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란덴부르크 3번과 비창 4악장, 현악기가 주고받는 소리와 하나로 들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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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한 장에 줄이 열 개 그어져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바이올린 1, 바이올린 2, 바이올린 3, 비올라 1, 비올라 2, 비올라 3, 첼로 1, 첼로 2, 첼로 3, 그리고 맨 아래 한 줄.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을 옮겨 적은 옛 사본의 첫 장입니다. 반대쪽에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의 마지막 음악 쪽을 놓아 보겠습니다. 거기에는 줄이 넷 남아 있고, 그 넷은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입니다.

두 곡은 이 차이 말고도 다른 것이 많습니다. 나라가 다르고, 헌정된 해와 초연된 해 사이에 백칠십여 년이 있고, 한쪽은 현악기와 통주저음으로만 이루어지는데 한쪽은 관악기와 타악기까지 씁니다. 그러니 이 글은 시대가 두 곡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두 곡을 나란히 놓는 것은, 같은 현악기가 어떤 때는 여러 사람이 주고받는 소리로 들리고 어떤 때는 한 사람이 말하는 소리로 들리는 그 갈림을 들을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첫 장은 열 줄인데, 처음에는 셋만 움직입니다

먼저 밝혀 둘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펼쳐 볼 이 악보는 바흐가 손수 쓴 것이 아닙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다섯 해쯤 지난 1755년 무렵에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펜첼이 옮겨 적은 사본입니다. 소장기호는 Mus. ms. Bach P 1063 입니다. 이 곡들을 헌정받은 변경백의 궁정에서 그것들이 연주된 기록은 오늘날 남아 있지 않습니다. 헌정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을 다룬 글에서 따로 이야기했으니 여기서는 악보만 보겠습니다.

갈색 잉크로 손으로 옮겨 적은 옛 악보의 첫 장. 위쪽에 두 줄짜리 표제가 있고 그 아래 열 개의 오선이 이어진다. 첫 묶음에서는 몇몇 줄에만 음표가 빽빽하고 나머지 줄은 거의 비어 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을 옮겨 적은 사본의 첫 장이다. 1755년 무렵의 필사본이고 베를린 국립도서관이 디지털로 공개했다. 왼쪽 가장자리의 이름표를 위에서 아래로 세어 보면 열 개다.

이름표를 하나씩 읽어 보면 바이올린이 1, 2, 3으로, 비올라가 1, 2, 3으로, 첼로가 1, 2, 3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바이올린 여러 대가 같은 것을 함께 켜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같은 악기 안에서 성부를 셋으로 갈라 각자에게 다른 몫을 준 것입니다. 열째 줄에는 비올로네(violone)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무리에서 가장 낮은 소리를 맡는 큰 현악기입니다. 그리고 이 사본에는 하프시코드 줄이 없습니다. 줄이 없다고 해서 하프시코드가 빠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바흐가 손수 적어 헌정한 총보의 표제는 이 곡을 바이올린 셋, 비올라 셋, 첼로 셋에 하프시코드가 맡는 저음이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낮은 줄에 화음을 얹어 함께 가는 통주저음은 이 시기 합주에서 당연한 전제였고, 이 사본의 필사자는 그 줄을 따로 그리지 않았을 뿐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첫 묶음입니다. 묶음이란 같은 시간에 함께 울리는 줄들을 왼쪽 세로줄로 한 번에 묶어 놓은 단위입니다. 열 줄이 나란히 그어져 있는데 처음 두 마디에서 음표가 이어지는 줄은 세 개뿐입니다. 바이올린 1, 비올라 1, 첼로 1. 나머지 일곱 줄은 짧은 음 넷을 던지고 곧 쉼표로 물러납니다. 첫 마디에 들어서기 전에 한 음을 함께 내고, 마디 안에서 세 음을 더 낸 뒤가 쉼표입니다. 위 도판에서도 그 대비가 눈에 들어옵니다. 음표가 빽빽하게 흐르는 줄과 흰 채로 남은 줄이 섞여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곡의 첫 소리는 한 겹씩 쌓여 올라옵니다. 열 줄 가운데 셋이 먼저 달려 나가고, 나머지 일곱이 잠깐 뒤에 붙습니다. 곡을 틀고 맨 앞을 들어 보시면 그 얹히는 순서가 그대로 잡힙니다. 바로크 시기 협주곡에서 무리를 나누어 쓰는 방식 자체가 궁금하시다면 바로크 음악의 특징과 역사에 정리해 두었고, 이 곡을 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바흐의 생애와 작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한 줄 안에서 첼로 1이 첼로 2에게 넘어갑니다

사본을 몇 장 넘기면 더 분명한 자리가 나옵니다. 그 쪽 맨 아래 줄 하나를 보면, 왼쪽 절반에는 첼로 1이라고 적혀 있고 열여섯분음표가 굴러갑니다. 그 줄 오른쪽 절반에는 필사자가 낮은음자리표와 조표를 다시 그린 뒤 첼로 2라고 적고 다시 열여섯분음표를 이어 놓았습니다. 한 줄 안에 두 첼로 성부가 앞뒤로 들어앉은 것입니다. 그 위 두 줄에는 쉼표만 있습니다.

이 기보가 다른 자료에도 같은 모양으로 남아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이 사본에서는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필사자가 왜 그렇게 적었는지도 사본은 말해 주지 않습니다. 종이를 아끼려고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결과는 분명합니다. 그 자리에서는 음의 높이가 그대로인 채 소리를 맡는 성부가 바뀝니다. 같은 음형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데, 앞부분은 첼로 1의 활에서 나오고 뒷부분은 첼로 2의 활에서 나옵니다.

이것이 이 곡을 들을 때 귀로 잡을 수 있는 지점입니다. 낮은 현이 계속 굴러가는 대목에서 소리의 결이 미세하게 갈아타는 순간을 찾아보시면 됩니다. 여러 성부가 얽힌다는 말로는 이 일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여기서 벌어지는 것은 한쪽이 내려놓고 다른 쪽이 집어 드는 교대이고, 그 교대가 악보에 이름과 함께 적혀 있습니다.

가운데 악장은 화음 둘로 끝납니다

이 곡은 세 악장인데 가운데 악장이 아주 짧습니다. 얼마나 짧은지는 사본을 열면 그대로 드러납니다.

1악장이 끝나는 쪽으로 가면, 아래 묶음 오른쪽 끝에서 1악장이 겹세로줄로 닫힙니다. 그리고 같은 묶음 안에서 이어집니다. 그 오른쪽에 아다지오(Adagio)라는 말이 한 번 적혀 있고, 열 줄에 각각 박자표를 새로 그린 다음, 줄마다 음표 머리가 둘씩 놓입니다. 둘째 음 위에는 늘임표가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종지선입니다. 그것이 이 악장의 전부입니다.

손으로 옮겨 적은 옛 악보의 한 쪽. 아래쪽 묶음의 오른쪽 끝에서 빠른 음표들이 멎고 두 줄짜리 겹세로줄이 그어진 뒤, 각 오선에 큰 음표가 두 개씩만 놓이고 마지막에 다시 겹세로줄이 있다.
1악장이 닫히고 가운데 악장이 시작되는 자리다. 오른쪽 끝에 아다지오라고 적혀 있고, 그 뒤에 각 줄마다 음표가 둘씩 놓인 다음 곧바로 종지선이 온다.

이 짧음은 연주자에게 오래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 실연에서는 이 자리에 즉흥 악구를 끼워 넣거나 바흐의 다른 악장을 통째로 가져다 놓는 식으로 채우는 일이 많습니다. 다만 사본이 보여 주는 것만 놓고 보면 이 대목의 성격은 분명합니다. 앞 악장 내내 자리를 나누어 달리던 열 줄이 여기서는 함께 울립니다. 두 번 울리고 멈춥니다.

그래서 이 악장은 주고받기가 멈추는 자리로 들립니다. 짧아서 허전한 대목이라기보다, 갈라져 달리던 것들이 한 번 모이는 대목입니다. 곡을 들으실 때 1악장이 끝나고 다음 악장이 시작될 때까지의 짧은 구간에서, 방금까지 갈라져 있던 소리가 한 덩어리가 되는 것을 들어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곧바로 3악장이 시작됩니다.

비창의 마지막 악장은 두 바이올린을 엇갈리게 적었습니다

이제 반대쪽입니다. 차이콥스키의 〈비창〉 마지막 악장은 아다지오 라멘토소(Adagio lamentoso), 곧 탄식하듯 느리게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이 악장의 첫 선율은 흔히 한 사람이 길게 내쉬는 숨처럼 들린다고 이야기됩니다. 그런데 총보를 펼치면 그 선율은 한 줄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인쇄된 관현악 총보의 한 쪽. 위쪽 목관과 금관, 타악기 줄은 대부분 비어 있고 아래쪽 현악기 줄에만 음표가 있다. 바이올린 1과 바이올린 2가 각각 다른 오선에 적혀 있다.
〈비창〉 4악장이 시작되는 쪽이다. 위쪽 관악기와 타악기 줄은 거의 비어 있고 아래 현악기 줄에서 음악이 시작된다. 바이올린 1과 바이올린 2가 서로 다른 줄에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해 두시면 다음 이야기가 보인다. 에른스트 오일렌부르크가 펴낸 소형 총보이고 판번호는 E. E. 3892다. 표제면에 인쇄 연도는 적혀 있지 않다.

두 바이올린 줄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렇습니다. 리듬이 같습니다. 셈여림도 같습니다. 두 줄에 똑같이 라르가멘테(largamente), 곧 폭넓게라는 말이 적혀 있고, 세게 시작해서 점점 여려지는 표시도 같은 자리에 같은 모양으로 붙어 있습니다. 활 쓰기 표시까지 같습니다.

다른 것은 음의 높이뿐입니다. 그런데 그 높이가 서로 넘나듭니다. 첫 마디만 봐도 둘째 바이올린의 첫 음이 첫째 바이올린의 첫 음보다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고는 마디 안에서 두 성부의 음 높이가 서로 자리를 바꿉니다. 한 성부만 눈으로 따라가면 선율이 위아래로 튀면서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듣는 그 내려앉는 선은 어느 한 줄에도 온전히 들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 들어 보실 자리가 여기입니다. 이 악장의 맨 처음에서 둘째 바이올린만 따로 좇아 보세요. 온전히 좇을 수 없습니다. 악보에서는 분명히 두 바이올린군이 번갈아 맡는 음인데, 함께 울릴 때는 그 이음매가 남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 첫머리에 관한 한, 두 성부는 나뉘어 있는데도 하나의 선으로 들립니다. 각자의 자리가 따로 들리는 나눔이 아닙니다. 이 곡이 어떤 상황에서 초연되었고 부제와 작곡가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가 어떻게 전해지는지는 차이콥스키의 생애와 작품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마지막 쪽에서는 줄이 하나씩 지워집니다

같은 악장의 끝으로 가 보겠습니다. 이 총보는 한동안 쉬는 악기의 줄을 아예 그리지 않는 방식으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활동하는 악기군이 줄어드는 것이 눈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다만 남은 줄의 수와 그 순간 소리를 내는 악기의 수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남아 있는 줄에도 쉼표가 있기 때문이고, 곧 나올 바순의 두 마디 쉼이 그런 경우입니다.

줄어들기 시작하는 자리는 마지막 쪽보다 몇 쪽 앞입니다. 먼저 팀파니가 점점 여려지다 쉼표로 사라지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탐탐이 들어옵니다. 탐탐은 한 번 치고 세 마디를 끌어 줍니다. 악보에 적힌 음표는 셋이지만 붙임줄로 이어져 있어서 실제 타격은 한 번입니다. 악기 이름 자리에는 탐탐 옆에 아드 리비툼(ad libitum)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반드시 쓰지 않아도 된다는 표시이고, 이 곡의 편성을 적은 목록도 탐탐에만 그 말을 답니다.

그 울림이 남아 있는 동안 줄에 남는 것은 트롬본과 튜바뿐입니다. 낮은 금관만으로 화음이 몇 마디 이어지고, 셈여림은 pp에서 시작해 ppppp까지 내려갑니다. 그러고 나서 음악은 한 번 더 모입니다. 안단테 주스토(Andante giusto)라는 말과 함께 관현악 전체가 돌아오고, 현악기가 세게 켜는 대목이 지나갑니다.

줄이 하나씩 지워지는 것은 그다음부터입니다. 플루트와 오보에가 먼저 빠지고 트롬본도 물러납니다. 클라리넷과 바순과 호른이 뒤따라 잦아듭니다. 마지막 쪽으로 넘어가면 비올라가 빠지고, 그다음 바순이 두 마디를 온쉼표로 물러납니다.

마지막 묶음에 남는 줄은 넷입니다. 첼로가 둘로 갈라지고 콘트라베이스도 둘로 갈라져 각각 두 줄씩 차지합니다. 그 위에 리테누토(ritenuto)가 적혀 있습니다. 속도를 곧바로 붙들어 늦추라는 말입니다. 이어서 점점 여리게가 붙고, 셈여림이 아주 여린 자리까지 내려갑니다. 마지막 마디에는 각 줄마다 늘임표가 있습니다.

인쇄된 관현악 총보의 마지막 음악 쪽. 위쪽 묶음에는 오선이 여럿이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오선의 수가 줄어들고, 맨 아래 묶음에는 낮은음자리표 오선 넷만 남아 있다.
〈비창〉의 마지막 음악 쪽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오선의 수가 줄어들고, 맨 아래 묶음에는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네 줄만 남는다. 마지막 마디의 늘임표가 각 줄에 하나씩 붙어 있다.

이 끝을 들으실 때 소리가 그냥 작아진다고 듣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기서는 셈여림과 함께 줄의 개수가 줄어듭니다. 타악기가 한 번 울리고 나가고, 관악기가 차례로 나가고, 비올라가 나가고, 남은 낮은 현이 두 겹으로 계속 내려갑니다. 소리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이 하나씩 줄어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왜 하나는 주고받기로, 하나는 한 사람의 말로 들리는가

두 악보를 나란히 놓으면 갈리는 자리가 보입니다. 양쪽 다 성부를 나눕니다. 나누는 목적이 다릅니다.

브란덴부르크 3번의 사본에서는 나뉜 자리가 악보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성부마다 번호가 붙어 있고, 누가 먼저 나서고 누가 물러나 있는지가 첫 두 마디에서 이미 눈에 보입니다. 한 줄 안에서 첼로 1이 첼로 2에게 넘기는 자리도 이름과 함께 적혀 있습니다. 이렇게 적힌 음악은 들을 때도 자리가 나뉩니다. 소리가 어디서 오는지가 계속 바뀌고, 그 바뀜이 이 곡의 움직임입니다.

비창의 마지막 악장은 반대 방향으로 나뉩니다. 두 바이올린은 리듬도 셈여림도 활 쓰기도 같고 높이만 엇갈리는데, 그 엇갈림이 이음매를 남기지 않습니다. 나뉘어 있으되 나뉜 것이 들리지 않게 나뉜 것입니다. 그리고 끝에 가서는 그 줄들이 하나씩 지워지고 마지막에 낮은 두 종류만 남습니다. 첫 장 맨 아래 한 줄에 비올로네가 있었듯이, 마지막 쪽 맨 아래에는 콘트라베이스가 남습니다.

적어도 제가 악보로 확인한 이 두 대목에 관한 한, 갈림은 악기의 수나 시대가 아니라 성부를 나누는 방식에서 옵니다. 한쪽은 나눈 자리가 들리게 나뉘어 있고, 다른 쪽은 나눈 자리가 지워지도록 나뉘어 있습니다. 물론 브란덴부르크 3번에도 열 줄이 함께 울리는 가운데 악장이 있고, 비창 안에도 성부가 서로 주고받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한 말의 사정거리는 이 두 자리까지입니다. 두 곡 전체를 두고 내린 판정은 아닙니다.

오늘 두 곡을 이어서 틀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브란덴부르크 3번은 맨 앞 몇 초에서 누가 먼저 달려 나가는지 세어 보시고, 가운데 악장에서 그 나뉨이 한 번 멈추는 것을 들어 보세요. 그다음 비창의 마지막 악장으로 넘어가 첫 선율에서 둘째 바이올린만 떼어 내 보시고, 끝에서는 줄이 몇 개 남았는지 세어 보세요. 앞의 곡에서는 세는 것이 되고, 뒤의 곡에서는 세는 것이 되지 않습니다. 그 차이가 이 글이 들려드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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