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멈출 자리마다 다음 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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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이 기다리지 않습니다.

현악기가 작은 파동을 만들기 시작하자마자 독주 바이올린이 그 위로 들어와 긴 선율을 꺼냅니다.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충분히 소개하고 주인공을 불러들이는 시간이 없습니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Op.64가 시작되는 방식입니다.

이 곡에서는 이런 일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바이올린 혼자 연주하는 카덴차도 음악을 세워 놓지 않고 다음 대목으로 이어지고, 1악장이 끝나도 파곳 한 대가 소리를 놓지 않습니다. 2악장 뒤에는 바이올린과 현악기가 짧은 다리를 놓아 마지막 악장까지 데려갑니다.

이 협주곡의 특징은 화려한 바이올린만이 아닙니다. 음악이 멈출 만한 자리마다 다음 길을 만들어 놓았다는 데 있습니다.

곡 한눈에 보기
•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
• 작품명: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Op.64, MWV O 14
• 구상: 1838년
• 자필 총보 완성: 1844년 9월 16일
• 초연: 1845년 3월 13일, 라이프치히
• 독주: 페르디난트 다비트
• 지휘: 닐스 가데
• 구성: 3악장, 악장 사이를 끊지 않고 연결
• 연주 시간: 약 30분

처음 들을 곳
• 1악장 시작. 현악기가 움직인 뒤 바이올린이 들어오기까지 몇 초가 걸리는지만 세어 보아도 이 곡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 초상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 에두아르트 마그누스가 1846년에 그린 초상이다. 협주곡 초연 이듬해이자 그가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이다.

6년에 걸쳐 썼다는 말

멘델스존은 1838년 7월 30일 바이올리니스트 페르디난트 다비트에게 마단조 바이올린 협주곡을 쓰고 싶다고 알렸습니다. 그때 이미 시작 부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듣는 모습이 갖춰진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였습니다. 첫 스케치는 늦어도 1841년에 남겨졌고, 본격적인 작업은 1844년 여름에 진행된 것으로 보이며, 자필 총보 마지막에는 1844년 9월 16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따라서 흔히 말하는 「6년에 걸쳐 작곡한 협주곡」은 아이디어에서 완성까지의 시간을 뜻한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1838년부터 6년 동안 계속 같은 악보를 붙잡고 있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바이올린이 기다리지 않는 시작

당시의 협주곡에서는 오케스트라가 먼저 음악을 충분히 펼친 뒤 독주자가 등장하는 방식이 익숙했습니다. 멘델스존은 그 시간을 거의 없앴습니다.

현악기의 조용하고 불안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곧바로 바이올린이 첫 선율을 노래합니다. 무대를 준비한 다음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막이 올라가는 순간 이미 주인공이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 곡의 유명한 첫 선율은 단순히 좋은 멜로디여서 강한 것이 아닙니다. 그 선율이 언제 등장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주인공이 반주자가 되는 순간

그런데 멘델스존은 바이올린을 일찍 등장시켜 놓고 계속 앞에만 세우지는 않습니다. 1악장을 듣다 보면 독주 바이올린이 높은 곳에서 내려와 자신의 가장 낮은 현에서 긴 음을 붙드는 순간이 나오고, 바로 그 위에서 플루트와 클라리넷이 새로운 선율을 노래합니다. 조금 전까지 노래하던 바이올린이 갑자기 다른 악기들의 바닥을 받쳐 주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악보를 보지 않아도 들을 수 있습니다. 높은 곳에서 움직이던 바이올린이 아래로 내려가 자리를 비켜 주고, 목관악기가 앞으로 나오는 순간을 찾으면 됩니다.

협주곡을 흔히 독주자와 오케스트라의 경쟁이라고 말하지만, 여기서는 어느 한쪽이 계속 주인공으로 남지 않습니다. 바이올린이 노래하다가 오케스트라의 노래를 받쳐 줍니다. 이 역할 교환이 이 작품을 듣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1838년의 약속과 페르디난트 다비트

이 협주곡 뒤에는 페르디난트 다비트가 있습니다. 다비트는 멘델스존의 오랜 친구였고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마스터였으며, 멘델스존이 1838년 협주곡 계획을 처음 이야기한 상대도 그였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6년 동안 나란히 앉아 작품 전체를 공동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지나칩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1844년 가을 이후입니다. 멘델스존은 총보를 완성한 뒤에도 악보를 계속 고쳤습니다. 1악장 카덴차를 크게 다시 쓰고, 느린 악장의 일부와 마지막 악장도 수정했습니다. 이후 다비트는 운지와 활쓰기, 독주부의 실제 연주 문제에 관해 의견을 냈고 멘델스존과 다시 조율했습니다. 이 수정은 초연 직전까지 이어졌습니다.

다만 다비트가 정확히 어느 음을 얼마나 바꾸었는지는 모두 알 수 없습니다. 그가 손을 댄 일부 자료가 현재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다비트가 함께 작곡한 협주곡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멘델스존이 실제 연주자인 다비트와 상의하며 독주부를 끝까지 다듬은 작품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정작 1845년 3월 13일 초연 무대에 멘델스존은 서지 못했습니다. 몸이 좋지 않아 지휘를 맡을 수 없었고, 대신 그의 조수였던 덴마크 작곡가 닐스 가데가 지휘대에 올랐습니다. 6년을 두고 다듬은 악보의 첫 소리를 작곡가는 객석에서도 무대에서도 자기 손으로 이끌지 못한 셈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페르디난트 다비트 초상
페르디난트 다비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마스터였고 1845년 초연에서 이 협주곡을 처음 연주한 사람이다.

끝에 있어야 할 카덴차가 앞으로 온 이유

1악장에서 가장 중요한 감상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카덴차입니다. 카덴차는 오케스트라가 멈추고 독주자가 혼자 연주하는 부분으로, 이전 협주곡에서는 대개 악장 끝부분 가까이 등장해 독주자의 기량을 보여 주는 별도의 공간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멘델스존은 위치를 바꿨습니다. 첫 선율이 본격적으로 돌아오기 직전에 카덴차를 놓았고, 독주자가 카덴차를 마쳤다고 음악이 새로 출발하지도 않습니다. 바이올린의 빠른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케스트라가 다시 들어옵니다. 카덴차가 끝과 시작 사이를 가르는 벽이 아니라 두 부분을 연결하는 다리가 된 것입니다.

이것을 알고 들으면 카덴차에서 얼마나 빠르게 연주하는가보다 다른 것이 귀에 들어옵니다. 혼자 연주하던 바이올린 속으로 오케스트라가 언제 다시 들어오는가. 그 순간을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파곳 한 음이 만든 두 번째 악장

1악장이 힘차게 끝나는 순간에도 음악은 완전히 멈추지 않습니다. 다른 악기들이 소리를 거둘 때 파곳 한 대가 마지막 음을 계속 붙들고 있고, 그 음이 조금씩 방향을 바꾸고 나면 다장조의 2악장이 열립니다.

눈에 띄는 효과는 아닙니다. 오히려 처음 들으면 지나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한 번 알고 나면 이 협주곡을 들을 때마다 1악장 마지막에서 파곳을 기다리게 됩니다.

2악장에서는 앞의 긴장이 가라앉고 바이올린이 길게 노래합니다. 그러나 중간으로 가면 오케스트라의 색이 어두워지고 움직임도 거칠어지며, 그래서 처음의 차분한 선율이 다시 돌아왔을 때 같은 음악이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여기에서도 멘델스존은 악장을 닫고 새 문을 열지 않습니다.

느린 노래에서 뛰어오르는 피날레

2악장이 끝난 뒤에도 바로 마지막 악장의 빠른 음악이 터져 나오지는 않습니다. 바이올린과 현악기가 짧은 연결 부분을 만들고, 느린 악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씩 움직임을 되찾습니다. 그러다가 음악은 마단조에서 벗어나 마장조의 빠른 피날레로 뛰어듭니다.

앞의 두 악장보다 훨씬 가볍고 민첩합니다.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짧은 음형을 빠르게 주고받고, 음악은 오래 머무르지 않은 채 앞으로 갑니다. 중요한 것은 세 악장이 서로 다른 표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하나가 끝난 뒤 다음 것을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이어져 온 원리가 마지막까지 계속됩니다.

한 방향을 바라본 선택들

멘델스존이 이 작품에서 이전에 없던 모든 것을 처음 발명했다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악장을 이어 연주하는 시도 자체는 이미 다른 작품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여러 선택이 한 방향을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 오케스트라의 긴 소개를 줄였습니다.
  • 카덴차를 악장 끝의 별도 공간에서 음악 한가운데로 옮겼습니다.
  • 악장과 악장 사이에도 연결음을 넣었습니다.
  • 독주자와 오케스트라의 역할도 계속 바꿉니다.

각각 따로 보면 작은 변화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함께 들으면 하나의 결과를 만듭니다. 음악이 앞으로 가는 힘을 끊지 않는 것. 이 곡이 시작 몇 초 만에 청자를 붙잡고 약 30분 뒤까지 놓아주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세 곳만 찾아 듣기

처음 듣는다면 전곡을 분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 곳이면 충분합니다.

첫 번째는 시작입니다. 현악기가 움직이기 시작한 뒤 바이올린이 얼마나 빨리 등장하는지 들어봅니다.

두 번째는 1악장의 카덴차 끝입니다. 바이올린 혼자 연주하던 음악 속으로 오케스트라가 들어오는 순간을 찾습니다.

세 번째는 1악장 마지막입니다. 다른 악기가 멈춘 뒤에도 남아 있는 파곳 한 음을 찾아봅니다. 그 음이 2악장으로 길을 내는 것을 들으면 이 곡의 설계가 귀로 이해됩니다.

이 세 곳만 들려도 멘델스존의 협주곡은 이전과 조금 다르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서로 다른 세 가지 연주

힐러리 한, 오슬로 필하모닉, 휴 울프, Sony Classical, 2002년

빠른 움직임의 윤곽을 확인하기 좋은 연주입니다. 상당히 빠른 흐름 속에서도 음의 윤곽이 선명합니다. 이 곡의 추진력을 먼저 듣고 싶다면 좋은 비교 대상입니다.

안네 소피 무터, 베를린 필하모닉,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Deutsche Grammophon, 1980년

젊은 무터와 카라얀이 남긴 초기 녹음입니다. 빠르고 가벼운 연주와 비교하면 독주와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좀 더 넓고 묵직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야니네 얀선,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리카르도 샤이, Decca, 2006년

이 작품을 초연했던 악단이 오늘 이 곡을 어떻게 연주하는지 들어볼 수 있습니다. 얀선의 민첩한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밀접하게 움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언제 작곡했나요?

A. 1838년 페르디난트 다비트에게 처음 구상을 알렸고, 현재 남은 자필 총보는 1844년 9월 16일 완성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초연과 출판을 앞두고 수정이 계속되었습니다.

Q. 초연은 누가 연주했나요?

A. 1845년 3월 13일 라이프치히에서 페르디난트 다비트가 독주했습니다. 멘델스존은 몸이 좋지 않아 지휘하지 못했고 닐스 가데가 대신 맡았습니다.

Q. 세 악장은 정말 쉬지 않고 이어지나요?

A. 네. 1악장 끝에서는 파곳의 지속음이 2악장으로 연결하고, 2악장 뒤에는 독주 바이올린과 현악기의 짧은 연결 부분이 마지막 악장으로 이어집니다.

Q. 카덴차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악장 마지막에 별도로 붙지 않고 첫 주제가 돌아오기 전에 배치되어 음악의 흐름 안에서 연결 역할을 합니다. 현재 전해지는 카덴차는 멘델스존의 수정과 다비트의 조언 과정이 얽혀 있어 세부적인 기여를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습니다.

Q. 왜 흔히 4대 바이올린 협주곡 가운데 하나라고 하나요?

A. 한국에서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 브루흐 또는 차이콥스키 등을 묶어 부르는 방식은 고정된 국제 분류라기보다 통용되는 표현에 가깝습니다. 멘델스존의 이 협주곡이 19세기 이후 바이올린 협주곡의 핵심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다시 틀 이유

이 곡을 다시 들을 때 바이올린만 따라가지 않아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바이올린이 얼마나 빨리 들어오는지 듣고, 조금 뒤에는 바이올린이 낮은 음에서 목관악기를 받쳐 주는 순간을 찾아봅니다. 카덴차에서는 독주가 언제 끝나는가보다 오케스트라가 언제 그 안으로 다시 들어오는지를 듣습니다. 1악장 마지막에서는 모두가 멈춘 뒤에도 혼자 남아 있는 파곳을 기다립니다.

그러면 이 곡의 다른 얼굴이 보입니다. 멘델스존은 바이올린을 앞세웠지만 오케스트라를 뒤로 밀어내지 않았고, 세 악장을 이어 놓았지만 모두 같은 분위기로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음악 사이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였습니다. 1838년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시작이 1844년 악보가 되고 1845년 무대에 오른 뒤에도 계속 앞으로 흐르는 이유입니다.

다음에 이 곡을 틀 때는 유명한 첫 선율이 끝난 뒤에도 귀를 놓지 마십시오. 이 협주곡에서 더 흥미로운 것은 시작하는 방식만큼이나, 멈추지 않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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