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대표곡 중 하나인 송어는 가곡으로 만들어진 뒤 피아노 5중주로 편곡된 아름다운 걸작이다. 필자에게는 언제 들어도 경쾌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애청곡이다.
슈베르트 송어, 숭어라는 오해
가곡 송어, 독일어 원제 Die Forelle는 음악 교과서에도 나오는 유명한 곡인데, 오랫동안 제목이 숭어로 잘못 표기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이름 가운데 옳은 쪽은 명확히 송어다. 독일어 Forelle는 연어과의 민물고기인 송어를 가리키는 단어로 뜻이 분명하며, 바다 어종인 숭어를 뜻하는 독일어 단어와는 전혀 다르다. 그러니까 이것은 번역이 두 갈래로 갈릴 수 있는 모호한 사안이 아니라, 처음부터 명백한 오역이 퍼진 경우다.
이 오역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다룬 국내 자료들은 대체로 일제강점기에 이 곡이 국내에 소개되는 과정에서 숭어라는 잘못된 이름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한다. 1960년대 후반 윤형주와 송창식으로 이루어진 인기 듀오 트윈폴리오가 이 곡을 한국어로 번안해 거울 같은 강물 위에 숭어가 뛰노네로 시작하는 노래를 발표하면서 숭어라는 이름은 더욱 널리 퍼졌다. 다만 트윈폴리오가 이 곡을 번안했을 무렵에는 이미 숭어라는 표기가 자리 잡은 뒤였으므로, 트윈폴리오는 잘못된 이름을 널리 퍼뜨리는 데 일조했을 뿐 오역을 처음 만들어 낸 당사자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교과서의 표기 정정은 한 번에 깔끔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육 당국이 표기를 바로잡으라는 지침을 내린 뒤에도 한동안 일부 교과서에는 여전히 숭어로 남아 있었고, 2010년대 초반에 들어서야 대다수 교과서가 송어로 고쳐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 여러 언론 보도에서 확인되는 흐름이다.
두 어종의 이름과 서식 특성이 어느 정도 겹치는 것도 혼동이 오래간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송어는 원래 민물고기이고 숭어는 원래 바닷물고기이지만, 두 어종 모두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 환경에서도 발견될 수 있어 서식지가 완전히 딴판인 물고기라고 느껴지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혼동이 오래 지속된 정황을 설명해 줄 뿐, Forelle가 송어를 가리킨다는 사실 자체를 흔들지는 않는다.
![]() |
| 낚시줄에 걸린 송어의 모습 (출처: aminoapps.com) |
낚시꾼에게 잡힌 송어, 원작 시의 내용
가곡 송어는 1817년,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가 스무 살 때 시인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다니엘 슈바르트(Christian Friedrich Daniel Schubart, 1739~1791)의 시를 바탕으로 만든 유절형 가곡이다. 슈바르트의 이 시는 1783년 슈바벤 뮤즈 연감이라는 문예지에 처음 실렸다. 시는 물속에서 한가로이 놀던 물고기가 낚시꾼의 교묘한 수작에 속아 결국 잡히는 장면을 경쾌하게 묘사한다.
시 송어는 원래 4연으로 되어 있는데, 슈베르트는 가곡에서 4연을 제외했다. 3연까지는 개울 속을 헤엄치는 송어의 모습, 낚시꾼이 나타나 흙탕물을 만들어 송어를 낚아 올리는 모습, 그리고 그런 장면을 바라보며 불안하고 안타까운 제3자의 심정을 담고 있지만, 4연은 젊은 여성들에게 남자를 조심하라고 경계하는 다소 노골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슈베르트가 곡에서 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곡에서 피아노 5중주로, 작곡 배경
아버지와의 불화로 고향을 떠나 빈으로 온 슈베르트는 1816년 가을 무렵부터 프란츠 폰 쇼버의 집에 머물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부유한 법학도였던 쇼버는 슈베르트에게 숙소를 내주며 오직 작곡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물질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쇼버는 1817년 초 궁정 오페라의 바리톤 요한 미하엘 포글을 슈베르트에게 소개해 주었고, 포글은 슈베르트의 가곡을 즐겨 부르며 그를 빈 사교계에 널리 알렸다.
포글은 1819년 여름 슈베르트를 데리고 빈과 잘츠부르크 중간쯤에 있는 오스트리아의 소도시 슈타이어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슈베르트는 광산 부지배인이자 아마추어 첼리스트였던 질베스터 파움가르트너의 살롱에 드나들게 되었는데, 파움가르트너는 2년 전 작곡된 가곡 송어를 무척 좋아했다. 그의 요청으로 슈베르트는 피아노 5중주를 새로 작곡하게 되었고, 가곡 송어의 선율을 변주곡 형태로 만들어 4악장에 넣었다. 그 인연으로 이 5중주는 이후 별칭 송어로 널리 불리게 되었다. 완성된 악보는 그해 가을 빈으로 돌아온 뒤 파움가르트너에게 보내졌다.
제2바이올린 대신 콘트라베이스, 독특한 악기 편성
악기 편성은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의 5중주로, 일반적인 현악 5중주에서 쓰이는 제2바이올린 대신 콘트라베이스를 넣은 점이 특이하다. 이는 파움가르트너가 좋아하던 요한 네포무크 훔멜의 5중주 작품87과 같은 편성을 요청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콘트라베이스가 최저 음역을 맡으면서 첼로는 반주에서 벗어나 훨씬 자유롭게 선율을 노래할 수 있게 되었고, 피아노 역시 고음역을 부담 없이 넓게 쓸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슈베르트가 의뢰인 파움가르트너의 취향을 배려하면서도 음향적으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 편성이 된 셈이다.
악장별 감상 포인트
소나타 형식의 1악장은 피아노 중심의 청아한 선율이 인상적이며, 2악장은 세 개의 선율을 상쾌하게 전개한다. 3악장은 피아노와 현악기가 대화하듯 진행되어 흥미롭다. 4악장은 가곡 송어의 주제를 현악기만으로 먼저 제시한 뒤 다섯 차례의 변주를 이어 가는데, 변주를 세는 방식에 따라 여섯 개로 소개하는 자료도 있다. 앞의 세 변주는 원곡의 선율을 장식적으로 꾸미는 데 가깝고, 뒤의 두 변주는 선율을 훨씬 대담하게 바꾸어 놓는다. 마지막 5악장은 제목처럼 약동하는 생명력을 전한다.
송어는 슈베르트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도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도드라지는 걸작이다. 선선한 시냇물 속에서 재빠르게 헤엄치는 송어의 움직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자연 속에서의 행복한 시간을 잠시 느끼게 해 주는 아름다운 곡이다.
감상하기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의 피아노와 클리블랜드 쿼텟(Cleveland Quartet)의 연주
자주 묻는 질문
Q. 슈베르트 송어는 가곡이 먼저인가요, 피아노 5중주가 먼저인가요?
가곡이 먼저입니다. 1817년에 작곡된 가곡 송어가 인기를 얻자, 2년 뒤인 1819년 광산업자 질베스터 파움가르트너의 위촉으로 그 선율을 활용한 피아노 5중주가 만들어졌습니다.
Q. 슈베르트 송어는 왜 숭어로 잘못 알려졌나요?
일제강점기에 이 곡이 국내에 소개되는 과정에서 독일어 원제 Forelle, 곧 송어가 숭어로 잘못 옮겨진 것이 시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1960년대 인기 그룹 트윈폴리오의 번안곡도 이미 퍼져 있던 숭어라는 이름을 그대로 따라 썼을 뿐, 오역의 근본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Q. 송어와 숭어는 실제로 어떻게 다른가요?
송어는 원래 민물에 사는 연어과 물고기이고, 숭어는 원래 바다에 사는 어종입니다. 다만 두 어종 모두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 환경에서도 발견될 수 있어, 이런 서식지의 겹침이 혼동을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Q. 피아노 5중주 송어는 왜 편성이 독특한가요?
일반적인 현악 5중주라면 제2바이올린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콘트라베이스가 들어갑니다. 위촉자 파움가르트너가 아끼던 훔멜의 5중주와 같은 편성을 요청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으며, 콘트라베이스가 최저음을 맡으면서 첼로가 더 자유롭게 선율을 노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피아노 5중주 송어에서 가장 유명한 악장은 몇 악장인가요?
4악장입니다. 가곡 송어의 주제 선율이 다섯 차례(자료에 따라 여섯 차례로 세기도 합니다)의 변주로 다채롭게 펼쳐지는 악장이기 때문입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