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1956년 소련 영화에서 온 왈츠와 악기 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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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2001)에는 두 주인공이 노을 속에서 왈츠를 추는 장면이 있고, 그 장면에 흐르는 음악이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이라고 소개됩니다. 이렇게 영화 속 장면으로 이 왈츠를 처음 들은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왈츠가 맨 처음 쓰인 곳도 영화였습니다. 1950년대 소련에서 만든 영화입니다.

이 글은 그 영화에서 출발합니다. 이 왈츠가 어떤 영화를 위해 쓰였는지, 그 곡이 어떻게 모음곡 안으로 들어가 「두 번째 왈츠」라는 이름을 얻었는지, 그리고 들을 때 어떤 악기에 귀를 두면 좋은지를 차례로 적습니다.

〈왈츠 2번〉은 처음에 소련 영화 음악이었습니다. 쇼스타코비치가 1955~56년에 카자흐 초원을 개간하러 간 젊은이들의 영화 〈제1 제대〉에 쓴 왈츠가, 그의 영화·무대 음악을 모은 모음곡에서 두 번째 왈츠가 되어 지금의 이름으로 퍼졌습니다.

영화 〈제1 제대〉에서 온 왈츠

이 왈츠의 출발점은 소련의 영화사 모스필름이 만든 영화입니다. 러시아어 원제는 Первый эшелон(페르비 에셸론)이고 영어로는 The First Echelon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말로 정해진 제목은 없어서, 이 글에서는 직역해 〈제1 제대〉라고 부르겠습니다. 제대는 차례로 나뉘어 나아가는 대열의 한 무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감독은 미하일 칼라토조프, 각본은 니콜라이 포고딘이 맡았습니다. 모스필름의 작품 소개에 따르면 영화는 카자흐스탄의 한 초원 지역에 젊은이들의 무리가 도착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아무도 일구지 않은 땅, 곧 처녀지를 농토로 개간하러 온 사람들입니다.

연도는 조금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쇼스타코비치가 이 영화의 음악을 쓴 것은 1955년에서 1956년에 걸쳐서입니다. 영화는 1956년 4월 29일에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모스필름의 자료에는 1955년으로 적혀 있는데, 제작된 해를 기준으로 한 표기로 보입니다.

이 영화 음악에서 왈츠는 두 번째 곡입니다. 영화 음악 가운데 몇 곡을 뽑아 따로 묶은 영화 모음곡이 나중에 만들어졌는데, 거기서는 여덟 번째 곡이 이 왈츠입니다. 그리고 다음 절에서 이야기할 또 다른 모음곡에서는 일곱 번째 곡이 됩니다. 같은 왈츠인데 어느 묶음에 들어 있느냐에 따라 번호가 다른 것입니다.

영화 음악 전체의 악기 목록도 남아 있습니다. 보통의 관현악 악기 말고도 색소폰, 기타 두 대, 만돌린 두 대, 그리고 바얀이 들어 있습니다. 바얀은 건반 대신 단추를 눌러 연주하는 러시아의 아코디언입니다. 영화관에서 흘러나오던 음악부터 이미 춤곡 악단에서 쓰는 악기들을 품고 있었던 셈입니다. 다만 그 악기들이 왈츠에서 정확히 어떻게 쓰였는지까지는 이 목록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안경을 쓰고 정장 차림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1958년의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흑백 인물 사진
홀거 에클룬드 촬영,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1958년 10월 9일, 핀란드 방문 중. 〈제1 제대〉의 음악을 쓰고 두 해쯤 지난 무렵의 모습이다.

두 번째 왈츠라는 이름

영화 음악 안에서 이 곡의 이름은 그냥 「왈츠」였습니다. 「두 번째 왈츠」라는 이름은 영화가 아니라 뒤에 생긴 모음곡에서 왔습니다.

그 모음곡의 이름은 〈버라이어티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입니다. 쇼스타코비치가 여러 영화와 무대 작품에 썼던 음악 가운데 여덟 곡을 모아 한 묶음으로 만든 것입니다. 순서는 행진곡, 춤 1, 춤 2, 작은 폴카, 서정적 왈츠, 왈츠 1, 왈츠 2, 피날레입니다. 왈츠가 세 곡이나 들어 있는데, 그 가운데 번호가 붙은 왈츠는 「왈츠 1」과 「왈츠 2」 둘뿐입니다. 그중 「왈츠 1」 다음에 오는 일곱 번째 곡 「왈츠 2」가 바로 〈제1 제대〉의 왈츠입니다. 「왈츠 1」과 「왈츠 2」로 번호가 매겨진 두 곡 가운데 둘째라서 이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모음곡을 누가 모았는지는 자료마다 설명이 다릅니다. 판권을 가진 출판사는 쇼스타코비치 주변의 이름 모를 동료들이 모았다고 적고, 미국의 한 교향악단 프로그램 노트는 작곡가 자신이 했을 가능성을 적습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정확히 모릅니다. 쇼스타코비치 전집을 내는 러시아 출판사는 여덟 곡 가운데 가장 늦게 쓰인 것이 1955~56년의 〈제1 제대〉 음악이라는 점을 근거로, 모음곡이 1950년대 후반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합니다.

같은 출판사의 해설에는 하나가 더 적혀 있습니다. 모음곡의 「왈츠 2」는 영화의 왈츠를 그대로 옮긴 것인데, 끝에 주제를 한 번 더 펼쳐 나가는 부분이 덧붙었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흐르던 왈츠와 모음곡으로 연주되는 왈츠는 끝부분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모음곡은 1988년 12월 1일 런던에서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가 지휘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세계 초연되었습니다.

이 곡을 찾다 보면 〈재즈 모음곡 2번〉이라는 이름도 자주 만납니다. 이 여덟 곡 모음곡은 여러 이름으로 녹음되어 왔고, 그중 하나가 〈재즈 모음곡 2번〉입니다. 다음에 소개할 데카 음반도 그 이름을 씁니다. 한편 쇼스타코비치에게는 1938년에 쓴 세 악장짜리 〈재즈 모음곡 2번〉이 따로 있습니다. 그 곡은 총보가 전하지 않다가 1999년에 세 악장의 피아노 초고가 확인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되살린 판이 2000년 9월 9일 런던에서 처음 연주되었습니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와 작곡가의 다른 작품은 쇼스타코비치의 생애와 작품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감상 가이드와 악기 편성

모음곡의 제목에 붙은 「버라이어티」는 어디서 소리로 드러날까요. 판권 출판사가 적어 둔 모음곡 편성을 보면 보통의 관현악 악기 사이에 알토 색소폰 두 대와 테너 색소폰 두 대, 기타, 아코디언, 그리고 피아노 두 대가 들어 있습니다. 다른 판권사의 표기에는 기타와 아코디언이 없고 피아노가 한 대로 적혀 있어서, 악보 판에 따라 편성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프로그램 노트는 이 모음곡의 「버라이어티」다운 색이 바로 이런 악기들, 곧 색소폰 네 대와 기타와 아코디언처럼 춤곡 악단에서 쓰던 악기에서 나온다고 설명합니다.

곡의 큰 흐름도 같은 노트에 기대어 적습니다. 노트에 따르면 먼저 알토 색소폰이 주제를 내놓고, 이 주제는 뒤에 트롬본으로 넘어갑니다. 노트는 이 주제를 단순하고 우수 어린 주제라고 부릅니다. 그 밑에서는 왈츠 특유의 쿵짝짝 반주가 계속 곡을 받칩니다. 세 박 가운데 첫 박에 낮은 소리가 쿵 하고 놓이고, 나머지 두 박에 짝짝 하고 화음이 얹히는 반주입니다.

곡은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노트는 앞뒤 부분이 단조이고 가운데 부분은 장조로 옮겨 간다고 적습니다. 가운데에서 한 번 분위기를 바꾸었다가 다시 처음의 주제로 돌아오는 구조입니다. 빠르기 지시는 알레그레토 포코 모데라토(조금 빠르게, 약간 절제하여)입니다.

처음 들으실 때는 두 가지만 따라가셔도 충분합니다. 주제를 부르는 악기가 색소폰에서 트롬본으로 바뀌는 순간, 그리고 밑에서 끊이지 않는 쿵짝짝 반주입니다.

1950년 라이프치히의 공연장 객석에 앉아 있는 안경 쓴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흑백 사진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1950년 7월 28일, 라이프치히 바흐 축제 객석. 사진 Roger & Renate Rössing, 독일 포토테크(Deutsche Fotothek) 소장, CC BY-SA 3.0 DE. 〈제1 제대〉 음악을 쓰기 다섯 해쯤 전의 모습이다.

모음곡 이후의 삶

1988년 런던 초연 뒤로 이 왈츠가 널리 알려진 길을 연도 순서대로 따라가 보면 이렇습니다.

1994년에는 앙드레 류가 자신의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이 곡을 「The Second Waltz」라는 제목의 싱글로 냈습니다. 이 음반은 네덜란드 Top 40 차트에서 4위까지 올랐고 28주 동안 차트에 머물렀습니다.

1999년에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마지막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의 첫머리에 이 왈츠가 쓰였습니다. 영화 사운드트랙 음반에 실린 음원은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데카 녹음이고, 곡명은 「재즈 모음곡의 왈츠 2」로 적혀 있습니다. 1956년 소련 영화를 위해 쓴 왈츠가 40여 년 뒤 다른 나라 영화의 첫 장면에 다시 놓인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이 곡의 이름은 여러 곳에 남아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번지점프를 하다〉 말고도 1999년 한국 영화 〈텔 미 썸딩〉에 쓰였다고 소개되고,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이라는 제목의 웹소설도 있습니다.

추천 녹음

음반에서는 이 곡이 〈재즈 모음곡 2번〉이라는 이름으로 실린 경우가 많습니다. 찾으실 때 그 이름으로도 검색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 리카르도 샤이 지휘 ·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Decca, 1991년 4~5월 녹음). 〈아이즈 와이드 셧〉 사운드트랙에 실린 바로 그 연주입니다. 영화에서 이 곡을 알게 된 분이라면 이 녹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음반에는 재즈 모음곡 1번, 피아노 협주곡 1번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 드미트리 야블론스키 지휘 · 러시아 국립 교향악단 (Naxos, 2001년 10월 모스크바 녹음). 모음곡 여덟 곡을 모두 들을 수 있습니다. 같은 음반에 실린 「왈츠 1」과 나란히 들으면 두 왈츠가 어떻게 다른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약 20분입니다.
  • 마리스 얀손스 지휘 ·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EMI, 1996년 3월 녹음). 교향곡 11번 음반에 이 왈츠 한 곡만 함께 실려 있습니다. 모음곡이 아니라 교향곡과 이어서 들어 보고 싶을 때 고를 만합니다.

다시 들을 때 짚을 한 곳

다음에 이 왈츠를 트실 때는 두 가지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이 선율이 처음 흐른 곳은 1956년, 카자흐스탄 초원으로 떠난 젊은이들을 그린 소련 영화였다는 것. 그리고 모음곡판에는 그 영화 음악 끝에 주제가 한 번 더 이어 붙었다는 것입니다.

곡이 끝날 듯하다가 주제가 한 번 더 펼쳐지는 끝부분에 귀를 두어 보십시오. 그 대목은 영화관의 스크린을 떠난 뒤에 이 왈츠가 얻은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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