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모테트 〈예수, 나의 기쁨(Jesu, meine Freude)〉 BWV 227은 합창단이 부르는 열한 악장짜리 교회 음악입니다. 처음 들으면 비슷한 합창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서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놓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곡에는 귀로 붙잡을 수 있는 표지가 몇 개 있습니다. 첫 악장과 마지막 악장은 같은 찬송이고, 둘째와 열째 악장은 같은 모양으로 시작하며, 넷째와 여덟째 악장에서는 노래하는 성부가 셋으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인 여섯째 악장에 이 곡에서 가장 촘촘한 합창이 놓여 있습니다.
이 글은 그 표지들을 따라 열한 악장을 끝까지 들을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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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흐 초상과 교회 오르간을 나란히 놓은 그림이다. |
찬송과 로마서로 짠 모테트
모테트는 성경 구절이나 찬송 가사로 만든 합창곡입니다. 〈예수, 나의 기쁨〉은 두 가지 글을 번갈아 씁니다. 하나는 요한 프랑크가 1653년에 내놓은 같은 제목의 찬송으로, 그 여섯 절이 홀수 악장(1·3·5·7·9·11)에 차례로 들어갑니다. 다른 하나는 신약성경 로마서 8장으로, 1~2절과 9~11절이 짝수 악장(2·4·6·8·10)에 들어갑니다.
찬송 악장이라고 모두 같은 방식으로 부르지는 않습니다. 찬송 선율을 그대로 부르는 악장과 선율을 자유롭게 다루는 악장이 섞여 있습니다. 로마서 악장은 여러 성부가 같은 가락을 차례로 이어받으며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짜여 있습니다.
부르는 사람은 소프라노 둘, 알토, 테너, 베이스의 다섯 성부입니다. 성부(聲部)는 합창에서 같은 음높이 줄을 맡는 목소리 무리를 말합니다. 다만 다섯 성부가 늘 함께 부르지는 않고, 악장에 따라 넷이나 셋만 부르기도 합니다. 악기가 노래 성부를 그대로 따라 연주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 악보는 전하지 않습니다.
바흐의 모테트는 흔히 여섯 곡(BWV 225~230)으로 묶고, 이 곡은 BWV 번호로 세 번째입니다. 바흐 모테트 가운데 가장 긴 곡으로 꼽힙니다.
〈예수, 나의 기쁨〉 열한 악장 한눈에 보기
가사 칸에는 그 악장이 어느 글에서 왔는지와 첫 구절을 적었습니다. 독일어는 악보에 인쇄된 옛 철자 그대로입니다.
| 악장 | 가사 | 노래하는 성부 | 형태 |
|---|---|---|---|
| 1 | 찬송 1절 「Jesu, meine Freude」 |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 | 찬송을 네 성부가 화음으로 함께 부름 |
| 2 | 로마서 8장 1절 「Es ist nun nichts」 | 소프라노 둘·알토·테너·베이스 | 다섯 성부가 함께 시작한 뒤 가락을 차례로 이어받음 |
| 3 | 찬송 2절 「Unter deinen Schirmen」 | 소프라노 둘·알토·테너·베이스 | 첫째 소프라노가 찬송 선율, 다른 성부가 둘레를 꾸밈 |
| 4 | 로마서 8장 2절 「Denn das Gesetz des Geistes」 | 소프라노 둘·알토 | 세 성부 합창(트리오), 서로 따라 부름 |
| 5 | 찬송 3절 「Trotz, Trotz dem alten Drachen」 | 소프라노 둘·알토·테너·베이스 | 따라 부르기와 함께 부르기가 번갈아 나옴 |
| 6 | 로마서 8장 9절 「Ihr aber seid nicht fleischlich」 | 소프라노 둘·알토·테너·베이스 | 이중 푸가(주제 둘이 겹침) |
| 7 | 찬송 4절 「Weg mit allen Schätzen」 |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 | 소프라노가 찬송 선율, 아래 성부가 따라 들어오며 꾸밈 |
| 8 | 로마서 8장 10절 「So aber Christus in euch ist」 | 알토·테너·베이스 | 세 성부 합창(트리오), 서로 따라 부름 |
| 9 | 찬송 5절 「Gute Nacht, o Wesen」 | 소프라노 둘·알토·테너 | 성부들이 주고받으며 부름 |
| 10 | 로마서 8장 11절 「So nun der Geist dess」 | 소프라노 둘·알토·테너·베이스 | 2악장과 같은 모양으로 시작한 뒤 가락을 이어받음 |
| 11 | 찬송 6절 「Weicht, ihr Trauergeister」 |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 | 1악장과 같은 찬송, 가사만 다름 |
표의 성부 칸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면 열한 악장 모두에 나오는 성부는 알토 하나뿐입니다. 4악장에는 테너와 베이스가, 8악장에는 소프라노가, 9악장에는 베이스가 빠집니다. 가장 낮은 목소리인 베이스가 빠지는 4악장과 9악장에서는 소리가 바닥을 잃은 듯 가벼워집니다. 듣다가 그 순간을 알아차리면 지금 몇 번째 악장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처음과 끝에 오는 같은 찬송
곡은 찬송 한 절로 시작합니다. 네 성부가 같은 박자에 같은 음절을 함께 부르는, 교회에서 회중이 부르는 찬송과 가까운 모양입니다. 첫 구절은 「Jesu, meine Freude, meines Herzens Weide, Jesu, meine Zier」(예수, 나의 기쁨, 내 마음의 풀밭, 예수, 나의 보배)입니다.
마지막 11악장에서 같은 선율과 같은 화음이 돌아옵니다. 바뀌는 것은 가사뿐입니다. 찬송의 여섯째 절인 이 가사는 「Weicht, ihr Trauergeister」(물러가라, 슬픔의 영들아)로 시작해서 「dennoch bleibst du auch im Leide, Jesu, meine Freude」(그래도 당신은 고통 속에서도 머무십니다, 예수, 나의 기쁨이여)로 끝납니다. 곡의 첫 말이 마지막 말로 돌아오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 곡을 처음 들을 때는 첫 악장의 선율 하나만 기억해 두셔도 충분합니다. 한참 뒤에 그 선율이 그대로 다시 들리면 곡이 한 바퀴를 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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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 나의 기쁨〉 찬송 선율과 가사가 실린 옛 찬송가 인쇄본 한 쪽이다. |
그 사이의 찬송 악장에서도 이 선율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3악장과 7악장에서는 맨 위 소프라노가 찬송 선율을 길게 부르고, 아래 성부들이 그 둘레를 잘게 움직이며 꾸밉니다. 맨 위 목소리만 따라가면 첫 악장에서 들은 그 선율이 들립니다.
같은 모양으로 시작하는 둘째와 열째 악장
2악장은 로마서 8장 1절, 「Es ist nun nichts, nichts, nichts Verdammliches an denen, die in Christo Jesu sind」(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죄받을 것이 없다, 없다, 없다)로 시작합니다.
첫머리에서 다섯 성부가 한꺼번에 긴 음을 세 번 짚고 멈춥니다. 한 마디를 세 박으로 세는 박자라 그 세 음이 또렷하게 들립니다. 그 뒤로는 성부들이 같은 가락을 하나씩 이어받으며 얽힙니다.
10악장은 로마서 8장 11절, 「So nun der Geist dess, der Jesum von den Todten auferwecket hat, in euch wohnet」(예수를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리신 분의 영이 너희 안에 사시면)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2악장과 같은 박자, 같은 모양의 첫머리로 들어옵니다. 다섯 성부가 함께 긴 음을 짚고 멈춘 뒤 갈라지는 그 모양입니다. 그다음 전개는 다르게 흘러가서, 끝부분의 「um dess willen, dass sein Geist in euch wohnet」(그분의 영이 너희 안에 사시기 때문이다)를 성부들이 주고받으며 마무리합니다.
10악장 첫머리에서 2악장이 떠오르면 곡이 끝을 향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 뒤에 남은 것은 마지막 찬송 하나입니다.
셋으로 줄어드는 넷째와 여덟째 악장
4악장과 8악장은 세 성부만 부르는 트리오입니다. 앞뒤 악장이 다섯 성부로 꽉 차 있어서 이 두 곳에서는 갑자기 공간이 트이는 것처럼 들립니다.
4악장은 높은 셋입니다. 소프라노 둘과 알토가 「Denn das Gesetz des Geistes, der da lebendig machet in Christo Jesu, hat mich frei gemacht」(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생명을 주시는 영의 법이 나를 자유롭게 하였다)를 서로 따라 부릅니다. 베이스가 없으니 소리 전체가 위로 떠 있습니다.
8악장은 반대로 낮은 셋입니다. 소프라노가 모두 빠지고 알토·테너·베이스가 「So aber Christus in euch ist, so ist der Leib zwar todt um der Sünde willen」(그리스도께서 너희 안에 계시면 몸은 죄 때문에 죽은 것이나)로 시작하는 구절을 부릅니다. 한 박을 셋으로 나누는 흔들리는 박자에, 걷는 빠르기(안단테)가 적혀 있고, 한 음절 위에서 빠른 음들이 길게 굴러가는 대목이 이어집니다.
높은 셋과 낮은 셋이 여섯째 악장을 사이에 두고 앞뒤에 하나씩 놓여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6악장을 축으로 이 곡에서 여러 겹의 대칭을 읽어 냅니다. 그 가운데 귀로 바로 확인되는 것이 이 글에서 짚은 세 짝입니다.
한가운데 여섯째 악장, 이중 푸가
6악장은 열한 악장 가운데 정확히 한가운데에 있고, 이 곡에서 가장 촘촘한 합창입니다. 형식은 푸가입니다. 푸가는 한 성부가 짧은 가락(주제)을 먼저 부르면 다른 성부들이 같은 주제를 차례로 이어받아 겹겹이 쌓아 가는 합창 형식입니다.
첫 번째 주제의 가사는 「Ihr aber seid nicht fleischlich, sondern geistlich」(그러나 너희는 육에 속하지 않고 영에 속한다)입니다. 테너가 먼저 이 주제를 꺼내고, 알토, 첫째 소프라노, 베이스, 둘째 소프라노 순으로 들어옵니다. 「geistlich」(영에 속한)라는 낱말에서 빠른 음들이 길게 굴러가기 때문에 어느 성부가 들어왔는지 귀로 따라가기 쉽습니다.
이 악장이 이중 푸가인 것은 주제가 하나 더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주제의 가사는 「so anders Gottes Geist in euch wohnet」(하나님의 영이 너희 안에 사시기만 하면)입니다. 한 성부가 이 새 문장을 꺼내면 다른 성부들이 차례로 받아 부르고, 그사이 곁의 성부들은 첫 주제의 「sondern geistlich」를 계속 부릅니다. 두 문장이 동시에 들리는 것입니다. 한쪽에서 「geistlich」의 빠른 음이 굴러가는데 다른 쪽에서 새 가사가 길게 들려오면, 그 자리가 두 주제가 겹치는 곳입니다.
악장은 같은 구절의 뒷부분 「Wer aber Christi Geist nicht hat, der ist nicht sein.」(그리스도의 영이 없는 사람은 그분의 사람이 아니다)까지 이어 부르고 끝납니다. 육과 영을 맞세우는 이 구절이 곡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습니다.
작곡 시기와 용도
확인된 것은 많지 않습니다. 바흐가 라이프치히에서 일하던 시기의 곡이고, 남아 있는 가장 이른 자료가 1735년 이전의 것이라는 정도입니다. 어떤 자리를 위해 썼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1723년 7월 라이프치히에서 치러진 요한나 마리아 케스의 장례식을 위해 썼다는 설이 오래 퍼져 있었지만,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그 근거가 약하다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다만 가사에는 세상에 「잘 있거라」(Gute Nacht) 하고 작별하는 9악장, 슬픔의 영에게 물러가라고 외치는 11악장처럼 죽음과 이별을 다루는 대목이 많습니다. 이 곡이 장례 음악으로 소개되는 일이 많은 것도 이 가사 때문으로 보입니다.
바흐 손으로 쓴 악보는 없다
이 곡은 바흐가 직접 쓴 악보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전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베낀 사본이고, 바흐 자료를 정리하는 바흐 디지털(Bach Digital)은 남아 있는 가장 이른 자료를 1735년 이전의 것으로 적습니다. 요한 루트비히 디텔이 1735년 무렵 모은 코랄 모음 사본에는 곡 전체가 아니라 1·3·7악장의 찬송 부분만 실려 있습니다(11악장은 1악장과 같은 음악입니다). 1750년 무렵의 한 사본 표지에는 「Motetto a 5 Voci」(다섯 성부 모테트)라고 적혀 있고, 인쇄본은 1803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악기가 노래를 따라 연주했다 해도 그 악기 성부의 악보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 BWV 147과의 차이
「예수, 나의 기쁨」으로 검색하면 바흐의 다른 곡 하나가 자주 섞여 나옵니다. 칸타타 BWV 147의 마지막 코랄로, 우리에게는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곡입니다. 독일어 제목은 「Jesus bleibet meine Freude」(예수는 나의 기쁨으로 남으신다)이고, 이 글에서 다루는 모테트와는 다른 곡입니다. 그 곡의 이야기는 바흐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과 BWV 147 해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예수, 나의 기쁨〉 감상 영상
성악 앙상블 복스 루미니스(Vox Luminis)가 리오넬 뫼니에의 지휘로 부른 공연 실황입니다. 업로드한 곳은 복스 루미니스 공식 채널이 아니라 Voices of Music 채널입니다. 위의 악장 표를 옆에 띄워 두고 들으시면 지금 몇 번째 악장인지 따라가기 쉽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예수, 나의 기쁨〉은 장례 음악인가요?
장례식을 위해 썼다고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1723년 라이프치히의 한 장례식을 위해 썼다는 설이 널리 퍼져 있었지만 근거가 약하다는 쪽으로 기울었고, 지금은 용도를 알 수 없는 곡으로 봅니다. 가사에 죽음과 이별을 다루는 대목이 많아 장례 음악으로 소개되는 일은 많습니다.
Q. 바흐가 직접 쓴 악보가 남아 있나요?
남아 있지 않습니다. 18세기 이후 다른 사람이 베낀 사본들이 전하고, 남아 있는 가장 이른 자료는 1735년 이전의 것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인쇄본은 1803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Q.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 BWV 147과 같은 곡인가요?
다른 곡입니다.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은 칸타타 BWV 147의 마지막 코랄이고, 독일어 제목도 「Jesus bleibet meine Freude」로 다릅니다. 이 글의 〈예수, 나의 기쁨〉은 열한 악장으로 된 합창 모테트 BWV 227입니다.
다시 들을 세 곳
다음에 이 곡을 트실 때 세 곳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마지막 11악장의 첫 소절입니다.
맨 처음 들은 찬송이 가사만 바뀌어 그대로 돌아옵니다. 그 소리를 알아들으면 열한 악장이 하나의 고리로 묶여 있다는 것이 귀로 확인됩니다.
둘째, 4악장에서 베이스가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다섯 성부로 꽉 찬 3악장이 끝나고 높은 세 목소리만 남습니다. 그 뒤 8악장에서는 반대로 낮은 세 목소리만 남습니다. 두 트리오를 이어 들으면 소리의 높이가 뒤집히는 것이 들립니다.
셋째, 6악장에서 두 문장이 겹치는 자리입니다.
「geistlich」의 빠른 음이 굴러가는 가운데 「so anders Gottes Geist in euch wohnet」가 새로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한 문장씩 따라가다가, 다음 번에는 두 문장을 한꺼번에 들어 보십시오.
이 세 곳을 잡고 나면 열한 악장이 더는 길게 이어지는 합창이 아닙니다. 지금 곡의 어디쯤에 서 있는지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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