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사랑의 꿈 3번, 악보 앞에 인쇄된 시와 가사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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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의 〈사랑의 꿈〉이라고 하면 대개 한 곡을 떠올리십니다. 피아노가 부드럽게 선율을 풀어 놓다가, 가운데에서 한껏 격해졌다가, 다시 조용히 잦아드는 곡입니다. 그런데 〈사랑의 꿈〉은 원래 세 곡 묶음이고, 우리가 흔히 듣는 것은 그 가운데 셋째 곡입니다.

이 곡에는 가사가 있습니다. 피아노 한 대로 치는 곡인데도 그렇습니다. 셋째 곡은 피아노곡이 되기 전에 먼저 노래로 있었고, 리스트는 피아노 악보를 내면서도 그 노래 가사를 악보 앞에 함께 실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사를 읽어 보면, 제목에서 기대하는 달콤한 사랑 고백과는 조금 다른 말이 적혀 있습니다.

곡 한눈에 보기
• 원제: Liebesträume(사랑의 꿈), 부제 「세 개의 녹턴」, S.541(리스트 작품 목록 번호)
• 출판: 1850년 라이프치히 키스트너 출판사, 노래판과 피아노판을 같은 해에 함께 냄
• 시: 제1곡과 제2곡은 루트비히 울란트, 제3곡은 페르디난트 프라일리그라트
• 제3곡의 원곡 노래: 1843년에 만들어져 1847년에 먼저 출판
• 피아노판 난이도: 헨레 출판사 등급 7(어려움)

세 개의 노래와 세 개의 녹턴

〈사랑의 꿈〉은 1850년 라이프치히의 키스트너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이때 같은 곡이 두 가지 모습으로 함께 나왔습니다. 하나는 높은 목소리와 피아노를 위한 노래 세 곡이고, 다른 하나는 그 세 곡을 피아노 한 대로 옮긴 곡입니다. 노래판과 피아노판이 같은 해에 나란히 나온 것입니다.

셋째 곡은 사정이 조금 더 앞서 있습니다. 이 곡은 노래로서 1843년에 이미 만들어져 있었고, 1847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노래로 먼저 출판되었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셋째 곡에 대해서는 노래가 먼저 있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곡과 둘째 곡은 1850년에 노래판과 피아노판이 함께 나왔다는 것까지 확인됩니다.

검은 벨벳 옷에 흰 깃을 세운 젊은 리스트가 한 손을 허리에 얹고 다른 손을 악보가 펼쳐진 피아노 위에 올린 채 서 있는 유화 초상
바라바시 미클로시, 〈프란츠 리스트의 초상〉, 1847년, 캔버스에 유채, 132×102cm, 부다페스트 헝가리 국립박물관 역사화 갤러리. 셋째 곡이 노래로 출판된 해에 그려진 초상이다.

세 노래의 시는 두 시인에게서 왔습니다. 첫째 곡 〈높은 사랑〉과 둘째 곡 〈복된 죽음〉은 루트비히 울란트의 시이고, 셋째 곡은 페르디난트 프라일리그라트의 시입니다. 둘째 곡은 시의 첫 줄을 따서 「나는 죽어 있었네」라는 뜻의 독일어 제목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울란트의 두 시는 짧습니다. 〈높은 사랑〉의 화자는 땅의 행복은 기꺼이 없이 지내겠다며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복된 죽음〉의 화자는 사랑의 기쁨에 죽었다가 연인의 입맞춤에 깨어나고, 연인의 눈에서 하늘을 봅니다. 리스트의 가곡 전집 음반에 해설을 쓴 한 연구자는 세 편의 시가 모두 사랑과 죽음을 한자리에 겹쳐 놓는다고 읽습니다.

피아노판에는 「세 개의 녹턴」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녹턴은 밤의 분위기를 담은 서정적인 피아노 소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리스트는 다른 사람의 곡을 피아노로 옮기는 일을 자주 했는데, 바이올린 곡을 피아노로 가져온 경우는 라 캄파넬라 편에서 그 이유를 적어 두었습니다. 〈사랑의 꿈〉은 그가 자기 노래를 피아노로 옮긴 경우입니다. 리스트의 생애 전체는 프란츠 리스트의 생애와 작품에서 따로 다루었습니다.

프라일리그라트의 시, 사랑할 수 있는 동안

셋째 곡의 가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O lieb, so lang du lieben kannst!」 우리말로 옮기면 「오, 사랑하라, 사랑할 수 있는 동안!」입니다. 바로 다음 줄은 동사 하나만 바꿔 같은 말을 되풀이합니다. 「오, 사랑하라, 사랑하고 싶은 동안!」 할 수 있는 동안과 하고 싶은 동안을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우리말로는 흔히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로 옮겨 이 노래의 제목처럼 부릅니다.

그리고 첫 연의 뒷부분이 이 노래의 성격을 정합니다. 「그때가 온다, 그때가 온다, 네가 무덤 곁에 서서 슬퍼할 때가.」 사랑하라는 말의 이유가 행복이 아니라 이별입니다. 언젠가 둘 중 하나는 무덤 앞에 서게 되니, 그 전에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희끗한 머리를 뒤로 넘기고 턱수염을 기른 중년의 프라일리그라트가 비스듬히 위쪽을 바라보는 흑백 반신 사진, 아래에 서명이 있다
카를 부흐너 촬영, 〈페르디난트 프라일리그라트〉, 1868년, 사진. 셋째 곡 가사를 쓴 시인이다.

둘째 연은 마음을 식지 않게 지키라고 말합니다. 네 마음이 달아오르도록, 사랑을 품고 사랑을 지니도록 애쓰라고 합니다. 또 하나의 마음이 아직 따뜻하게 네 마음을 향해 뛰고 있는 동안에 그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셋째 연은 더 구체적입니다. 너에게 제 가슴을 여는 사람에게는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 주라고 합니다. 그 사람의 모든 시간을 기쁘게 하고, 어느 한 시간도 흐리게 하지 말라고 합니다.

넷째 연에서 시는 말조심으로 넘어갑니다. 여기서는 리스트가 1850년 초판 악보에 실제로 인쇄한 문구를 따라 옮깁니다. 「네 혀를 잘 지켜라. 모진 말(ein hartes Wort)은 금세 빠져나가 버린다. 오 하느님, 나쁜 뜻은 아니었는데. 그러나 상대는 떠나가 운다.」 프라일리그라트의 원래 시에는 이 대목이 못된 말이 금세 입 밖에 나온다, 상대는 떠나가 슬퍼한다로 되어 있어서, 초판에 실린 문구와 몇 낱말이 다릅니다.

리스트가 노래로 쓴 것은 여기까지, 네 연입니다. 경고로 시작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울려 보낸 장면으로 끝납니다. 원래 시는 그 뒤로 더 이어져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지만 떠난 사람이 다시는 대답하지 않는 장면까지 가는데, 리스트가 왜 넷째 연에서 멈췄는지는 기록으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악보 앞에 실린 가사

이 가사는 노래판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리스트는 피아노판 세 곡 각각의 첫머리에 그 곡의 원래 노래 가사 전체를 음표보다 앞에 실었습니다. 각 곡에는 녹턴이라는 제목이 붙고, 그 아래 노래 제목이 부제로 붙고, 이어서 노래 가사가 나옵니다. 셋째 곡이라면 리스트가 노래로 쓴 네 연이 그 자리에 들어갑니다.

그러니 1850년에 이 피아노 악보를 펼친 사람은 첫 음을 치기 전에 먼저 「사랑할 수 있는 동안 사랑하라」는 시를 읽게 됩니다. 이 곡집을 새로 펴낸 독일 헨레 출판사의 편집자는 이것을 두고, 시가 피아노판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증거로 읽습니다. 피아노판은 가사를 부르지 않을 뿐, 가사를 버린 악보가 아니었던 셈입니다.

노래판 쪽에도 남은 흔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피아노판과는 다른 악보, 곧 노래판을 출판하던 과정의 이야기입니다. 파리의 프랑스 국립도서관에는 노래판 세 곡을 키스트너 출판사에 보내 인쇄용으로 쓴 원고가 남아 있습니다. 도서관의 목록 설명에 따르면, 리스트는 그 원고에 출판사에 보내는 메모를 적었습니다. 세 노래를 작은 가곡집 한 권으로 묶어 〈높은 사랑〉을 1번으로, 먼저 보낸 마장조 노래, 곧 둘째 곡 〈나는 죽어 있었네〉를 2번으로, 〈O Lieb〉을 3번으로 내 달라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셋째 노래는 반주를 조금 쉽게 고치고 싶으니, 허락해 준다면 한 부를 바이마르로 보내 달라고 덧붙였습니다.

세로로 긴 종이에 손글씨로 3 Lieder라는 제목과 테너 또는 소프라노를 위한 곡이라는 설명, 리스트의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아래 세 노래의 제목과 시인 이름, 맨 아래에 여러 줄의 메모가 있는 흑백 원고
프란츠 리스트, 〈세 개의 노래〉 노래판 인쇄 원고의 표제면, 1843~1850년 무렵, 종이에 잉크, 프랑스 국립도서관 음악부, MS-168. 테너나 소프라노를 위한 세 곡이라는 제목 아래 〈높은 사랑〉, 〈나는 죽어 있었네〉, 〈O Lieb〉이 차례로 적혀 있고, 맨 아래에 출판사에 남긴 메모가 있다.

세 곡의 순서를 직접 정해 한 권으로 묶어 달라고 한 것도, 이미 나온 노래의 반주를 다시 손보려 한 것도 노래판을 두고 한 일입니다. 피아노판과 노래판은 서로 다른 악보이지만, 두 악보 모두에서 가사는 곡과 함께 있습니다.

오선지 맨 위에 1755라는 숫자와 Hohe Liebe라는 제목이 적히고 성악 줄 아래에 가사가, 그 아래 피아노 두 줄이 이어지며 곳곳에 붉은색 표시와 도서관 도장이 찍힌 손글씨 악보
프란츠 리스트, 〈높은 사랑〉 노래판 인쇄 원고 첫 면, 1850년, 종이에 검정 잉크와 붉은 연필·붉은 잉크 교정, 25.5×32.5cm, 프랑스 국립도서관 음악부, MS-166. 첫째 곡의 노래판 원고이고, 성악 줄 아래 가사가 음표를 따라 적혀 있다.
나무와 먼 성탑이 보이는 야외 배경 앞 의자에 앉아 무릎 위에 책을 펼쳐 든 노년의 울란트를 타원형 틀 안에 담은 흑백 초상, 아래에 손글씨 한 줄과 서명이 있다
프리츠 포겔과 율리 포겔 촬영, 〈루트비히 울란트〉, 1846년, 채색 탈보타입(이 도판은 흑백 복제). 첫째 곡과 둘째 곡의 시를 쓴 시인이다.

감상 가이드, 노래하듯 시작해 격정을 지나 사라지는 흐름

셋째 곡의 흐름은 크게 세 걸음입니다. 오늘날 흔히 보는 악보에는 첫머리에 「조금 빠르게, 애정을 담아」(Poco allegro, con affetto)라는 빠르기말이 있고, 선율이 시작하는 자리에 「부드럽게 노래하듯」(dolce cantando)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린 소리로, 말 그대로 노래를 부르듯 시작합니다.

가운데에서 곡의 성격이 바뀝니다. 악보에는 「더 생기 있게, 열정을 담아」(più animato con passione)라는 지시가 나오고, 이어서 「점점 몰아가며」(sempre stringendo), 「아주 열정적으로」(appassionato assai)가 차례로 붙습니다. 빨라지고 세지면서 곡이 한껏 부풀어 오르는 대목입니다. 처음의 조용한 노래와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입니다.

그 뒤 악보는 「처음 빠르기로」(Tempo I) 돌아가라고 하고, 마지막은 「사라지듯」(morendo)으로 끝납니다. 격정이 지나간 뒤 처음의 노래로 돌아와, 소리가 점점 잦아들며 끝나는 흐름입니다.

이 곡의 특징을 하나만 고르면, 이 선율이 처음부터 사람의 목소리를 위해 쓰인 노래였다는 점입니다. 피아노판 셋째 곡은 1843년에 만든 그 노래를 피아노 한 대로 옮긴 곡입니다. 다만 흘러가는 음악의 어느 대목이 시의 어느 연에 맞닿는지는 리스트가 따로 밝혀 두지 않았습니다.

직접 쳐 보고 싶은 분께는 한 가지 기준을 드립니다. 이 곡집을 펴낸 헨레 출판사는 난이도를 7, 어려움으로 매겨 두었습니다. 선율은 익숙해도 손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은 곡입니다.

원곡 노래로 먼저 들어 보기

리스트의 피아노곡 전곡을 녹음한 피아니스트 레슬리 하워드는, 세상에 자리를 잡은 것이 원곡 노래가 아니라 피아노 편곡이었다고 적었습니다. 가사를 알고 싶어서 이 글을 찾으셨다면, 노래판을 먼저 한 번 들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찾기 쉬운 녹음으로는 테너 앨런 클레이턴과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의 음반이 있습니다. 영국 하이페리온 레이블의 리스트 가곡 전집 제5집(Liszt: The Complete Songs, Vol. 5)으로, 2017년에 녹음해 2018년에 나왔습니다. 여기에 첫째 곡 〈높은 사랑〉과 셋째 곡 〈O lieb, so lang du lieben kannst〉가 노래판으로 들어 있습니다.

순서는 이렇게 권합니다. 먼저 앞에서 옮긴 네 연을 읽고 노래판을 듣습니다. 그다음 같은 곡을 피아노판으로 듣습니다. 노랫말이 붙어 있던 선율이 피아노 한 대로 넘어갔을 때 무엇이 남는지를 두 음반을 오가며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추천 녹음

레슬리 하워드(피아노), 하이페리온, 1991년 녹음. 리스트 피아노 독주 전집의 제19집 〈Liebesträume & the Songbooks〉에 들어 있습니다. 1991년 10월 영국에서 녹음해 1992년에 나왔습니다. 이 음반을 고른 이유는 함께 실린 곡들 때문입니다. 리스트가 자기 노래를 피아노로 옮긴 곡들과 나란히 〈사랑의 꿈〉을 들을 수 있고, 앞에서 소개한 하워드 자신의 해설이 붙어 있습니다.

다니엘 바렌보임(피아노), 도이치 그라모폰, 1980년 녹음. 〈사랑의 꿈〉 세 곡은 1980년 4월 11일 베를린에서 녹음했고, 1992년 〈Liszt: Liebesträume〉라는 제목의 음반으로 나왔습니다. 〈사랑의 꿈〉 세 곡에 〈위안〉, 〈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 페트라르카의 소네트에 붙인 곡들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전집의 한 권이 아니라 리스트의 피아노곡 몇 편을 한 장에 모은 음반이라, 〈사랑의 꿈〉을 처음 들어 보는 분께 입구로 알맞습니다.

무대 위의 〈사랑의 꿈〉

노래에서 피아노로 옮겨진 선율은 그 뒤에도 자리를 옮겼습니다. 1937년 2월 18일 미국 뉴욕에서, 토미 도시 악단이 이 곡을 스윙으로 편곡해 녹음했습니다. 빅터 레이블의 음반으로 나왔고, 뒷면에는 멘델스존의 〈봄노래〉를 역시 스윙으로 바꾼 곡이 실렸습니다. 같은 해 이 악단의 방송을 들은 영국의 한 평자는, 리스트의 곡을 블루스 곡 〈Basin Street Blues〉 식으로 바꿔 놓으니 스윙 곡으로 제격처럼 들렸다고 적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이 곡을 앙코르로 골랐습니다. 2023년 1월 9일 서울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열린 자선 신년 리사이틀에서 앙코르로 셋째 곡을 연주했고, 이 공연은 같은 달 MBC 〈TV예술무대〉로 방송되었습니다. 2024년 6월 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도 두 번째 앙코르로 이 곡을 연주했습니다. 2023년 10월에는 이 곡을 한 번에 이어 찍은 스튜디오 라이브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다시 들을 때 먼저 읽을 네 연

다음에 피아노판으로 이 곡을 트실 때는, 1850년의 악보가 그랬듯 음악보다 네 연을 먼저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사랑할 수 있는 동안 사랑하라, 그때가 온다, 마음을 식히지 마라, 모진 말을 조심하라. 그리고 같은 선율을 클레이턴과 드레이크의 노래판으로 한 번 들어 보십시오.

가사를 알고 들으면 이 곡은 사랑의 달콤함을 노래하기보다 「지금」을 재촉하는 노래가 됩니다. 제목은 꿈이지만, 가사가 가리키는 것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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