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KV 467 해설 · 사라진 카덴차와 엘비라 마디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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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의 2악장을 모르는 분은 드뭅니다. 영화에서, 광고에서, 라디오에서 오래 흘러 온 그 선율입니다. 그런데 이 협주곡의 주인공은 그 선율이 아니라, 그것을 치는 악기가 무대에서 하는 일입니다.

피아노는 곡이 시작하고 한참 뒤에야 들어옵니다. 그리고 들어올 때 오케스트라가 하던 말을 따라 하지 않습니다.

작품 한눈에 보기
•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 작품: 피아노 협주곡 21번 다장조 KV 467
• 완성: 1785년 3월 9일, 빈
• 초연: 1785년 3월 10일, 빈 부르크 극장. 모차르트가 직접 연주
• 악장: 세 악장
• 추천 음반: 게자 안다 /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카메라타 아카데미(DG, 1961)

늦게 들어오는 피아노

1악장은 현이 아주 여리게 걷는 음형으로 시작합니다. 행진곡의 걸음인데 소리는 작습니다. 그러다 관악이 답하고, 곧 트럼펫과 팀파니까지 가세해 악단 전체가 한 번 크게 울립니다. 작게 시작해서 크게 부풀었다가 다시 가라앉는 동안, 피아노는 아직 한 음도 내지 않았습니다.

협주곡의 오래된 방식입니다. 오케스트라가 먼저 할 말을 다 하고 나서 독주자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 곡에서 피아노가 하는 일이 조금 다릅니다.

피아노는 오케스트라가 방금 들려준 행진곡 주제를 그대로 받지 않습니다. 자기가 가져온 다른 선율을 냅니다. 앞의 음악에 대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꺼내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두 편이 같은 재료를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이 곡을 들을 때 가장 먼저 잡을 자리가 여기입니다. 피아노가 처음 들어오는 순간, 그 소리가 앞서 들은 것과 같은 선율인지 다른 선율인지 귀로 확인해 보십시오.

사라진 카덴차

1악장과 3악장에는 오케스트라가 뚝 멈추고 피아노만 혼자 남는 대목이 있습니다. 카덴차라고 부릅니다. 모차르트 시대에는 이 자리를 연주자가 그 자리에서 즉흥으로 채웠습니다. 모차르트 자신이 독주자였으니 그도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모차르트는 이 곡의 카덴차를 적어 두었는데 그 악보가 사라졌습니다. 다른 협주곡에는 그가 쓴 카덴차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곡의 것은 작성된 뒤 없어진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오늘날 연주자들은 후대 사람이 쓴 카덴차를 쓰거나 직접 씁니다. 피아니스트 로베르 카사데쥐스가 쓴 것이 널리 쓰이고, 연주자가 자기 것을 만들어 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과가 재미있습니다. 이 곡은 연주마다 다른 곡이 됩니다. 같은 악보를 보고 시작해서 같은 악보로 끝나는데, 중간에 한 번씩 다른 음악이 끼어듭니다. 두 사람의 연주를 이어서 들어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멈추고 피아노 혼자 남는 그 대목에서 완전히 다른 소리가 납니다.

앞에서 이 곡의 피아노가 오케스트라를 따라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카덴차는 그것이 가장 멀리 간 자리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자리에 모차르트의 음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엘비라 마디간이라는 이름

이 곡에 붙은 별명은 모차르트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1967년 스웨덴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 2악장이 쓰이면서 영화 제목이 곡의 별명이 됐습니다. 보 비더베리 감독의 작품이고, 이 안단테가 영화에 쓰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덧붙일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 영화에 실린 연주가 아래에서 첫 번째로 소개할 게자 안다의 녹음입니다. 별명을 만든 연주와 오늘날 이 곡의 기준으로 꼽히는 연주가 같은 것입니다.

아버지가 운 것은 이 곡이 아니다

이 곡을 소개하는 글에는 초연 자리에서 아버지 레오폴트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가 자주 따라붙습니다. 편지가 실제로 남아 있어서 더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그런데 편지를 열어 보면 그 눈물은 이 곡의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한 달쯤 앞선 1785년 2월 13일, 성악가 루이자 라스키의 연주회에서 아들이 파라디스라는 연주자가 파리에서 연주하도록 써 두었던 다른 협주곡을 쳤을 때였습니다. 레오폴트는 사흘 뒤 딸 난네를에게 그 밤을 적었습니다.

운 이유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아들이 성공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뒤쪽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악기들이 번갈아 주고받는 것이 그토록 또렷하게 들리는 즐거움에 눈물이 났다고 적었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아들이 나갈 때 황제가 모자를 손에 들고 브라보를 외쳤다는 대목도 같은 편지에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굳이 바로잡는 이유가 있습니다. 레오폴트가 감동한 것이 바로 주고받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협주곡에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하는 일이 정확히 그것입니다. 눈물의 자리는 옮겨야 하지만, 그가 들은 것은 이 곡을 듣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날 무대에 있던 것

모차르트는 이 곡을 3월 9일에 끝내고 바로 다음 날 부르크 극장 무대에 올렸습니다. 자기 수익을 위해 연 공개 연주회였고 독주도 자기가 맡았습니다. 하루 차이입니다.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무대에 오른 셈입니다.

그해 빈에 와 있던 레오폴트가 이틀 뒤 편지에 그 무렵의 풍경을 적었습니다. 아들이 포르테피아노에 붙이는 커다란 페달 장치를 만들게 했는데, 악기 몸통 아래에 놓이고 세 뼘쯤 더 길며 놀랍도록 무겁다는 것입니다. 발로 밟아 낮은 소리를 내는 건반이 따로 달린 장치였습니다. 발이 저음을 맡으면 왼손이 자유로워지니, 손이 셋인 것처럼 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어야 합니다. 그 편지는 이 협주곡을 그 장치로 연주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레오폴트가 적은 것은 장치가 있었다는 것과 그것을 매주 금요일 멜그루베라는 다른 연주장으로 실어 날랐다는 것입니다. 이 곡의 초연은 멜그루베가 아니라 부르크 극장이었습니다.

같은 편지에서 레오폴트가 남긴 말 가운데 가장 사람다운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그날 연주회 수입이 559플로린이나 됐다는 놀라움과, 아들의 포르테피아노를 집에서 극장이나 남의 집으로 적어도 열두 번은 실어 날랐다는 대목입니다.

세 악장의 흐름

1악장은 여리게 시작해서 크게 부풀기를 되풀이합니다. 작게 걷는 행진곡과 악단 전체가 울리는 대목이 번갈아 나오고, 그 사이를 피아노가 오갑니다. 세 악장 가운데 가장 길고 변화가 많습니다.

2악장에서 속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현은 약음기를 끼워 소리를 죽이고, 그 위에 피아노가 긴 선율을 놓습니다. 반주가 셋으로 나뉘어 흐르는데 선율은 그 셋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노래가 반주 위에 살짝 떠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이 곡이 꿈결 같다는 인상은 여기서 옵니다.

3악장은 다시 빨라지고 밝아집니다. 짧은 주제가 계속 돌아오는 사이에 피아노가 방향을 틀어 예상 밖의 자리로 데려가는 대목이 몇 번 나옵니다. 마지막은 망설임 없이 맺습니다.

전체를 한 줄로 말하면, 큰 편성으로 시작해서 가장 조용한 자리를 가운데 두고 다시 밝은 곳으로 나오는 곡입니다.

모차르트가 쓰던 페달 포르테피아노를 복원한 모습
포르테피아노 아래에 페달 건반을 붙인 모습이다. 모차르트가 쓰던 발터 포르테피아노는 잘츠부르크에 남아 있고, 사라진 것은 그 아래에 붙였던 페달 건반이다.

추천 연주

연주자 이름만으로는 어느 녹음인지 알 수 없어 음반사와 녹음 연도를 함께 적습니다. 서로 다르게 들리는 셋만 짚겠습니다.

게자 안다 ·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카메라타 아카데미 · 도이체 그라모폰, 1961년 녹음.
안다가 건반에 앉은 채로 악단을 이끈 연주입니다. 2악장의 걸음이 느긋하고 피아노 소리가 둥글어서, 앞에서 말한 떠 있는 느낌이 가장 크게 납니다. 영화에 쓰인 것이 이 연주라 오늘날 이 곡의 소리로 굳어진 쪽이기도 합니다. 녹음이 1960년대라 소리의 결이 아주 맑지는 않습니다.

미츠코 우치다 ·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 제프리 테이트 지휘 · 필립스, 1985년 10월 런던 녹음.
한 음 한 음의 윤곽이 또렷하고 악단 편성이 작아서 목관이 무엇을 하는지 잘 들립니다. 1악장에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주고받는 자리를 따라가기에 가장 좋습니다. 대신 크게 부푸는 대목의 무게는 덜합니다.

말콤 빌슨 ·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 존 엘리엇 가디너 지휘 · 아르히프, 1986년 4월 런던 녹음.
모차르트 시대의 포르테피아노로 친 연주입니다. 소리가 현대 피아노보다 가늘고 빨리 사그라들어서, 피아노가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오는 대신 그 사이에 끼어드는 것처럼 들립니다. 당시 무대의 소리에 가장 가깝지만, 넉넉하게 울리는 피아노를 기대하면 얇게 들릴 수 있습니다.

셋을 이어 들으실 거라면 카덴차 자리를 눈여겨보십시오. 오케스트라가 멈추고 피아노만 남는 대목에서 셋이 각각 다른 음악을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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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연주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대개 28분에서 32분 사이입니다. 카덴차를 누구 것으로 치느냐에 따라 1분 안팎이 달라집니다.

Q. 엘비라 마디간은 무슨 뜻인가요?

사람 이름입니다. 19세기 덴마크의 곡예사 엘비라 마디간의 이야기를 다룬 1967년 스웨덴 영화의 제목이고, 그 영화에 2악장이 쓰이면서 곡의 별명이 됐습니다. 모차르트가 붙인 이름은 아니지만 오늘날에는 악보 표지와 공연 프로그램에도 이 별명이 함께 적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Q. 2악장만 따로 들어도 되나요?

됩니다. 다만 2악장이 그렇게 조용하게 들리는 것은 앞뒤 악장이 밝고 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 번은 1악장 끝에서 2악장으로 넘어가는 자리부터 들어 보시면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집니다.

Q. 카덴차는 왜 연주마다 다른가요?

모차르트가 이 곡을 위해 적어 둔 카덴차가 전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는 원래 연주자가 즉흥으로 채우던 대목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는 후대 연주자가 쓴 카덴차를 쓰거나 자기 것을 만들어 칩니다.

다시 들을 세 곳

다음에 이 곡을 트실 때 세 곳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피아노가 처음 들어오는 순간입니다.
오케스트라가 행진곡을 다 들려주고 잠깐 조용해진 뒤입니다. 그때 피아노가 내는 선율이 방금 들은 것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해 보십시오. 이 곡의 성격이 그 몇 초에 다 들어 있습니다.

둘째, 2악장에서 선율과 반주가 어긋나는 자리입니다.
아래에서 흐르는 반주는 셋으로 나뉘어 고르게 움직이는데 위의 노래는 거기에 딱 맞지 않습니다. 그 어긋남이 이 악장을 떠 있게 만듭니다. 맞춰 보려 하지 마시고 그 틈을 그대로 들어 보십시오.

셋째, 오케스트라가 멈추고 피아노만 남는 자리입니다.
1악장과 3악장에 한 번씩 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차르트의 악보가 사라졌기 때문에 연주자마다 다른 음악이 나옵니다. 다른 연주로 한 번 더 들으면 같은 곡이 다르게 끝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곡에서 피아노는 끝까지 오케스트라를 따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무엇을 칠지조차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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