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송어(Die Forelle) 가곡? 피아노5중주? 송어? 숭어?

다시채의 클래식 카페 7월 08, 2023 4

슈베르츠의 대표곡 중의 하나 [송어]는 가곡으로 만들어진 이후 피아노5중주로 편곡된 아름다운 걸작이다.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의 [송어 Die Forelle]는 음악 교과서에도 나오는 유명한 곡인데, 오랫 동안 제목이 [숭어]로 표기되었다. 그 이유는 클래식 음악이 소개될 때 일본어 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생긴 오류라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윤형주와 송창식으로 구성된 [트윈 폴리오]가 슈베르트의 [송어]를 한국어로 번안해서 발표한 곡의 제목이 [숭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이미 일본서적의 오역의 영향으로 [숭어]를 표기하는 시절이었기에 근본적인 이유로 볼 수 없다. 2011년부터 교과서에 [숭어]라고 잘못 표기된 것을 [송어]로 수정했다.

낚시줄에 걸린 송어의 모습 (출처 : aminoapps.com)

하지만 두 어류의 이름과 서식하는 특성이 비슷해 그러한 오해가 생긴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송어는 민물고기이고 숭어는 바다의 물고기기만, 송어와 숭어 모두 모두 바닷물과 민물을 오가는 기수어(汽水魚)이기 때문이다.

[송어]는 1817년 슈베르트가 20세 때 시인 슈바르트(Christian Friedrich Daniel Schubart, 1739-1791) 정치 풍자시를 수정하여 탄생한 유절 가곡이다. 물속에 한가하게 놀던 물고기가 낚시꾼의 교묘한 수작에 속아 결국 잡히게 되는 광경을 경쾌하게 표현한 곡이다.

시 [송어]는 원래 4연으로 되어 있는데, 슈베르트는 가곡에서 4연은 제외하였다. 3연까지는 개울 속 헤엄치는 송어의 모습, 낚시꾼이 나타나 결국 흙탕물을 만들어 송어를 낚아 올리는 모습,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불안하고 안타까운 제3자의 심경을 표현한 내용이지만 4연은 여성들에게 현실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과격한 시어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고향을 떠나 빈으로 온 슈베르트는 프란츠 폰 쇼버에게 신세를 지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시작한다. 문학과 음악적 재능이 많았던 쇼버는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부자였고, 그는 슈베르트에게 정신적, 물질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쇼버는 슈베르트에게 당대 유명한 성악가 포글을 소개해 주었다.

가난에 찌든 슈베르트의 외모는 포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않았지만,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고 난 후 그는 슈베르트를 후원하기 시작한다. 포글은 1819년 그를 데리고 오스트리아 슈타이어(Steyr)로 짧은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광산업자이자 아마추어 첼리스트 파움가르트너(S. Paumgartner)를 알게 되는데, 2년 전 작곡한 가곡 [송어]를 무척 좋아하였다. 그의 요청으로 슈베르트는 피아노5중주를 작곡하게 되는데, 가곡 [송어]의 선율을 변주곡 형태로 만들어 4악장에 넣었고, [송어]는 피아노5중주의 제목이 되었다.

악기편성은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블베이스의 5중주 편성으로 5중주 편성에 주로 사용되는 제2바이올린을 사용하지 않고 콘트라베이스를 넣은 것이 특이하다. 콘트라베이스가 최저음역을 맡으면서 첼로가 폭넓은 음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마 슈베트르가 의뢰인인 파움가르트너를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소나타 형식의 1악장은 피아노 중심의 청아한 선율이 인상적이며, 2악장은 3개의 선율을 상쾌하게 실어 나른다. 3악장은 피아노와 현악기가 대화하는 듯한 형식이어서 흥미롭다. 4악장은 가곡 [송어]의 주제를 바탕으로 6번의 변주가 이루어진다. 마지막 5악장은 송어라는 이름처럼 약동하는 생명력을 전한다.

[송어]는 슈베르트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도드라지는 걸작이다. 선선한 시냇물 속에서 재빠르게 헤엄치는 송어의 움직임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자연 속에서의 행복한 시간을 잠시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곡이다. 아름다운 선율과 낭만적이면서도 경쾌한 묘사가 탁월하다.