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메시아〉의 「할렐루야」 합창이 시작되면 객석이 하나둘 일어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 1685~1759)의 오라토리오 〈메시아(Messiah)〉에서 2부를 닫는 합창입니다. 왜 일어서느냐고 물으면 대개 같은 답이 돌아옵니다. 1743년 런던 공연에서 영국 왕 조지 2세가 감동해 일어섰고, 왕이 서 있으니 모두 따라 일어섰으며,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처음 글로 남긴 사람을 찾아가 보면 내용이 조금 다릅니다. 이 글은 그 첫 기록에서 출발해 할렐루야에서 일어서는 관습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따라가고, 일어선 채로 이 4분 남짓한 합창에서 무엇을 들으면 좋은지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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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메시아〉 공연 장면이다. 오르간 위에 공연장 개관 150주년 표지가 걸려 있다. (출처: classicfm.com) |
1. 할렐루야 합창의 자리, 메시아 2부의 끝
「할렐루야」는 〈메시아〉의 마지막 곡이 아닙니다. 세 부분 가운데 2부를 닫는 합창이고, 이 합창이 끝나면 소프라노 독창 「I know that my Redeemer liveth(내 구주가 살아 계심을 내가 아노라)」로 3부가 조용히 다시 시작합니다. 곡 번호는 쓰는 악보에 따라 다릅니다. 번호 체계의 차이는 헨델 메시아 해설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2부는 예수의 수난에서 시작해 부활과 승천, 복음이 세상으로 퍼져 나가는 과정을 지나, 세상의 왕들이 거기에 맞서는 장면에 이릅니다. 「Let us break their bonds asunder(그들의 결박을 끊어 버리자)」라는 합창으로 세상의 권력자들이 반역을 외치고, 테너가 하늘에 계신 이가 그들을 비웃으시며 질그릇처럼 부수시리라고 노래합니다. 그 바로 뒤에 「할렐루야」가 옵니다. 반역의 외침에 대한 답으로, 다스리는 이는 하나님이라고 선언하는 자리입니다.
가사는 대본가 찰스 제넨스(Charles Jennens)가 요한계시록의 세 구절을 이어 붙인 것입니다.
- 요한계시록 19장 6절 「Hallelujah! For the Lord God omnipotent reigneth.」 (할렐루야! 전능하신 주 하나님이 다스리시도다.)
- 요한계시록 11장 15절 「The kingdom of this world is become the kingdom of our Lord, and of His Christ; and He shall reign for ever and ever.」 (세상 나라가 우리 주와 그의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 그가 세세토록 왕 노릇 하시리로다.)
- 요한계시록 19장 16절 「King of Kings, and Lord of Lords.」 (만왕의 왕이요, 만주의 주시라.)
하나님이 다스리신다는 선언에서 시작해, 세상 나라가 그 다스림 아래로 들어오고, 만왕의 왕이라는 칭호로 끝나는 흐름입니다. 내용으로 보면 탄생보다 부활 이후의 다스림에 가깝습니다. 헨델이 살아 있을 때 〈메시아〉는 사순절과 봄에 공연되던 음악이었고, 오늘은 성탄절과 부활절 무렵에 특히 많이 불립니다. 성탄 이야기를 담은 것은 세 부분 가운데 1부뿐입니다.
2. 조지 2세 기립 이야기의 첫 기록, 1780년의 편지
왕이 일어섰다는 이야기가 처음 글로 확인되는 것은 1780년 5월 25일, 스코틀랜드 애버딘의 시인이자 철학자 제임스 비티(James Beattie)가 라잉(Laing) 목사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메시아〉의 런던 첫 공연(1743년 3월 23일, 코벤트 가든 극장)으로부터 37년 뒤입니다. 비티는 최근에 들은 일화 두 가지를 적어 두겠다며 이렇게 씁니다.
「헨델의 〈메시아〉가 처음 공연되었을 때 청중은 음악 전체에 몹시 감동했다. 그런데 그 합창 For the Lord God Omnipotent reigneth가 울리기 시작하자 모두 너무나 벅차올라,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왕과 함께 다 같이 벌떡 일어섰고, 합창이 끝날 때까지 서 있었다. 그때부터 영국에서는 음악의 이 대목이 연주되는 동안 청중이 일어서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이 편지에서 눈여겨볼 점이 셋 있습니다. 첫째, 비티는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들은 것을 적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은 킨누얼 백작 토머스 헤이(Thomas Hay, 8th Earl of Kinnoull)였습니다. 둘째, 편지에는 왕이 먼저 일어섰다는 말이 없습니다. 감동한 청중이 왕과 함께 일어섰다고 되어 있습니다. 왕이 서 있으면 신하도 서야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이 편지에 나오지 않습니다. 셋째, 비티는 1780년에 이미 이 습관을 영국의 관례로 적었습니다. 관습 자체는 적어도 그때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비티가 같은 편지에 적은 두 번째 일화도 같은 백작에게서 들은 것입니다. 첫 공연 며칠 뒤 헨델이 인사를 오자 백작이 훌륭한 오락이었다고 칭찬했고, 헨델이 「그들을 즐겁게만 했다면 유감입니다.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라고 답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비티는 첫째 일화가 헨델과 음악과 영국 국민에게 큰 영예가 되고, 둘째 일화는 헨델이 경건한 사람이었다는 자기 생각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기립 이야기는 처음 기록될 때부터 헨델과 영국을 높이는 이야기로 전해진 셈입니다.
3. 1743년 런던 공연과 조지 2세의 참석 기록
그렇다면 그날 왕은 정말 객석에 있었을까요. 1743년 런던의 〈메시아〉는 3월 23일, 25일, 29일 세 번 공연되었습니다. 왕이 그중 어느 공연에 왔다는 당시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같은 시즌 2월 23일 헨델의 새 오라토리오 〈삼손〉 공연에 국왕과 왕실 가족이 왔다는 동시대 기록은 있지만, 〈메시아〉 공연에 대해서는 그런 기록이 없습니다. 헨델 관련 당대 문서를 모아 엮은 20세기 중반의 문서 전기도 왕이 세 공연 가운데 하나에 왔으리라고 추정한다고 적었을 뿐입니다. 1739년 이후 조지 2세가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관람한 것이 확실히 입증되는 기록이 없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래서 도널드 버로우즈(Donald Burrows)를 비롯한 현대 헨델 연구자들은 이 일화를 후대에 생긴 이야기로 보거나 조심스럽게 의심합니다. 다만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왕이 오지 않았다는 증명은 아닙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왕이 일어섰다는 이야기가 처음 글로 나타난 것이 37년 뒤 전해 들은 이야기를 옮긴 편지라는 데까지입니다.
이야기는 전해지면서 모양이 바뀌었습니다. 오늘 흔히 듣는 설명은 왕이 먼저 일어섰고 다른 사람들은 예의상 따라 섰다는 것입니다. 왕이 「King of Kings(만왕의 왕)」라는 가사에 감동해 일어섰다는 설명도 있고, 오래 앉아 있다 다리가 저려서였다는 우스개까지 돕니다. 그런데 1780년의 편지도, 뒤에서 볼 1855년의 기록도 청중이 일어선 때를 합창이 시작될 때로 적습니다. 그리고 1780년의 편지에서 일어선 것은 왕 한 사람이 아니라 청중 전체였고, 편지가 드는 이유도 예법이 아니라 감동이었습니다.
4. 할렐루야 기립 관습이 자리 잡기까지
비티가 영국의 관례라고 적은 지 4년 뒤인 1784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대규모 헨델 기념 공연이 열렸습니다. 음악사가 찰스 버니(Charles Burney)가 이듬해 펴낸 공연 기록에는 왕과 「할렐루야」가 함께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5월 29일 〈메시아〉 공연에서 조지 3세는 「할렐루야」를 한 번 더 듣고 싶다는 뜻을 샌드위치 백작에게 전했고, 백작이 손에 든 막대를 흔들어 악단에 알렸습니다. 6월 5일 다시 열린 〈메시아〉 공연에서는 왕이 가사집을 든 오른손을 가볍게 움직여 직접 신호를 보내, 이 합창과 마지막 합창을 한 번 더 듣게 했습니다. 왕과 「할렐루야」를 잇는 기록이 분명하게 남은 것은 이때입니다. 다만 이 기록에도 왕이 일어섰다는 말은 없습니다. 이 기념 공연의 배경은 헨델의 생애와 작품에서 다뤘습니다.
그로부터 70년쯤 지난 1855년, 런던에 머물던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는 엑서터 홀에서 열린 종교음악 협회의 오라토리오 연주회에 여러 번 갔습니다. 그는 훗날 자서전 〈나의 생애(Mein Leben)〉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700명 합창단이 부른 〈메시아〉는 꽤 볼 만한 수준이었고, 청중은 교회에서 기도서를 들듯 저마다 매표소에서 1실링에 파는 헨델 피아노 악보를 들고 열심히 따라 읽었다. 그리고 「할렐루야」 합창이 시작되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예의로 여겨진다. 아마 열광의 표현에서 시작되었을 이 동작이 이제는 〈메시아〉를 공연할 때마다 고통스러울 만큼 정확하게 지켜진다.
바그너는 이 관습을 왕의 일화가 아니라 청중의 열광에서 나온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비친 기립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감동이 아니라 빠짐없이 치르는 의례였습니다. 그 사이 70여 년의 변화를 한 줄로 이을 기록은 많지 않지만, 적어도 1855년 바그너가 본 런던의 〈메시아〉 공연에서는 기립이 매번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20세기 독일의 한 음악 교육서도 영국에서는 이 합창을 교회에서 복음서를 들을 때처럼 일어서서 듣는다고 적었습니다. 기도서처럼 든 악보, 예배처럼 보내는 저녁이라는 바그너의 관찰과 같은 쪽을 가리키는 비유입니다.
오늘 할렐루야에서 일어서는 관습은 영국과 영어권 공연장을 중심으로 이어지지만, 어디서나 지켜지는 규칙은 아닙니다. 일어서서 듣든 앉아서 듣든 청중이 고를 일입니다. 다만 일어선다면, 그것은 왕을 따라 하는 동작이라기보다 적어도 1780년부터 이어져 온 청중의 습관을 잇는 일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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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장식을 한 무대에서 합창단과 관현악단이 〈메시아〉를 공연하는 장면이다. (출처: philharmonia.co.uk) |
5. 할렐루야 합창 감상 포인트
1784년 기념 공연을 기록한 버니는 「할렐루야」를 대목별로 풀어 적었습니다. 240년 전의 이 설명은 오늘 음반으로 들어도 그대로 귀에 들어옵니다. 그 순서를 따라 다섯 대목으로 나눠 보면 이렇습니다. 이 구분은 공식 분류가 아니라 듣기 위한 나눔입니다.
| 대목 | 시작 가사 | 들을 것 |
|---|---|---|
| 1 | Hallelujah! | 짧은 현악 전주 뒤 모든 성부가 같은 리듬으로 짧게 끊어 외치는 첫 할렐루야 |
| 2 | For the Lord God omnipotent reigneth | 모든 성부가 한 선율을 함께 부르다가, 그 선율이 여러 성부로 나뉘어 할렐루야 외침과 맞물리는 과정 |
| 3 | The kingdom of this world | 갑자기 여려지며 가라앉는 짧은 대목 |
| 4 | And He shall reign for ever and ever | 베이스가 먼저 꺼낸 선율을 다른 성부들이 차례로 이어받는 층 쌓기 |
| 5 | King of Kings, and Lord of Lords | 소프라노가 긴 음을 한 단씩 높여 가는 동안 다른 성부들이 그 음을 에워싸는 마무리 |
첫머리를 버니는 맑고 쾌활하고 대담하다고 적었습니다. 모든 성부가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는 짜임(호모포니, 여러 목소리가 한 몸처럼 같은 박자로 움직이는 방식)이라 가사가 한 덩어리로 또렷하게 들립니다. 둘째 대목 「For the Lord God omnipotent reigneth」는 모든 성부가 한 선율을 함께 부르는 데서 시작합니다. 버니는 이 대목이 교회 성가 같은 효과를 낸다고 썼습니다. 이 한 줄은 곧 여러 성부로 나뉘고, 다른 성부들이 그 사이사이에 「할렐루야」를 외칩니다.
셋째 대목 「The kingdom of this world」는 여리게 시작해 소리가 갑자기 낮게 가라앉습니다. 버니는 엄숙하고 마음을 움직인다고 적었습니다. 짧은 대목이라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이 낮아진 소리가 있기에 다음 대목이 더 크게 들립니다. 넷째 대목 「And He shall reign for ever and ever」에서는 베이스가 먼저 선율을 꺼내고 다른 성부들이 차례로 그 선율을 이어받습니다. 같은 선율을 성부들이 시차를 두고 이어 부르는 이 방식을 푸가(fugue)라고 합니다. 「영원히 다스리시리라」는 말이 목소리마다 되풀이되며 쌓입니다.
마지막 「King of Kings, and Lord of Lords」에서는 소프라노가 한 음을 길게 끌며 부르고, 되풀이할 때마다 한 단씩 높아집니다. 그동안 다른 성부들은 「for ever and ever(영원히)」와 「Hallelujah」를 짧게 거듭 외칩니다. 버니는 이 장면을 한 음이 궁지에 몰린 채 버티고 다른 성부들이 사방에서 덤벼드는 모습에 빗댔습니다. 트럼펫과 팀파니가 함께 울려 소리를 키우고, 마지막 「Hallelujah」 앞에서 소리가 한 번 완전히 멈췄다가 느리고 크게 마지막 외침이 나옵니다. 녹음을 고른다면 메시아 추천 음반에 소개한 전곡 녹음에서 2부 마지막 곡을 찾아 들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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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델의 〈메시아〉 자필 총보 가운데 「할렐루야」 합창의 마지막 쪽이다. 아래쪽에 「Hallelujah」 가사가 보이고, 오른쪽 아래에 1741년 날짜가 적혀 있다. 자필 총보는 영국 도서관(British Library)이 소장하고 있다. |
6. 다시 들을 때
1780년의 편지는 이 합창을 「할렐루야」가 아니라 둘째 가사 「For the Lord God Omnipotent reigneth」로 부릅니다. 청중이 일어섰다고 적힌 때도 그 합창이 울리기 시작한 순간이었습니다. 다음에 객석이 일어서는 공연에 가거나 집에서 이 곡을 틀게 되면, 왕의 일화를 떠올리기보다 모든 성부가 한 줄로 그 가사를 외치는 순간을 기다려 보시기 바랍니다. 1743년 런던의 청중이 정말 일어섰는지는 기록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그 한 줄이 어떤 소리였는지는 지금도 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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