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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젠킨스 《베네딕투스》, 평화를 위한 미사에서 두 첼로의 위로까지

작품 한눈에 보기
• 작곡가: 칼 젠킨스 (Sir Karl Jenkins, 1944~ ), 웨일스 출신, 2015년 기사 작위
• 작품: 《베네딕투스(Benedictus)》, 곧 《무장한 사람: 평화를 위한 미사(The Armed Man: A Mass for Peace)》의 제12악장
• 편성: 첼로 독주로 시작해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확장
• 작곡·초연: 1999년 작곡, 2000년 4월 25일 런던 로열 앨버트홀 초연
• 의뢰·헌정: 영국 왕립 무기·갑주 박물관 로열 아머리즈(Royal Armouries) 의뢰, 코소보 사태 희생자에게 헌정
이 글의 중심 질문
• 전쟁의 역사를 전시하는 박물관은 왜 '평화를 위한 미사'를 의뢰했을까요.
• 라틴 미사의 종교 텍스트가 여러 종교와 세속 자료 사이에서 어떻게 평화의 응답이 될까요.

음악이 전쟁의 상처를 위로할 수 있을까요. 20세기의 여러 전쟁과, 그 끝자락인 1998년에서 1999년 사이 코소보 사태의 기억을 배경으로, 평화를 기원하며 쓰인 곡이 있습니다. 칼 젠킨스의 《베네딕투스(Benedictus)》입니다. 애절한 첼로 독주로 시작해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번지는 이 곡은, 크로아티아의 첼로 듀오 2CELLOS의 편곡으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베네딕투스》는 어떤 곡인가

《베네딕투스》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한 앨범에 실린 열두 번째 수록곡이 아니라, 13악장으로 이루어진 대작 《무장한 사람: 평화를 위한 미사(The Armed Man: A Mass for Peace)》의 제12악장입니다. 이 작품은 1999년에 작곡되어, 2000년 4월 25일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작품을 의뢰한 곳은 영국의 왕립 무기·갑주 박물관인 로열 아머리즈였습니다. 새천년과 박물관의 리즈 이전을 계기로 의뢰가 이루어졌고, 젠킨스는 이 곡을 코소보 사태의 희생자들에게 헌정했습니다. 인류의 전쟁사를 전시하는 박물관이 평화를 위한 미사를 의뢰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작품의 성격을 잘 보여 줍니다.

《무장한 사람》이라는 큰 그릇

《베네딕투스》를 이해하려면 그것이 놓인 큰 작품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무장한 사람》은 라틴 미사의 통상문과, 제목이 된 15세기의 노래 〈L'homme armé(무장한 사람)〉, 시편, 이슬람의 기도, 그리고 여러 시대의 세속 시와 전쟁 문헌을 한자리에 모은 반전 작품입니다. 여러 종교와 세속의 목소리가 나란히 놓이며 전쟁과 평화를 이야기합니다.

《베네딕투스》 자체의 가사는 라틴 미사의 문구인 'Benedictus qui venit in nomine Domini(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는 복되도다)'입니다. 이 종교 텍스트를 특정 종교의 표현으로만 좁힐 필요도, 반대로 종교를 지우기 위한 장치로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여러 종교와 세속의 자료가 뒤섞인 이 작품 안에서, 그 문구는 폭력의 이야기들 끝에 놓인 평화의 응답으로 자리합니다.

작곡가 칼 젠킨스는 웨일스 출신으로, 클래식과 성가, 민속 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작업으로 알려졌으며 2015년 기사 작위를 받았습니다.



따뜻한 무대 조명 아래 두 명의 첼리스트가 함께 연주하는 모습
두 대의 첼로가 선율과 화음을 나누는 《베네딕투스》 편곡의 특징.

원곡의 실제 소리

원곡은 부드러운 첼로 독주 주제로 시작합니다. 이 선율이 조금씩 넓어지다가, 합창이 'Benedictus' 문구를 받아 부르며 들어오고, 뒤이어 오케스트라가 음향의 폭을 넓힙니다. 마음의 안식을 준다는 결과만 말하기보다, 독주에서 합창으로, 다시 오케스트라로 이어지는 진입 순서와 음역·편성의 변화를 따라가며 들으면 이 곡의 짜임이 또렷하게 들립니다.

2CELLOS의 편곡

이 곡을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편곡 가운데 하나가 크로아티아의 첼로 듀오 2CELLOS(루카 술릭·스테판 하우저)의 연주입니다. 이들의 편곡에서 주목할 점은 원곡의 어떤 자리가 어떻게 바뀌는가입니다. 원곡에서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만들던 절정을, 두 대의 첼로가 선율과 화음을 나누어 만들어 냅니다. 가사 없이 두 악기의 음색만으로 같은 정서를 전하는 방식이 이 편곡의 핵심입니다.

두 연주로 비교하며 듣기

서로 다른 두 방식을 비교해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두 가지 축에 주목하면 좋습니다. 하나는 원곡의 독주 첼로 선율이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넓어지는 방식과, 두 첼로가 선율과 화음을 나누는 방식의 차이입니다. 다른 하나는 라틴어 합창 문구가 있는 원곡과, 말 없는 두 첼로 편곡이 같은 절정을 만드는 방식의 차이입니다.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편성으로 더 웅장하게 확장한 스테판 하우저의 연주도 함께 견주어 들으면, 같은 선율이 편성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베네딕투스》는 전쟁의 기억 위에서 평화를 구하는 음악입니다. 종교와 세속의 여러 목소리가 뒤섞인 큰 작품의 한 악장이면서, 첼로 한 대의 선율만으로도 그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