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these first

Latest on the blog

바흐, 완벽한 대칭에 영혼을 담다: 모테트 <예수, 나의 기쁨> (BWV 227)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작품 세계에는 거대하고 웅장한 대작들도 많지만, 그 속에서 지적인 완성도와 지극히 개인적인 신앙심을 절묘하게 결합한 보석 같은 작품들이 빛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바흐의 모테트 《예수, 나의 기쁨》(Jesu, meine Freude, BWV 227)은 작곡가의 깊은 영혼과 완벽한 구조적 논리를 동시에 담고 있는 걸작이지요.

이 곡은 듣는 이에게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삶과 죽음, 그리고 영생에 대한 바흐의 깊은 성찰을 전달한답니다. 모든 음악의 근원이라고 불리는 바흐가 남긴 이 경건하고 완벽한 작품에 대해 함께 자세히 알아볼까요?


바흐와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오르간
바흐와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오르간


영혼을 위한 엄숙한 음악: 작곡 배경

《예수, 나의 기쁨》 (BWV 227)은 바흐가 남긴 여섯 편의 주요 모테트(Motet, BWV 225-230) 중 세 번째 작품이에요. 이 곡은 가사 내용상 죽은 이를 기리는 장송 모테트로 알려져 있답니다.

잠깐! 모테트(Motet)란?
기악 반주 없이 여러 성부(목소리 파트)가 함께 부르는 교회 합창곡이에요. 성서나 찬송가 가사를 바탕으로 복잡한 대위법 양식으로 작곡되었지요. 바흐 시대 라이프치히 교회에서는 주로 예배를 시작하는 비교적 짧은 음악으로 사용되었답니다.

바흐 시대의 모테트는 추도 예배, 장례식, 혹은 생일과 같은 특별한 행사를 위해 작곡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바흐는 평생을 통해 자신의 음악이 “하느님께는 영광이 되고 인간에게는 기쁜 마음을 갖게 한다”고 믿었고, 작곡을 마친 악보 끝에는 항상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 SDG)이라는 약자를 적곤 했지요. 이 곡 역시 루터교 신앙을 바탕으로 죽음과 영생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예수, 나의 기쁨(BWV 227) 악보 이미지
예수, 나의 기쁨(BWV 227) 악보


완벽한 대칭의 건축물: 음악적 구조

《예수, 나의 기쁨》은 바흐의 천재적인 구조적 완벽성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작품이에요.

이 5성부 합창곡은 총 11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배열이 마치 음악적인 건축물처럼 엄격한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답니다.

  • 중심 축 (Axis) : 11개 악장 중 정확히 가운데에 위치하는 여섯 번째 악장이 구조의 중심 축을 이룹니다.
  • 중심의 특징 : 이 6악장은 "Ihr aber seid nicht fleischlich" (그러나 하느님의 성령이 당신들 속에 머물고 있다면, 당신들은 육(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靈)에 있는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로, 이중 푸가(double fugue) 형식으로 작곡되었습니다.
  • 대칭 원리 : 이 중심 악장을 기준으로 앞뒤의 악장들이 내용과 음악적 구조 면에서 유사하게 배치되어 완벽한 균형을 이룹니다.

이러한 엄격한 대칭 구조는 루터교 신앙고백의 그리스도 중심 신학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답니다.

또한, 전체 11개 악장 중에서 여섯 개 악장은 루터교 전통에 입각한 코랄 선율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 코랄 선율 자체도 곡의 시작 프레이즈가 마지막 섹션 B를 종결함으로써, 예수 안에서 발견되는 기쁨과 그 기쁨이 최고의 보물이라는 시적 의미를 연결하는 순환적인 느낌(complexio)을 만들어낸다고 해요.

시대를 초월한 연결고리: 쇤베르크와의 만남

바흐의 구조적 완벽함은 시대를 초월하여 후대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어요. 특히 20세기 혁신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흥미롭죠.

쇤베르크: "바흐는 최초의 12음 작곡가"

12음 기법의 창시자이자 현대 음악의 거장인 아르놀트 쇤베르크는 바흐를 자신의 음악적 전통의 '모범'(Vorbild)으로 삼았어요.

쇤베르크는 바흐가 네덜란드 악파의 7음 중심 대위법을 12음 전체로 확장시켰다고 평가하며, 바흐를 "최초의 12음 작곡가"라고 역설적으로 칭하기도 했답니다. 쇤베르크는 바흐로부터 대위법적 사고방식과 음형을 발전시키는 기술 등을 배웠다고 직접 고백했어요.

<달에 홀린 피에로> 속 바흐의 그림자

흥미로운 일화는 쇤베르크의 아방가르드 작품 《달에 홀린 피에로》(Pierrot lunaire, 1912)에서 발견됩니다.

음악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 작품 중 여섯 번째 곡인 '마돈나'(Madonna)에서 플루트, 베이스 클라리넷, 첼로 피치카토가 만들어내는 "떠다니는 듯한 음향 이미지"가 바로 바흐의 모테트 《예수, 나의 기쁨》(BWV 227)의 아홉 번째 악장인 "Gute Nacht, o Wesen" (잘 자라, 이 세상이 택한 존재여)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되었답니다.

이처럼 장송 모테트의 경건한 합창 선율이, 현대 음악의 상징과도 같은 쇤베르크의 작품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은 바흐 음악의 영향력이 얼마나 시대를 초월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지요.

영혼의 평화를 찾아서: 추천 감상 시기

《예수, 나의 기쁨》은 죽은 이를 기리는 장송 모테트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전통적으로는 기독교 전례력의 사순절 기간이나 추도 예배에 연주되었을 거예요.

이 곡을 일반인이 감상할 때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랍니다.

  • 마음의 평온 : 바흐의 곡들에서 나타나는 템포와 느낌은 우리 인간의 심장 박동과 꽤나 비슷해서, 듣는 이로 하여금 깊은 안정감을 준다고 해요.
  • 영적 성찰 : 이 모테트는 육체의 죽음과 영적인 영생을 다루는 경건한 합창곡이므로, 복잡하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깊은 내면의 평화와 성찰을 찾고 싶을 때 감상해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해요.

어떤 분들은 바흐의 칸타타를 듣고 있으면 깨끗해지고, 천국을 경험한 것 같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답니다.

마치며

바흐의 모테트 《예수, 나의 기쁨》 (BWV 227)은 단순히 바로크 시대의 합창 음악을 넘어,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인 죽음과 영생에 대한 위대한 음악적 통찰을 담고 있어요.

11개의 악장을 완벽하게 대칭시키고 그 중심에 신앙의 축을 세운 바흐의 시도는, 음악을 통해 구조적인 완벽성과 깊은 영적 의미를 동시에 성취하고자 했던 그의 장인 기질과 신앙심이 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마치 시간을 초월하는 거대한 건축물을 바라보는 것과 같아요. 그 복잡하고 정교한 대위법적 구조 속에서, 우리는 바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위대한 영원한 화합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될 거예요.

감상하기

1. 본문에서 다룬 곡 : 모테트 "Jesu, meine Freude" (BWV 227)
이 포스팅에서 자세히 설명한 11개 악장의 대칭 구조를 가진 장송 모테트입니다. (연주: Vox Luminis)

2. 자주 혼동되는 곡 : 칸타타 "Jesus bleibet meine Freude" (BWV 147)
저처럼 많은 분들이 '예수, 나의 기쁨'이라는 제목 때문에 혼동하기 쉬운 곡입니다. 이 곡은 칸타타 147번의 마지막 코랄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멜로디 중 하나입니다. (연주: VOCES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