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 수상음악(Water Music) 해설, 1717년 템스강 뱃놀이와 화해 이야기의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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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펫이 밝게 한 가락을 부르면 호른이 그 가락을 받아 넘기는 〈알라 혼파이프〉는 곡 이름을 몰라도 한 번쯤 들어 본 음악입니다. 이 곡이 들어 있는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 1685~1759)의 〈수상음악(Water Music)〉 HWV 348~350에는 유명한 이야기가 따라붙습니다. 하노버 선제후의 궁정 악장이면서 약속한 휴가를 넘겨 런던에 머문 헨델이, 그 선제후가 영국 왕 조지 1세가 되자 노여움을 풀려고 이 음악을 썼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1717년 그날을 직접 적은 기록들은 화해를 말하지 않습니다. 기록이 보여 주는 것은 왕이 원한 여름밤의 뱃놀이, 그 비용을 댄 궁정 귀족, 그리고 강물 위에서 들리도록 짠 음악입니다.

1. 수상음악 작곡 배경, 화해 이야기와 1717년의 기록

  헨델은 1710년 하노버 선제후 게오르크 루트비히의 궁정 악장이 된 그해에 휴가를 얻어 런던으로 갔고, 1712년 가을 다시 런던에 온 뒤로는 약속한 기간을 넘겨 머물렀습니다. 1714년 앤 여왕이 세상을 떠나자 바로 그 선제후가 조지 1세(George I, 1660~1727)로 영국 왕위에 올랐습니다. 헨델이 어떻게 영국에 자리를 잡았는지는 헨델의 생애와 작품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화해 이야기는 헨델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760년, 존 메인워링(John Mainwaring)이 펴낸 첫 헨델 전기에서 나왔습니다. 메인워링에 따르면 헨델은 새 왕 앞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고, 하노버 시절부터 그를 아끼던 킬만제크 남작(Baron Kielmansegg)이 몇몇 귀족과 꾀를 내어 왕에게 뱃놀이를 권했습니다. 헨델은 왕 몰래 음악을 준비해 직접 지휘했고, 음악에 놀란 왕이 누구의 곡이냐고 묻자 남작이 헨델을 데려와 용서를 구했다는 줄거리입니다. 메인워링은 이 일에 날짜를 적지 않았습니다. 19세기 독일에서 헨델 전집을 펴낸 크리잔더는 이 화해의 뱃놀이를 1715년 일로 적기도 했습니다.

  1717년 7월 17일 수요일의 뱃놀이는 당시 신문이 전합니다. 이틀 뒤 런던의 『데일리 쿠랑(Daily Courant)』에 따르면 왕은 저녁 8시쯤 화이트홀에서 지붕 없는 배에 올라 첼시 쪽으로 강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귀족들의 배와 구경하는 배가 강을 거의 덮을 만큼 따라붙었고, 런던 동업조합의 배 한 척에 온갖 악기 50대가 실렸습니다. 배들은 노를 젓지 않고 조수를 타고 램버스에서 첼시까지 갔고, 그동안 악단은 헨델이 이 자리를 위해 지은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왕은 이 음악이 마음에 들어 오가는 길에 세 번 연주하게 했고, 첼시에서 만찬을 든 뒤 새벽에야 돌아갔습니다.

  같은 날 일을 베를린에 보고한 프로이센 공사 보네(Friedrich Bonet)는 사정을 더 자세히 적었습니다. 몇 주 전 왕이 킬만제크 남작에게, 그해 겨울 빠짐없이 다닌 가면무도회처럼 회원을 모아 강 위에서 음악회를 열고 싶다고 했습니다. 무도회를 운영하던 흥행업자 하이데거가 여력이 없다며 물러서자 남작이 자기 돈으로 맡았습니다. 악단은 50명 남짓이었고, 음악은 「할레 출신의 이름난 헨델, 폐하의 으뜸 궁정 작곡가」가 이날을 위해 지었습니다. 한 번 연주에 한 시간이 걸렸는데도 왕은 만찬 앞에 두 번, 뒤에 한 번, 모두 세 번을 연주하게 했습니다. 남작이 연주자들에게만 치른 돈이 150파운드였습니다.

  두 기록 어디에도 헨델이 용서를 빌었다는 말은 없습니다. 보네는 뱃놀이를 먼저 원한 사람을 왕으로, 헨델을 왕의 궁정 작곡가로 적었습니다. 왕은 즉위 직후부터 헨델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1714년 9월 26일 왕이 참석한 왕실 예배당 예배에서 헨델의 〈테 데움〉이 불렸고, 1715년에는 오페라 〈리날도〉 공연을 적어도 세 차례 보았습니다. 그래서 화해 이야기는 후대에 덧붙은 일화로 보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다만 1717년 이전에 다른 뱃놀이가 있었는지, 그 이야기에 어떤 실마리가 있었는지는 기록으로 가려지지 않습니다. 메인워링의 줄거리에서 기록과 맞는 것은 킬만제크 남작이 이 일의 한가운데 있었다는 점입니다.

트레버 피노크의 수상음악 앨범 전면을 보여주는 이미지

트레버 피노크가 이끈 잉글리시 콘서트의 〈수상음악〉 음반(아르히프) 표지다. 파도를 타고 달리는 백마들을 그린 그림을 썼다.

2. 수상음악의 구성, 세 모음곡 HWV 348·349·350

  오늘 우리가 듣는 〈수상음악〉은 조성이 다른 세 모음곡으로 묶여 있습니다. 모음곡(suite)은 짧은 춤곡과 기악곡을 이어 붙인 묶음이라는 뜻입니다.

제1모음곡 F장조(HWV 348): 가장 긴 묶음입니다. 서곡으로 시작해 호른과 오보에가 앞에 서는 곡들이 이어집니다.

제2모음곡 D장조(HWV 349): 트럼펫과 호른이 함께 나오는 유일한 묶음이고, 〈알라 혼파이프〉가 여기에 들어 있습니다.

제3모음곡 G장조(HWV 350): 금관 없이 가로 피리와 리코더, 현악기가 이끄는 가벼운 춤곡들입니다.

  다만 이 세 묶음은 1717년 그날의 차례가 아닙니다. 그날 몇 곡을 어떤 차례로 연주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헨델이 살아 있을 때 이 음악은 조각으로 인쇄됐습니다. 1720년 건반 곡집 〈The Lady’s Banquet〉 3집에 미뉴에트 두 곡의 편곡이 먼저 실렸습니다. 1733년에는 다니엘 라이트가 헨델의 이름으로 〈The Famous Water Peice〉를 펴냈지만, 오늘날 이 곡집은 위작(HWV 341)으로 분류됩니다. 같은 해 헨델의 출판업자 존 월시(John Walsh)가 실제 〈수상음악〉의 일부 악장을 담은 〈The Celebrated Water Musick in seven Parts〉를 펴냈습니다. 오늘 흔히 쓰는 세 묶음은 조성에 따라 나눈 것이고, 모두 합치면 판본에 따라 스무 곡 남짓입니다. 그래서 음반마다 곡 순서가 다르거나 몇 곡만 골라 싣기도 합니다. 연주자가 악보 밖에서 무엇을 더하는지는 바로크 장식음 이야기와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3. 강 위를 위한 편성, 트럼펫과 호른

  보네가 적어 둔 악기는 트럼펫, 호른, 오보에, 바순, 가로 피리, 리코더, 바이올린, 저음 현악기입니다. 노래하는 사람은 없었고, 건반악기도 목록에 없습니다. 현악기는 습기 때문에 강 위에 올리지 않았다는 설명이 있지만, 이 목록대로라면 바이올린과 저음 현악기도 금관과 함께 배에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음악의 얼굴은 금관입니다. 악단이 탄 배는 왕의 배 곁에서 함께 떠내려갔고, 그 둘레를 구경하는 배들이 에워쌌습니다. 탁 트인 강 위에서 멀리까지 닿는 소리는 트럼펫과 호른입니다. 제2모음곡이 D장조인 것도 트럼펫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트럼펫은 지금 같은 밸브가 없어 낼 수 있는 음이 한정된 악기였고, 그 트럼펫이 가장 잘 울리는 조성이 D장조였습니다. 트럼펫을 쓰는 바로크 축전 음악에 D장조가 많은 이유입니다.

  곡 하나하나가 짧고 박자가 또렷한 춤곡이라는 점도 이 자리와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 배가 물살을 따라 움직이고 사람들이 오가는 자리라면, 긴 곡보다 짧고 걸음이 분명한 곡이 듣는 사람에게 흐름을 잡기 쉬웠을 것입니다. 헨델이 그렇게 계산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음악과 자리를 맞대어 본 해석입니다. 금관이 없는 제3모음곡 G장조를 두고는, 강 위가 아니라 첼시의 만찬 자리에서 연주했으리라는 해석이 음반 해설에 실리기도 합니다. 그날 만찬 뒤에 따로 음악회가 있었다는 신문 기록과 어긋나지 않는 해석이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닙니다.

4. 수상음악 감상 포인트, 알라 혼파이프

  처음 듣는다면 제2모음곡 D장조부터 권합니다. 트럼펫과 호른이 모두 나오는 묶음이라 강 위의 소리가 가장 잘 드러납니다. 그 가운데 〈알라 혼파이프(Alla Hornpipe)〉는 「혼파이프 풍으로」라는 뜻입니다. 혼파이프는 영국의 춤 이름입니다.

  이 곡에서 들어 볼 것은 주고받기입니다. 트럼펫이 한 가락을 부르면 호른이 그 가락을 받아 되풀이합니다. 두 금관이 서로 부르고 대답하는 이 소리가 곡 전체를 끌고 갑니다. 가운데 부분에서는 금관이 물러나고 현악기와 목관이 단조 쪽으로 그늘을 드리우다가, 처음의 밝은 부분이 다시 돌아옵니다. 그 그늘이 있어서 돌아온 트럼펫이 더 환하게 들립니다.

  제1모음곡 F장조에서는 호른이 들어오는 순간을 기다려 보시기 바랍니다. 서곡과 오보에가 노래하는 느린 곡이 지나간 뒤 세 번째 곡에서 호른이 처음 소리를 냅니다. 제3모음곡 G장조는 가로 피리가 이끄는 작은 춤곡들이라, 앞의 두 묶음을 듣고 난 뒤 들으면 실내의 조용한 소리가 대비로 다가옵니다.

5.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과 비교

  헨델의 또 다른 야외 음악인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 HWV 351은 32년 뒤의 곡입니다. 오스트리아 왕위계승전쟁을 끝낸 1748년 엑스라샤펠 조약(아헨 조약)을 축하하려고 조지 2세가 마련한 축전 음악이고, 1749년 4월 27일 런던 그린파크에서 연주됐습니다. 왕이 군악다운 소리를 원해 처음에는 현악기를 빼고 관악기와 팀파니로 짰습니다.

  두 곡을 나란히 들으면 차이가 쉽게 들립니다. 〈수상음악〉은 현악기와 목관이 함께 춤곡을 이어 가는 가운데 금관이 빛을 더하는 음악이고,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은 처음부터 관악기의 두꺼운 소리로 밀고 나가는 음악입니다. 떠내려가는 배 위의 음악과 한자리에 모인 군중 앞의 음악이 다르게 짜인 것입니다.

6. 수상음악 추천 음반

  트레버 피노크(Trevor Pinnock)가 이끈 잉글리시 콘서트(The English Concert)의 음반은 아르히프(Archiv Produktion)에서 1983년에 나왔습니다. 헨델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을 따르는 원전 연주라, 밸브 없는 트럼펫과 호른의 거친 결이 그대로 들리고 빠르기가 가볍습니다. 현대 오케스트라의 매끈한 소리에 익숙한 귀에는 금관이 거칠게 들릴 수 있습니다. 아래 영상은 잉글리시 콘서트가 연주한 〈알라 혼파이프〉입니다.

  다른 소리로 듣고 싶다면 조지 셸(George Szell)이 지휘한 런던 교향악단의 데카(Decca) 1961년 녹음이 있습니다. 현대 악기로 편성한 큰 오케스트라라 현악기가 두껍고 빠르기가 느긋합니다. 다만 20세기에 다듬은 발췌 모음곡이라 원래의 곡 차례와 편성을 알고 싶을 때는 맞지 않습니다.

  다음에 〈수상음악〉을 틀 때는 연주회장이 아니라 강물 위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트럼펫이 부르고 호른이 받는 대목은 곁을 따라 떠가는 배와 강가의 사람들에게까지 닿으라고 쓴 소리입니다. 화해를 비는 음악으로 들으면 지나치기 쉬운 그 주고받음이, 여름밤 강 위의 음악으로 들으면 이 곡의 중심으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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