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빠른 피아노 곡이 하나 있습니다. 쇼팽의 왈츠 D♭장조 작품 64-1(Waltz in D-flat major, Op.64 No.1)입니다. 한국에서는 〈강아지 왈츠〉라고 부르고 영어권에서는 〈1분 왈츠〉라고 부릅니다. 이름이 둘인데 둘 다 쇼팽이 인쇄해 내놓은 악보에는 없던 이름입니다. 그리고 두 이름에는 각각 따라다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아지가 제 꼬리를 쫓아 빙빙 도는 것을 보고 썼다는 이야기, 그리고 1분 안에 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그 두 이야기 곁에 남아 있는 기록을 찾아본 결과입니다. 먼저 밝혀 두면 이야기를 무너뜨리려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찾다 보니 이야기보다 손에 잡히는 것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 개는 실제로 있었습니다. 이름이 남아 있고, 품종이 남아 있고, 쇼팽이 그 개에 대해 적은 문장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 글이 훑어본 쇼팽 서한집 719통 가운데 세 통에 개의 이름 마르키(Marquis)가 나옵니다. 그 개가 노앙으로 오던 1846년 7월의 편지가 한 통 더 있는데, 거기에는 이름 없이 「강아지」라고만 적혀 있고 마르키라는 이름은 편집자 각주에 붙어 있습니다. 흰 비숑 종이었고 1846년 여름에 노앙의 시골집으로 왔습니다. 쇼팽은 그 개가 자기 소파에 누워 있다고 적었고 금박 그릇으로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그 편지들 어디에도 왈츠 이야기는 없고, 파리와 런던에서 나온 초판 표지 어디에도 별명은 없습니다.
편지에 남은 흰 개 마르키
1846년 7월, 프랑스 중부의 시골 마을 노앙에서 편지 한 통이 나갑니다. 쇼팽과 조르주 상드가 같은 종이에 나란히 쓴 편지인데, 그 가운데 상드가 쓴 대목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내일 사람을 보내 그 강아지를 데리러 간다는 것입니다. 노앙은 상드의 집이고, 쇼팽은 그 무렵 여름마다 그 집에서 지내며 곡을 썼습니다.
이 편지를 모아 놓은 서한집에는 그 개가 어떤 개였는지가 각주로 붙어 있습니다. 길고 비단 같은 털을 가진 비숑 종의 작은 개이고 털빛은 대개 흰색입니다. 처음 이름은 리스토였고 그다음에 마르키가 되었습니다. 상드가 아는 사람에게서 받아 온 개였습니다.
그 개가 온 지 석 달 뒤, 쇼팽은 바르샤바의 가족에게 이렇게 씁니다.
그 강아지 마르키는 저와 함께 남아서 제 소파에 누워 있습니다. 놀라운 녀석이에요. 털이 깃털 같고 새하얗고, 매일 S. 부인이 손수 손질해 줍니다. 그래서 더없이 영리하지요. 알 수 없는 별난 버릇까지 있어요. 예컨대 금박 입힌 그릇으로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습니다. 할 수만 있으면 머리로 밀어 뒤집어 버려요.
S. 부인은 상드입니다. 이 몇 줄에 개의 털빛과 털의 질감, 누가 그 개를 돌보았는지, 그 개가 어떤 고집을 부렸는지가 다 들어 있습니다.
한 달 반쯤 뒤인 11월 25일에는 파리에서 노앙으로 짧은 한 줄을 보냅니다. 마르키가 제 문 냄새를 맡아 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전해 주십시오. 쇼팽은 파리에 있고 개는 노앙에 있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대신 전해 달라고 적었으니, 노앙에 남은 그의 방 문 앞에서 개가 무엇을 했는지를 편지로 전해 들은 셈입니다.
이듬해 1월에도 한 번 더 나옵니다. 노앙에 인형 극장이 차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쇼팽은 마르키와 딥이 얼마나 신났을지 눈에 선합니다라고 적습니다. 딥이 누구인지는 서한집이 밝히지 않아 여기서는 이름만 적어 둡니다.
개의 이름이 적힌 편지는 모두 세 통이고, 이름 없이 「강아지」라고만 적힌 앞의 한 통을 더하면 네 통입니다. 이것이 마르키에 대해 지금 남아 있는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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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앙의 조르주 상드 저택, 1875년 촬영, 사진, 위키미디어 공용. 마르키가 온 곳이자 쇼팽이 여름마다 곡을 쓰던 집이다. 사진은 쇼팽이 세상을 떠난 뒤에 찍힌 것이라 잔디밭의 사람들은 그와 무관하다. |
개와 왈츠가 만나지 않는 719통
그렇다면 이 개와 이 왈츠가 한자리에 나오는 편지가 있을까요. 이 글이 훑어본 것은 폴란드의 쇼팽 연구 기관이 공개한 비평판 서한집에 수록된 719통입니다. 그 전문을 열어 개를 가리키는 말과 왈츠를 가리키는 말로 훑어보면 결과는 이렇습니다.
개가 나오는 네 통에는 왈츠가 나오지 않습니다. 왈츠가 나오는 편지는 서른네 통인데, 그중 이 세 곡짜리 묶음을 다루는 것은 딱 한 통, 독일 출판사에 작품을 팔면서 쓴 확인서입니다. 그리고 그 확인서에는 개가 없습니다. 두 이야기는 이 719통 안에서 한 번도 만나지 않습니다.
한 가지를 나란히 놓아 둡니다. 쇼팽에게는 1846년에 쓴 〈Gallop marquis〉라는 짧은 피아노곡이 있습니다. 그 개가 노앙에 온 해입니다. 다만 이 곡과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왈츠를 잇는 자료는 없습니다. 제목에 쓰인 marquis 는 프랑스어에서 후작이라는 작위이기도 하니, 그 낱말이 개의 이름이라고 단정할 근거도 아직은 없습니다. 여기 있는 것은 같은 해에 놓인 두 가지일 뿐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고 싶어지지만, 그 한 걸음은 근거가 없습니다. 이 결과가 말해 주는 것은 이 서한집 719통 안에서 둘이 만나지 않는다는 것까지입니다. 편지가 전부 남는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입으로 옮긴 말은 애초에 종이에 적히지 않습니다. 곁에 있던 사람이 나중에 회고한 것일 수도 있고, 편지에 적을 만한 일이 아니어서 적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기록이 없다는 것과 일이 없었다는 것은 다릅니다.
대신 이런 것은 말할 수 있습니다. 폴란드에서 쇼팽의 자료를 관리하는 국립 연구 기관이 이 곡에 붙여 둔 공식 해설이 있는데, 그 해설은 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다른 일화를 하나 듭니다. 사정에 밝았던 한 백작이 퍼뜨린 이야기로, 이 곡이 헌정받은 사람의 사교계에서의 모습을 나름대로 비춘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 해설은 이것을 사실이라고 하지 않고 일화라고 부릅니다. 이 곡에는 유래를 말하는 이야기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고, 자료를 가진 쪽은 그 이야기들을 이야기의 자리에 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후대에 지어진 것도 아닙니다. 확인되는 활자 기록은 적어도 1890년에 나온 영어권 쇼팽 전기까지 올라갑니다. 쇼팽이 세상을 떠나고 마흔 해쯤 지난 때입니다. 거기에는 상드의 작은 개가 제 꼬리를 잡으려고 빙빙 도는 것을 보고 상드가 자기에게 그런 재주가 있다면 이 개를 위한 곡을 쓰겠다고 말하자 쇼팽이 곧바로 피아노에 앉아 이 왈츠를 즉흥으로 쳤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대목에 붙은 두 줄이 더 중요합니다. 저자는 이 이야기가 쇼팽의 제자와 친구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으나 늘 똑같은 방식으로 전해지지는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판본에서는 개가 꼬리가 아니라 털실 뭉치를 갖고 놀 때 즉흥 연주가 나왔다고 한다는 것까지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그러니까 1890년 시점에 이미 이 이야기는 전승이었고, 그때 벌써 판본이 둘이었습니다. 누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인지는 그 책도 밝히지 않습니다.
별명의 유래를 따져 보는 일이 이 블로그에서 처음은 아닙니다. 빗방울 전주곡에서도 같은 종류의 문제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초판 표지에 적힌 이름
쇼팽 본인이 이 곡들을 뭐라고 불렀는지는 확인됩니다. 1847년 6월 30일 파리에서 그는 라이프치히의 출판사 앞으로 매도 확인서에 서명합니다. 마주르카 세 곡,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왈츠, 그리고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넘긴다는 문서입니다. 프랑스와 영국을 뺀 나머지 지역의 권리를 넘긴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나라마다 따로 계약해야 했던 사정은 쇼팽의 지갑 사정에서 따로 다뤘으니 여기서는 지나갑니다.
그가 쓴 말은 그냥 왈츠입니다. 인쇄된 악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글이 확인한 것은 파리에서 그해 말에 나온 판과 런던에서 이듬해에 나온 두 종인데, 그 세 표지에 적힌 것은 왈츠와 세 개의 왈츠뿐입니다. 강아지도 1분도 없습니다.
표지에 별명 대신 적혀 있는 것은 헌정받는 사람의 이름입니다. 세 곡에 각각 다른 사람이 붙어 있는데, 제1번은 델피나 포토츠카 백작부인입니다. 이것은 표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쇄소에 넘긴 조판용 자필보가 지금 스위스의 한 개인 소장으로 남아 있는데, 거기에 세 곡의 각 첫머리 여백마다 헌정문이 손으로 적혀 있습니다.
런던 쪽에는 사소한 오해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이 곡의 런던 초판을 흔히 웨슬이라는 출판사의 것으로 적는데, 실제로 먼저 나온 것은 크라머와 빌이라는 다른 회사가 1848년 4월 29일에 낸 판이고 웨슬판은 그보다 다섯 달 뒤입니다.
그러니 여기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이 확인한 초판 표지 어디에도 별명이 없습니다. 그리고 쇼팽이 직접 쓴 문서에 이 곡들은 세 개의 왈츠로만 남아 있습니다. 쇼팽이 직접 이 별명을 붙였다고 적은 자료도 있지만, 그가 인쇄해 내놓은 악보에는 그 이름이 없습니다. 별명은 인쇄된 악보 바깥에서 자리를 잡았고, 자리 잡은 모양이 나라마다 달랐습니다. 지금도 프랑스어권과 일본어권과 한국어권은 강아지 쪽 이름을 쓰고 영어권은 1분 쪽 이름을 씁니다. 음반 뒷면의 곡목만 훑어봐도 두 이름이 나란히 굴러다니는 것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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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들라로슈, 델피나 포토츠카 초상, 1849년, 유화, 위키미디어 공용. 초판 표지에 별명 대신 인쇄된 이름이 이 사람이다. 초록 바탕의 타원 안에서 옆얼굴만 보이고, 진주 귀걸이와 금 목걸이가 빛을 받는 자리에 놓여 있다. |
1분이라는 이름과 실측 210건
다른 이름 쪽은 시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곡의 녹음 가운데 재생 시간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 210건을 모아 보았습니다.
온전한 한 곡으로 볼 수 있는 연주는 1분 32초에서 2분 22초 사이에 분포합니다. 대다수가 1분 40초에서 2분 사이에 몰려 있습니다. 그리고 1분 안에 끝나는 연주는 210건 가운데 한 건도 없습니다. 1분보다 짧게 적힌 항목이 몇 개 있기는 한데, 그것들은 발췌나 편곡이라고 따로 표시되어 있는 것들입니다.
그러면 그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요. 두 갈래로 설명됩니다. 하나는 말 그대로 1분 안에 칠 수 있다는 뜻으로 붙었다는 설명이고, 다른 하나는 여기 쓰인 낱말이 시간의 분이 아니라 작다는 뜻의 다른 낱말이라는 설명입니다.
어느 쪽 설명을 택하든 바뀌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모은 210건 안에는 1분 안에 끝낸 연주가 한 건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이름은 시간표가 아닙니다. 어느 쪽 설명을 따르든 이 곡의 별명일 뿐이고, 연주자가 맞춰야 할 목표가 아닙니다.
조가 바뀌지 않는 왈츠
이제 곡 자체를 봅니다. 초판 악보의 첫머리에는 Molto vivace, 매우 빠르게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아래 첫 음들 옆에 다른 지시가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leggiero, 가볍게입니다. 빠르게와 가볍게가 동시에 걸려 있는 셈입니다. 세게 몰아붙이는 빠름이 아니라 가벼워서 빨라 보이는 쪽을 작곡가가 먼저 적어 둔 것입니다.
시작하는 방식도 눈에 띕니다. 왈츠라면 왼손의 세 박 반주가 먼저 바닥을 깔아 줄 법한데, 이 곡에서 왼손은 처음 네 마디 동안 아무것도 치지 않습니다. 오른손이 혼자 돌기 시작하는데, 첫 마디는 4분음표 한 개와 8분음표 네 개이고 제2마디부터 제4마디까지는 각각 8분음표 여섯 개입니다. 왼손은 그다음에 뒤늦게 들어옵니다. 그러니 이 네 마디에는 왈츠의 바닥이 되는 저음이 아직 없습니다. 디딜 데 없이 떠 있는 소리로 시작하는 셈입니다. 게다가 그 사이 오른손이 오르내리는 폭은 손가락 몇 개 안쪽입니다. 바닥도 없고 폭도 좁으니,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왼손이 들어오는 순간에야 발이 땅에 닿습니다.
가운데로 넘어가면 지시가 sostenuto, 음을 끌어서로 바뀝니다. 페달 지시도 이 대목에서 촘촘해집니다. 오른손은 길게 늘어지는 음으로 바뀌고, 앞에서 맴돌던 음형이 여기서 노래처럼 펴집니다. 음이 길어지니 앞에서 손가락 폭으로 잘게 돌던 소리가 옆으로 길게 눕는 것처럼 들립니다.
여기가 이 곡의 특징이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같은 묶음의 제2번은 중간부에서 조성이 달라지지만, 제1번은 중간부도 같은 조의 틀을 유지합니다. 그래서 가운데에 이르러도 빛깔이 갈아입히듯 바뀌지 않습니다. 바뀌는 것은 속도와 호흡뿐입니다. 같은 빛 아래에서 걸음만 늦추는 셈입니다. 이 곡이 짧은데도 토막 난 느낌 없이 한 덩어리로 들리는 데에는 이것이 한몫합니다.
돌아오는 길목에는 알아듣기 쉬운 신호가 하나 있습니다. 가운데의 느린 노래가 끝나갈 때 오른손이 한 음을 붙들고 트릴을 시작합니다. 트릴은 한 음과 바로 옆 음을 빠르게 번갈아 쳐서 떨리는 소리를 내는 장식입니다. 그런데 이 떨림이 짧지 않습니다. 네 마디에 걸쳐 이어집니다. 그 네 마디 동안 왼손은 함께 쉽니다. 그러니까 그 사이 울리는 것은 떨리는 음 하나뿐입니다. 곡 전체에서 소리가 이만큼 얇아지는 자리는 여기뿐입니다. 그래서 이 얇아짐은 놓치기 어렵고, 잡고 나면 처음이 돌아올 자리를 귀가 먼저 압니다. 떨림이 풀리는 순간 맴도는 음형이 그대로 돌아옵니다. 곡을 틀어 놓고 이 자리만 기다려도 좋습니다. 한 번 잡고 나면 다음부터는 저절로 들립니다.
끝은 짧게 닫힙니다. 돌아온 음형이 제 갈 길을 간 뒤 마지막에 양손이 화음으로 내려앉고, 그 화음 하나에만 세게 치라는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한 가지를 덧붙여 둡니다. 첫머리의 빠르기말은 자료마다 같지 않습니다. 인쇄된 초판에는 매우 빠르게라고 적혀 있지만, 쇼팽이 직접 손으로 써서 선물한 악보 두 부에는 매우라는 말 없이 그냥 빠르게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그 두 부 가운데 받은 사람이 기록에 남은 것은 쥘리에트 폰 카라망에게 준 한 부입니다. 같은 곡을 두고 인쇄본과 작곡가의 손글씨가 서로 다른 말을 적어 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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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팽 왈츠 D♭장조 Op.64 제1번의 첫머리, 악보 도판, 위키미디어 공용. 왼쪽 위에 Molto vivace가 있고 첫 음들 아래에 leggiero가 붙어 있다. 아랫단 왼손이 처음 네 마디 동안 비어 있는 것과 윗단 오른손이 좁은 폭을 오르내리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
1846년 여름에서 1847년 여름까지
이 곡이 만들어진 시기는 1846년에서 1847년에 걸칩니다. 그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순서대로 놓아 보면 이렇습니다.
1846년 7월에 마르키가 노앙으로 오고, 그해 여름이 쇼팽이 노앙에서 보낸 마지막 여름이 됩니다. 10월과 11월에 그 개에 대한 편지가 오가고 이듬해 1월에 개가 나오는 마지막 편지가 쓰입니다. 같은 1846년에 〈Gallop marquis〉라는 짧은 피아노곡도 쓰입니다. 그렇다고 그 곡과 이 왈츠 사이에 작곡상의 연결이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1847년 6월 30일에 그는 세 개의 왈츠를 포함한 세 묶음을 독일 출판사에 넘긴다는 확인서에 서명하고, 그다음 달에 이 곡을 손으로 옮겨 적어 쥘리에트 폰 카라망이라는 사람에게 선물합니다. 같은 7월에 조르주 상드와의 오랜 관계가 끝나고, 그해 말 파리에서 초판이 나옵니다.
여기에 덧붙일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세 곡 묶음은 쇼팽이 작품 번호를 붙여 세상에 내놓은 마지막 피아노 독주곡 묶음입니다. 그는 2년 뒤에 세상을 떠납니다.
이 사건들이 한 해 안에 줄지어 있다 보면 하나가 다른 하나의 원인인 것처럼 읽고 싶어집니다. 그렇게 이어 붙일 근거는 없습니다. 여기 있는 것은 순서이지 인과가 아닙니다. 그러니 이 한 해를 다 알고 곡을 틀어도 들리는 것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왼손 없이 떠서 시작하는 네 마디, 빛깔은 그대로 둔 채 걸음만 늦추는 가운데, 그리고 혼자 떨다 풀리는 한 음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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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 셰페르, 프레데리크 쇼팽 초상, 1847년, 유화, 도르드레흐트 미술관. 이 왈츠가 팔리고 인쇄에 들어가던 해에 그려진 그림이다. 타원 안에 상반신만 담겨 있고 검은 외투와 목에 감은 검은 천이 얼굴 아래를 덮는다. |
듣기 안내
들을 때 잡을 자리를 두 군데만 정해 두시기를 권합니다. 첫째는 가운데의 느린 노래가 끝나고 한 음이 길게 떨리는 자리입니다. 그 떨림이 네 마디를 가고, 떨림 말고는 아무 소리도 없다가, 풀리는 순간 처음이 돌아옵니다. 둘째는 그 앞뒤로 조의 틀이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빠른 부분과 느린 부분을 번갈아 들어 보면 속도만 달라지고 빛깔은 그대로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래 세 종은 길이가 서로 다른 연주입니다. 이 글은 세 음반을 나란히 놓고 들어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어느 쪽이 낫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각 음반에서 확인되는 것만 적습니다. 견주어 보실 분께는 이런 방법을 권합니다. 같은 악보인데 가장 빠른 것과 가장 느긋한 것 사이가 30초 벌어지니, 그 30초가 어디서 생기는지만 따라가 보시면 됩니다. 앞의 빠른 부분이 통째로 느린 것인지, 가운데 느린 노래에서만 늘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트릴을 붙들고 있는 길이가 다른 것인지가 음반마다 갈립니다.
- 스티븐 호프, 하이페리온 CDA67849 〈Chopin: The Complete Waltzes〉. 2010년 10월 영국 몬머스의 와이애스톤 이스테이트 콘서트홀에서 녹음했고 2011년 8월에 나왔습니다. 이 곡은 1분 40초이고 셋 가운데 가장 빠른 쪽입니다.
- 이딜 비레트, 낙소스 8.550365 〈Chopin: Waltzes (Complete)〉(1992년 6월 발매). 1분 44초입니다. 1991년 3월과 9월에 독일 잔트하우젠의 톤스투디오 판 헤이스트에서 녹음했습니다.
- 랑랑, 소니 클래시컬 〈The Chopin Album〉(2012년 발매). 2012년 6월 7일부터 11일까지 베를린의 룬트풍크첸트룸에서 녹음했습니다. 2분 10초대이고 셋 가운데 가장 느긋한 쪽입니다. 첫 음반보다 30초 깁니다. 같은 악보에서 이만큼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곡의 폭입니다.
같은 곡의 연주 시간이 이만큼 벌어지는 일은 이 시대의 피아노 음악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그 배경에 있는 연주 관습에 대해서는 루바토란 무엇인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작곡가의 생애 전체와 다른 작품들이 궁금하시면 쇼팽의 생애와 작품 쪽을 보시면 됩니다.
다음에 이 곡을 트실 때는 제목을 잠깐 내려놓으셔도 좋겠습니다. 강아지가 꼬리를 쫓는 장면도, 1분이라는 시간도, 이 곡에 나중에 붙은 것들입니다. 대신 남아 있는 것은 이런 것들입니다. 왼손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채 오른손만 좁은 폭을 맴도는 첫 네 마디, 가운데에 이르러도 조의 틀이 그대로라는 것, 그리고 되돌아오기 직전에 혼자 떨고 있는 한 음. 그리고 그 곡이 만들어지던 여름에 같은 집에 있었던, 소파에 누워 있고 금박 그릇을 뒤집어엎던 흰 개 한 마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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