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 사계 겨울, 소네트와 악장 해설, 난롯가와 얼음길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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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악기들이 아주 여리게 같은 음을 잘게 되풀이하며 시작하고, 그 위로 음이 하나씩 쌓여 화음이 점점 날카로워집니다. 몸이 떨리기 시작하는 소리입니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의 〈사계〉 마지막 곡 〈겨울(L’Inverno)〉 F단조 RV 297입니다. 1725년 초판 악보는 이 첫머리에 소네트 첫 줄 「눈 속에서 얼어붙어 떨며」를 새겨 두었습니다. 〈겨울〉은 바깥과 안을 오가는 곡입니다. 1악장은 칼바람 부는 바깥이고, 2악장은 난롯가에 앉아 바깥의 비를 듣는 자리이며, 3악장은 다시 얼음길로 나섭니다.

눈 덮인 평지에 풍차와 작은 인물들이 보이는 네덜란드 겨울 풍경화
야코프 판 라위스달이 그린 겨울 풍경이다. 낮게 깔린 구름 아래 풍차와 눈길을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계〉가 어떤 곡집에 실렸는지, 소네트와 악보에 붙은 A, B, C 글자 표시가 무엇인지는 비발디 사계 봄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앞의 두 곡은 여름과 가을입니다.

1. 사계 겨울 소네트 원문과 번역

  원문은 1725년 초판의 철자를 따랐습니다. 괄호 안의 영문 대문자는 악보의 해당 대목에 새겨진 글자입니다. 〈겨울〉의 소네트는 네 곡 가운데 가장 잘게 나뉘어 열두 대목입니다. 글자는 A에서 I까지 간 다음 J와 K 없이 L, M, N으로 이어집니다.

1악장 알레그로 논 몰토(Allegro non molto), F단조

(A) Aggiacciato tremar trà nevi algenti
(B) Al Severo Spirar d’orrido Vento,
(C) Correr battendo i piedi ogni momento;
(D) E pel Soverchio gel batter i denti;

  시린 눈 속에서 얼어붙어 떱니다. 무서운 바람이 매섭게 불어치고, 쉴 새 없이 발을 구르며 달립니다. 지독한 추위에 이가 딱딱 부딪힙니다.

2악장 라르고(Largo), E플랫장조

(E) Passar al foco i dì quieti e contenti
Mentre la pioggia fuor bagna ben cento

  난롯가에서 조용하고 흡족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동안 바깥에서는 비가 수많은 사람을 흠뻑 적십니다.

3악장 알레그로(Allegro), F단조

(F) Caminar Sopra ‘l giaccio, e à passo lento
(G) Per timor di cader gersene intenti;
(H) Gir forte Sdruzziolar, cader à terra
(I) Di nuovo ir Sopra ‘l giaccio e correr forte
(L) Sin ch’il giaccio Si rompe, e Si disserra;
(M) Sentir uscir dalle ferrate porte
(N) Sirocco Borea, e tutti i Venti in guerra
Quest’è ‘l verno, mà tal, che gioja apporte.

  얼음 위를 걷습니다. 넘어질까 두려워 조심조심 느린 걸음을 옮깁니다. 세게 내딛다 미끄러져 땅에 넘어지고, 다시 얼음 위로 나가 힘껏 달리다 얼음이 깨져 갈라집니다. 쇠 빗장 걸린 문밖으로 남풍 시로코와 북풍 보레아, 온갖 바람이 서로 싸우며 몰려나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것이 겨울입니다. 그래도 기쁨을 가져다주는 겨울입니다.

2. 겨울 1악장, 떨림과 칼바람

  1악장은 현악기들이 같은 음을 잘게 되풀이하며 시작합니다. 아래 음부터 하나씩 겹쳐 들어와 화음이 쌓이면서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날카로워지는데, 독주 바이올린 악보는 이 대목의 음마다 트릴(두 음을 빠르게 떠는 꾸밈음) 표시를 달았습니다. 추워서 몸이 떨리는 소리입니다. B에서 독주 바이올린은 높은 음에서 빠르게 쏟아지는 음형으로 「무서운 바람」을 그립니다. 이어 합주가 빠른 반복음을 고르게 이어 가는 대목에는 「추워서 달리며 발을 구른다」는 표기가 붙어 있고, D에서는 이가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짧게 끊어지는 음으로 들립니다. 〈봄〉의 1악장이 새소리와 시냇물 같은 바깥 풍경을 그렸다면, 〈겨울〉의 1악장은 추위를 견디는 사람의 몸을 그립니다.

3. 겨울 2악장, 난롯가와 바깥의 비

  2악장에서 음악은 F단조의 추위에서 E플랫장조의 따뜻한 화음으로 옮겨 앉습니다. 독주 바이올린이 느리고 넉넉한 가락을 부르는데, 이것이 난롯가에서 보내는 「조용하고 흡족한 나날」입니다. 그 아래에서 바이올린들은 활 대신 손가락으로 현을 뜯어(피치카토) 일정하게 똑똑 떨어지는 소리를 내고, 비올라는 긴 음으로 화음을 조용히 받칩니다. 이 피치카토를 흔히 바깥에 내리는 빗방울로 듣습니다. 시의 둘째 줄이 바로 그 비입니다. 안에는 따뜻한 가락이, 바깥에는 빗소리가 동시에 들리는 셈입니다. 바깥이 춥고 젖어 있다는 것을 들려주기 때문에 난롯가의 가락이 더 아늑하게 들립니다. 이 악장은 따로 떼어 연주되는 일도 많습니다.

4. 겨울 3악장, 얼음길과 바람의 싸움

  3악장은 다시 바깥입니다. F에서 독주 바이올린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듯 가락을 이어 가며 얼음 위를 걷습니다. H의 「세게 미끄러져 넘어진다」에 이르면 음악이 갑자기 빨라집니다. I에서 다시 일어나 달리고, L에서 「얼음이 깨져 갈라진다」는 대목에 이릅니다. 마지막 M과 N에서는 남풍 시로코와 북풍 보레아가 「쇠 빗장 걸린 문」에서 쏟아져 나와 서로 싸웁니다. 〈여름〉이 폭풍으로 끝났듯이 〈겨울〉도 바람의 싸움으로 끝납니다. 다만 소네트의 마지막 줄이 다릅니다. 「이것이 겨울이다, 그래도 기쁨을 주는」.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도 다시 얼음 위로 나가는 사람의 겨울로 〈사계〉 네 곡이 끝납니다.

5. 사계 겨울 추천 음반, 카르미뇰라와 얀센

  두 음반은 편성의 크기가 다릅니다. 같은 2악장이라도 피치카토 빗소리와 독주 가락 사이의 거리가 달리 들립니다.

줄리아노 카르미뇰라, 소나토리 데 라 조이오사 마르카 (디복스, 1992년 녹음)

  바로크 시대 방식의 악기와 활로 연주한 음반입니다. 1악장의 떨림이 기계적으로 고르게 이어지지 않고 점점 긴장을 쌓아 가고, 2악장의 독주 가락은 꾸밈을 아껴 담백합니다. 현악 합주가 여러 명이라 3악장 바람의 싸움에 무게가 실립니다.

2악장

[1악장 듣기] | [2악장 듣기] | [3악장 듣기]

재닌 얀센과 동료들 (데카, 2004년 녹음)

  네덜란드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Janine Jansen)이 2004년 암스테르담에서 녹음한 음반입니다. 독주 외의 성부를 한 사람씩만 맡겼습니다. 바이올린 캔디다 톰프슨과 헹크 뤼빙, 비올라 율리안 라흘린, 첼로 마르텐 얀센, 더블베이스 스테이시 와튼, 테오르보 엘리자베스 케니, 쳄발로와 오르간 얀 얀센입니다. 성부마다 한 사람이라 합주의 소리가 가볍고, 2악장에서는 독주 가락 아래 피치카토와 비올라의 긴 음이 따로따로 들립니다.

2악장

[1악장 듣기] | [2악장 듣기] | [3악장 듣기]

  두 연주를 비교할 때는 2악장을 연달아 들어 보십시오. 독주 가락보다 그 아래의 빗소리에 귀를 두면 편성의 차이가 바로 들립니다.

6. 사계 네 계절 함께 듣기

계절 작품 번호·조성 소네트의 장면
봄 RV 269 · E장조 새소리·샘물·천둥 · 잠든 염소지기와 개 · 백파이프 춤
여름 RV 315 · G단조 더위와 새들·바람 · 파리 떼와 천둥 · 우박 폭풍
가을 RV 293 · F장조 수확 춤과 술꾼 · 잠든 술꾼들 · 새벽 사냥
겨울(지금 글) RV 297 · F단조 떨림과 칼바람 · 난롯가와 바깥의 비 · 얼음길과 바람의 싸움

  네 곡을 모두 들었다면 〈봄〉 2악장과 〈겨울〉 2악장을 이어서 들어 보십시오. 하나는 바깥 풀밭에서 잠든 사람이고, 하나는 집 안 난롯가에 앉은 사람입니다. 두 악장 모두 독주 가락 아래에서 다른 악기가 바깥 소리를 냅니다. 〈봄〉에서는 비올라의 개가 짖고, 〈겨울〉에서는 바이올린의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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