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아름다운 곡을 유산으로 남긴 슈베르트의 생애와 작품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가곡의 왕’이라 불리는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는 오스트리아 리시덴탈에서 농민 출신의 선생님이었던 아버지와 음악을 할 줄 알았던 어머니 사이에서 열넷 자녀 중 4번째로 1797년에 태어났다. 음악학교에 입학해 바이올린, 오르간을 배웠으며, 또한 살리에르에게 작곡을 배웠다.
1814년부터 작곡을 했으나 주목받지 못했으며, 그러다가 22살 때 요한 포그라는 유명한 바리톤 가수가 마왕 곡을 보고 반해, 슈베르트 반주로 노래를 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슈베르트의 업적은 음악사에서 가곡를 예술 가곡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피아노가 그전에는 화음을 짚어주는 반주 역할만 했는데, 슈베르트는 반주를 통해 노래를 피아노로 충분히 표현하고, 음악의 흐름, 시의 내용을 묘사한 첫 작곡가이기 때문이다.
슈베르트 (출처 : britannica.com) |
슈베르트의 교향곡 역시 낭만주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교향곡의 외적인 형태는 유지하되 거기에 새로운 낭만 양식의 내용을 불어 넣었기 때문이다. 노래풍의 선율, 대담한 화성적 외유, 강한 대조, 과장된 감정에 집중했다. 슈베르트는 교향곡을 9개 작곡했는데, 1816년 18세 때 작곡한 교향곡 5번은 아주 밝고 약간 유치한 느낌으로 젊은 슈베르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제2주제에서 조가 바뀐다. 6년 후 작곡한 8번은 엄청난 큰 변화를 일으키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8번 미완성 교향곡으로 2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b단조 작품이다.
실내악곡으로는 피아노5중주 [숭어],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 현악5중주 등 35개의 실내악곡이 있다. 또한 22개의 피아노 소나타가 있는데, D.960은 마지막 소나타로서 소나타 중의 걸작으로 꼽힌다. 또한 [musical moment]라는 짧고 단순한 형식의 곡을 작곡했는데, 우리가 많이 연주하는 즉흥곡 op.90이 대표적이다. 짧으면서도 간결하고 선명한 음악적 악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브람스, 베토벤, 모차르트는 곡을 구성할 때 모티브를 짜고 의도적으로 구성하는데 비해, 슈베르트는 멜로디를 먼저 생각하며 작곡했다. 주로 드보르작, 스메타나 등의 민족주의 작곡가들이 슈베르트처럼 멜로디 위주로 작곡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예술 가곡의 창시자로 불릴 만큼 슈베르트는 많은 성악곡을 작곡했는데 슈베르트가 제일 먼저 작곡한 곡이 [마왕]이며, 또한 최초로 출판된 곡이기도 하다. 괴테의 시에 곡을 만들었으며, 통절가곡이고 노래에는 나레이터, 아이, 아빠, 마왕이 등장한다. 반주로 옥타브 솔을 사용해 말 달리는 소리를 표현했으며, 반주가 굉장히 묘사적이고 마왕이 따라오는 긴박한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가 있는데, 이 곡은 떠돌이 청년이 물방앗간의 아가씨에 반해 사랑을 노래하지만, 아가씨는 사냥꾼에게 마음을 주어 떠돌이 청년이 쓸쓸히 떠나는 내용의 곡이다.
[겨울 나그네]는 사랑에 배신 당한 사람이 여자 집에서 쫒겨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슬프며, 추운 겨울에 갈 곳 없어 떠돌아다니는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겨울 나그네의 5번째 곡인 보리수는 오스트리아 민요에서 따와 작곡을 했는데, 바람에 보리수 잎이 흔들리는 모습을 묘사했다. 넘쳐 흐르는 눈물은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내쳐지는 가장 슬픈 정서를 담고 있다. 어떤 스토리가 있는 곡을 하나의 곡으로 엮은 것이 연가곡인데, 슈베르트는 3개의 연가곡집이 있다.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는 연가곡으로 작곡했지만, [백조의 노래]는 슈베르트 사후 곡을 모아 출판한 것이다. 이밖에도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자장가, 들장미 등이 있다. 슈베르트는 생의 마지막에 병으로 고생했고, 사인은 매독 혹은 수은 중독이라는 설이 있으며, 31살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가 남긴 천 여 곡은 여전히 널리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