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대관식 협주곡 K.537, 악보에서 비어 있는 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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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식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면 트럼펫이 먼저 울릴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6번 D장조〉는 반대로 시작합니다. 피아노가 혼자 작게 첫 주제를 말하고, 그다음에 관현악이 트럼펫과 팀파니를 데리고 들어와 화답합니다.

이 조용한 시작과 화려한 이름 사이의 간격이 이 곡의 입구입니다. 그리고 그 간격은 악보 안에도 있습니다. 모차르트가 직접 쓴 총보를 보면 독주 피아노의 왼손이 곳곳에서 비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완성된 음악으로 듣는 이 협주곡은, 그가 종이에 다 적어 놓은 음악이 아니었습니다.

곡 한눈에 보기
• 작품번호: 쾨헬 537 · 피아노 협주곡 26번 D장조
• 작품목록 기록: 1788년 2월 24일
• 알려진 첫 연주: 1789년 4월 14일, 드레스덴 궁정
• 별명이 붙은 자리: 1790년 10월 15일 프랑크푸르트 연주회
• 구성: 3악장 · 연주 시간 약 30분

대관식보다 두 해 먼저 완성된 곡

이 이름은 모차르트가 붙인 것이 아닙니다.

그는 자기가 직접 관리하던 작품목록에 이 협주곡을 1788년 2월 24일 작품으로 적었습니다. 그해 빈에서 그의 형편은 좋지 않았습니다. 연달아 협주곡을 발표하던 시기가 지나 있었고, 후원자에게 돈을 빌려 달라는 편지를 거듭 쓰고 있었습니다. 같은 해 여름에 마지막 세 교향곡이 나왔습니다.

알려진 첫 연주는 빈이 아니라 드레스덴입니다. 1789년 봄 베를린으로 가는 길에 드레스덴 궁정에서 연주했고, 4월 16일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이틀 전 새 D장조 협주곡을 쳤다고 적었습니다.

이름이 생긴 사건은 그로부터 1년 반 뒤입니다. 1790년 2월 요제프 2세가 후사 없이 세상을 떠나고 동생 레오폴트가 뒤를 이어 그해 10월 9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대관식을 치렀습니다. 모차르트도 프랑크푸르트로 갔는데, 황제의 공식 수행 음악가로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궁정악장 살리에리는 수행단에 속했지만 그는 아니었습니다. 여비가 없어 후원자에게 빚을 내어 자기 돈으로 갔고, 축제에 모인 사람들을 상대로 연주회를 열어 기회를 잡아 보려 했습니다.

대관식이 끝난 뒤인 10월 15일에 그의 연주회가 열렸습니다. 화려한 별명이 떠올리게 하는 모습과 실제 사정은 달랐습니다. 청중이 많지 않았고, 그날 그는 아내에게 명예로는 잘되었지만 돈으로는 별 소득이 없었다는 취지로 적었습니다. 그날 프로그램에 연주된 협주곡의 작품번호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이 곡이 그 자리에서 연주되었다는 근거는 그가 죽은 뒤인 1794년에 나온 초판입니다. 초판에 작곡자가 프랑크푸르트에서 대관식을 맞아 연주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그러니 〈대관식〉은 작곡 목적을 말하는 제목이 아닙니다. 이미 있던 협주곡이 어느 연주회와 연결되면서 뒤에 얻은 이름입니다.

트럼펫과 팀파니는 선택이었다

의전의 음향이라는 인상도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차르트 자신이 작품목록에 적은 편성에는 트럼펫과 팀파니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고 표시돼 있습니다. 실제로 자필 총보를 보면 트럼펫과 팀파니 성부는 나중에 끼워 넣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클라리넷은 편성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곡의 화려한 겉모습은 처음부터 고정돼 있던 것이 아닙니다. 트럼펫과 팀파니를 빼고 들으면 전혀 다른 곡이 되는데, 작곡가 본인이 그 선택지를 열어 두었습니다. 대관식이라는 이름이 이 곡의 성격을 앞질러 정해 버린 셈입니다.

악보에서 비어 있는 왼손

이 곡을 다른 협주곡과 갈라 놓는 것은 자필 악보입니다.

독주 피아노가 나오는 대목에서 오른손 선율은 적혀 있는데 왼손이 빠진 자리가 반복됩니다. 흔히 2악장만 그렇다고 적히지만, 실제로는 세 악장 모두에 있습니다. 2악장은 독주 왼손이 통째로 비어 있고, 1악장에도 백 마디가 넘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비어 있는 곳은 3악장입니다.

이것을 미완성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모차르트 본인이 실제로 연주한 곡이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무대에서 칠 음악이라면 반주를 모두 종이에 적을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연구자들은 그가 빠진 부분을 연주하면서 그 자리에서 채웠거나 이미 머릿속에 갖고 있었으리라고 봅니다.

문제는 그가 죽은 뒤였습니다. 1794년 오펜바흐에서 나온 초판에서 비어 있던 자리가 채워졌습니다. 그런데 누가 채웠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출판한 사람이 직접 했으리라는 추정이 있을 뿐입니다. 이 보완은 오랫동안 악보와 연주에 쓰이면서 우리가 아는 K.537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듣는 연주는 연주자가 그 빈칸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출판되는 악보마다 왼손을 메우는 방식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카덴차는 모차르트의 것이 아니다

카덴차는 협주곡에서 관현악이 멈추고 독주자 혼자 남는 자리입니다.

모차르트는 자기 협주곡 여럿에 카덴차를 직접 써서 남겼습니다. 그런데 이 곡에는 남기지 않았습니다. 신모차르트전집은 K.537에 대해서는 악장의 카덴차도, 짧은 도입구도 전하지 않는다고 적습니다. 오늘날 널리 연주되는 카덴차는 그의 제자였던 훔멜이 쓴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들으면 그 대목이 달리 들립니다. 독주자 혼자 남는 자리에서 우리가 듣는 것은 모차르트가 적어 둔 음이 아니라, 뒷사람이 그를 대신해 채운 음입니다.

듣는 흐름과 포인트

1악장은 피아노가 작게 시작해 관현악이 받으면서 커집니다. 화려한 기교로 몰아갈 만한 자리에서 오히려 잠깐 멈추어 성부들이 서로를 좇는 대목이 들어옵니다. 끝으로 가면 갑자기 단조로 기울었다가 다시 밝아지는 짧은 대목이 있습니다. 귀로는 색이 어두워졌다가 되돌아오는 것처럼 들립니다.

2악장은 이 곡에서 가장 단순합니다. 노래 같은 주제를 피아노가 내고 관현악이 답합니다. 트럼펫과 팀파니는 물러나고 목관이 피아노와 주고받습니다. 중간부에서는 피아노가 거의 혼자 노래합니다. 이 악장의 독주 왼손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들으면, 연주자가 얼마나 자유롭게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지가 들립니다.

3악장은 사냥 나팔을 연상시키는 주제가 오가는 경쾌한 마무리입니다. 피아노가 주제를 내면 팀파니가 점을 찍듯 받습니다. 가장 많이 비어 있던 악장이 가장 가볍게 들린다는 점이 이 곡의 역설입니다.

세 녹음으로 듣기

미츠코 우치다가 치고 제프리 테이트가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필립스 녹음은 출발점으로 좋습니다. 피아노 소리가 가볍게 떠 있어 2악장의 노래가 잘 살아납니다. 왼손을 자기 방식으로 채우는 대목도 분명하게 들립니다. 다만 관현악이 조금 물러나 있어 축제의 크기는 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안드라시 시프가 치고 샨도르 베그가 잘츠부르크 카메라타를 지휘한 데카 녹음은 피아노가 관현악을 이끌기보다 함께 걷는 쪽입니다. 1악장에서 성부들이 서로를 좇는 대목을 일부러 느리게 풀어 주어 모차르트가 왜 그 자리에 멈춤을 넣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음색이 마른 편이라 화려함을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알프레드 브렌델이 치고 네빌 매리너가 지휘한 필립스 녹음은 빠르기를 크게 흔들지 않고 악보의 뼈대를 보여 줍니다. 왼손을 채우는 방식을 과장하지 않아서 오히려 그 자리가 원래 비어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지막을 크게 듣고 싶은 분에게는 3악장이 절제되어 들릴 수 있습니다.

빈칸을 듣는다는 것

이 곡에는 화려한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름을 걷어 내면 오히려 모차르트가 가까이 보입니다.

대관식을 위해 주문받은 곡이 아니었고, 그가 황제의 음악가로 그 도시에 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미 써 둔 협주곡을 들고 빚을 내어 갔고, 연주회는 기대만큼 벌어 주지 못했습니다. 화려하게 들리는 트럼펫과 팀파니는 넣어도 되고 빼도 되는 성부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실제로 쳤던 악보에는 자기 손으로 채우면 될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다음에 이 곡을 들으실 때는 대관식이라는 이름이 가리키는 황제보다 먼저, 악보에 적힌 것과 무대에서 그가 직접 채웠을 것 사이의 공간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2악장에서 왼손이 어디서부터 비어 있었을지, 연주자가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웠는지 따라가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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