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주곡을 듣다 보면 관현악이 갑자기 멎는 대목이 옵니다. 독주자 혼자 남아 한참을 갑니다. 그러다 긴 떨림음이 하나 나오면 관현악이 되받아 들어오고 곡이 마무리로 향합니다. 그 자리를 카덴차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거기서 들리는 음악을 누가 썼는지는 곡마다 다릅니다. 작곡가가 아닐 수 있습니다.
• 어디에 있나: 협주곡에서 관현악이 멎고 독주자만 남는 자리
• 어떻게 끝나나: 긴 떨림음이 신호가 되어 관현악이 되받는다
• 누가 쓰나: 작곡가가 쓰기도 하고, 다른 작곡가가 쓰기도 하고, 연주자가 직접 쓰기도 한다
• 말뜻: 이탈리아어로 떨어진다는 뜻의 낱말에서 왔다
악보가 그 자리에 두는 것
모차르트 협주곡의 전집 악보를 펼쳐 그 대목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카덴차가 시작될 자리에는 관현악 성부 전체에 늘임표가 하나씩 걸려 있었습니다. 늘임표는 그 음을 적힌 길이보다 길게 붙들라는 표시입니다. 모두가 한 화음을 붙든 채 멈춰 서 있는 것입니다.
독주 성부에는 떨림음 기호가 붙어 있습니다. 카덴차가 떨림음으로 끝나면 관현악이 되받는다는 관행이 악보에 그대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듣는 사람에게도 이것이 신호가 됩니다. 떨림음이 길어지면 곧 관현악이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소리만 따라가도 두 지점은 잡힙니다. 관현악이 멎고 독주자만 남는 순간이 하나이고, 긴 떨림음 뒤에 관현악이 되받는 순간이 다른 하나입니다.
멈추는 화음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학술 판본의 서문은 어느 화음 뒤에 카덴차가 온다고 못박아 두었습니다. 백 년 전 이탈리아 백과사전도 같은 자리를 지목합니다. 아무 데서나 멈추는 것이 아니라, 관현악이 늘 같은 자리에서 멈춰 독주자에게 자리를 내주었다는 말입니다.
이름의 뜻
카덴차는 이탈리아어에서 왔고, 어원은 떨어진다는 뜻의 낱말입니다. 음악 용어로 굳기 전에는 낱말의 끝, 그러니까 어미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소리가 아래로 떨어지며 마무리되는 자리를 가리킨 셈입니다.
한 가지 헷갈리는 점이 있습니다. 우리말 카덴차는 두 가지를 뜻합니다. 하나는 곡을 끝맺는 화음의 결합, 그러니까 문장의 마침표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가 지금 이야기하는 독주자 혼자 연주하는 대목입니다. 국립국어원 사전이 한 낱말에 두 뜻을 나란히 얹어 두었습니다. 영어는 이 둘을 서로 다른 철자로 갈라 놓았는데, 우리말과 이탈리아어는 한 낱말로 씁니다. 독일어도 한 낱말입니다.
모차르트가 적지 않은 자리
모차르트가 자기 협주곡의 카덴차를 적어 남긴 경우는 제한적이었습니다. 학술 판본의 서문에 따르면 악보를 인쇄에 부칠 때이거나, 자기가 관여하지 않는 연주가 예정돼 있을 때였습니다. 그 밖의 경우에는 그 자리를 채우는 일이 연주자에게 돌아갔다고 같은 서문이 적습니다.
그가 남긴 카덴차들이 어떤 성격인지도 그 서문에 나옵니다. 대개 손가락이 움직이는 음형 위주이고, 협주곡의 주제를 크게 늘리거나 다른 조로 끌고 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오늘날 연주회에서 듣는 긴 카덴차들과는 결이 다릅니다.
비어 있던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채운 악보도 남아 있습니다. 베토벤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의 1악장과 3악장을 위해 쓴 카덴차 두 곡이 전합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1795년 모차르트의 미망인이 연 공연의 막간에 그가 이 협주곡을 연주한 것으로 보이고, 카덴차를 종이에 적어 둔 것은 그로부터 여러 해 뒤 제자를 위해서였던 것으로 전합니다. 뒤에 브람스도 같은 협주곡을 위한 카덴차를 남겼습니다.
그러니까 한 협주곡의 같은 자리에 서로 다른 시대의 음악이 들어앉아 있는 것입니다. 모차르트의 곡을 듣는데 그 대목만 베토벤이거나 브람스입니다.
같은 자리를 여섯 판으로
연주자가 직접 쓰는 일은 지금도 있습니다.
마리아 두에냐스는 2002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태어난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2021년 메뉴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을 함께 받았습니다.

마리아 두에냐스다. 2025년 뮌헨 이자르필하모니에서 뮌헨 필하모닉과 연주한 뒤에 찍은 사진이다. 촬영 Intforce, 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4.0.
2023년 5월에 낸 첫 음반에서 그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면서 카덴차를 세 악장 모두 직접 써서 녹음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음반에 다른 다섯 사람이 이 협주곡 1악장을 위해 쓴 카덴차를 따로 담았습니다. 음반에 담긴 순서대로 슈포어, 이자이, 생상스, 비에니아프스키, 크라이슬러입니다.
그래서 이 음반에서는 한 협주곡의 같은 자리를 여섯 가지로 이어 들을 수 있습니다. 카덴차가 무엇인지 설명으로 듣는 것보다 이렇게 듣는 편이 빠릅니다.
듣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협주곡 1악장을 끝까지 듣고 두에냐스가 쓴 카덴차를 확인합니다. 그다음 따로 담긴 다섯 곡을 이어 듣습니다. 관현악이 멎은 뒤 각자 어떤 음형으로 독주를 끌고 가는지, 관현악이 돌아오기까지 소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견주어 보시면 됩니다. 같은 곡, 같은 자리인데 그 사이를 채운 음악이 여섯 번 다릅니다.
음반은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2023년에 나왔습니다. 협주곡은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실황으로 녹음했고, 빈 심포니커가 연주하고 만프레트 호네크가 지휘했습니다. 다섯 사람의 카덴차는 따로 녹음한 것입니다.
그가 작곡에 마음을 붙인 계기도 카덴차였습니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의 카덴차를 쓰기 시작한 뒤로 작곡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음에 들을 때
협주곡을 틀고 관현악이 멎는 자리를 기다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거기서 들리는 것이 누구의 음악인지는 음반 해설에 적혀 있습니다. 작곡가 본인일 수도 있고, 백 년 뒤 사람일 수도 있고, 지금 활을 든 그 연주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한 번 확인하고 나면 협주곡이 조금 달라집니다. 악보에 다 적혀 있는 음악이 아니라, 한 군데가 열려 있는 음악으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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