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해설 · 한 대로 여러 목소리를 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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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한 대만 있습니다. 반주도, 다른 악기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곡을 들으면 첼로가 혼자 있는 것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낮은 자리에서 무언가 버티고 있고 그 위에서 다른 목소리가 노래합니다.

첼로는 활로 줄을 그어 소리를 냅니다. 줄 둘을 함께 그어 두 음을 동시에 낼 수도 있지만, 세 음 네 음을 한꺼번에 오래 울리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기본은 한 번에 한 줄입니다. 이 글은 바흐가 그 악기 하나로 어떻게 여러 목소리를 만들었는지 짚어 보는 글입니다.

작품 한눈에 보기
•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
• 작품: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여섯 곡 BWV 1007~1012
• 작곡 시기: 쾨텐 궁정 시절, 1720년 무렵으로 본다
• 구성: 한 곡마다 전주곡에 이어 춤곡 다섯이 온다
• 자필 악보: 남아 있지 않다
• 추천 음반: 파블로 카잘스(1936~1939년 녹음)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필사본 표지
안나 막달레나 바흐가 베낀 필사본의 표지다. 「반주 없는 첼로 독주를 위한 여섯 모음곡, 궁정악장 바흐 작곡」이라고 적혀 있다. 바흐의 자필 악보는 남아 있지 않고 이런 사본들이 오늘의 악보가 되었다.

한 대로 두 목소리를 내는 법

1번 모음곡의 첫 곡을 틀어 보십시오. 가장 널리 알려진 대목입니다. 첼로가 같은 모양의 음 묶음을 계속 굴리는데, 잘 들어 보면 그 묶음마다 가장 낮은 음이 하나씩 있습니다.

바흐가 쓰는 첫 번째 방법이 이것입니다. 낮은 음을 짧게 찍고 위로 올라갑니다. 그 낮은 음은 이미 지나갔는데도 귀는 그것을 계속 붙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에서 음이 움직이는 동안 아래에 무언가 버티고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실제로는 한 음씩 났을 뿐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화음을 풀어 놓는 것입니다. 피아노라면 한 번에 눌렀을 세 음, 네 음을 첼로는 차례로 냅니다. 빠르게 이어서 내면 귀는 그것을 하나의 화음으로 묶습니다. 화음이 들리는 것이 아니라 화음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들립니다.

세 번째 방법은 높낮이를 오가는 것입니다. 낮은 자리와 높은 자리를 번갈아 짚으면 두 사람이 주고받는 것처럼 들립니다. 사라방드 같은 느린 춤곡에서 이 수법이 특히 또렷합니다. 아래에서 한 마디, 위에서 한 마디씩 말이 오갑니다.

이 곡을 들을 때 잡을 것은 화려한 손놀림이 아닙니다. 지금 목소리가 몇 개로 들리는가입니다. 하나로 들리다가 둘이 되고 다시 하나가 되는 순간을 잡아내면, 이 여섯 곡이 왜 첼로 연주자들에게 평생의 숙제인지 알게 됩니다.

바흐가 악장으로 활동했던 쾨텐 궁정 전경
바흐가 악장으로 일하던 쾨텐 궁정이다. 이 여섯 곡은 그 시절에 나온 것으로 본다.

춤곡이라는 뼈대

여섯 곡은 모두 같은 틀로 되어 있습니다. 앞에 자유로운 전주곡이 오고, 그 뒤로 춤곡이 다섯 개 이어집니다.

춤곡의 순서는 알르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그리고 짝을 이루는 짧은 춤 둘, 마지막이 지그입니다. 알르망드는 차분한 네 박, 쿠랑트는 걸음이 빠른 춤, 사라방드는 느리고 무게가 실린 춤, 지그는 뛰듯이 빠른 춤입니다. 가운데 끼는 짝은 곡마다 다른데, 앞의 두 곡에는 미뉴에트가, 가운데 두 곡에는 부레가, 뒤의 두 곡에는 가보트가 옵니다.

이름을 다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것이 춤곡이라는 사실은 기억하시면 좋습니다. 이 음악을 명상이나 기도처럼 연주하는 사람이 많고 그렇게 들으면 실제로 그렇게 들리는데, 악보에 적힌 것은 춤의 이름입니다. 발이 어디서 떨어지고 어디서 닿는지가 남아 있는 음악입니다.

교회음악이 필요 없던 자리

바흐는 1717년부터 1723년까지 쾨텐이라는 작은 궁정에서 음악을 맡았습니다. 이 여섯 곡은 그 시절에 나온 것으로 봅니다.

쾨텐에는 다른 데 없는 사정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궁정의 종교는 칼뱅파였고, 예배에 화려한 음악을 쓰지 않았습니다. 바흐는 평생 교회음악을 쓰며 산 사람인데, 이 6년 동안은 교회에 낼 곡을 거의 요구받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가 비자 다른 것이 채워졌습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무반주 바이올린 곡,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첫째 권, 그리고 이 여섯 곡이 모두 쾨텐 시절에 나왔습니다. 바흐가 남긴 기악곡 가운데 지금 가장 많이 연주되는 것들이 한 시기에 몰려 있습니다.

궁정의 주인이던 레오폴트 공 자신이 연주자였습니다. 하프시코드와 바이올린을 켰고 비올라 다 감바도 다뤘습니다. 궁정의 예법을 어겨 가며 악사들 사이에 끼어 함께 연주하곤 했다고 전합니다.

그 궁정에 크리스티안 페르디난트 아벨이라는 연주자가 있었습니다. 바흐는 1720년에 태어난 그의 딸의 대부가 되었을 만큼 가까웠고, 같은 해 두 사람은 공을 따라 카를스바트로 여행을 갔습니다. 이 여섯 곡이 아벨을 위한 것이었으리라 보는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다만 아벨이 주로 연주한 악기는 첼로가 아니라 비올라 다 감바였습니다. 누구를 위해 썼는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자필 악보가 없다

이 곡에는 바흐가 직접 쓴 악보가 없습니다. 같은 무렵에 쓴 무반주 바이올린 곡은 1720년 자필 악보가 남아 있는데, 첼로 모음곡은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보는 악보는 남이 베낀 것을 모아 복원한 것입니다. 18세기 필사본이 네 종 전합니다. 바흐의 두 번째 아내 안나 막달레나가 베낀 것, 오르간 연주자 요한 페터 켈너가 베낀 것, 두 사람이 나눠 쓴 것이 하나, 그리고 1799년 빈의 악보상이 팔려고 내놓은 것입니다. 인쇄본은 1824년 무렵 파리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이것이 듣는 사람에게 왜 중요한가 하면, 네 사본이 이음줄에서 서로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이음줄은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한 호흡으로 묶어 연주할지 표시하는 기호입니다. 그것이 갈리면 같은 음을 쳐도 문장이 끊기는 자리가 달라집니다.

연주가 그렇게 다르게 들리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 있습니다. 어떤 첼리스트는 이 음악을 춤의 연쇄로 들려주고, 어떤 첼리스트는 혼잣말처럼 들려줍니다. 취향의 차이만이 아니라 어느 사본을 어떻게 읽었는가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Pablo Casals seated with cello, c.1915~1920 (Library of Congress, Bain Collection)
파블로 카잘스다. 열세 살에 이 악보를 만나 십여 년을 익힌 뒤에야 무대에 올렸다.

카잘스가 발견한 것과 발견하지 않은 것

이 곡의 이야기에는 늘 파블로 카잘스가 따라옵니다. 열세 살이던 1890년 바르셀로나의 악보점에서 이 악보를 발견했고, 그 뒤 이 잊힌 음악을 세상에 되살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앞부분은 전해지는 그대로입니다. 다만 뒷부분은 조금 손봐야 합니다. 카잘스 이전에도 이 곡을 무대에 올린 첼리스트들이 있었습니다. 프리드리히 그뤼츠마허가 1867년 할레에서 한 곡을 통째로 연주한 기록이 남아 있고, 알프레도 피아티와 율리우스 클렝겔도 카잘스보다 앞서 이 곡의 악장들을 연주했습니다.

카잘스 자신도 악보를 손에 넣자마자 무대에 선 것이 아닙니다. 십여 년을 혼자 익힌 끝에 1900년에서 1902년 무렵부터 연주회 프로그램에 넣기 시작했고, 녹음은 그로부터 30년이 더 지나서야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면 카잘스가 한 일은 무엇인가. 이 곡을 연습곡에서 작품으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그전까지 이 여섯 곡은 첼리스트들 사이에서 손가락을 단련하는 교재에 가까웠습니다. 카잘스는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음악으로 연주해서, 이 곡이 무대에 올려야 할 작품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납득시켰습니다. 발견이 아니라 자리를 바꾼 것입니다.

5번과 6번의 특별한 사정

여섯 곡 가운데 뒤의 둘은 사정이 다릅니다.

5번은 조율을 바꿔서 칩니다. 첼로의 가장 높은 줄을 한 음 낮춰 놓고 연주하라는 지시가 악보에 붙어 있습니다. 줄을 느슨하게 하면 소리가 덜 밝아지고 울림이 안으로 잠깁니다. 이 곡이 여섯 곡 가운데 가장 어둡게 들리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 지시를 따르는 연주자와 보통 조율로 치는 연주자가 갈립니다.

6번은 아예 다른 악기를 위한 곡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해지는 자료에 줄이 다섯인 악기를 전제한 흔적이 있습니다. 보통 첼로보다 높은 줄이 하나 더 있는 악기입니다. 그래서 이 곡은 네 줄짜리 첼로로 치면 손이 몹시 바빠집니다. 높은 자리에서 오래 머물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사정을 알고 6번을 들으면 소리가 다르게 잡힙니다. 다른 다섯 곡보다 높은 곳에서 열려 있는 느낌이 나는데, 그것이 연주자의 해석이 아니라 악기에서 온 것입니다.

5현 첼로
줄이 다섯인 첼로다. 6번 모음곡은 이런 악기를 전제한 흔적을 갖고 있다.

추천 연주

연주자 이름만으로는 어느 녹음인지 알 수 없어 음반사와 녹음 연도를 함께 적습니다. 이 곡은 특히 연주마다 차이가 커서, 서로 가장 멀리 떨어진 셋을 골랐습니다.

파블로 카잘스 · 1936년부터 1939년 사이 런던과 파리에서 녹음.
이 곡을 작품의 자리에 올려놓은 연주입니다. 한 문장을 길게 끌고 가는 힘이 크고, 낮은 음을 찍는 자리마다 무게를 실어서 아래에서 버티는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립니다. 1930년대 녹음이라 소리는 거칩니다. 잡음 너머로 들어야 합니다.

요요 마 · 소니(당시 CBS 마스터웍스), 1982년 녹음.
세 번 남긴 전집 가운데 첫 번째입니다. 선율이 어디로 가는지가 분명하고 소리가 따뜻해서, 여섯 곡을 처음 끝까지 따라가기에 가장 편합니다. 대신 춤의 발걸음보다 노래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안너 빌스마 · 소니 비바르테, 1992년 녹음.
바흐 시대의 방식으로 만든 줄을 쓴 연주입니다. 소리가 빨리 사그라들어서 음이 서로 겹치지 않고, 그래서 목소리가 몇 개인지 오히려 또렷하게 갈립니다. 걸음도 빨라 이 곡이 춤곡이라는 사실이 가장 잘 들립니다. 넉넉하게 울리는 첼로를 기대하면 메마르게 들릴 수 있습니다.

셋을 이어 들으실 거라면 1번의 전주곡 하나만 반복해서 비교해 보십시오. 같은 악보인데 카잘스는 문장을 길게 잇고, 요요 마는 노래로 흘리고, 빌스마는 마디마다 발을 딛습니다.

시대악기 첼로를 연주하는 안너 빌스마의 모습
안너 빌스마가 바흐 시대의 방식으로 만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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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여섯 곡을 다 들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연주자에 따라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쯤 걸립니다. 한 곡은 대개 15분에서 30분 사이입니다. 뒤로 갈수록 길어져서 6번이 가장 깁니다.

Q. 어느 곡부터 들어야 하나요?

1번 전주곡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어 들어가기 쉽습니다. 다만 1번을 다 듣고 나면 3번으로 가 보시길 권합니다. 밝고 걸음이 시원해서 이 곡이 춤곡이라는 것이 잘 느껴집니다.

Q. 바흐가 직접 쓴 악보가 없다는데 지금 악보는 어떻게 만든 것인가요?

18세기에 남이 베낀 필사본 네 종과 19세기 초 인쇄본을 견주어 복원한 것입니다. 그래서 판본마다 이음줄과 꾸밈음이 조금씩 다릅니다. 음의 높이 자체가 크게 흔들리는 것은 아닙니다.

Q. 첼로 말고 다른 악기로도 연주하나요?

합니다.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기타, 색소폰 같은 악기로 옮겨 연주한 녹음이 많습니다. 다만 이 곡이 요구하는 낮은 음의 버팀과 높은 음의 노래를 한 악기가 동시에 감당해야 하므로, 악기가 바뀌면 들리는 목소리의 수가 달라집니다.

다시 들을 세 곳

다음에 이 곡을 트실 때 세 곳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1번 전주곡에서 낮은 음이 찍히는 자리입니다.
음 묶음마다 가장 아래에 하나씩 있습니다. 그 음들만 이어서 따라가 보시면 첼로 아래쪽에 또 하나의 선율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둘째, 사라방드입니다.
여섯 곡마다 하나씩 있는 느린 춤입니다. 여기서 첼로가 낮은 자리와 높은 자리를 번갈아 짚습니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것처럼 들리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특히 5번의 사라방드는 화음도 거의 없이 선 하나로만 되어 있어서, 목소리가 몇 개인지 가장 헷갈리는 자리입니다.

셋째, 지그입니다.
각 곡의 마지막에 오는 빠른 춤입니다. 앞의 느린 춤들을 지나 여기까지 오면 발걸음이 확 살아납니다. 이 곡이 명상이 아니라 춤이었다는 사실이 가장 분명해지는 자리입니다.

첼로는 여전히 한 대뿐입니다. 그런데 세 곳을 짚고 나면, 그 한 대에서 몇 개의 목소리가 나고 있는지 세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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