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자장가 가사, 그리고 피아노가 따로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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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자장가는 가사보다 선율이 먼저 알려진 노래입니다. 오르골에서, 모빌에서, 태교 음반에서 이 곡을 먼저 만나고 나중에야 여기에 가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곡을 찾는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도 가사입니다.

그 가사를 따라가다 보면 악보를 펴게 되는데, 악보에는 단이 세 개 있습니다. 맨 위 한 단이 노래이고 아래 두 단이 피아노입니다. 브람스와 같은 시대를 살며 독일 가곡 선집을 엮은 한 편집자가, 바로 그 아래 두 단을 두고 여기에 다른 노래 하나가 들어 있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부르는 2절은 1868년에 처음 나온 악보에 인쇄돼 있지 않습니다.

이 글이 1868년 초판 악보와 그 시대의 선집에서 확인한 것은 셋입니다. 첫째, 초판 표지는 이 가사의 출처를 짐로크의 어린이책이라고 찍어 두었는데, 널리 알려진 쪽은 다른 책을 가리킵니다. 둘째, 그 시대의 편집자는 이 곡의 피아노 파트에 다른 노래 한 곡이 들어가 있다고 적었습니다. 셋째, 초판에는 1절밖에 없습니다.

베르트 모리조가 1872년에 그린 〈요람〉 — 요람의 천 너머로 잠든 아기를 바라보는 어머니
베르트 모리조, 〈요람〉, 1872년, 캔버스에 유채, 오르세 미술관. 얇은 천 너머로 잠든 아기가 보이고, 어머니는 한 손으로 천을 쥔 채 턱을 괴고 아기를 보고 있다. 이 자장가가 나온 지 네 해 뒤의 그림이다.

초판 표지에 적힌 가사의 출처

이 노래의 가사가 어디서 왔는지는 보통 한 줄로 정리됩니다. 옛 독일 민요집에서 가져왔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1868년에 나온 첫 악보는 그 자리에 다른 책 이름을 찍어 두었습니다.

초판은 다섯 곡을 담은 한 권이었고, 그 표지에는 같은 무렵 함께 나온 네 작품의 곡목이 작사자와 함께 줄줄이 인쇄돼 있습니다. 〈자장가〉가 들어 있는 칸에는 짐로크의 어린이책에서라고 적혀 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같은 표지의 다른 칸입니다. 바로 앞 작품의 두 곡에는 소년의 마술피리에서라고 적혀 있습니다. 한 장의 표지가 두 책을 구별해서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인쇄공이 대충 뭉뚱그린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 짐로크의 어린이책은 1848년에 나온 실재하는 책이고, 펼쳐 보면 자장가만 따로 모은 장이 있습니다. 그 안에 우리가 아는 그 시가 번호를 달고 실려 있습니다. 한편 널리 퍼진 쪽의 설명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한 그 편집자도 브람스가 소년의 마술피리에 실린 새 읽기를 썼다고 적었고, 오늘날의 작품 정보들도 대개 그쪽을 따릅니다. 두 책 모두 실재하고 두 책 모두에 같은 시가 있습니다. 어느 한쪽만 적으면 나머지 하나가 지워집니다. 그래서 이 글은 갈린 채로 둡니다. 가사의 출전이 널리 알려진 설명과 어긋나는 일은 이 곡만의 사정이 아닙니다.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도 그렇습니다.

한 연뿐이던 노래

그러면 그 1절은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요. 초판 악보에 인쇄된 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Guten Abend, gut’ Nacht, mit Rosen bedacht, mit Näglein besteckt, schlupf unter die Deck: Morgen früh, wenn Gott will, wirst du wieder geweckt.

첫 줄은 저녁 인사와 밤 인사를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둘째 줄과 셋째 줄은 아이가 덮고 잘 이불을 꾸밉니다. 장미가 지붕처럼 덮여 있고 꽃이 꽂혀 있는 이불입니다. 여기 나오는 낱말 하나는 오해가 잦습니다. 철자만 보면 못을 뜻하는 낱말처럼 보이지만, 앞서 말한 편집자가 주석에서 이것은 못이 아니라 향신료 이름이라고 못을 박아 두었습니다. 그 편집자가 같은 주석에 함께 옮겨 적은 15세기 문구를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장미로 지붕을 얹고, 백합으로 침대를 놓고, 육두구로 문을 달고, 정향으로 빗장을 지른다는 문구입니다. 향신료가 나란히 놓인 목록이니 이불에 꽂힌 것은 말린 정향 봉오리입니다. 못이 박힌 이불과 정향이 꽂힌 이불은 전혀 다른 그림이니, 이 한 줄은 짚고 넘어갈 값이 있습니다. 넷째 줄은 그 이불 밑으로 들어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두 줄이 이 노래의 핵심입니다. 내일 아침, 하느님이 원하시면, 너는 다시 깨어날 것이다.

자장가인데 다시 깨어난다는 약속에 단서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브람스는 바로 이 마지막 두 줄을 한 번 더 되풀이해 부르도록 곡을 썼습니다. 악보에서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이 짧은 노래에서 가장 여러 번 들리는 말은 아침에 다시 깨어난다는 그 말입니다.

1절과 2절이 음표 아래 두 줄로 나란히 인쇄된 브람스 자장가 악보 면
약 1920년에 나온 독일 가곡선집의 제69번. 표제 아래 두 줄에 1절은 아주 오래된 민요이고 2절은 게오르크 셰러가 1849년에 덧붙였다고 인쇄돼 있다. 음표 아래에는 1절과 2절이 두 줄로 나란히 붙어 있다. 1868년 초판이 아니라 후대의 선집이고, 조를 옮겨 실은 판이다.

그리고 이것이 전부입니다. 1848년의 그 어린이책에 실린 시도 한 연뿐이고, 1868년 초판 악보에 인쇄된 가사도 한 연뿐입니다. 초판에서 이 곡은 딱 한 쪽을 차지하는데, 그 한 쪽을 구석까지 살펴도 두 번째 절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만 마지막 마디 끝에 반복 기호가 찍혀 있습니다. 같은 음악을 한 번 더 부르라는 표시입니다. 두 번째로 부를 때 무슨 말을 얹을지는 악보가 말해 주지 않습니다.

피아노가 따로 부르는 선율

이제 아래 두 단으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이 곡은 셋을 세는 박자이고, 악보 맨 앞에 부드럽게 움직이듯이라는 뜻의 빠르기말이 적혀 있습니다. 피아노 첫머리에는 여리게 치라는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먼저 귀로 바로 확인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노래는 첫 마디를 통째로 쉬고 들어옵니다. 초판 악보의 성악 단 첫 마디는 쉼표뿐이고, 가사는 둘째 마디부터 붙습니다. 그러니까 이 곡에서 제일 먼저 소리를 내는 것은 노래가 아니라 피아노입니다. 음반을 틀고 목소리를 기다리는 동안 이미 곡은 시작해 있습니다.

그 피아노 단을 두고 한 세기 전의 편집자가 적어 둔 것이 있습니다. 브람스의 벗이었던 빈의 베르타 파버라는 사람이 아홉 해 전에 부른 노래가 있었는데, 알렉산더 바우만이라는 사람이 쓴 빈의 왈츠풍 노래였다고 합니다. 브람스가 그것을 기억에 담아 두었다가 이 자장가의 피아노 파트에 썼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당김음(박자의 센 자리를 비껴서 소리를 놓는 것)과 군더더기 음을 끼워 넣어 가볍게 가려 두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브람스 본인이 남긴 말이 아니라 그 편집자가 전하는 말입니다.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는 그 주석도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알렉산더 바우만의 왈츠 노래 악보가 가운데 인쇄된 프리틀렌더의 주석 면
같은 책 제69번의 주석 면. 가운데에 놓인 악보 두 단이 알렉산더 바우만의 빈 왈츠 노래이고, 그 아래 글이 브람스가 이것을 자장가의 피아노 파트에 썼다고 적는다.

다행히 그 주석은 말로만 끝내지 않았습니다. 문제의 바우만 노래를 악보 두 단으로 인쇄해 두었습니다. 역시 셋을 세는 박자이고, 가사 한 줄이 음표 아래 붙어 있습니다. 다만 그 노래의 제목까지는 주석에 적혀 있지 않고, 바우만의 원래 악보를 찾아 대조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두 선율이 얼마나 같은지를 말하지 않습니다.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편집자가 브람스의 피아노 파트에서 그 노래를 알아보았다고 적었다는 사실까지입니다.

그래도 악보를 들여다보면 그가 말한 당김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눈에 들어옵니다. 피아노 오른손이 마디의 첫 자리를 비워 두고 그 뒤에 화음을 놓는 모양이 곡 내내 되풀이됩니다. 왼손은 낮은 음으로 박을 짚어 주는데 오른손은 그 박에 딱 맞춰 내려오지 않습니다. 살짝 늦게 들어와 얹히는 소리, 그것이 이 자장가를 흔들리는 요람처럼 들리게 하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어긋난 자리를 따라가면 노래와는 다른 선이 하나 그어집니다.

헌정을 받은 성악가

초판 악보에는 제목 바로 밑에 괄호를 친 짧은 줄이 하나 있습니다. 빈의 B. F. 에게라는 다섯 글자 남짓의 한 줄입니다. 악보가 밝히는 것은 이니셜 두 자뿐이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적어 놓지 않았습니다.

수염을 기르기 전 젊은 브람스가 의자에 앉아 있는 초상 사진
수염을 기르기 전의 브람스. 자장가를 쓰던 무렵에 가까운 얼굴이다. 촬영 연도를 밝히는 기록은 이 사진에 붙어 있지 않다.

앞서 나온 그 주석이 이 자리를 채웁니다. 빈에 사는 베르타 파버 부인이고, 그의 아들이 태어난 것을 축하하며 이 노래가 나왔다고 적습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덧붙입니다. 그는 성악가였다고요. 앞 절에서 피아노 파트에 들어갔다고 한 그 노래를 아홉 해 전에 불렀던 사람이 바로 이 사람입니다. 두 사실은 그 주석 안에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브람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이 글이 하지 않겠습니다. 브람스 자신의 편지나 기록으로 이 대목을 확인하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노래를 받은 사람의 얼굴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공개된 자료 어디에도 베르타 파버의 초상은 없습니다.

악보가 나온 것은 1868년 11월이고, 이 곡이 사람들 앞에서 처음 불린 것으로 확인되는 날은 그로부터 열세 달 뒤인 1869년 12월 22일 빈입니다. 노래는 루이제 두스트만이 불렀고 피아노는 클라라 슈만이 쳤습니다. 출판이 먼저이고 연주회가 나중이라는 순서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 곡은 무대에서 알려진 다음 악보로 팔린 것이 아니라, 악보로 먼저 집집마다 들어간 노래였습니다.

나중에 붙은 두 번째 절

2절은 이렇게 됩니다.

Guten Abend, gut Nacht, von Englein bewacht, die zeigen im Traum dir Christkindleins Baum: Schlaf nun selig und süß, schau im Traum ‘s Paradies.

첫 줄은 1절과 똑같이 저녁 인사와 밤 인사로 시작합니다. 그다음부터 갈라집니다. 작은 천사들이 아이를 지켜보고, 그 천사들이 꿈속에서 아기 예수의 나무를 보여 준다고 합니다. 성탄 트리입니다. 마지막 두 줄은 이제 복되고 달게 자라고, 꿈에서 낙원을 보라고 말합니다. 1절에는 장미와 정향과 이불이 있었고 내일 아침이 있었습니다. 2절에는 천사와 성탄과 낙원이 있습니다. 이 노래가 성탄 노래로도 불리게 된 내력이 이 여섯 줄 안에 있습니다.

이 절이 나중에 붙었다는 것은 여러 곳에서 확인됩니다. 우선 1868년 초판 악보에 없습니다. 1848년의 그 어린이책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브람스 쪽에도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자장가〉의 자필 자료 목록을 보면 그중 두 건이 2절 가사만을 위한 것입니다. 하나는 노래 선율에 2절 가사만 적어 둔 것이고 다른 하나는 2절 가사의 초고입니다. 1절과 같은 자리에서 한꺼번에 나온 것이 아니라 별도의 작업이 한 번 더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 편집자의 주석은 여기에 대해 두 가지를 적습니다. 2절은 1849년 게오르크 셰러의 책에서 온 나중의 덧붙임이라는 것, 그리고 브람스 자신이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이라는 것입니다. 앞의 것은 다른 자료들도 같은 이름을 들기 때문에 확인된 편에 속합니다. 다만 셰러가 그 절을 직접 지은 사람인지 이미 떠돌던 것을 엮어 실은 사람인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뒤의 것은 전해지는 말입니다. 그 주석은 마지못해라는 낱말만 남겼을 뿐 사정을 적어 두지 않았고, 그 이상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2절이 브람스 악보의 어느 인쇄본부터 실리기 시작했는지입니다. 1868년 초판에는 없고, 한 세기 전의 그 선집에는 1절과 2절이 음표 아래 두 줄로 나란히 인쇄돼 있습니다. 그 사이 어느 지점에서 들어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브람스 자장가 듣기 안내

곡은 짧습니다. 큰 사건이 없는 곡이기도 합니다. 여리게 시작해서 끝까지 여리고, 같은 음악을 두 번 부르고 끝납니다. 빠르기도 세기도 크게 바뀌지 않으니, 흐름을 따라가는 대신 자리를 몇 군데 정해 놓고 듣는 편이 낫습니다.

세 자리를 권해 드립니다. 첫째는 노래가 들어오기 전의 몇 초입니다. 피아노만 있는 그 짧은 구간이 이 곡의 시작입니다. 둘째는 노래가 한 음을 길게 끄는 동안입니다. 목소리가 멈춰 있을 때 피아노 오른손이 박에서 살짝 비껴 화음을 놓습니다. 셋째는 두 번째로 같은 선율을 부를 때입니다. 처음 들을 때 놓친 아래쪽 소리가 두 번째에는 조금 더 들립니다.

녹음은 성격이 서로 다른 셋을 골랐습니다.

  • 지몬 보데(테너), 그레이엄 존슨(피아노), 하이페리온, 2009년 11월 런던 올세인츠 교회 녹음. 이 곡이 원래 속해 있던 다섯 곡짜리 가곡집을 통째로 담은 음반이라, 자장가가 앞뒤 곡들 사이에 놓인 채로 들립니다. 남성 목소리로 부른다는 점도 흔한 인상과 다릅니다. 다섯 곡을 다 듣기 부담스러우시면 이 한 곡만 떼어 들으셔도 됩니다.
  • 안네 소피 폰 오테르(메조소프라노), 벵트 포르스베리(피아노), 도이체 그라모폰 429 727-2. 1991년에 나온 브람스 가곡 음반입니다. 이 곡이 1분 53초로, 셋 중 가장 짧게 지나갑니다. 낮은 쪽 목소리라 피아노와 음역이 가까워집니다.
  • 리아 긴스터(소프라노), 제럴드 무어(피아노), HMV, 1933년 1월 30일 녹음. 78회전 원반 시대의 녹음이라 잡음이 섞여 있습니다. 그 점을 감수하실 수 있다면, 이 노래가 가정의 노래로 한창 불리던 시기의 연주를 들어 보실 수 있습니다.

목소리 없이 피아노 쪽만 듣고 싶으시다면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곡을 피아노 독주로 옮긴 편곡이 여러 사람의 손으로 나와 있습니다. 다만 편곡은 노래 선율까지 피아노가 받아 치는 것이니, 원래 아래 단에 있던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지는 않습니다. 이 곡을 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요하네스 브람스의 생애와 작품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다음에 이 곡을 트실 때는 목소리를 조금 뒤로 물려 두고 들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노래가 들어오기 전의 몇 초, 그리고 노래가 음을 끄는 동안 박에서 비껴 얹히는 화음들입니다. 한 세기 전의 한 편집자는 그 자리에 다른 노래가 한 곡 들어 있다고 적었고, 그 노래를 불렀던 사람의 이름까지 적어 두었습니다. 그 말이 맞는지는 끝까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 아래쪽에 노래와 다른 선이 하나 지나가고 있다는 것은, 소리를 조금만 늦춰 들으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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