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송어 5중주 해설 · 제2바이올린이 빠진 자리와 숭어라는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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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송어〉는 두 개입니다. 스무 살에 쓴 짧은 가곡이 하나이고, 그 선율을 가져다 만든 5중주가 하나입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뒤쪽입니다.

이 5중주에는 보통의 실내악에서 듣기 어려운 소리가 납니다. 그리고 그 소리는 슈베르트가 처음부터 구상한 것이 아니라, 곡을 부탁한 사람의 요청에서 나왔습니다.

작품 한눈에 보기
•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
• 가곡 〈송어〉: 1817년, 슈바르트의 시에 붙인 유절가곡
• 피아노 5중주 〈송어〉 D 667: 1819년 여름, 슈타이어에서 위촉
• 편성: 피아노 · 바이올린 · 비올라 · 첼로 · 콘트라베이스
• 악장: 다섯 악장. 4악장이 가곡 선율의 변주다
• 추천 음반: 클리퍼드 커즌 / 빈 옥텟 멤버(데카, 1957)

슈베르트 송어 5중주, 제2바이올린이 빠진 자리

피아노 5중주라고 하면 보통 피아노에 현악 넷이 붙습니다. 바이올린 둘, 비올라 하나, 첼로 하나입니다. 흔히 아는 실내악 편성이고, 슈만이나 브람스의 피아노 5중주가 그렇습니다.

이 곡은 다릅니다. 제2바이올린이 없고 그 자리에 콘트라베이스가 들어갑니다. 바이올린 하나, 비올라 하나, 첼로 하나, 그리고 콘트라베이스입니다.

악기 하나를 바꾼 것뿐인데 소리가 달라집니다. 세 가지가 한꺼번에 일어납니다.

첫째, 아래가 두꺼워집니다.
콘트라베이스는 첼로보다 한 옥타브 낮은 자리를 맡습니다. 실내악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깊이가 바닥에 깔립니다.

둘째, 첼로가 풀려납니다.
보통의 실내악에서 첼로는 맨 아래를 받치느라 노래할 틈이 적습니다. 그 일을 콘트라베이스가 가져가자 첼로가 위로 올라와 선율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 곡에서 첼로가 유난히 잘 들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셋째, 피아노가 높아집니다.
왼손이 낮은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어지니 두 손이 함께 위쪽으로 올라갑니다. 이 곡의 피아노가 유난히 반짝이게 들리는 것은 연주자의 취향이 아니라 편성이 만든 결과입니다.

그래서 이 곡은 소리가 위아래로 넓게 벌어져 있습니다. 아래는 평소보다 낮고 위는 평소보다 높습니다. 그 사이가 비어 있지 않고 첼로와 비올라가 채웁니다.

낚싯바늘에 걸린 송어를 그린 삽화
낚싯바늘에 걸린 송어를 그린 채색 삽화다. 슈바르트의 시에서 셋째 연이 이 장면이다.

숭어라는 오해

이 곡의 제목은 오랫동안 숭어로 잘못 쓰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옳은 쪽은 송어입니다.

독일어 원제는 「Die Forelle」이고, 이 단어는 연어과의 민물고기인 송어를 가리킵니다. 바다에 사는 숭어를 뜻하는 독일어 단어는 따로 있습니다. 번역이 두 갈래로 갈릴 만한 모호한 낱말이 아니라, 처음부터 명백한 오역이 퍼진 것입니다.

오역의 시작은 일제강점기에 이 곡이 들어오던 무렵으로 봅니다. 뒤에 윤형주와 송창식이 이 곡을 우리말로 옮겨 「거울 같은 강물 위에 숭어가 뛰노네」로 시작하는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래가 알려지면서 숭어라는 이름이 훨씬 널리 퍼졌습니다. 다만 그 번안이 나오기 전에 이미 숭어 표기가 자리 잡고 있었으니, 이 노래는 퍼뜨린 쪽이지 처음 틀린 쪽은 아닙니다.

교과서가 바로잡히는 데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표기를 고치라는 지침이 내려온 뒤에도 한동안 숭어로 남아 있는 교과서가 있었고, 2010년대 초반에야 대다수가 송어로 바뀌었습니다.

두 물고기의 서식지가 조금 겹치는 것도 혼동이 오래간 이유로 보입니다. 송어는 민물, 숭어는 바닷물이 본래 자리지만 둘 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 다만 그것은 오해가 왜 오래갔는지를 설명할 뿐, 원제가 송어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흔들지는 않습니다.

낚시꾼과 송어, 원작 시

가곡 〈송어〉는 1817년 작품입니다. 슈베르트가 스무 살 때, 시인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다니엘 슈바르트의 시에 곡을 붙였습니다. 이 시는 1783년 슈바벤 뮤즈 연감이라는 문예지에 처음 실렸습니다.

시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맑은 개울에서 한가롭게 헤엄치던 송어가 있고, 낚시꾼이 나타납니다. 물이 맑아 미끼가 훤히 보이니 송어가 걸리지 않자, 낚시꾼은 물을 휘저어 흙탕을 만듭니다. 그리고 송어를 낚아 올립니다.

여기까지가 3연입니다. 원래 시에는 4연이 더 있는데 슈베르트는 그것을 뺐습니다. 4연은 젊은 여성들에게 남자를 조심하라고 이르는 훈계인데, 앞의 장면을 교훈으로 눌러 버리는 대목입니다. 곡에서 빠지면서 이 노래는 물고기 이야기로 남았습니다.

1819년 여름, 슈타이어

스무 살 무렵의 슈베르트는 아버지와 사이가 틀어져 집을 나와 있었습니다. 1816년 가을부터는 프란츠 폰 쇼버의 집에 얹혀 지냈습니다. 부유한 법학도였던 쇼버는 숙소를 내주고 슈베르트가 작곡만 할 수 있게 뒷바라지했습니다.

쇼버가 한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1817년 초에 궁정 오페라의 바리톤 요한 미하엘 포글을 슈베르트에게 소개했습니다. 포글은 슈베르트의 가곡을 즐겨 불렀고 그를 빈의 사교 모임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1819년 여름, 포글이 슈베르트를 데리고 슈타이어로 여행을 갑니다. 빈과 잘츠부르크 중간쯤에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거기서 슈베르트는 질베스터 파움가르트너라는 사람의 살롱에 드나들게 됩니다. 광산 부지배인이었고 취미로 첼로를 켜는 사람이었습니다.

파움가르트너는 2년 전에 나온 가곡 〈송어〉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가 슈베르트에게 5중주를 하나 써 달라고 청하면서 조건을 붙였습니다. 자기가 아끼던 요한 네포무크 훔멜의 5중주와 같은 편성으로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훔멜이 자기 칠중주를 1816년에 다섯 사람 몫으로 고쳐 쓴 곡인데, 피아노에 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를 붙인 편성이었습니다.

앞에서 본 그 소리는 여기서 나왔습니다. 슈베르트가 새로운 음향을 찾아 나선 것이 아니라, 아마추어 첼리스트가 자기 좋아하는 곡을 따라 달라고 부탁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요청이 첼로를 노래하게 만들었으니, 첼로를 켜는 사람으로서는 좋은 요청을 한 셈입니다.

송어 5중주 다섯 악장의 흐름

보통 실내악은 네 악장인데 이 곡은 다섯입니다. 가운데에 악장이 하나 더 들어가 있습니다.

1악장은 피아노가 위에서 굴러 내려오는 음형으로 문을 엽니다. 곧 현이 받아 선율을 부르는데, 이때부터 첼로가 낮은 자리에 묶여 있지 않다는 것이 들립니다.

2악장은 느립니다. 선율이 악기를 옮겨 가며 되풀이되고, 그때마다 아래를 받치는 소리가 조금씩 바뀝니다.

3악장은 짧고 빠릅니다. 이 곡에서 가장 소리가 촘촘한 자리입니다. 피아노와 현이 짧은 말을 주고받습니다.

4악장이 그 유명한 변주곡입니다. 가곡 〈송어〉의 선율이 여기서 돌아옵니다. 다음 절에서 따로 짚겠습니다.

5악장은 다시 빨라지며 맺습니다. 걸음이 헝가리 춤곡을 닮았다는 말을 듣는 대목이 나옵니다.

전체를 한 줄로 말하면, 밝게 시작해서 밝게 끝나는 곡입니다. 슈베르트의 후기 작품에서 자주 들리는 그늘이 여기에는 거의 없습니다. 스물두 살 여름의 곡입니다.

4악장, 가곡이 돌아오는 자리

4악장은 가곡 〈송어〉의 선율을 주제로 삼은 변주곡입니다.

먼저 현악기만으로 주제를 들려줍니다. 피아노는 빠져 있습니다. 그다음 변주가 이어지는데, 자료에 따라 다섯으로 세기도 하고 여섯으로 세기도 합니다. 마지막 대목을 변주로 볼지 종결부로 볼지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앞쪽 변주들은 선율을 그대로 두고 주위를 꾸미는 쪽입니다. 어느 악기가 주제를 맡고 있는지 귀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뒤로 갈수록 선율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해서, 어느 순간에는 주제가 어디 있는지 찾기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곡의 반주 음형이 돌아옵니다. 원곡에서 물속을 헤엄치는 송어를 그리던 그 흔들리는 음형입니다. 이 대목에서 5중주와 가곡이 한자리에서 만납니다.

슈베르트 송어 5중주 추천 연주

연주자 이름만으로는 어느 녹음인지 알 수 없어 음반사와 녹음 연도를 함께 적습니다. 서로 다르게 들리는 셋만 짚겠습니다.

클리퍼드 커즌 · 빈 옥텟 멤버 · 데카, 1957년 10월 빈 조피엔잘 녹음.
60년이 지나도 이 곡의 기준으로 꼽히는 연주입니다. 걸음이 느긋하고 현의 소리가 둥글어서, 콘트라베이스가 아래에 깔리는 두께가 잘 느껴집니다. 1950년대 녹음이라 소리의 결이 아주 맑지는 않습니다.

알프레드 브렌델 · 클리블랜드 콰르텟 멤버와 제임스 밴더마크 · 필립스, 1977년 녹음.
피아노가 또렷하고 각 성부의 윤곽이 분명합니다. 4악장에서 변주가 넘어가는 자리를 따라가기에 좋습니다. 대신 커즌 쪽의 느슨한 맛은 덜합니다.

안드라스 시프 · 하겐 콰르텟 멤버와 알로이스 포슈 · 데카, 1983년 12월 빈 조피엔잘 녹음.
걸음이 빠르고 소리가 가볍습니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갈라져 들리는 정도가 가장 큽니다. 이 글에서 짚은 편성의 효과를 확인하기에 가장 좋습니다.

주제 읽으면 좋은 분
슈베르트의 생애와 작품 1819년이 그의 생애에서 어느 자리인지 알고 싶은 분
실내악이란 무엇인가 5중주라는 편성이 어떤 자리인지 궁금한 분
슈베르트는 왜 가곡을 600곡이나 썼을까 살롱과 후원이 그의 작곡을 어떻게 정했는지 알고 싶은 분

자주 묻는 질문

Q. 가곡이 먼저인가요, 5중주가 먼저인가요?

가곡이 먼저입니다. 1817년에 나온 가곡이 인기를 얻자 2년 뒤인 1819년에 질베스터 파움가르트너의 위촉으로 그 선율을 쓴 5중주가 만들어졌습니다.

Q. 왜 숭어로 잘못 알려졌나요?

일제강점기에 이 곡이 들어오던 무렵 독일어 원제가 숭어로 잘못 옮겨진 것이 시작으로 봅니다. 뒤에 나온 윤형주와 송창식의 번안곡이 그 이름을 널리 퍼뜨렸지만, 그 노래가 나오기 전에 이미 숭어 표기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Q. 편성이 왜 독특한가요?

피아노 5중주는 보통 피아노에 현악 사중주가 붙습니다. 이 곡은 그중 제2바이올린을 빼고 콘트라베이스를 넣었습니다. 위촉자 파움가르트너가 아끼던 훔멜의 5중주와 같은 편성을 청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첼로가 낮은 자리를 지키는 일에서 풀려나 선율을 부르게 됐습니다.

Q. 가장 유명한 악장은 몇 악장인가요?

4악장입니다. 가곡 〈송어〉의 선율이 주제로 나오고 변주가 이어집니다. 다만 이 곡을 처음 들으신다면 1악장부터 순서대로 들으시길 권합니다. 4악장에서 선율이 돌아올 때의 느낌이 달라집니다.

Q. 연주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대개 35분에서 42분 사이입니다. 각 악장의 반복을 지키느냐에 따라 차이가 벌어집니다.

다시 들을 세 곳

다음에 이 곡을 트실 때 세 곳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맨 아래 소리입니다.
다른 실내악보다 한 층 낮은 자리에서 무언가 울립니다. 콘트라베이스입니다. 그것이 있고 없고가 이 곡의 소리를 정합니다.

둘째, 첼로입니다.
보통 실내악에서 첼로는 아래를 받치느라 바쁩니다. 이 곡에서는 그 일을 콘트라베이스가 가져갔으니, 첼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따라가 보십시오. 노래하고 있을 것입니다.

셋째, 4악장에서 주제가 사라지는 지점입니다.
앞쪽 변주에서는 가곡 선율이 어디 있는지 쉽게 찾힙니다. 뒤로 갈수록 흐려지다가 어느 순간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에 가곡의 반주 음형이 돌아옵니다.

이 곡의 소리를 만든 것은 슈베르트의 구상만이 아니었습니다. 첼로를 켜던 한 아마추어가 자기 좋아하는 곡을 따라 달라고 부탁했고, 그 부탁이 첼로를 노래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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