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아이다 개선 행진곡, 가장 작은 장면을 향해 좁아지는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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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아이다〉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악은 개선 행진곡일 것입니다. 긴 트럼펫이 같은 선율을 힘차게 불고 군대와 포로와 군중이 무대를 가득 채웁니다. 오페라 전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장면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렇게 시작하지도, 그렇게 끝나지도 않습니다. 막이 오르면 현악기가 아주 여리게 움직이고, 마지막에는 지하 무덤에 갇힌 두 사람이 목소리를 낮추며 사라집니다.

〈아이다〉는 가장 큰 장면에서 끝나는 오페라가 아니라, 가장 작은 장면을 향해 계속 좁아지는 오페라입니다.

작품 한눈에 보기
• 작곡: 주세페 베르디 · 대본: 안토니오 기슬란초니
• 초연: 1871년 12월 24일, 카이로 케디브 오페라하우스
• 구성: 4막
• 주요 인물: 아이다, 라다메스, 암네리스, 아모나스로
• 대표 장면: 2막 개선 장면, 4막 무덤 장면

수에즈 운하 개통을 위해 쓴 곡이 아니다

이 작품을 설명할 때 수에즈 운하가 자주 등장하지만, 두 일은 이어져 있지 않습니다.

운하는 1869년 11월 17일에 개통했습니다. 카이로에 새 오페라극장이 문을 연 것은 그보다 앞선 11월 1일이었고, 개관 공연은 〈아이다〉가 아니라 베르디의 기존 작품 〈리골레토〉였습니다. 극장이 운하 개통을 계기로 지어진 것은 맞지만, 그 자리에 〈아이다〉는 없었습니다.

베르디가 이집트 쪽과 새 오페라를 두고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극장이 문을 열고도 일곱 달이 지난 1870년 6월입니다. 그가 파리의 중개인에게 보낸 편지에 이집트 건을 맡겠다는 말과 함께 보수 15만 프랑이 적혀 있습니다. 그 전에도 이집트 쪽에서 축하 음악을 청한 일이 있었지만 그는 행사를 위한 곡을 쓰고 싶어 하지 않아 물렸습니다.

초연이 1871년 12월로 밀린 데에는 전쟁이 있었습니다. 무대와 의상이 파리에서 제작되고 있었는데 프로이센군이 파리를 포위하면서 이집트로 보낼 길이 막혔습니다. 베르디 자신은 카이로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가 직접 관여한 공연은 이듬해 2월 8일 밀라노 라 스칼라 무대였습니다.

승리가 곧 패배가 되는 구조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인물들이 놓인 자리가 복잡합니다.

아이다는 에티오피아 공주인데 이집트에 붙잡혀 와 노예로 지냅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이고, 이집트 왕의 딸 암네리스도 라다메스를 사랑합니다. 여기에 전쟁이 겹치면서 세 사람의 관계는 개인적인 감정으로 남을 수 없게 됩니다.

라다메스가 이기면 아이다의 조국이 집니다. 아이다가 조국을 바라면 사랑하는 사람이 져야 합니다. 라다메스가 아이다를 택하면 자기가 충성을 바쳐 온 나라를 배신하게 됩니다. 누군가의 승리가 다른 누군가의 패배가 되는 구조가 세 사람의 사랑 안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1막에서 이 구조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아이다의 〈이겨 돌아오라〉입니다. 이집트 사람들이 군대를 향해 승리하고 돌아오라 외치자 아이다도 얼결에 같은 말을 외칩니다. 그리고 곧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습니다. 그 승리를 비는 것은 자기 아버지와 자기 민족의 패배를 비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개선 행진곡의 트럼펫

2막에서 우리가 아는 〈아이다〉의 모습이 나옵니다.

전쟁에서 이긴 라다메스가 테베로 돌아오고 왕과 사제와 병사와 시민이 그를 맞습니다. 합창과 무용과 관현악이 한꺼번에 무대를 채웁니다. 여기에서 그 유명한 행진곡이 울립니다.

베르디는 이 장면을 위해 보통 오케스트라 트럼펫과 별도로 긴 직관 트럼펫을 주문했습니다. 1871년 8월 편지에 밀라노의 악기 제작자에게 고대 이집트 형태의 곧은 트럼펫 여섯 대를 주문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보다 배치입니다. 초연 이듬해 밀라노의 음악 신문에 실린 비평에 그 배치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여섯 대가 세 대씩 두 무리로 나뉘고, 한 무리는 내림가장조로 다른 무리는 나장조로 연주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 들은 선율이 다시 나타날 때 단순히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공간이 넓어진 것처럼 들립니다.

선율 자체는 단출합니다. 그렇게 거대한 무대를 만드는 음악인데 중심 선율은 몇 개 되지 않는 음으로 되어 있습니다. 복잡한 선율로 웅장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단순한 선율을 트럼펫과 합창과 행렬의 배치로 키운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 들었다고 생각하면 이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칩니다. 개선식 한복판에서 아이다는 포로들 사이에 있는 자기 아버지 아모나스로를 발견합니다. 이집트 사람들에게 승리의 절정인 바로 그 순간이, 아이다에게는 패배한 조국과 아버지가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입니다. 같은 행진곡을 무대 위의 모든 사람이 같은 의미로 듣고 있지 않습니다.

광장에서 무덤으로

3막에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군중과 행렬이 사라지고 밤의 나일강가만 남습니다. 아이다는 라다메스를 기다리며 〈오 나의 조국〉을 부릅니다. 고향의 하늘과 바람을 떠올리지만 다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개선 장면에서는 나라가 사람보다 컸다면, 여기서는 한 사람이 나라와 가족과 사랑 사이에서 견디지 못하는 모습이 남습니다.

아버지 아모나스로가 나타나 딸에게 이집트 군대의 이동 경로를 알아내라고 요구합니다. 아이다가 묻자 라다메스는 자기도 모르게 군사 기밀을 말하고, 그 순간 아모나스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라다메스는 자기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닫습니다. 이 비극에는 악당이 없습니다. 세 사람 모두 원하는 것 하나만 고를 수 없는 자리에 있을 뿐입니다.

4막에서 라다메스는 반역죄로 재판을 받고 산 채로 지하 무덤에 갇히는 형을 받습니다. 그가 무덤으로 들어가자 그곳에 아이다가 먼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함께 죽기 위해 들어온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는 두 층으로 갈라집니다. 아래에는 봉인된 무덤 속의 두 사람이 있고, 위에는 신전에서 기도하는 암네리스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오 대지여 안녕〉을 부르며 점점 목소리를 낮추고, 위에서는 암네리스가 평화를 빕니다. 2막에서 군중과 병사와 트럼펫이 가득 채웠던 무대에 마지막에는 세 사람만 남습니다.

처음 들을 때 잡을 세 장면

전곡이 길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두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1막의 〈이겨 돌아오라〉를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한 사람이 사랑하는 이의 승리와 자기 조국의 승리를 동시에 바랄 수 없다는 사실이 음악 안에서 어떻게 뒤집히는지 들립니다.

그다음 2막 개선 장면입니다. 유명한 행진곡만 듣지 마시고 행렬 끝에 포로들이 들어온 뒤 분위기가 달라지는 지점까지 이어서 들으시면 이 장면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마지막으로 4막 끝 장면입니다. 개선 행진곡의 트럼펫과 견주면 같은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소리가 작아집니다. 이 세 장면만 이어도 전쟁에서 한 사람으로, 광장에서 무덤으로, 큰 소리에서 작은 소리로 옮겨 가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두 녹음으로 듣기

처음 전곡을 들으신다면 게오르그 솔티가 로마 오페라극장 관현악단을 지휘하고 레온타인 프라이스가 아이다를, 존 비커스가 라다메스를 부른 1961년 데카 녹음이 좋습니다. 큰 장면에서 리듬과 금관이 강하게 나아가 개선 장면의 규모를 파악하기 쉽습니다. 프라이스의 목소리는 합창을 뚫고 나오는 힘과 조용한 대목에서 음을 길게 이어 가는 능력을 함께 들려줍니다. 다만 전체 긴장이 강해서 이 작품의 내밀한 면을 먼저 듣고 싶은 분에게는 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른 쪽에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빈 필하모닉을 지휘하고 레나타 테발디와 카를로 베르곤치, 줄리에타 시미오나토가 부른 1959년 데카 녹음이 있습니다. 개선 행진곡의 크기만큼이나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합창과 관악, 조용한 장면의 관현악 색채가 잘 살아납니다. 베르곤치의 라다메스는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말과 선율을 이어 가는 쪽이어서 마지막 무덤 장면까지 연결해 듣기 좋습니다.

두 녹음을 이어 들으면 같은 작품이 얼마나 다르게 들리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전쟁과 의식의 힘이 먼저 들리고, 다른 쪽에서는 그 거대한 무대 안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조용히 무너지는지가 들립니다.

행진이 끝난 뒤까지

〈아이다〉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은 개선 행진곡입니다. 베르디도 이 장면을 위해 특별한 트럼펫까지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듣고 나면 그 행진곡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승리한 군대가 들어올 때 한쪽에서는 아버지가 포로가 되어 들어옵니다. 이집트가 환호할 때 아이다는 자기 조국의 패배를 봅니다. 라다메스가 영웅이 되는 순간 세 사람의 관계는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크게 울렸던 음악은 마지막에 전부 사라집니다.

다음에 개선 행진곡을 듣게 되신다면 행진이 끝난 뒤까지 조금 더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오페라가 말하려는 것은 승리의 소리가 아니라 그 승리가 지나간 뒤 무대에 남은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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