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these first

Latest on the blog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의 생애와 작품

1941년 1월, 독일의 한 포로수용소 막사에서 낡은 피아노와 세 대의 현악기 및 관악기가 소리를 냈습니다. 청중은 같은 처지의 포로와 감시하던 경비병들이었습니다. 이날 초연된 곡이 20세기를 대표하는 실내악 중 하나로 남은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입니다. 이 곡을 쓴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1908~1992)은 화음에서 색을 지각하고 새소리를 악보로 옮긴, 20세기 음악사에서 가장 독특한 감각을 지녔던 작곡가였습니다.

메시앙 한눈에 보기
  • 생몰년: 1908년 프랑스 아비뇽 출생, 1992년 파리에서 사망
  • 독특한 지각: 화음에서 색채를 느끼는 공감각적 지각
  • 대표작: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 투랑갈리라 교향곡, 새의 카탈로그
  • 이력의 중심: 파리 생 트리니테 성당 오르가니스트로 약 61년 재직
  • 제자: 피에르 불레즈,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 등

그러노블의 신동, 음악에 눈뜨다

메시앙은 매우 교양 있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피에르 메시앙은 셰익스피어 번역으로 이름이 알려진 그르노블대학의 교수였고, 어머니 세실 소바주는 시인이었습니다. 메시앙은 여덟 살에 이미 혼자 피아노곡을 작곡하기 시작했고, 아홉 살에는 첫 작품으로 꼽히는 피아노곡 샬로트의 귀부인을 썼습니다. 열 살 생일에 화성법 선생님에게서 드뷔시의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악보를 선물받고 깊이 감동해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1919년 열한 살에 파리 음악원에 입학해 십일 년간 수학하며 음악이론과 작곡, 음악사 등 거의 모든 과목에서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 1930년대에는 인도 음악의 리듬, 고대 그리스 음악의 리듬, 그레고리안 성가, 민속음악, 시간에 관한 여러 철학까지 폭넓게 파고들었는데, 이 시기의 공부가 훗날 그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떠받치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올리비에 메시앙의 모습
올리비에 메시앙

소리에 색을 입히다, 메시앙의 공감각

메시앙은 특정 화음이나 선법을 들을 때 색채를 함께 느꼈습니다. 다만 그는 이것을 눈으로 실제 보이는 색이 아니라 비시각적 형태의 색채라고 신중하게 표현했습니다. 그가 남긴 한 묘사에 따르면 어떤 화음은 그에게 청보라빛 바위와 회색 정육면체, 코발트블루, 그리고 금색과 붉은색, 루비색이 뒤섞인 인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런 색채 감각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출판된 일곱 권 분량의 저술 리듬과 색채와 조류학에 관한 논고(1994~2002년)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지각은 단순한 개인적 취향이 아니라 실제 작곡 기법으로 이어졌습니다. 메시앙이 고안한 이동이 제한된 선법들은 각각 특정한 색채와 짝지어졌고, 그는 어떤 화성을 선택할지 판단할 때 이 색채 감각을 실질적인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투랑갈리라 교향곡처럼 거대한 오케스트라 작품의 화성 설계에도 이런 색채 지각이 깊이 관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신경학적으로 검증된 임상적 공감각인지, 아니면 그가 자신의 감각을 설명하기 위해 택한 예술적 언어인지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조심스럽게 다뤄지는 문제입니다.

생 트리니테의 오르가니스트, 그리고 새소리를 채보하다

1931년 메시앙은 파리의 생 트리니테 성당 오르가니스트로 임명되었습니다. 이 자리는 그가 세상을 떠난 1992년까지 무려 61년간 이어졌습니다. 1936년에는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학교와 스콜라 칸토룸의 교수로도 임명되어 활동 폭을 넓혔습니다.

메시앙은 공식 학회에 소속된 전문 조류학자는 아니었지만, 새소리에 대한 그의 관심은 취미 수준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아내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이본 로리오가 현장에서 새소리를 녹음해 오면, 메시앙은 이를 참고해 새소리를 악보로 옮기는 작업을 이어 갔습니다. 1955년과 1956년 사이에 쓴 이국적인 새들이 프랑스 밖의 낯선 새소리를 양식화한 작품이라면, 1958년에 완성한 새의 카탈로그는 피아노 독주를 위한 열세 곡으로 프랑스 안에서 실제로 들을 수 있는 새들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포로수용소에서 태어난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메시앙은 프랑스군에 입대했습니다. 이듬해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폴란드 국경에 가까운 괴를리츠의 슈탈락 8A 수용소로 이송되었습니다. 굶주림과 강제노동,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그는 작곡을 멈추지 않았고, 이곳에서 바이올린과 클라리넷, 첼로, 피아노를 위한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를 완성했습니다. 제목은 요한계시록의 한 대목, 한 천사가 이제 시간이 더는 존재하지 않으리라고 선언하는 장면에서 따왔습니다.

이 곡은 1941년 1월 15일 수용소 안에서 초연되었습니다. 피아노는 메시앙 자신이 맡았고, 첼로는 에티엔 파스키에, 바이올린은 장 르 불레르, 클라리넷은 앙리 아코카가 연주했습니다. 첼로는 악기가 없던 파스키에를 위해 동료 포로들이 돈을 모아 마련해 준 것으로, 흔히 떠도는 것처럼 손상된 악기로 연주했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관객 규모도 후대에는 포로와 경비병을 합쳐 약 400명 선으로 추정되는데, 메시앙 본인은 훗날 5천 명이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어 기억이 상당히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메시앙은 그해 5월 수용소에서 풀려나 파리로 돌아왔고, 스승이자 벗이었던 마르셀 뒤프레의 추천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모교인 파리 음악원의 화성법 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신앙과 자연이 만나는 자리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메시앙의 작품 상당수는 신앙과 직접 맞닿아 있습니다.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 개의 시선이나 만년의 오페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처럼 종교적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그의 모든 대표작이 종교음악인 것은 아닙니다. 규모가 큰 투랑갈리라 교향곡은 산스크리트어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힌두 리듬과 트리스탄 설화의 사랑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곡으로, 종교적 색채보다는 관능적이고 우주적인 사랑을 그리는 데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1944년에는 그때까지의 작곡 기법을 집대성한 저술 나의 음악어법이 출판되어, 그의 독자적인 리듬과 선법 체계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제자들과 남긴 영향

1966년 메시앙은 파리 음악원의 작곡 교수로 임명되었습니다. 그의 강의실을 거쳐 간 제자 가운데는 피에르 불레즈와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처럼 훗날 20세기 후반 현대음악을 이끈 인물들이 다수 있었고, 이안니스 크세나키스와 조지 벤저민도 그에게 배웠습니다. 1967년에는 프랑스 예술원 회원으로 추대되었고, 1992년 파리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드뷔시 이후 가장 독창적인 프랑스 작곡가로 꼽히는 메시앙은 대중에게 20세기 음악이 난해하다는 인상을 심어 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색채로 지각한 화성과 새소리로 지은 선율은, 낯설게 들리는 소리 안에도 세심하게 설계된 논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메시앙의 공감각은 진짜 임상적인 현상인가요?

메시앙 본인부터 신중했습니다. 그는 이 경험을 눈으로 보는 색이 아니라 비시각적 형태의 색채라고 표현했고, 연구자들도 이를 정식 임상 진단이라기보다 그의 창작 언어 안에서 통용된 독자적 지각 방식으로 다룹니다. 진짜 신경학적 공감각인지 예술적 은유인지를 딱 잘라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Q. 메시앙은 진짜 조류학자였나요?

정식 학회에 이름을 올린 전문가였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새소리를 다룬 진지함은 취미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현장 녹음은 피아니스트인 아내 이본 로리오의 몫이었고, 메시앙은 그 자료를 바탕으로 선율을 옮겨 적었습니다.

Q. 새의 카탈로그와 이국적인 새들은 어떻게 다른가요?

작곡 순서와 소재의 지리적 범위가 다릅니다. 먼저 나온 이국적인 새들은 해외의 낯선 새소리를 양식적으로 재구성한 곡이고, 뒤이어 나온 새의 카탈로그는 국내에서 채집한 소재로 지역별 새소리를 담은 피아노 독주곡 모음입니다.

Q.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는 정말 400명 앞에서 초연되었나요?

그렇게 추정됩니다. 후대에 알려진 관객 규모는 포로와 경비병을 합쳐 약 400명 선입니다. 메시앙 자신은 훗날 5천 명이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는데, 이는 상당히 과장된 기억으로 평가받습니다. 실제 기록으로 뒷받침되는 숫자는 400명 쪽입니다.

Q. 초연 당시 정말 낡고 손상된 악기로 연주했나요?

악기가 파손된 상태였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첼로는 함께 수용된 동료들이 돈을 모아 마련해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연주된 것은 사실이지만, 악기 자체가 망가져 있었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큽니다.

Q. 투랑갈리라 교향곡도 가톨릭 종교음악인가요?

아닙니다. 곡 제목부터 산스크리트어에서 온 것으로, 힌두 리듬 체계와 트리스탄과 이졸데 설화의 사랑 이야기가 뼈대를 이룹니다. 신앙보다는 관능과 우주적 사랑이라는 주제에 가깝고, 가톨릭 신앙을 정면으로 다룬 곡은 별도로 있습니다.

Q. 메시앙의 제자로는 누가 있나요?

피에르 불레즈와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이 가장 자주 거론되고, 그 밖에도 이안니스 크세나키스와 조지 벤저민 등 20세기 후반 현대음악을 이끈 여러 작곡가가 그의 강의실을 거쳤습니다.

댓글

  1. 조금 낯선 분인데 이 분 곡도 꼭 들어보고 싶군요.

    답글삭제
  2. 오랜만에 들렸네요 블로그가 갈수록 풍성해지는 느낌입니다. 광고도 적절히 배치하셨네요. 저는 아직 추가 승인 나지 않았네요 구글 블로그 너무 어렵네요. 처음엔 무작정 공부하고 시도했는데 갈수록 한계가 와서 한 두달 정도 손 놓고 있어요. 정말 부럽습니다.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처럼 이렇게 소통하니 좋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답글삭제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