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굴드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두 번 녹음했습니다. 1955년과 1981년, 26년의 간격입니다. 두 음반의 전곡 재생 시간은 38분 34초와 51분 18초입니다. 약 13분이 벌어집니다. 이 글은 그 13분이 어디로 갔는지를 곡 단위로 따라갑니다.
•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 작품: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 BWV 988)
• 1955년 녹음: 38분 34초 · 1956년 발매 · 스타인웨이 CD 19
• 1981년 녹음: 51분 18초 · 1982년 9월 2일 발매 · 야마하 CF II
• 구성: 아리아 + 30개 변주 + 아리아 다 카포
※ 발매 정보는 2026년 8월 확인 기준입니다.
| 굴드의 두 골드베르크 음반 표지. 왼쪽이 1955년, 오른쪽이 1981년입니다. 같은 사람, 같은 악보, 26년의 간격입니다. |
글렌 굴드 골드베르크 변주곡, 두 녹음을 숫자로 읽기
1955년 녹음은 38분 34초, 1981년 녹음은 51분 18초입니다. 이 차이를 만든 것은 속도만이 아닙니다. 도돌이표를 얼마나 따랐느냐가 함께 걸려 있습니다.
도돌이표는 같은 부분을 한 번 더 치라는 악보 표시입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각 변주가 두 부분으로 나뉘고, 두 부분 모두 앞뒤에 이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앞 절반을 두 번, 뒤 절반을 두 번 칩니다. 1955년의 굴드는 이 표시를 하나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1981년에는 일부 곡에서 앞 절반만 한 번 더 쳤습니다.
그러니 두 녹음의 시간 차이에는 최소한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반복을 살렸는가와 얼마나 빠르게 쳤는가입니다. 아래 표가 그 뼈대를 먼저 정리한 것입니다.
| 항목 | 1955년 녹음 | 1981년 녹음 |
|---|---|---|
| 재생 시간 | 38분 34초 | 51분 18초 |
| 도돌이표 | 전부 생략 | 서른 곡 중 열세 곡에서 앞 절반만 |
| 변주 사이의 관계 | 각 곡이 따로 선다 | 앞 곡의 끝에서 다음 곡의 속도가 나온다 |
| 굴드의 자평 | 편하기에는 너무 빨랐다 | 발매를 생전에 직접 확인 |
| 전곡의 인상 | 서른 개의 얼굴 | 하나로 이어진 시간 |
1955년 굴드, 반복을 버리고 얻은 것
1955년 녹음은 굴드의 데뷔 음반입니다. 당시 스물두 살이었고, 이 곡은 피아노 레퍼토리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던 작품이었습니다.
이 녹음의 성격을 결정한 것은 도돌이표 생략입니다. 도돌이표를 따르면 각 변주의 두 부분이 한 번씩 더 나오고, 듣는 사람은 같은 음형을 두 번 만납니다. 생략하면 각 변주가 단 한 번 지나갑니다. 굴드는 그렇게 해서 변주 하나하나의 윤곽을 날카롭게 남겼습니다.
반복이 빠진 자리에서는 변주 사이의 대비가 커집니다. 활기찬 곡과 느린 곡, 푸가(fuga, 하나의 선율을 여러 성부가 서로 모방하며 주고받는 형식)와 춤곡이 빠르게 교차합니다. 서른 개의 변주가 짧고 선명하게 지나가는 구조입니다.
반복이나 대목을 덜어 내는 손질 자체는 굴드가 처음 한 일이 아닙니다. 20세기 초 페루초 부소니가 낸 골드베르크 편곡판은 이미 여러 대목의 생략을 권했습니다. 부소니 자신도 연주회에서 그렇게 쳤습니다. 굴드의 선택이 전례 없는 파격이었다기보다, 그 전례를 데뷔 음반이라는 자리에서 끝까지 밀고 간 것에 가깝습니다.
1981년 굴드, 앞 곡의 끝을 듣고 다음을 시작했다
1981년 녹음의 51분을 단순히 느려진 연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굴드가 이 녹음에서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가 연구자들의 템포 실측으로 어느 정도 밝혀져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참조하지 않은 것입니다. 굴드는 각 변주를 시작하기 전에 메트로놈을 보지 않았습니다. 곡을 여는 아리아의 템포도 참조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앞 곡의 끝을 들었습니다. 시작이 아니라 끝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녹음의 속도는 미리 그려 둔 설계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앞 곡이 끝나는 자리에서 하나씩 이어 붙여 나온 것입니다.
이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제11변주에서 굴드는 시작할 때 분당 150박 언저리로 치다가 끝으로 갈수록 140 근처까지 늦춥니다. 다음 곡인 제12변주는 93 근처에서 시작합니다. 시작 템포끼리 놓고 보면 150과 93 사이에는 깔끔한 비례가 없습니다. 그런데 제11변주가 느려진 뒤의 140과 제12변주의 93을 놓으면 3 대 2가 됩니다. 두 곡이 맞물리는 자리는 시작이 아니라 끝인 셈입니다.
이런 감속은 예외적인 일이 아니었습니다. 곡 끝의 관용적인 늦춤을 빼고 세어도, 서른두 곡 가운데 열한 곡에서 5퍼센트가 넘는 감속이 일어납니다. 굴드의 템포는 한 곡 안에서도 계속 움직이고, 시작한 자리와 끝나는 자리가 다릅니다.
굴드 자신은 이 방식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하나의 맥박, 변치 않는 리듬적 기준점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다만 그는 그렇게 설명해 놓고 곧바로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임상적이고 메마르게, 반음악적으로 들린다는 것이었습니다.
13분은 고르게 퍼져 있지 않습니다
전체 시간만 보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그 차이가 서른두 곡에 골고루 나뉘어 있는가, 아니면 몇 군데에 몰려 있는가입니다. 답부터 말하면 몰려 있습니다.
아래는 두 녹음의 곡별 재생 시간을 나란히 놓은 것입니다. 배율은 1981년 시간을 1955년 시간으로 나눈 값입니다. 1보다 크면 1981년이 더 깁니다. 맨 오른쪽 칸은 1981년에 앞 절반을 한 번 더 친 곡을 표시한 것입니다.
| 곡 | 1955년 | 1981년 | 배율 | 1981년 앞 절반 반복 |
|---|---|---|---|---|
| 아리아 | 1:56 | 3:05 | 1.59배 | |
| 제1변주 | 0:45 | 1:10 | 1.56배 | |
| 제2변주 | 0:37 | 0:49 | 1.32배 | |
| 제3변주 | 0:54 | 1:30 | 1.67배 | 있음 |
| 제4변주 | 0:29 | 0:50 | 1.72배 크게 늘어남 | 있음 |
| 제5변주 | 0:37 | 0:37 | 1.00배 | |
| 제6변주 | 0:34 | 0:40 | 1.18배 | 있음 |
| 제7변주 | 1:08 | 1:16 | 1.12배 | |
| 제8변주 | 0:45 | 0:53 | 1.18배 | |
| 제9변주 | 0:37 | 0:59 | 1.59배 | 있음 |
| 제10변주 | 0:42 | 1:04 | 1.52배 | 있음 |
| 제11변주 | 0:54 | 0:53 | 0.98배 짧아짐 | |
| 제12변주 | 0:56 | 1:37 | 1.73배 크게 늘어남 | 있음 |
| 제13변주 | 2:10 | 2:38 | 1.22배 | |
| 제14변주 | 0:58 | 1:04 | 1.10배 | |
| 제15변주 | 2:15 | 5:01 | 2.23배 크게 늘어남 | 있음 |
| 제16변주 | 1:17 | 1:38 | 1.27배 | |
| 제17변주 | 0:53 | 0:54 | 1.02배 | |
| 제18변주 | 0:46 | 1:03 | 1.37배 | 있음 |
| 제19변주 | 0:42 | 1:03 | 1.50배 | |
| 제20변주 | 0:48 | 0:49 | 1.02배 | |
| 제21변주 | 1:42 | 2:12 | 1.29배 | 있음 |
| 제22변주 | 0:42 | 1:03 | 1.50배 | 있음 |
| 제23변주 | 0:54 | 0:57 | 1.06배 | |
| 제24변주 | 0:56 | 1:44 | 1.86배 크게 늘어남 | 있음 |
| 제25변주 | 6:28 | 6:03 | 0.94배 짧아짐 | |
| 제26변주 | 0:52 | 0:51 | 0.98배 짧아짐 | |
| 제27변주 | 0:49 | 1:21 | 1.65배 | 있음 |
| 제28변주 | 1:10 | 1:03 | 0.90배 짧아짐 | |
| 제29변주 | 1:00 | 1:01 | 1.02배 | |
| 제30변주 | 0:48 | 1:29 | 1.85배 크게 늘어남 | 있음 |
| 아리아 다 카포 | 2:12 | 3:45 | 1.70배 크게 늘어남 |
표를 세로로 훑으면 세 무리가 보입니다. 첫째, 여섯 곡은 두 녹음의 시간이 사실상 같습니다. 제5변주는 두 녹음 모두 37초입니다. 제11·제17·제20·제26·제29변주도 차이가 몇 초 안입니다. 둘째, 네 곡은 1.7배가 넘게 늘어났습니다. 제15변주가 2.23배로 가장 크고, 제24변주와 제30변주가 1.85배 안팎입니다. 마지막 아리아 다 카포가 1.70배입니다. 셋째, 두 곡은 1981년이 오히려 더 짧습니다.
이 분포가 말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1981년의 굴드는 전체를 균일하게 늦춘 것이 아닙니다. 어떤 곡은 26년 전과 거의 같은 시간에 지나갑니다. 어떤 곡은 두 배 넘게 머무릅니다. 느려졌다는 말은 평균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시간의 재배분입니다.
한 가지 밝혀 둘 것이 있습니다. 여기 적은 시간은 특정 음반 판의 트랙 표기를 옮긴 것입니다. 어느 판인지는 이 표를 처음 만들 때 기록해 두지 않았습니다. 트랙마다 앞뒤 여백이 포함되고 판에 따라 몇 초씩 다르게 적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표의 서른두 곡을 더하면 38분 16초와 51분 2초가 되어, 음반에 적힌 전곡 시간보다 각각 18초와 16초가 모자랍니다. 그러니 이 표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초 단위의 정확한 값이 아닙니다. 곡들 사이의 상대적인 크기입니다.
가장 오래 머무른 굴드는 1955년의 굴드입니다
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줄은 제25변주입니다. 1955년 6분 28초, 1981년 6분 3초. 1981년이 더 짧습니다.
이 한 줄이 왜 중요한지는 1955년 녹음 안에서의 위치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녹음에서 두 번째로 긴 곡은 2분 15초입니다. 제25변주 하나가 나머지 어떤 곡보다도 세 배 가까이 깁니다. 전체 재생 시간에서 이 한 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퍼센트입니다. 1981년에서는 같은 곡의 비중이 약 12퍼센트로 내려갑니다.
스물두 살의 굴드가 서른 곡을 몰아붙이듯 지나갔다는 인상은 대체로 맞습니다. 다만 그 인상에는 큰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하필 이 곡 전체에서 가장 어두운 자리입니다. 질주하는 연주라는 표현은 이 곡 하나를 빼고 나서야 정확해집니다.
확인해 볼 자리를 하나 짚어 두겠습니다. 제25변주를 두 녹음으로 이어서 들으면 시간과 체감이 어긋나는 지점을 만나게 됩니다. 시계로는 1955년이 25초 더 긴데, 그 25초가 더 길게 느껴지지 않는 쪽이 어디인지가 사람마다 갈립니다. 그 어긋남이 곧 해석이 작동하는 자리입니다.
어둠의 무게가 25번에서 15번으로 옮겨 갔습니다
이 곡에서 조성이 단조로 바뀌는 변주는 셋입니다. 제15변주, 제21변주, 제25변주입니다. 나머지 스물일곱 곡과 아리아는 모두 장조입니다. 이 세 곡이 이 작품의 그늘에 해당합니다.
두 녹음에서 이 세 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같습니다. 1955년에 약 27퍼센트, 1981년에 약 26퍼센트입니다. 그늘의 총량은 그대로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안의 배분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제15변주가 2분 15초에서 5분 1초로 늘었고, 제25변주는 오히려 조금 줄었습니다.
제15변주는 전체 서른 곡의 정확히 절반에 해당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1981년의 굴드는 그 중간 지점에 큰 무게를 실었고, 후반부의 제25변주에서는 힘을 조금 뺐습니다. 봉우리 하나를 뒤쪽에만 두는 대신, 가운데와 뒤에 두 개의 축을 세운 셈입니다. 1955년의 배치는 반대였습니다. 앞에서부터 계속 달리다가 제25변주에서 한 번 크게 주저앉고, 다시 일어나 끝냅니다.
다만 여기에는 단서가 하나 붙습니다. 제15변주는 1981년에 앞 절반을 한 번 더 친 곡입니다. 2.23배로 늘어난 시간 가운데 일부는 그 반복이 차지합니다. 그러니 이 곡이 길어진 것을 전부 무게의 이동으로 읽으면 과합니다. 반복이 얼마를 가져갔고 속도가 얼마를 가져갔는지는 다음 절에서 따로 봅니다.
시간이 늘어난 자리와 반복을 살린 자리가 겹칩니다
배율을 곡의 성격별로 묶으면 뚜렷한 것이 나옵니다. 이 작품에서 제3변주부터 세 곡마다 한 번씩, 그러니까 제3변주에서 제27변주까지 아홉 곡이 카논입니다. 카논(canon)은 같은 선율을 한 성부가 먼저 부르고 다른 성부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그대로 따라 부르는 형식입니다. 따라 부르는 간격이 한 곡씩 넓어져서, 제3변주는 같은 음에서 시작하고 제27변주에서는 아홉 음 떨어진 자리에서 시작합니다. 이 아홉 곡이 이 작품의 뼈대입니다.
두 녹음에서 이 아홉 곡의 배율만 모으면 중앙값이 약 1.65배입니다. 나머지 스물한 곡의 중앙값은 약 1.12배입니다. 카논만 모은 재생 시간은 9분 29초에서 16분 7초로 늘었습니다. 1981년에 늘어난 13분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이 아홉 곡으로 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아홉 곡에는 다른 공통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1981년에 앞 절반을 한 번 더 친 곡이라는 점입니다.
1981년에 반복이 되살아난 곡의 목록은 두 갈래로 확인됩니다. 하나는 이 표입니다. 도돌이표를 지키면 그 부분은 한 번 더 연주되므로 시간이 눈에 띄게 늘고, 두 녹음이 같은 선택을 했다면 배율은 1 근처에 남습니다. 그 눈으로 표를 훑으면 배율이 큰 곡들이 어디인지 자연히 드러납니다. 다른 하나는 연주 실무를 다룬 한 연구서입니다. 그 책은 1981년에 굴드가 앞 절반의 반복을 친 곡을 열세 곡으로 헤아립니다. 아홉 개의 카논과, 엄격한 4성부로 쓰인 제4·제10·제22·제30변주입니다. 뒤 절반의 반복은 어느 곡에서도 치지 않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목록의 급을 밝혀 두겠습니다. 그 연구서는 자필 악보나 녹음 현장의 대장을 옮긴 것이 아닙니다. 녹음을 듣고 정리한 것입니다. 우리가 표에서 거꾸로 읽은 결과와 그 목록이 서로 맞아떨어진다는 것이지,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대상을 두 방향에서 본 것에 가깝습니다.
겹침의 정도는 이렇습니다. 그 열세 곡의 배율 중앙값은 1.65배이고, 나머지 열일곱 곡은 1.06배입니다. 1981년이 오히려 짧아진 네 곡, 즉 제11·제25·제26·제28변주는 전부 반복이 붙지 않은 곡입니다.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이 겹침은 두 가지로 읽힙니다.
하나는 이렇습니다. 굴드가 그 열세 곡에서 반복을 되살렸고, 그래서 그 곡들이 길어졌다. 반복이 원인이고 늘어난 시간이 결과입니다. 다른 하나는 반대입니다. 굴드가 그 열세 곡에서 유독 오래 머물고 싶었고, 그렇게 늘어난 시간을 지탱하려고 반복을 동원했다. 이쪽에서는 느리게 가려는 뜻이 먼저이고 반복이 그 수단입니다.
두 설명은 같은 표를 놓고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원인과 수단이 뒤바뀝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있는 것은 곡별 시간과 반복 목록뿐입니다.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는 이 자료로 가릴 수 없습니다. 배율이 말해 주는 것은 두 가지 일이 같은 곡들에서 함께 일어났다는 사실까지입니다. 어느 것이 어느 것을 낳았는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둘 중 어느 쪽으로 읽어도 풀리지 않는 곡이 하나 있습니다. 제6변주입니다. 카논이고 반복이 되살아난 곡인데 배율은 1.18배에 그칩니다. 34초가 40초가 되었을 뿐입니다. 반복이 붙은 다른 곡들이 1.29배에서 2.23배 사이인 것과 견주면 이 곡만 눈에 띄게 다릅니다. 곡마다 따로 내린 결정이 쌓여 13분이 되었다는 것을, 이 한 줄이 가장 잘 보여 줍니다.
그래서 이 절에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1981년의 변화가 전곡에 일률적으로 적용된 규칙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시간이 늘어난 곳과 반복이 되살아난 곳이 대체로 같은 곡들이라는 점입니다.
반복이 붙었다는 사실 자체는 귀로 셀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자리는 마지막 제30변주입니다. 이 곡은 카논 대신 당대의 노래 두 곡을 겹쳐 놓은 콰들리벳입니다. 1955년에 48초, 1981년에 1분 29초입니다. 1981년 쪽을 틀면 앞 절반이 끝난 뒤 같은 대목이 처음부터 한 번 더 지나갑니다. 두 번째로 지나갈 때 그 두 노래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두 녹음은 악기도 달랐습니다
두 녹음을 견줄 때 흔히 같은 것부터 셉니다. 같은 사람, 같은 악보, 그리고 같은 녹음실입니다. 실제로 1981년 세션도 26년 전과 같은 뉴욕 30번가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같지 않은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피아노입니다. 1955년에 쓴 것은 스타인웨이 CD 19였습니다. 1981년에 쓴 것은 야마하 CF II이고, 굴드가 그 악기를 들인 것은 녹음 두 달 전인 그해 2월 말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어떻게 다룰지는 조심스럽습니다. 악기가 바뀌었으니 소리가 바뀌었다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순서가 반대일 수 있습니다. 하려는 연주가 먼저 정해지고, 그것을 감당할 악기를 나중에 고른 것일 수 있습니다. 앞 절의 반복 문제와 같은 모양의 물음입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목록에만 올려 둡니다. 두 녹음을 가른 조건에는 26년의 시간과 반복의 처리와 템포의 방식이 있고, 악기도 그중 하나입니다. 녹음 장소와 제작 경위를 포함한 조건 전체는 추천 음반과 감상 순서를 정리한 글에 따로 실려 있습니다.
두 녹음 모두, 돌아온 아리아가 처음보다 깁니다
두 녹음이 공통으로 지키는 것 하나를 짚어 두겠습니다. 이 곡은 아리아로 시작해 서른 개의 변주를 지나 같은 아리아로 돌아옵니다. 악보상으로는 같은 곡입니다.
그런데 두 녹음 모두에서 돌아온 아리아가 처음의 아리아보다 깁니다. 1955년은 1분 56초에서 2분 12초로, 1981년은 3분 5초에서 3분 45초로 늘어납니다. 배율로 보면 1955년이 1.14배, 1981년이 1.22배입니다.
이 두 곡에는 앞 절에서 본 변수가 없습니다. 아리아와 아리아 다 카포는 두 녹음 어느 쪽에서도 반복이 붙지 않은 곡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벌어진 차이는 반복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속도 때문입니다. 두 녹음을 가르는 조건 가운데 하나를 지운 상태에서 남은 값인 셈입니다.
26년 사이에 거의 모든 것이 달라진 두 연주에서, 이 하나만은 방향이 같습니다. 같은 악보를 처음 칠 때보다 돌아와서 칠 때 더 느리게 친다는 것입니다. 서른 개의 변주를 통과한 뒤에는 같은 선율이 같은 속도로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이, 스물두 살의 굴드와 쉰을 앞둔 굴드에게 똑같이 있었습니다.
굴드는 두 녹음을 어떻게 보았는가
여기까지 잰 것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굴드 자신이 남긴 말을 봅니다. 다만 순서를 이렇게 둔 이유가 있습니다. 연주자가 나중에 하는 해명은 자기 연주를 뒤늦게 설명한 말입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과 같은 방향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잰 것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읽어야 합니다.
말의 출처도 밝혀 두겠습니다. 굴드의 자평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자리는 1982년 8월의 라디오 대담입니다. 평론가 팀 페이지(Tim Page)와 나눈 것입니다. 그런데 이 대담은 즉석에서 오간 문답이 아니었습니다. 굴드 자신이 대본을 써서 심야에 한 번에 녹음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즉흥적인 속내라기보다 그가 남기고 싶었던 형태의 회고에 가깝습니다.
그 회고에서 굴드는 1955년 연주를 두고 편하기에는 너무 빨랐다고 했습니다. 특히 제25변주를 지목했습니다. 두 사람이 그 곡을 함께 듣고 난 뒤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거기서는 피아노 연주가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대한 깎아내리는 뜻으로 하는 말입니다. 선이 이리저리 당겨지고, 셈여림이 귀엽게 오르내립니다. 이 변주가 앞 녹음에 대해 내가 못 미더워하는 전부를 대표합니다.”
같은 곡을 두고 그는 쇼팽의 야상곡처럼 들린다고도 했습니다. 낭만적인 연주법을 오래 꺼려 온 그에게 이는 칭찬이 아니었습니다. 그 연주를 한 사람을 이제는 알아볼 수 없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재녹음을 결심한 계기도 같은 방향입니다. 말년의 한 대담에서 그는 1955년 음반을 오랜만에 다시 들었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옮겼습니다. 나쁘지는 않은데, 서른 개의 아주 흥미롭지만 어딘가 제각기 제 갈 길을 가는 곡들 같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굴드는 1981년을 정답으로 보았을까요. 기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가 남긴 비판은 1955년의 특정한 선택을 향한 것이었지, 1981년을 규범으로 세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앞 절에서 본 제6변주가 좋은 반례입니다. 그는 반복을 되살려 놓고도 그 곡만은 6초밖에 늘리지 않았습니다. 말로 정리된 원칙과 손이 실제로 한 일이 언제나 포개지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널리 퍼진 오해를 하나 바로잡아 두겠습니다. 1981년 음반이 사후에 발매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이 음반은 1982년 9월 2일에 나왔고, 굴드가 세상을 떠난 것은 약 한 달 뒤인 그해 10월 4일입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녹음이 음반으로 완성되어 나온 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변주 단위로 나란히 듣기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시간표만으로도 따라올 수 있게 적었습니다. 다만 그중 몇 대목은 음반을 틀면 눈앞에서 확인됩니다. 확인해 볼 만한 자리를 정리해 두겠습니다.
반복이 붙었는지 세어 보고 싶다면 제30변주입니다. 앞 절반이 끝난 뒤 같은 대목이 한 번 더 지나갑니다. 무게가 옮겨 간 것을 보고 싶다면 제15변주입니다. 1955년에는 지나가는 어두운 구간에 가깝고, 1981년에는 5분에 걸친 정지 지점에 가깝습니다. 굴드가 스스로 못마땅해한 자리를 보고 싶다면 제25변주입니다. 그가 지적한 것은 선율선이 당겨지고 셈여림이 잘게 움직이는 대목이었습니다.
반복이라는 변수를 지우고 순수한 속도만 견주고 싶다면 아리아입니다. 두 녹음 어느 쪽에서도 반복이 붙지 않은 곡이라, 1분 56초와 3분 5초의 차이가 곧 속도의 차이입니다.
한 번에 다 듣기보다 곡 하나를 정해 두 녹음으로 이어서 들어 보세요. 반복을 세려면 제30변주, 속도만 견주려면 아리아입니다. 어느 음반부터 들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추천 음반과 감상 순서를 정리한 글을 먼저 보시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글렌 굴드 골드베르크 변주곡 1955년과 1981년 뭐가 달라요?
재생 시간이 38분 34초와 51분 18초로 약 13분 차이가 납니다. 다만 그 13분은 고르게 퍼져 있지 않습니다. 여섯 곡은 두 녹음의 시간이 사실상 같고, 네 곡은 1.7배 넘게 늘었으며, 두 곡은 1981년이 오히려 더 짧습니다. 1955년은 도돌이표를 전부 지나갔고, 1981년은 서른 곡 가운데 열세 곡에서 앞 절반만 한 번 더 쳤습니다.
굴드의 1981년 녹음은 왜 더 느린가요?
전곡을 고르게 늦춘 것이 아닙니다. 늘어난 시간은 특정 곡들에 몰려 있고, 그 곡들은 1981년에 앞 절반을 한 번 더 친 열세 곡과 거의 겹칩니다. 또 굴드는 각 변주를 시작하기 전에 메트로놈이나 아리아의 템포를 참조하지 않고 앞 곡의 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속도는 곡마다 따로 정해졌습니다.
굴드는 1981년 녹음에서 반복을 얼마나 살렸나요?
연주 실무를 다룬 한 연구서는 열세 곡으로 헤아립니다. 아홉 개의 카논 변주와, 엄격한 4성부로 쓰인 제4·제10·제22·제30변주입니다. 모두 앞 절반만 반복했고 뒤 절반의 반복은 어느 곡에서도 치지 않았습니다. 1955년 녹음에는 반복이 하나도 없습니다.
굴드가 1955년 녹음을 직접 어떻게 평가했나요?
편하기에는 너무 빨랐다고 했습니다. 특히 제25변주를 두고 쇼팽의 야상곡처럼 들린다고 했는데, 낭만적인 연주법을 꺼린 그에게 이는 비판이었습니다. 그 연주를 한 사람을 이제는 알아볼 수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다만 이 비판이 1981년을 정답으로 규정한 것은 아닙니다.
글렌 굴드 1981 골드베르크 사후 발매가 맞나요?
사후 발매가 아닙니다. 이 음반은 1982년 9월 2일에 나왔고, 굴드는 약 한 달 뒤인 그해 10월 4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신의 마지막 녹음이 음반으로 완성되어 나온 것을 생전에 직접 확인한 셈입니다.
두 녹음의 차이는 속도가 아니라 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배분이 완전히 달라진 두 연주에서도, 마지막에 돌아오는 아리아만은 같은 방향으로 느려집니다. 오늘 한 곡만 고른다면 그 아리아 다 카포를 두 녹음으로 이어서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서른 곡을 다 지나온 뒤에 같은 선율이 어떻게 돌아오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표 서른두 줄 가운데 두 굴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 유일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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