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서, 광고에서,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그 선율입니다. 느리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면 대부분 이 곡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바흐는 이 곡을 그 이름으로 부른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그 소리는 바흐가 죽고 120년쯤 지나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
• 원곡: 관현악 모음곡 3번 라장조 BWV 1068의 두 번째 악장 에어
• 성립: 현전 자료 기준 1731년 전후, 라이프치히
• 널리 알려진 이름: G선상의 아리아
• 그 이름의 유래: 아우구스트 빌헬미의 1871년 바이올린 편곡
• 추천 음반: 트레버 피노크 / 잉글리시 콘서트(아르히프, 1978)
| 관현악 모음곡 3번의 두 번째 악장 에어의 악보다. 위의 선율 아래로 다른 성부들이 함께 적혀 있다. |
G선상의 아리아는 바흐가 붙인 이름이 아니다
바흐가 남긴 것은 〈관현악 모음곡 3번 라장조 BWV 1068〉이고, 우리가 아는 그 선율은 그 안의 두 번째 악장입니다. 악보에 적힌 이름은 「에어」 한 글자입니다.
여기서 에어는 공기라는 뜻이 아닙니다. 노래하듯 흘러가는 악장을 가리키는 음악 용어입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춤이 아니라 노래에 가깝게 진행하는 대목에 이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니까 바흐가 붙인 제목은 「에어」뿐이고, 「G선상의」라는 말은 나중에 붙었습니다. 어디서 왔는지는 다음 절에 있습니다.
1871년에 일어난 일
독일의 바이올린 연주자 아우구스트 빌헬미가 이 악장을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옮겼습니다. 1871년의 일입니다.
빌헬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 두면 이 편곡이 왜 이런 소리가 됐는지 짐작이 갑니다. 그는 여덟 살에 첫 연주회를 연 신동이었고, 열다섯 살이던 1861년에 리스트가 그를 두고 「미래의 파가니니」라고 적은 소개장을 써 주었습니다. 그리고 1876년 바이로이트에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가 처음 무대에 오를 때 그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바로 그였습니다. 이듬해에는 바그너를 영국에 초청해 런던에서 함께 연주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 편곡은 바그너의 소리 한복판에 서 있던 사람이 바흐를 자기 시대의 귀로 옮긴 것입니다. 1871년이면 바이로이트 무대가 열리기 다섯 해 전입니다.
그가 한 일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곡 전체를 한 음 낮췄습니다. 라장조였던 것이 다장조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독주 바이올린이 맡을 선율을 거기서 한 옥타브 더 내렸습니다. 두 번을 내리고 나서야 이 선율이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줄 하나에 다 들어갑니다. 그 줄의 이름이 G현입니다.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이것은 중요한 선택입니다. 보통은 손이 편한 자리를 찾아 여러 줄을 오가며 켭니다. 한 줄에서만 켜면 손을 위아래로 크게 움직여야 해서 까다롭습니다. 대신 얻는 것이 있습니다. 줄이 바뀌지 않으니 음색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낮은 줄은 나머지 셋보다 두껍고 어둡습니다.
사람들이 이 곡을 두고 「깊다」거나 「무겁다」고 말할 때, 그 인상의 상당 부분이 여기서 옵니다. 바흐가 쓴 음이 아니라 빌헬미가 고른 줄에서 오는 것입니다.
| 아우구스트 빌헬미다. 1871년에 이 악장을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옮겨 지금의 이름을 만들었다. |
저음은 계속 걷는다
원곡을 틀어 놓고 선율을 잠깐 잊어 보십시오. 그 아래에서 다른 소리가 들립니다. 낮은 음이 규칙적으로 한 걸음씩 내려갔다 올라갑니다. 쉬는 법이 없습니다.
이것을 걷는 저음이라고 부릅니다. 위의 선율은 길게 늘어지며 떠 있는데 아래는 계속 걸어갑니다. 곡이 이렇게 느린데도 멈춰 있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시간을 앞으로 미는 것은 선율이 아니라 저음입니다.
가운데에도 소리가 있습니다.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입니다. 이들은 거의 앞으로 나서지 않지만 완전히 가만있지도 않습니다. 선율이 한 문장을 마칠 때쯤 짧게 대답하고, 화음이 바뀌는 자리에서 방향을 슬쩍 틀어 놓습니다. 이 소리가 없으면 곡이 얇아집니다.
그러니까 원곡은 세 겹입니다. 위에서 노래하고, 아래에서 걷고, 가운데서 거듭니다. 이 곡이 편안하게 들리는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세 겹이 서로 밀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빌헬미가 한 일을 여기서 다시 보면 분명해집니다. 그는 맨 위의 한 겹을 앞으로 끌어냈고, 나머지 두 겹은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래서 편곡판은 더 가깝고 더 사적으로 들립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방이 한 사람의 얼굴이 된 셈입니다.
BWV 1068 모음곡 안에서 G선상의 아리아의 자리
이 악장은 혼자 있는 곡이 아닙니다. 앞뒤로 다른 곡들이 있습니다.
모음곡 3번은 큼직한 서곡으로 시작합니다. 그다음이 에어이고, 그 뒤로 가보트 둘과 부레와 지그가 이어집니다. 서곡은 당당하고 뒤의 춤곡들은 활기찹니다. 에어는 그 사이에 놓인 유일하게 조용한 자리입니다.
편성을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이 모음곡 전체에는 트럼펫 셋과 팀파니, 오보에 둘이 들어갑니다. 화려한 편성입니다. 그런데 에어에서는 관악기와 타악기가 전부 물러납니다. 남는 것은 현악기와 그 아래를 받치는 통주저음뿐입니다.
바흐가 소리를 비운 것입니다. 트럼펫이 빠지자 긴 선율과 화음의 잔잔한 움직임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이 악장이 끝나면 트럼펫이 다시 들어와 춤곡이 시작됩니다.
이 곡을 따로 떼어 들으면 조용한 명곡입니다. 모음곡 전체 안에서 들으면 숨을 고르는 자리입니다. 한 번은 서곡부터 이어서 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에어가 시작될 때 소리가 얼마나 갑자기 줄어드는지 느껴집니다.
쾨텐인가 라이프치히인가
이 곡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자주 잘못 적힙니다.
바흐의 기악 명작이 쏟아진 시기는 쾨텐 궁정 시절, 곧 1717년부터 1723년까지입니다. 그래서 이 모음곡도 그 시기로 묶어 설명하는 글이 많습니다. 초기 구상이 더 이른 시기로 올라갈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 남아 있는 자료가 직접 가리키는 것은 1731년 전후의 라이프치히입니다. 오늘날 이 곡을 연주하는 데 쓰이는 파트 악보가 그 무렵의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정확한 말은 이렇게 됩니다. 이 곡의 뿌리가 어디까지 올라가는지는 잘라 말할 수 없지만, 우리가 실제로 손에 쥐고 있는 자료는 라이프치히 쪽을 가리킨다. 확실한 것과 아직 모르는 것을 나눠 두는 편이 낫습니다.
바흐 G선상의 아리아 추천 연주
연주자 이름만으로는 어느 녹음인지 알 수 없어 음반사와 녹음 연도를 함께 적습니다. 서로 다르게 들리는 셋만 짚겠습니다.
카를 리히터 ·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 · 아르히프, 1960년 6월 녹음.
현대 악기로 연주한 무겁고 느린 바흐입니다. 걸음이 크고 소리가 두꺼워서 이 곡을 장중하게 듣고 싶을 때 맞습니다. 대신 저음의 발걸음이 선율에 묻히는 편입니다.
트레버 피노크 · 잉글리시 콘서트 · 아르히프, 1978년 녹음.
바흐 시대의 악기와 편성으로 연주했습니다. 인원이 적어 세 겹이 각각 뚜렷하게 들리고, 특히 걷는 저음이 또렷합니다. 이 글에서 짚은 것을 귀로 확인하기에 가장 좋습니다. 소리가 얇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존 엘리엇 가디너 ·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 · 에라토, 1983년 녹음.
같은 시대악기 연주인데 걸음이 더 빠르고 각이 섭니다. 에어가 처지지 않고 앞으로 나가서, 이 악장이 느린 명상이 아니라 모음곡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 잘 드러납니다.
셋을 다 듣기 어렵다면 하나만 고르시고, 대신 빌헬미의 바이올린 편곡판을 하나 더 찾아 이어서 들어 보십시오. 검색창에 「Air on the G String violin」이라고 치면 나옵니다. 같은 선율인데 소리가 얼마나 달라지는지가 이 곡의 이야기 전부입니다.
함께 읽을 글
| 주제 | 읽으면 좋은 분 |
|---|---|
|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 악기 한 대로 여러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 궁금한 분 |
| 바흐의 생애와 작품 | 쾨텐과 라이프치히가 어떻게 다른 시기인지 알고 싶은 분 |
| 파헬벨 카논 | 저음이 곡을 끌고 가는 다른 예를 들어 보고 싶은 분 |
자주 묻는 질문
Q. 왜 G현 하나로만 켜나요?
빌헬미가 그렇게 편곡했기 때문입니다. 곡을 한 음 낮추고 독주 선율을 다시 한 옥타브 더 내리자, 그 선율이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줄 하나에 다 들어가게 됐습니다. 줄을 바꾸지 않으면 음색이 흔들리지 않고, 그 줄이 가장 두꺼워서 소리도 어둡습니다. 원곡에는 이런 지시가 없습니다.
Q. 원곡과 편곡 중 무엇을 들어야 하나요?
둘 다 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원곡은 세 겹이 함께 움직이는 소리이고 편곡은 한 목소리에 가까이 다가간 소리입니다. 오늘날 연주회에서는 원곡이 훨씬 자주 오릅니다. 다만 이 곡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편곡 덕분입니다.
Q. 연주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이 악장만 들으면 대개 4분에서 6분 사이입니다. 느리게 잡는 연주와 빠르게 가는 연주의 차이가 커서 2분 가까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모음곡 전체는 20분 남짓입니다.
Q. 결혼식에 써도 되나요?
널리 쓰입니다. 다만 원곡은 결혼과 아무 관계가 없는 궁정 모음곡의 한 악장이고, 느리고 조용해서 행진에는 걸음이 맞지 않는 편입니다. 입장보다는 예식 중간이나 사진 촬영 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들을 세 곳
다음에 이 곡을 트실 때 세 곳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저음입니다.
선율을 따라가지 마시고 아래에서 한 걸음씩 움직이는 소리만 들어 보십시오. 처음에는 잘 안 잡히다가 한 번 잡히면 계속 들립니다. 그 발걸음이 이 느린 곡을 앞으로 밀고 있습니다.
둘째, 가운데 소리입니다.
선율이 한 문장을 마치고 잠깐 늘어질 때 안쪽에서 짧게 대답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입니다. 이 대답을 찾아내면 이 곡이 한 줄이 아니라 여러 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셋째, 원곡과 편곡을 나란히 듣는 것입니다.
관현악으로 연주한 원곡을 먼저 듣고 바이올린 독주판을 이어서 들어 보십시오. 같은 선율인데 하나는 여럿 사이에 놓여 있고 하나는 혼자 앞에 나와 있습니다.
이 곡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편곡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값이 사람들을 다시 원곡으로 데려왔습니다. 지금 연주회에서 더 자주 들리는 쪽은 바흐가 쓴 원래의 에어입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