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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무엇을 듣고 있나 — 아리아와 30개 변주의 구조

곡 한눈에 보기
  •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 작품 / 작품번호: 골드베르크 변주곡(BWV 988)
  • 원제: 'Aria mit verschiedenen Veränderungen vors Clavicimbal mit 2 Manualen(두 단 건반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아리아와 여러 변주)'
  • 출판: 1741년, 뉘른베르크의 발타자르 슈미트(Balthasar Schmid)를 통해 간행. 흔히 'Clavier-Übung(건반 연습곡집)' 제4부로 불리지만, 바흐 자신이 그렇게 명시적으로 지정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 후대의 통칭입니다
  • 편성: 두 단 건반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곡. 오늘날에는 피아노 연주도 일반적입니다
  • 구성: 아리아 + 30개 변주 + 아리아 다 카포
  • 조성: 기본은 G장조이며, 15·21·25번만 G단조
  • 추천 음반: 글렌 굴드 1955년·1981년 녹음

한 곡인가 서른 곡인가, 먼저 저음을 듣자

골드베르크 변주곡 구조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은 한 가지 통념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30개 변주를 하나로 묶는 핵심 토대는 아리아의 장식적 멜로디보다 32마디 저음선과 그 위에 놓인 화성 골격입니다.

그래서 30개의 변주는 저마다 전혀 다른 선율과 리듬을 가졌으면서도 같은 뼈대 위에 서 있습니다. 바흐는 하나의 멜로디를 조금씩 고쳐 쓴 것이 아니라, 같은 기초 위에 서른 채의 서로 다른 건물을 올린 셈입니다.

다만 같은 저음이 매번 똑같은 음형과 위치로 들리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변주에서는 또렷하게 드러나고, 어떤 변주에서는 장식되거나 다른 성부 속에 스며듭니다. 화려한 표면 아래에서 같은 저음·화성의 설계가 변형된 모습으로 되풀이되는 것입니다.

이 정교한 설계를 두 번이나 전혀 다른 모습으로 녹음해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대중적 수용을 바꾼 연주자가 글렌 굴드입니다. 1955년과 1981년의 두 녹음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안내 글에서 따로 살펴봅니다.

모든 것의 출발점, 아리아

곡의 문을 여는 아리아는 사라방드를 연상시키는 느리고 우아한 3박자 음악입니다. 오른손의 선율은 장식이 풍부하지만, 이후 변주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그 화려함보다 32마디에 걸친 저음의 걸음과 화성의 순서입니다.

그래서 1번 변주가 시작되면 아리아의 멜로디는 거의 다시 들리지 않습니다. 처음 듣는 분이 "주제가 어디로 갔지?"라고 느끼는 이유입니다. 사라진 것은 아리아의 표면이고, 그 아래의 구조는 새로운 선율과 리듬 속에 계속 남아 있습니다.

바흐는 이 구조 위에 30개의 변주를 쌓은 뒤, 마지막에 'Aria da capo e fine(아리아로 돌아가 끝낼 것)'라고 적었습니다. 처음 아리아와 30개 변주, 마지막 아리아의 귀환을 합하면 32마디의 저음·화성 구조가 모두 32번 나타납니다. 작품의 작은 단위와 전체 규모가 숫자 32로 맞물리는 셈입니다.

마지막 아리아는 처음과 똑같은 음표이지만, 더 이상 처음과 같은 음악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기교와 유머, 단조의 그늘과 카논의 질서를 모두 지나왔기 때문입니다. 음표는 돌아오지만 듣는 사람의 귀는 이미 달라져 있습니다.

30개의 변주는 3개씩 한 묶음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30개 변주는 어지럽게 나열된 것이 아니라, 3개씩 묶인 열 개의 그룹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규칙을 알면 긴 곡이 갑자기 또렷한 지도처럼 정리됩니다.

각 묶음의 첫째 자리에는 춤곡·푸게타·서곡·느린 성격소품처럼 양식이 다양한 곡이 놓입니다. 둘째 자리에는 대체로 손의 교차와 두 단 건반의 효과를 살린 빠르고 기교적인 변주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처음 아홉 묶음의 셋째 자리가 카논입니다.

마지막 열 번째 묶음만은 다릅니다. 28번과 29번의 화려한 기교 뒤에, 예상되는 10도 카논 대신 30번 콰틀리벳이 등장합니다. 바흐는 규칙을 기계적으로 완성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에 예외를 만들었습니다.

세 곡씩 묶이는 작은 구조 위에는 전곡을 둘로 가르는 더 큰 구조도 놓여 있습니다. 15번 G단조 카논이 전반부를 어둡게 닫으면, 16번 프랑스 서곡이 장중하게 후반부의 문을 엽니다. 기본 조성은 G장조이지만 15·21·25번에서만 G단조로 바뀌어 긴 흐름에 세 번의 짙은 그늘을 만듭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듣기 버겁다면, 세 곡씩 끊어 한 묶음의 변화를 느껴 보는 것이 좋은 입문법입니다.

한 묶음 속 위치 성격과 감상 포인트
첫째 자리
1·4·7…28번
춤곡·푸게타·서곡·느린 성격소품 등 양식이 가장 다양합니다. 새 묶음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는지 들어보세요.
둘째 자리
2·5·8…29번
대체로 빠르고 기교적인 변주입니다. 두 손의 교차와 음형이 튀어 오르는 효과가 두드러집니다.
셋째 자리
3·6·9…27번
한 성부를 다른 성부가 따라가는 카논입니다. 두 성부가 어떤 간격으로 서로를 모방하는지 들어보세요.
마지막 30번 예상되는 10도 카논 대신 두 민요를 엮은 콰틀리벳이 등장합니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초판본의 아리아 첫 페이지, 장식적인 오른손 선율과 작품의 토대가 되는 저음 진행이 보인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초판본의 아리아 첫 페이지. 장식이 풍부한 상성부보다 32마디의 저음과 화성 구조가 이후 30개 변주의 공통 토대가 된다.

3의 배수마다 카논, 간격이 점점 넓어진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가장 정교한 장치는 카논(canon, 한 성부의 움직임을 다른 성부가 일정한 시차와 음정 간격을 두고 모방하는 기법)입니다. 3번, 6번, 9번처럼 3의 배수 자리마다 카논이 놓입니다.

3번 변주는 같은 음에서 출발하는 동음 카논이고, 6번은 2도, 9번은 3도 떨어진 카논입니다. 이 간격은 한 단계씩 넓어져 27번의 9도 카논에 도달합니다. 일부 카논에서는 뒤따르는 성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전위 기법도 사용됩니다.

이 간격의 계단은 감정적 긴장이 무조건 커진다는 뜻이라기보다, 곡이 어느 지점까지 진행되었는지를 표시하는 보이지 않는 눈금에 가깝습니다. 청자가 모든 카논을 귀로 곧바로 구별하지 못하더라도 작품 내부의 질서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엄격한 규칙을 따르면서도 카논들이 답답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규칙은 뼈대일 뿐, 그 위에 흐르는 음악은 노래처럼 자연스럽습니다. 설계의 정교함과 듣는 즐거움이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작품의 특별함입니다.

마지막 30번, 카논 대신 익살, 그리고 이름의 진실

규칙대로라면 30번 변주에는 10도 카논이 놓여야 합니다. 그러나 바흐는 이 마지막 자리에 카논 대신 콰틀리벳(quodlibet, 서로 다른 노래를 한꺼번에 엮는 익살스러운 음악)을 배치했습니다.

여기에는 'Ich bin so lang nicht bei dir gwest(오래도록 그대 곁에 없었네)'와 'Kraut und Rüben haben mich vertrieben(양배추와 순무가 나를 쫓아냈네)'라는 민요 가락이 겹쳐 등장합니다. 두 번째 민요는 원래 "어머니가 고기를 삶아 주셨더라면 더 오래 머물렀을 텐데"라는 뒷구절까지 이어지는 노래로, 엄정한 카논의 행렬 끝에서 일상의 노래와 농담이 갑자기 끼어드는 장면입니다.

30번에 예상대로 10도 카논이 놓였다면 카논의 규칙적 완결성이 더 강조되었을 것입니다. 바흐는 대신 콰틀리벳을 선택해 엄격한 설계의 끝을 인간적인 웃음으로 풀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1741년 세상에 나왔습니다. 표지에는 '두 단 건반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아리아와 여러 변주'라는 원제만 있을 뿐,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는 '건반 연습곡집 제4부'라는 이름은 바흐가 직접 붙인 공식 명칭이 아니라 후대에 정착된 관용적 분류입니다.

그런데 정작 '골드베르크'라는 이름은 바흐가 붙인 것이 아닙니다. 훗날 이 별칭의 주인이 된 요한 고틀리프 골드베르크(Johann Gottlieb Goldberg)는 당시 바흐 문하에서 건반을 배우던 연주자였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린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링크(Hermann Karl von Keyserlingk) 백작을 위해 골드베르크가 밤마다 이 곡을 연주했다는 이야기는 요한 니콜라우스 포르켈(Johann Nikolaus Forkel)이 1802년 바흐 전기에서 전했습니다. 작품이 출판된 지 약 60년 뒤의 기록입니다.

오늘날에는 이 이야기를 그대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초판 악보에 백작에게 바친다는 헌사가 없고, 골드베르크도 1741년 당시 열네 살 안팎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회의론이 학자들 사이에서 한목소리로 모이는 것은 아니며,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라고 보는 쪽과 어느 정도의 사실에 살이 붙은 각색으로 보는 쪽으로 갈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아리아의 멜로디를 변주한 곡인가요?

아닙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오른손 선율이 아니라, 아리아 32마디의 저음 진행과 화성 순서가 30개 변주 전체를 떠받치는 공통 뼈대입니다. 변주마다 선율과 리듬, 질감은 전혀 달라지지만 그 아래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Q.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왜 3개씩 묶어 듣나요?

30개 변주가 3개씩 열 개 묶음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각 묶음의 첫째는 양식이 자유로운 곡, 둘째는 기교가 두드러지는 곡이고, 아홉 번째 묶음까지는 셋째 자리마다 카논이 놓입니다. 이 틀을 알고 들으면 긴 전곡이 하나의 지도처럼 정리됩니다.

Q. 3·6·9번마다 나오는 카논에는 어떤 규칙이 있나요?

두 성부 사이의 모방 간격이 3번의 동음부터 시작해 6번은 2도, 9번은 3도로, 3의 배수 변주마다 한 음정씩 넓어지며 27번의 9도까지 이어집니다. 15번 카논은 이 계단의 다섯 번째 칸(5도)이면서 동시에 곡 전체에서 세 번뿐인 단조 변주 중 첫 번째이기도 합니다.

Q. 골드베르크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나요?

바흐가 붙인 이름이 아니라, 그의 제자였던 건반 연주자 요한 고틀리프 골드베르크의 이름이 후대에 별칭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이 곡을 그가 밤마다 연주해 백작의 불면증을 달랬다는 이야기는 작품이 출판되고도 한참 뒤에야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Q. 이 곡이 정말 '건반 연습곡집(Clavier-Übung)' 제4부인가요?

정확히 말하면 조금 다릅니다. 바흐가 자신의 여러 건반 작품을 'Klavierübung'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부른 것은 사실이지만,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그 연작의 '네 번째'로 명시적으로 지정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제4부'라는 표현은 후대 학자와 출판사들이 붙인 편의상의 분류에 가깝습니다. 실제 출판은 1741년, 바흐의 친구였던 뉘른베르크의 악보 출판업자 발타자르 슈미트(Balthasar Schmid)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Q. 카이저링크 백작 위촉설, 학계에서는 완전히 부정하나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지만 단일한 결론으로 모이지는 않습니다. 저명한 바흐 학자 피터 윌리엄스는 2001년 저서에서 포르켈의 이야기를 '완전히 허구(entirely spurious)'라고 단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반면 바흐와 카이저링크, 골드베르크 세 사람 사이에 실제 교류가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일화 전체를 지어낸 것으로 단정하기보다 과장되거나 각색된 이야기로 보는 더 온건한 시각도 있습니다. 즉 '전적으로 지어낸 이야기'라는 강한 입장과 '어느 정도 사실을 바탕에 둔 각색'이라는 온건한 입장이 공존합니다.

오늘의 감상 가이드, 처음 듣는 법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흐가 남긴 건반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사랑받는 곡 중 하나입니다. 그 깊이의 출발점은 아리아의 장식적 선율보다 32마디 저음과 화성의 설계를 중심에 놓았다는 데 있습니다.

처음 듣는다면 두 가지만 기억해 보세요. 첫째, 맨 앞 아리아의 분위기를 기억해 두었다가 곡 끝에서 같은 아리아가 돌아오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둘째, 3·6·9번처럼 3의 배수 변주에서 한 성부를 다른 성부가 어떻게 모방하는지 들어봅니다.

긴 전곡이 부담스럽다면 아리아와 1번, 15번, 16번, 25번, 30번, 마지막 아리아만 먼저 이어 들어도 좋습니다. 15번이 전반부를 닫고 16번이 후반부를 여는 순간, 그리고 30번의 웃음 뒤에 아리아가 돌아오는 흐름을 따라가면 작품의 큰 윤곽이 보입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실제 음반으로 처음 만나려면 글렌 굴드의 1955년과 1981년 녹음이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두 음반의 성격과 추천 감상 순서는 글렌 굴드의 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다룬 글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