 곡을 2,000프랑에 넘기겠다고 적었습니다. 이 무렵 쇼팽의 원고값은 쇼팽의 지갑 사정을 다룬 글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두 판이 다르게 적은 첫 지시

이 곡은 세 나라에서 거의 동시에 나왔습니다. 파리에서는 슐레징거가 1841년 11월에, 라이프치히에서는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이 1842년 1월에, 런던에서는 웨셀 운트 스테이플턴이 같은 1842년 1월에 냈습니다. 쇼팽 작품 국가판 편집진에 따르면 파리 초판은 쇼팽이 교정을 보았지만 오류와 부정확한 곳이 많고, 라이프치히 판은 쇼팽의 자필 정서본을 바탕으로 했으나 쇼팽의 교정을 받지 않았으며, 런던 판에는 쇼팽이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편집진은 편지로 보아 쇼팽이 작품 46번부터 49번까지의 원고를 살필 시간이 며칠뿐이었다고 봅니다.

곡은 카트린 드 소쵸 공비에게 바쳐졌습니다. 헌정받은 이의 성을 적은 철자부터 판마다 다릅니다.

1841년 파리 슐레징거가 펴낸 쇼팽 환상곡 작품 49 초판 표지, 장식 글씨로 쓴 환상곡 제목과 카트린 드 소쵸 공비에게 바친다는 문구가 있다
프레데리크 쇼팽, 〈환상곡〉 작품 49 프랑스 초판 표지, 1841년, 파리 슐레징거 인쇄 악보, 판번호 M.S. 3489,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본이다. 위쪽에 「Fantaisie pour Piano」(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가운데에 「dédiée à Madame la Princesse Catherine de Sonzzo」(카트린 드 소쵸 공비에게 바친다)가 있다. 헌정받은 이의 성은 이 표지의 필기체에서 「Sonzzo」로 읽히고, 쇼팽 자필 표지와 라이프치히 판에는 「Souzzo」로 적혀 있다. 아래에 파리 슐레징거, 라이프치히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 런던 웨셀 운트 스테이플턴의 이름이 함께 적혀 있다.

이 어긋남은 곡의 첫머리에도 있습니다. 국가판 주석에 따르면 첫 행진곡의 빠르기 지시가 쇼팽의 자필과 그것을 따른 독일 판에서는 「Marcia. Grave」(행진곡으로, 무겁고 느리게)이고, 프랑스 초판과 그것을 따른 영국 판에서는 「Tempo di Marcia」(행진곡 빠르기로)입니다. 프랑스 초판의 첫 악보면을 열어 보면 실제로 「Grave」가 없습니다.

쇼팽 환상곡 프랑스 초판의 첫 악보면, 맨 위에 Tempo di Marcia가 적혀 있고 왼손이 여리게 행진 걸음을 시작한다
프레데리크 쇼팽, 〈환상곡〉 작품 49 프랑스 초판 첫 악보면, 1841년, 파리 슐레징거 인쇄 악보,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본이다. 첫 마디 위에 「Tempo di MARCIA.」(행진곡 빠르기로)가 있고 「Grave」는 없다. 왼손이 「p」(여리게)로 걸음 같은 리듬을 되풀이하며 시작하고, 오른손은 둘째 마디 끝에서야 화음으로 들어온다. 조표에는 내림표 넷이 붙어 있다.

두 행진곡과 B장조 코랄

쇼팽 연구소의 미에치스와프 토마셰프스키는 이 곡이 두 행진곡으로 열리고 일종의 결론으로 닫힌다고 풀어 줍니다. 첫째 행진곡은 곡의 으뜸조인 f단조이고, 쇼팽의 시대에 f단조는 애도의 조로 자주 쓰였다고 합니다. 둘째 행진곡은 밝은 F장조입니다. 그 뒤에 즉흥으로 적어 놓은 듯한 대목이 나오고, 자필과 독일 판에만 적힌 「agitato」(격하게)와 함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해설이 짚는 이야기의 줄기는 이렇습니다. 주제가 다섯 번 바뀌는데, 어두운 저음에서 시작해 네 번째에서 가장 센 소리의 영웅적인 몸짓에 이르고, 다섯 번째는 장송이 아니라 전쟁풍의 행진입니다. 그러다 이 대목이 갑자기 끊깁니다. 빛나는 음역으로 날아오르는 즉흥 뒤에 f단조에서 가장 먼 조인 B장조의 코랄(찬송가처럼 화음이 함께 움직이는 음악)이 나옵니다. 해설은 이 코랄이 다른 세계에서 온 목소리처럼 들리고, 찬가나 기도나 열렬한 믿음의 노래로 불려 왔다고 적습니다. 코랄 뒤로 곡은 다시 어두운 곳에서 밝고 승리에 찬 쪽으로 올라갑니다. 곡은 코랄을 돌이켜 보는 사색의 순간을 지나 마지막 화음을 포르티시모로 끝냅니다.

코랄 자리는 초판 악보에서도 눈에 띕니다. 앞 대목이 「rall.」(점점 느리게)과 「pp」(아주 여리게)로 잦아들고 늘임표가 놓인 뒤, 겹세로줄과 함께 「Lento sostenuto」(느리게, 음을 길게 이으며)가 나옵니다. 박자가 4분의 3박자로 바뀌고 조표에는 올림표가 여럿 붙습니다. 그 대목이 끝나는 자리에는 「Tempo 1°」(처음 빠르기로)가 적혀 있고, 조표는 처음의 내림표 넷으로 돌아옵니다.

이 곡의 짜임은 오래 이해받지 못했습니다. 1888년 쇼팽 전기를 쓴 프레데릭 니크스는 이 곡에 「사로잡는 기이함」과 「환상적인 변덕」이 있다고 했고, 헤르만 라이히텐트리트는 짜임이 불분명하고 논리와 연속성이 부족하다고 읽었습니다. 니크스는 같은 책에서 한때 이 환상곡을 덜 호의적으로 말한 적이 있다고 밝히며 이제는 후회하며 고개를 숙이고 라틴어로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라는 뜻의 「peccavi」를 외친다고 썼습니다. 토마셰프스키는 이 곡이 그저 환상곡이었을 뿐이라고 답합니다. 형식이 우연이 아니고, 다만 틀에 박히지 않은 방식으로 펼쳐지는 장르라는 것입니다.

봉기의 노래 〈리트빈카〉

쇼팽 연구소 해설에서 토마셰프스키는 이 환상곡이 폴란드에서 가장 널리 불린 봉기 노래 가운데 하나인 카롤 쿠르핀스키의 〈리트빈카〉의 선율과 리듬 동기 위에 지어졌다고 씁니다. 〈리트빈카〉는 1830년 11월 봉기 뒤 폴란드 전역과 망명자들 사이에서 불렸고, 1832년 파리와 1833년 라이프치히에서 나온 봉기 노래 모음집에도 실렸다고 합니다.

다만 해설은 곧바로 단서를 답니다. 쇼팽은 이 곡에서 노래를 그대로 인용하지 않았고, 〈리트빈카〉는 인용이 아니라 암시로 있다는 것입니다. 곡 안에 있지만 은근하게 있어서 귀로 찾아내야 한다고 합니다. 해설이 가리키는 자리는 둘입니다. 하나는 둘째 행진곡으로, 이 행진곡이 〈리트빈카〉를 분명하게 암시하며 그 노래에 붙은 가사가 「폴란드 땅에 달콤한 바람이 불었다」였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다섯째 주제의 고르게 걷는 저음으로, 해설은 이것이 다른 봉기 노래 〈형제들이여, 전투의 때가 왔다〉의 둘째 부분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합니다.

암시로 쓰는 방법은 쇼팽의 시대에 이미 폴란드 음악가들 사이에 제안되어 있었다고 해설은 덧붙입니다. 쿠르핀스키 자신이 1821년에 낸 글 『음악적 표현과 모방에 대하여』에서, 가사 없는 곡을 쓰는 작곡가들에게 모두의 기억에 새겨진 노래 조각을 여러 암시에 쓰라고 권했다고 합니다. 그 글에는 이런 예가 있다고 합니다. 「그 행진곡의 어조는 폴란드 군대를 눈앞에 세운다.」

이 연결이 언제부터 알려졌는지는 해설의 다른 대목에서 보입니다. 독일의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1962년에 쓴 글(쇼팽 연구소 영문 해설 기준)에서 이 곡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쇼팽의 환상곡 f단조에서, 비극적이면서 승리에 찬 음악을 통해 폴란드는 망하지 않았고 언젠가 다시 일어선다는 말을 듣지 못하려면 귀가 막혀 있어야 한다고요. 쇼팽 연구소 해설은 이 말이 꽤 거칠다고 덧붙이면서, 아도르노가 쓸 당시에는 이 곡이 〈리트빈카〉의 동기 위에 지어졌다는 사실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적습니다. 그래서 해설은 아도르노의 말을 직관이라 부릅니다. 누가 언제 이 연결을 밝혀냈는지는 이 글이 본 자료에 나오지 않습니다.

당대의 기록은 어떨까요. 해설은 1843년 바르샤바 잡지 「비블리오테카 바르샤프스카」에 실린 요제프 시코르스키의 평을 인용합니다. 환상곡을 여는 행진곡에서 벌써 군데군데 「우리 음악을 특징짓는 어법」이 보이고, 곡의 모든 주제가 다소간 「우리 민족성」을 띤다는 평입니다. 이 평은 특정한 노래를 짚지 않고 민족적 어법을 말합니다. 해설은 노래와의 연결이 그때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적습니다. 두 기록이 말하는 것은 이렇게 다릅니다.

리스트가 전했다는 이야기

같은 곡에 전혀 다른 이야기도 붙어 있습니다. 1900년에 쇼팽 책을 낸 제임스 휴네커는, 프란츠 리스트가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데 파흐만에게 쇼팽이 직접 들려준 이 곡의 〈프로그램〉을 전해 주었다고 씁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절망스러운 하루의 끝에 쇼팽이 피아노 앞에서 중얼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곡의 처음 두 마디가 그 두드리는 소리이고, 셋째와 넷째 마디는 쇼팽이 건네는 〈들어오세요〉라는 초대입니다. 문이 활짝 열리면 리스트와 상드와 카미유 플레옐 부인과 다른 사람들이 행진곡의 장중한 걸음에 맞추어 들어와 쇼팽을 둘러쌉니다. 쇼팽이 하소연의 노래를 시작하면 그와 다투었던 상드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빕니다. 이어 노래가 호소하는 대목으로 넘어가고 소리가 거세지다가, 둘째 행진곡에서 들어왔던 사람들이 서둘러 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휴네커는 코랄이 나오는 대목에서 쇼팽의 어지러운 영혼이 잠깐 평화를 얻었기를 바란다고 덧붙입니다.

휴네커 자신은 이 이야기를 믿어도 좋은지 망설입니다. 그는 이것이 이상과는 거리가 먼 해석이지만 쇼팽에게서 리스트를 거쳐 온 것이니 권위 있는 해석이라고 쓰고, 전해지는 사이에 두 이야기꾼의 개인적인 장식이 붙었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합니다. 그러면서도 자기 해석을 고수하겠다고 합니다. 쇼팽에서 리스트로, 리스트에서 파흐만으로, 파흐만에서 휴네커로 이어진 말이고, 휴네커는 파흐만의 전언 말고 다른 출처를 들지 않습니다.

봉기의 노래 이야기와 문 두드리는 이야기는 출처가 서로 다릅니다. 앞의 것은 쇼팽 연구소 해설이, 뒤의 것은 휴네커가 전합니다. 이 글은 어느 쪽이 맞는지 가리지 않습니다. 두 이야기를 다 내려놓아도 곡은 그대로 남습니다.

들어볼 만한 쇼팽 환상곡 f단조 연주

알프레드 코르토, HMV, 1933년 7월 4일 녹음.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78회전 음반으로 녹음했고, 2006년 Naxos Historical 복각반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그 복각을 다룬 평자 게리 렘코는 이 연주가 작곡가 구상의 서사시적 규모를 알리려 한다고 썼습니다. 어두운 군대풍 부분 뒤로 왼손이 천둥치고, 느린 부분으로 넘어가면서 코르토가 마침내 숨을 쉬고, 그 명상적인 노래를 성가처럼 다룬다는 것입니다.

머리 페라이어, CBS, 1984년 2월 녹음. 뉴욕에서 녹음했고 〈즉흥곡〉·〈뱃노래〉·〈자장가〉와 함께 한 장에 실렸습니다. 평자 롭 페녹은 쇼팽이 첫머리에 「Tempo di marcia」와 「Grave」를 함께 표시해 연주자에게 자유를 주었다고 쓰는데(「Grave」가 모든 판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붙입니다), 페라이어가 그 지시를 따라 눈에 띄게 속도를 올리려는 유혹을 이겨내서 멈출 수 없는 추진력과 장대함이 생긴다고 평합니다. 앞에서 본 두 판의 첫 지시가 귀로 이어지는 연주입니다.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도이체 그라모폰, 1987년 7월 녹음. 독일 빌레펠트의 루돌프 외트커 홀에서 녹음해 1988년에 〈발라드 네 곡·뱃노래·환상곡〉이라는 한 장으로 냈습니다. 코르토와 페라이어 뒤에 이어 들으면, 같은 첫 지시를 연주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코랄 앞에서 소리를 어떻게 비우는지를 견주어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들을 때

다음에 이 곡을 들을 때는 첫 행진곡의 걸음이 얼마나 느리게 시작하는지부터 들어 보십시오. 자필의 「Grave」를 따르는 연주인지 초판의 「Tempo di Marcia」를 따르는 연주인지는 악보 없이도 걸음의 무게로 어느 정도 가늠됩니다. 둘째 행진곡이 밝은 장조로 올 때는 쿠르핀스키의 노래를 찾아 듣는 귀가 될지, 문 두드리는 소리 뒤에 이어진 행렬을 떠올리는 귀가 될지 직접 정해 보시면 됩니다.

어느 쪽 귀든 같은 자리는 있습니다. 거세던 소리가 잦아들고 침묵 같은 순간 뒤에 코랄이 들어오는 자리입니다. 그 소리가 다른 세계에서 온 듯 들리는지, 코랄이 끝나고 처음 빠르기로 돌아올 때 곡이 어떻게 달라져 있는지, 코랄을 돌이켜 본 뒤 마지막 화음이 포르티시모로 닿는 순간에 귀를 두십시오. 쇼팽의 생애는 쇼팽의 생애를 다룬 글에서, 쇼팽의 다른 곡 가운데 같은 해에 나온 작품 48의 녹턴들이 속한 장르는 쇼팽 녹턴 가이드에서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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