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 옴브라 마이 푸(Ombra mai fu) 해설, 〈세르세〉의 나무 노래가 「헨델의 라르고」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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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쉼이 필요할 때 자주 꺼내 듣는 노래가 있습니다. 현악기가 느린 세 박자로 그늘을 깔아 두면, 가수가 첫 낱말 「옴(Om)」을 길게 끌며 들어오는 노래,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 1685~1759)의 오페라 〈세르세(Serse)〉 HWV 40 첫 장면에 나오는 「Ombra mai fu(옴브라 마이 푸)」입니다. 흔히 「헨델의 라르고」라는 이름으로 엄숙한 곡처럼 알려져 있지만, 헨델이 악보에 적은 빠르기는 라르고보다 덜 느린 라르게토(Larghetto)입니다. 노래하는 사람은 변덕스러운 페르시아 왕이고, 노래를 받는 상대는 나무 한 그루입니다. 이 글은 그 출발점에서 이 노래를 다시 듣는 안내입니다.

1. 옴브라 마이 푸 가사와 뜻, 플라타너스 그늘의 노래

  〈세르세〉는 서곡이 끝나자마자 이 노래로 막을 엽니다. 헨델의 악보에 적힌 무대는 잘 가꾼 정원 곁의 정자이고, 그 한가운데 플라타너스(버즘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페르시아 왕 세르세는 그 나무 아래에 있습니다. 노래는 짧은 레치타티보(recitativo, 말하듯 부르는 대목) 「Frondi tenere」로 시작합니다.

  「부드럽고 고운 잎사귀여, 내가 사랑하는 플라타너스여, 너희에게 행운이 빛나기를. 천둥도 번개도 폭풍도 너희의 소중한 평화를 해치지 말기를, 거센 남풍도 너희를 더럽히지 말기를.」

  이어지는 「Ombra mai fu」의 가사는 넉 줄뿐입니다. 「Ombra mai fu / di vegetabile, / cara ed amabile, / soave più.」 우리말로 옮기면 「어떤 나무의 그늘도 이보다 다정하고,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적은 없었다」는 뜻입니다. 한 나라의 왕이 오페라의 첫 노래를 사람이 아니라 나무에게 바치는 셈입니다.

  이 설정은 지어낸 것이 아닙니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 1세가 그리스 원정 길에 리디아로 가다가 플라타너스 한 그루를 보고 그 생김새에 반해 금으로 장식하고 정예 병사 하나를 붙여 지키게 했다고 적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크세르크세스가 세르세입니다.

  대본도 헨델이 처음 쓴 것이 아닙니다. 17세기 중반 베네치아에서 니콜로 미나토(Nicolò Minato)가 쓰고 프란체스코 카발리(Francesco Cavalli)가 곡을 붙인 대본을, 실비오 스탐피글리아(Silvio Stampiglia)가 고쳐 1694년 로마에서 조반니 보논치니(Giovanni Bononcini)가 다시 곡을 붙였습니다. 헨델은 이렇게 고친 대본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그래서 보논치니의 〈세르세〉에도 똑같은 「Frondi tenere」와 「Ombra mai fu」 가사가 들어 있습니다. 반세기 가까이 앞서 이미 곡이 붙어 있던 가사에 헨델이 새 곡을 쓴 것입니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스며드는 고요한 나무 그늘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스며드는 나무 그늘이다(출처: vecteezy.com).

2. 오페라 세르세 초연, 1738년 런던의 다섯 번 공연

  〈세르세〉는 헨델이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난 직후에 나왔습니다. 1737년 그의 오페라 사업은 무너졌고, 그해 봄 헨델은 쓰러졌다가 늦여름 독일 아헨에서 요양하며 회복했습니다. 그 사정은 헨델의 생애와 작품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런던으로 돌아온 헨델은 극장 지배인 하이데거가 다시 연 헤이마켓의 킹스 극장 시즌을 위해 새 오페라를 썼고, 〈세르세〉는 그때 새로 쓴 두 번째 오페라입니다. 헨델은 자필 악보에 1737년 12월 26일 월요일, 성탄 둘째 날에 시작했다고 적었고, 이듬해 2월 14일에 끝냈습니다.

  초연은 1738년 4월 15일 킹스 극장에서 열렸습니다. 세르세 역은 당시 이름난 카스트라토(castrato, 변성기 전에 거세해 높은 음역을 지킨 남성 가수) 카파렐리(Caffarelli)가 맡았습니다. 공연은 4월 18일, 22일, 25일, 5월 2일로 이어져 모두 다섯 번에 그쳤습니다. 같은 시즌에 올린 헨델의 〈파라몬도〉가 여덟 번 공연된 것과 견주면 적은 횟수입니다.

  왜 관객이 적었는지 당시 기록이 직접 말해 주지는 않습니다. 헨델 전기 가운데에는 작품의 성격에서 이유를 찾는 설명이 있습니다. 줄거리는 세르세가 동생 아르사메네의 연인 로밀다에게 반하면서 벌어지는 연애 소동이고, 하인 엘비로가 꽃을 팔러 다니며 부르는 노래처럼 익살스러운 장면이 진지한 장면 사이에 섞여 있습니다. 왕도 영웅이라기보다 감정에 휘둘리는 인물에 가깝습니다. 진지함과 익살을 한데 섞은 옛 베네치아 오페라 같은 이 작품이 관객을 당황하게 했다는 해석입니다.

  헨델은 그 뒤로도 〈이메네오〉를 썼고, 1741년 1월 〈데이다미아〉가 그의 마지막 오페라가 되었습니다. 이후 헨델이 영어 오라토리오로 옮겨 간 사정은 무너진 오페라 시장에서 헨델이 메시아를 만든 과정에서 다뤘습니다. 〈세르세〉의 노래들은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도 남았습니다. 초연한 1738년 런던의 출판업자 월시는 〈세르세〉의 악보와 이 오페라에서 고른 노래들을 묶은 선곡집(The Favourite Songs in the Opera Call’d Xerxes)을 펴냈습니다. 오페라 전체가 다시 무대에 오른 것은 1924년 독일 괴팅겐에서였습니다.


3. 헨델의 라르고라는 이름, 라르게토가 라르고가 되기까지

  헨델이 이 노래 첫머리에 적은 말은 라르게토입니다. 「넓게, 아주 느리게」를 뜻하는 라르고(Largo)보다 조금 덜 느린 빠르기로, 세 박자가 흐름을 잃지 않을 만큼의 느림입니다. 오페라 안에서 이 노래는 장엄한 기도가 아니라 왕이 나무 그늘에서 부르는 혼잣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는 오페라를 떠나 혼자 다니며 「라르고」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바이올린, 오르간, 하모니움 같은 여러 악기를 위한 편곡이 「Largo」라는 제목으로 나왔고, 1916년 파리에서는 루이 아르츠(Louis Aerts)가 새 프랑스어 가사를 붙인 악보가 「유명한 라르고(Célèbre Largo)」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습니다. 1920년 테너 엔리코 카루소의 음반에도 「Ombra mai fu (Largo)」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이 이름이 처음 언제 누구에게서 나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확인되는 것은, 적어도 20세기 초에는 나무에게 건네던 이 노래가 「라르고」라는 이름과 새 가사를 달고 악보와 음반으로 퍼져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라디오 역사에도 이 이름이 등장합니다. 캐나다 출신의 발명가 레지널드 페센든(Reginald Fessenden)은 훗날 남긴 글에서, 1906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미국 매사추세츠 브랜트록의 무선국에서 바다 위 배들을 향해 말과 음악을 내보냈고, 그때 처음 튼 음악이 축음기로 재생한 「헨델의 라르고」였다고 회고했습니다. 다만 이것은 페센든 자신의 회고이고, 방송 당일에 남은 기록으로 확인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라르게토로 들으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세 박자의 걸음이 살아 있으면, 노래는 무겁게 가라앉지 않고 그늘 아래서 숨을 고르는 사람의 목소리가 됩니다. 실제 연주의 빠르기도 꽤 다릅니다. 레치타티보를 빼고 재면 같은 노래가 어떤 전곡 음반에서는 3분이 채 안 걸리고, 어떤 음반에서는 3분 20초 가까이 걸립니다.


4. 옴브라 마이 푸 감상 포인트

  이 노래는 3분 안팎의 짧은 곡입니다. 들을 자리를 넷만 고릅니다.

  • 레치타티보부터 듣기: 「Frondi tenere」는 현악기가 함께 반주하는 레치타티보입니다. 천둥과 번개와 폭풍을 말하는 대목에서 현악의 화음이 잠시 낯선 쪽으로 기울었다가 닫히고, 그 뒤에 「Ombra mai fu」의 고요한 세 박자가 열립니다. 폭풍을 막아 달라는 기원이 끝난 자리에서 그늘이 펼쳐지는 순서라, 둘을 이어 들으면 노래의 평온함이 훨씬 또렷해집니다.
  • 현악기만의 반주: 반주는 바이올린 두 성부와 비올라, 그리고 낮은 현악기와 건반이 맡는 저음뿐입니다. 관악기도 타악기도 없습니다. 노래가 시작되기 전 현악기가 먼저 선율을 한 번 들려주는데, 여리게 시작했다가 세게 받는 대목이 번갈아 나옵니다.
  • 첫 음 「옴」: 가수는 첫 음절 「옴」을 두 마디 넘게 끕니다. 가수에 따라 이 음을 작게 시작해 부풀렸다가 다시 가라앉히기도 하는데, 이것을 메사 디 보체(messa di voce)라고 합니다. 녹음마다 이 첫 음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견주어 들어 보면 차이가 잘 드러납니다.
  • 되돌아가지 않는 노래: 헨델 시대 오페라 아리아는 흔히 앞부분으로 돌아가 다시 부르는 다 카포(da capo) 형식이지만, 이 노래는 그렇지 않습니다. 넉 줄 가사를 몇 번 되풀이하며 한 흐름으로 이어 가다가, 끝 가까이에서 늘임표로 잠깐 멈춘 뒤 「soave più(더 부드러운)」로 내려앉습니다. 마지막 현악 후주 위에 악보는 「(플라타너스를 바라본다)」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왕의 눈길은 그 나무에 가 있습니다.

5. 옴브라 마이 푸 추천 음반

  세르세 역은 원래 카스트라토가 부른 높은 남성 배역이라, 오늘날에는 남성 고음 가수인 카운터테너(countertenor)나 여성 메조소프라노가 맡습니다. 목소리가 서로 다르게 들리는 녹음 셋을 고릅니다.

  • 안드레아스 숄(카운터테너), 계몽시대 오케스트라, 로저 노링턴 지휘, Decca 『Heroes』(1999): 남성의 높은 목소리와 옛 악기 현악으로 원래 소리에 가까운 쪽을 들을 수 있고, 레치타티보 「Frondi tenere」부터 실려 있습니다. 여러 오페라의 아리아를 모은 음반이라 이 노래 뒤로 이어지는 장면은 들을 수 없습니다.
  • 안네 소피 폰 오터(메조소프라노), 레자르플로리상, 윌리엄 크리스티 지휘, Virgin Veritas 전곡(2003년 녹음, 2004년 발매): 오페라 전곡이라 이 노래 다음에 곧바로 아르사메네와 하인 엘비로의 장면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의 전환까지 이어 들을 수 있습니다. 숄의 녹음보다 조금 더 느린 걸음으로 부릅니다. 원래 남성 가수가 맡았던 배역을 여성이 부르는 녹음이라는 점은 알고 듣는 편이 좋습니다.
  • 엔리코 카루소(테너), 빅터 오케스트라, 1920년 녹음: 테너가 한 옥타브 아래에서 레치타티보부터 부르는 녹음으로, 음반 제목부터 「Largo」입니다. 이 노래가 오페라를 떠나 「헨델의 라르고」로 불리던 시절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 없이 나팔로 소리를 모으던 시절의 녹음이라 현악 반주는 멀고 가늘게 들립니다.

6. 다시 들을 때

  다음에 이 노래를 틀 때는 레치타티보의 폭풍 이야기부터 들어 보십시오. 천둥을 막아 달라는 기원이 끝나면 세 박자의 그늘이 열리고, 가수는 첫 음 「옴」을 길게 부풀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현악이 잦아들 때, 그 노래가 기도가 아니라 나무 한 그루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의 노래였다는 것을 떠올려 보십시오. 세상이 요란할수록 그 조용한 그늘이 더 반갑게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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